빈의 오래된 레스토랑에서 타펠슈피츠를 주문하면 김이 오르는 냄비째 테이블로 나올 때가 있어요. 처음 따라 주는 것은 호박색으로 맑은 소고기 수프예요. 그것을 다 마신 뒤에 냄비 속에서 익던 소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사과를 갈아 만든 매운 양념이나 사워크림 차이브 소스를 곁들여 먹어요. 타펠슈피츠(Tafelspitz)는 수프와 고기를 한꺼번에 맛보는 빈의 소고기 요리예요.
만드는 법은 놀랄 만큼 단순해요. 소고기 덩어리를 향 채소와 함께 끓어오르지 않게 3시간 가까이 삶기만 하면 돼요. 구운 색을 내지도, 소스를 졸이지도 않아요. 그만큼 끓지 않게 하는 불 조절이 수프의 맑기를 크게 좌우해요.
황제의 식탁과 자허의 전설

빈 사람들과 소고기의 인연은 길어요. 오스트리아 농림부의 전통 식품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중세 말부터 소고기는 도시 사람들의 중요한 음식이었어요. 16세기 중반에는 헝가리 초원에서 자란 소가 수십만 마리나 빈으로 들어왔다고 해요. 소는 철도가 없던 시대에 며칠씩 걸어서 운반되었고, 가는 길에 말랐어도 다시 살찌우기에 알맞은 좋은 소로 여겨졌어요. 19세기에는 장크트 마르크스의 가축 시장이 빈의 고기 공급을 한데 모으게 돼요.
삶은 소고기는 1830년대에는 궁정 식탁의 단골이었어요.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도 이 요리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1912년의 시종 안내서에는 '폐하의 사적인 식탁에 좋은 삶은 소고기가 빠지는 일은 없다'고 적혀 있어요. 거기서 시민의 가정과 레스토랑으로 퍼져 신분을 가리지 않고 빈의 누구나 먹는 요리가 되었어요. '타펠슈피츠'라는 이름이 기록에 나타나는 것은 1911년의 레시피집이 처음이라고 해요.
타펠슈피츠의 탄생에는 호텔 자허와 얽힌 전설이 있어요.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먹는 속도가 아주 빨랐고, 궁정의 관례에 따르면 황제가 식사를 마치면 다른 손님도 식사를 멈춰야 했어요. 배를 곯은 채 궁정을 나선 장교들을 위해 안나 자허가 오래 끓여 둘 수 있는 요리를 준비했다는 이야기예요. 호텔 자허는 가게의 역사로 이 이야기를 전하지만, 오스트리아 농림부의 데이터베이스는 어디까지나 '전설'로 소개해요.
요리 이름 '타펠슈피츠'는 원래 소고기 부위의 이름이에요. 어린 수소의 뒷다리, 허벅지살의 일부로, 위쪽 곡선에 얇고 풍미 좋은 지방층이 붙어 있는 것이 표지예요. 이 부위 자체가 요리 이름이 되었어요. 빈에서는 삶는 소고기 부위마다 세세한 이름이 있고, 타펠슈피츠 외에도 히퍼셰르첼(Hieferscherzel), 크루스펠(Kruspel), 카발리어슈피츠(Kavalierspitz) 등 삶은 소고기를 위한 부위 이름이 여럿 쓰여요.
제2차 세계 대전 뒤 삶은 소고기 문화는 한때 시들해졌지만 1950년대 이후 몇몇 레스토랑이 이 전통을 되살렸어요. 지금은 빈의 전통 요리를 내는 가게의 간판 요리로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요.
재료 (6인분)

빈에서 타펠슈피츠에 쓰는 것은 소 허벅지살의 일부예요. 정육점에서 부르는 이름으로는 엉덩이 끝에 해당하는 럼프 캡이 가장 가까운 부위이고, 지방층이 붙은 덩어리로 팔리기도 해요. 구하기 어려우면 소 우둔이나 사태 덩어리로도 만들 수 있어요. 사태는 힘줄이 많은 만큼 오래 끓이면 젤라틴이 부드럽게 녹아 수프에도 고소함이 나와요. 어느 부위든 지방층은 잘라 내지 말고 남겨 두세요.
생 서양고추냉이(홀스래디시)는 수입 식품점이나 청과점, 온라인에서 뿌리째 구할 수 있을 때가 있어요. 갈았을 때가 가장 맵고 시간이 지나면 향이 빠지므로 먹기 직전에 가는 것이 이상적이에요. 튜브 제품으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제품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다르니 조금씩 더하며 맛을 보세요.
타펠슈피츠 만드는 법
밑준비는 약 20분. 삶기는 2시간 반~3시간이에요. 삶는 동안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으니 마지막 30분에 아플펠크렌과 차이브 소스를 만들어요.
향 채소도 함께 먹고 싶다면 삶는 용과는 따로 당근과 셀러리를 준비해 마지막 45분 정도만 냄비에 넣으세요. 처음부터 넣은 채소는 3시간 끓이는 동안 수프에 맛을 다 내고 흐물흐물해져요.
고기는 식은 편이 얇게 썰기 쉬워요. 전날 삶아 둔다면 고기를 수프에서 꺼내 랩으로 단단히 싸서 냉장하고, 먹을 때 썬 뒤 뜨거운 수프에 넣어 데워요. 다시 데울 때 수프를 다시 끓이지 않는 편이 고기가 촉촉한 채로 마무리돼요.
서양고추냉이를 갈면 강한 자극이 있는 성분이 피어올라 눈과 코에 세게 스며들어요. 얼굴을 너무 가까이 대지 말고 환기하면서 작업하세요. 아플펠크렌에는 밀 등이 들어가지 않지만 차이브 소스의 사워크림에는 유제품이 들어 있어요.
수프로 시작하는 빈의 먹는 법

타펠슈피츠는 두 접시의 요리를 한 번에 만드는 것과 같아요. 먼저 수프, 다음에 고기. 오스트리아 관광청의 레시피에서는 수프에 세몰리나 가루로 만든 작은 경단 그리센노커를(Grießnockerl)이나 가늘게 썬 크레이프 프리타텐(Frittaten)을 띄우고, 다진 차이브를 뿌려 전채로 내라고 적혀 있어요. 집 주방이라면 가늘게 썬 얇은 달걀 지단이나 크레이프를 띄우면 프리타텐의 분위기에 가까워져요.
고기 접시에 곁들이는 가니시도 빈에서는 거의 정해져 있어요. 사과와 서양고추냉이의 아플펠크렌, 빵과 서양고추냉이를 합친 젬멜크렌(Semmelkren), 차이브 소스, 얇게 썬 감자를 구운 뢰스터데펠(Rösterdäpfel), 그리고 시금치 크림 조림이나 딜 풍미의 껍질콩이에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의 레시피에서도 전통적인 가니시로 시금치 크림 조림과 구운 감자가 올라와요. 전부 갖추지 않아도 아플펠크렌과 차이브 소스 두 가지만 있으면 빈 식탁다움은 충분히 나요.
같은 식으로 소고기와 향 채소를 삶는 요리는 유럽 곳곳에 있어요. 프랑스의 포토푀, 이탈리아의 볼리토 미스토. 이웃 독일 슈바벤 지방의 가이스부르거 마르슈도 소고기 수프에 감자와 슈페츨레를 합친 요리예요. 먹어 비교해 보면 수프를 먼저 내고 고기를 양념으로 먹는 빈의 방식이 얼마나 독특한지 알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럼프 캡을 구할 수 없을 때는 어느 부위가 좋은가요?
소 우둔, 사태, 어깨살 덩어리로 만들 수 있어요. 사태는 힘줄이 많은 만큼 오래 끓이면 부드러워지고 수프에도 고소함이 나와요. 지방이 적은 부위라면 끓이는 시간을 짧게 하고 포크가 쑥 들어가는 시점에 불을 끄세요.
수프가 탁해졌어요.
팔팔 끓이면 거품과 지방이 수프에 섞여 탁해져요. 다음부터는 표면이 작게 흔들리는 정도의 약불을 유지하고 거품을 자주 걷어 내세요. 탁해진 수프도 키친타월을 깐 체에 거르면 어느 정도 맑아져요.
남은 고기와 수프는 어떻게 하나요?
고기는 수프에 담근 채 보관하지 말고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고 빨리 드세요. 수프에 담가 두면 고기가 오히려 퍽퍽해져요. 수프는 다른 용기에 냉장하고, 다시 데울 때는 속까지 충분히 뜨겁게 해서 쓰세요.
아플펠크렌은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전날 만들면 서양고추냉이의 매운맛이 조금 약해져요. 미리 만든다면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하고, 먹기 직전에 서양고추냉이를 조금 더하면 향이 돌아와요.
참고 문헌
- Österreichisches Bundesministerium für Land- und Forstwirtschaft, Klima- und Umweltschutz, Regionen und Wasserwirtschaft, „Tafelspitz“(Traditionelle Lebensmittel).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bmluk.gv.at/themen/lebensmittel/trad-lebensmittel/speisen/tafelspitz.html
- Österreich Werbung(austria.info), Renate Wagner, „Tafelspitz“.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austria.info/de-at/rezepte/tafelspitz/
- ORF, „Silvia kocht“: Gekochter Tafelspitz mit Schnittlauchsauce, Apfelkren und Semmelkren.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extra.orf.at/rezepte/silvia-kocht/gekochter-tafelspitz-semmelkren-apfelkren-schnittlauchsauce102.pdf
- Angelika Kreitner-Beretits, Vienna Sunday Kitchen, „Tafelspitz Schritt für Schritt“.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vienna-sunday.kitchen/tafelspitz-schritt-fuer-schritt
- Hotel Sacher, "Tafelspitz."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sacher.com/en/tafelspit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