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방에서 탁탁탁탁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빠른 소리가 들려와요. 기름에 막 구운 피망, 토마토, 단호박이 한 무더기로 모이고, 거기에 달걀이 더해져 더욱 잘게 다져져요. 접시에 담긴 것을 찢은 빵으로 한 번 떠 먹으면 고추의 매운맛과 토마토의 단맛, 달걀의 고소함이 단번에 입에 퍼져요. 카프테지(kafteji / keftaji)는 튀니지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기름에 구운 채소를 다져 달걀과 합친 요리예요.
칼 소리가 울리는 튀니지의 부엌

카프테지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다지는 과정에 있어요. 먼저 채소를 기름에 굽고, 그다음 도마 위에서 한꺼번에 잘게 다져요. 다른 많은 요리와 반대 순서로 만드는 것이 카프테지의 재미있는 점이에요.
세계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체코의 요리 사이트 Jídlo na cestách의 필자는 튀니지를 여행했을 때 카프테지가 큰 요리의 곁들임으로 나오는 일이 많았다고 적어요. 가족 모임이나 축하 자리, 평소 식사까지 어떤 장면에도 얼굴을 내미는 요리로, 구운 고기나 생선에 곁들이기도 하고, 고기 없는 한 접시로 그대로 먹기도 하고,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도 먹는 등 먹는 법도 자유로워요.
튀니지 사람들은 카프테지를 포크가 아니라 호브즈라고 불리는 빵으로 집듯이 떠 먹어요. 빵 위에 다진 채소와 달걀을 얹어 손가락으로 꾹 모아 입으로. 접시에 남은 기름과 토마토 국물도 마지막까지 빵으로 닦아 먹는 것이 튀니지식이에요.
카프테지는 지역에 따라 속이 달라요. 내륙의 고도 카이루안의 카프테지는 대부분 청양고추와 피망으로 만들어져 매우 매운 것이 특징이에요. 수도 튀니스에서는 여기에 단호박을 더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단맛이 있는 순한 맛이 돼요.
카이루안의 매운맛, 튀니스의 단호박

튀니지의 현지 매체 Le Petit Journal Tunis는 카프테지를 카이루안 지방을 대표하는 요리로 소개해요. 카이루안의 것은 청양고추와 피망이 주역이고, 매운맛을 누그러뜨리려고 단 탄산음료(가주즈)와 함께 먹으면 좋다고 농담 섞어 권할 정도예요.
튀니스에서 단호박을 더하는 건 매운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구운 단호박의 포슬포슬한 단맛이 고추의 매운맛과 토마토의 신맛과 섞여 전체 맛에 둥근 느낌이 생겨요. 이번 레시피는 이 단호박이 든 튀니스풍이에요.
카프테지에는 감자튀김이나 소스에 졸인 깍둑 썬 감자를 곁들이기도 해요. 하리사(고추 페이스트)나 커민, 파슬리로 향을 내는 방법도 있고, 집이나 가게마다 배합이 조금씩 달라요. 맵기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집에서 만드는 즐거움이에요.
집에서 구하기 쉬운 피망과 고추로 만들어요

튀니지에서 카프테지에 쓰는 건 가늘고 긴 풋고추나 매운맛이 있는 피망이에요. 피망과 청양고추를 조합하면 가까운 맛이 나요. 맵기를 줄이고 싶다면 피망이나 꽈리고추를 많이 쓰고 청양고추의 개수를 줄이세요. 반대로 카이루안풍으로 맵게 하고 싶다면 청양고추를 늘려요.
단호박은 흔한 단호박으로 충분해요. 구운 뒤에 다지기 때문에 품종에 따른 식감 차이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요. 토마토는 잘 익은 것을 고르면 다졌을 때 국물이 많아져 전체가 촉촉하게 모여요.
간은 고수 가루와 소금, 후추뿐. 단순하지만 구운 채소의 고소함과 올리브유의 풍미로 놀랄 만큼 깊은 맛이 나요. 하리사를 더하면 튀니지다운 붉은 매운맛이 더해져요.
재료(4인분)

피망과 청양고추의 비율은 만드는 사람의 취향으로 정해도 괜찮아요. 청양고추를 2–3개로 하고 나머지를 피망으로 하면 적당히 톡 쏘는 매운맛이 돼요. 단호박은 껍질째 구운 뒤 다지기 전에 껍질을 벗기면 구울 때 덜 무너져요.
채소는 종류별로 따로 굽는 것이 중요해요. 피망과 단호박과 토마토는 익는 속도가 전혀 달라서 함께 구우면 어느 하나가 타거나 덜 익어요.
청양고추의 껍질을 벗기거나 다진 손으로 눈이나 얼굴을 만지지 마세요. 매운 성분으로 심한 통증이 생길 수 있어요. 매운 고추를 많이 쓸 때는 일회용 장갑을 끼면 안심이에요. 또 피망을 통째로 구우면 안의 공기가 부풀어 터지며 기름이 튈 수 있으니 굽기 전에 꼬치로 몇 군데 구멍을 내 두세요.
구운 피망은 뜨거울 때 볼에 담아 랩을 씌우고 5분쯤 뜸 들이면 얇은 껍질이 매끈하게 벗겨져요. 껍질이 조금 남아도 다져 버리면 입에 닿는 느낌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아요.
달걀은 너무 섞지 않는 것이 요령이에요. 흰자와 노른자가 조금 나뉜 채 굳으면 다진 채소 속에 노란색과 흰색이 얼룩덜룩 흩어져 보기에도 식감에도 강약이 생겨요.
빵으로 떠서 손가락으로 모아 먹어요

카프테지는 따뜻할 때 평평한 접시에 담고 빵을 곁들여 식탁에 내요. 빵을 찢어 카프테지를 떠서 손가락으로 꾹 모아 먹는 것이 튀니지식이에요. 감자튀김을 곁들이면 카이루안의 식당 같은 한 접시가 돼요. 구운 고기나 생선의 곁들임으로 해도 채소의 단맛과 매운맛이 요리를 돋보이게 해 줘요.
튀니스에서는 카프테지가 학생이나 일하는 사람의 점심 단골이기도 하고 달걀프라이를 얹거나 튀긴 소간을 곁들이거나 가른 빵에 채워 재빠른 샌드위치로 먹기도 해요. 빵에 듬뿍 끼우는 건 집에서도 시도하기 쉬운 먹는 법이에요. 식어도 맛이 어우러져 맛있으니 도시락 빵의 속으로도 어울려요.
같은 튀니지 요리라면 토마토와 피망을 졸여 달걀을 떨어뜨리는 샥슈카(일본어)와 먹어 비교하면 구운 뒤 다지는 카프테지와의 만드는 법 차이가 잘 보여요. 구운 채소를 으깨 만드는 샐러드 슬라타 메슈위야도 카프테지처럼 채소를 굽는 고소함이 매력이에요. 하리사의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오자(일본어)도 추천해요.
자주 묻는 질문

맵기는 어떻게 조절하면 되나요?
청양고추의 개수로 조절해요. 매운 걸 못 먹는다면 청양고추를 쓰지 않고 피망이나 꽈리고추만으로 만들어도 구운 채소의 고소함으로 충분히 맛있게 완성돼요. 맵게 하고 싶을 때는 청양고추를 늘리거나 하리사를 더하세요.
단호박이 없어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카이루안풍 카프테지는 원래 단호박을 쓰지 않고 피망과 고추가 주역이에요. 그럴 때는 단맛이 줄고 매운맛이 앞에 나오는 맛이 돼요.
달걀은 섞지 않고 달걀프라이로 해도 되나요?
다진 채소 위에 달걀을 떨어뜨리고 뚜껑을 덮어 반숙 달걀프라이처럼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어요. 다만 달걀을 풀어 섞는 편이 채소와 달걀이 하나가 된 카프테지다운 식감이 돼요.
미리 만들어 보관할 수 있나요?
한김 식힌 뒤 보관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빨리 다 드세요. 달걀이 들어 있으니 실온에 오래 두지 마세요. 다시 데울 때는 프라이팬에서 속까지 데워요.
기름에 굽는 기름이 너무 많지 않나요?
채소를 굽는 데 쓰는 기름은 많은 편이지만 그걸 전부 먹는 건 아니에요. 구운 채소를 꺼낼 때 남은 기름을 빼면 마무리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아요. 남은 기름에는 채소 향이 배어 있으니 볶음 요리 등에 쓸 수 있어요.
참고 문헌
- Le Petit Journal Tunis, “Gastronomie : l’incontournable kafteji.” (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https://lepetitjournal.com/tunis/a-voir-a-faire/gastronomie-lincontournable-kafteji-53945
- Sunheron, “What to Eat in Tunis.” (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https://sunheron.com/blog/cuisine/what-to-eat-in-tunis/
- Jídlo na cestách, “Kafteji: Chopped Fried Vegetables with Egg and Harissa.” (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https://www.jidlonacestach.cz/en/kaftej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