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수프를 빨아들이는 소리로 시작하는 튀니지의 한 그릇
냉장고 구석에서 바게트 조각이 조금 딱딱해져 있어요.
그대로는 손이 가지 않는 빵을 2–3cm로 찢어 깊은 그릇에 먼저 넣어요. 위에서 마늘과 커민을 넣은 뜨거운 병아리콩 국물을 부으면 마른 표면이 스르르 풀리고 구워진 껍질만 마지막까지 남아요.
라블라비(Lablabi)는 튀니지에서 사랑받는 병아리콩 수프예요. 고기를 졸인 진한 스튜가 아니라 콩의 둥근 단맛과 수프의 향을 빵에 빨아들이게 해서 먹는 요리예요. 마무리로 하리사, 올리브유, 레몬을 더하고 달걀이나 참치, 케이퍼, 올리브를 얹어요.
집에서 만들 때 걸리는 건 특별한 기술이 아니에요. 삶은 콩 통조림으로 짧은 시간에 끝낼 것인가, 마른 콩을 하룻밤 불려 콩 향을 낼 것인가. 커민을 냄비에 한꺼번에 넣을 것인가, 그릇에서 매운맛과 함께 더할 것인가. 이 둘을 정하면 맛의 윤곽이 흔들리기 어려워요.
삶은 콩 통조림을 쓰는 40분 레시피를 축으로, 마른 콩을 쓰는 날의 시간 배분, 빵이 너무 무너졌을 때 되돌리는 법, 튀니지 북부의 샌드위치형까지 정리해요. 맵기를 한 사람씩 바꿀 수 있어서 아침 식사에도 늦은 저녁에도 내기 좋은 한 그릇이에요.
라블라비는 병아리콩, 빵, 마늘, 커민을 중심으로 한 묽은 수프예요. 튀니지 요리 사이트에서는 요리 이름을 튀르키예어로 "구운 병아리콩"을 뜻하는 말과 엮어 설명하지만, 집에서 만들 때 어원을 외울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빵을 그릇 바닥에 두고 콩 국물을 부은 뒤 고명을 얹는 순서예요. 유키 식품(일본)의 소개에서는 딱딱해진 빵을 맛있게 먹는 가정 요리로 소개하고, 숟가락 두 개로 섞어 가며 먹는 스타일을 제시해요.
현지 식탁에서 아침에도 야식에도, 빵을 버리지 않는 지혜
라블라비는 병아리콩의 양으로 포만감을 내고 빵으로 국물을 받아 내는 요리예요. 튀니지의 식탁에서는 아침 식사나 거리의 간식으로 이야기되는 한편, 늦은 시간에 따뜻한 걸 먹고 싶을 때도 등장해요. 냄비 안에서 완성한 뒤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릇에 빵을 깔고 각자 하리사나 레몬을 더해 섞기 때문에 같은 냄비에서 맵기가 다른 한 그릇이 만들어져요.
이 점이 일반적인 콩 수프와 조금 달라요. 수프를 먼저 만들고 빵을 곁들이는 것이 아니라 빵을 먼저 놓고, 국물을 머금게 하는 시간까지 요리로 삼아요. 처음 몇 입은 껍질의 씹는 맛이 있고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부드러워지니 그릇 안에서 식감이 변해요.
고명을 고르는 데도 여지가 있어요. 달걀을 올리면 노른자가 수프에 풀리고 참치를 올리면 생선의 짠맛이 콩에 겹쳐요. 케이퍼나 올리브는 신맛과 짠맛을 더하니 전부 갖추지 않아도 요리는 성립해요. 매운맛을 냄비 전체에 섞지 않고 마지막에 각자 그릇에 두는 방법이 많은 것도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냄비를 둘러싸기 쉬운 이유예요.
하리사는 단순히 매운 소스로 다루기에는 존재감이 큰 조미료예요. 붉은 고추에 마늘, 소금, 기름, 향신료를 합친 페이스트로, 튀니지의 일상 식탁에 뿌리내린 것으로서 202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어요. 현지에서는 고추를 말리고 씨를 빼 향신료와 함께 으깨는 지식과 작업도 가족과 지역의 이어짐 속에서 전해져요.
그래서 라블라비에서는 하리사를 처음부터 많이 풀어 "매운 수프"로 만들기보다 붉은 페이스트를 조금씩 풀어 가며 먹는 편이 콩과 커민의 향을 남기기 쉬워요. 매운맛을 약하게 하고 싶은 사람의 그릇에는 기름과 레몬만, 세게 하고 싶은 사람의 그릇에는 하리사를 더해요. 한 냄비로 식탁의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요리예요.
재료(4인분)|통조림이냐 마른 콩이냐, 먼저 정해요
이번에는 삶은 콩 통조림을 써서 4인분을 만들어요. 통조림의 내용량은 제조사마다 다르니 재료표에서는 "건더기 양"을 기준으로 삼으세요.
삶은 콩 통조림을 고르는 건 손쉽게 하려는 게 아니에요. The Mediterranean Dish의 레시피에서도 통조림 또는 조리된 병아리콩이 쓰이고, 짧은 시간에 부드럽게 하는 방법으로 소개돼요. 평일에 만든다면 통조림 콩을 고르고 빵을 굽는 동안 수프를 데우는 편이 그릇에 붓는 순간의 열을 유지하기 쉬워요.
마른 콩을 쓸 때는 전날 콩의 3배 이상의 물에 불려요. 다음 날 불린 물을 버리고 새 물에 삶아 손가락으로 누르면 쉽게 으깨질 때까지 익혀 주세요. 콩이 단단한 채 수프로 가면 빵이 먼저 무너져 콩만 끝까지 남아요. 마른 콩은 향과 식감에 만족하는 대신 불리기와 삶는 시간을 포함하면 통조림 버전보다 1시간 이상 길어져요.
커민은 소량이어도 요리의 중심이 돼요
라블라비의 수프는 고추만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에요. 커민의 마른 흙 같은 향이 병아리콩의 단맛과 빵의 고소함을 하나로 이어 줘요. 가루로 소량을 쓰고 콩 요리, 구운 채소, 요거트 소스에도 돌릴 수 있다면 갖춰 둘 가치가 있어요. 이미 향이 좋은 커민을 갖고 있거나 이번만을 위해 큰 봉지를 늘리고 싶지 않다면 가진 가루로 충분해요.
지역에 따라 달라요: 그릇에 두느냐 빵에 담느냐
라블라비의 기본형은 빵을 깐 그릇에 콩과 국물을 붓는 볼이에요. 달걀, 참치, 케이퍼, 올리브를 더할지는 집이나 가게의 취향에 따라 달라요. 요리 사이트의 한 예에서는 달걀을 수프 안에서 짧게 포치해 각자의 그릇에 하나씩 놓아요. 유키 식품의 레시피는 온천 달걀과 참치를 합쳐 빵, 콩, 매운맛을 한 그릇에서 섞는 구성이에요.
지역 차로 놓칠 수 없는 건 북부 비제르트로 알려진 샌드위치형이에요. 바게트에 병아리콩, 참치, 하리사, 올리브를 채우기 때문에 같은 콩 국물이라도 "숟가락으로 먹는 아침의 그릇"에서 "손에 들 수 있는 간식"으로 모습이 바뀌어요. 빵이 국물을 빨아들이는 요리이기에 국물의 양을 줄이고 고명을 빵으로 옮기는 발상이 성립해요.
집에서 만든다면 먼저 볼형을 추천해요. 빵의 마른 정도, 국물의 진하기, 매운 정도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남은 콩이 있다면 다음 날 국물을 적게 해서 바게트에 채우고 참치와 올리브를 더하면 비제르트형 먹는 법에 가까워져요. 다만 샌드위치로 한다면 빵을 가볍게 굽고 국물을 큰술 1–2씩 더하세요. 처음부터 국물을 많이 넣으면 들어 올리는 순간 빵이 찢어져요.
향을 거칠게 으깨는 도구
마늘과 커민을 작은 절구에 으깨고 하리사를 조금 섞으면 향의 알갱이가 고르게 돼요. 다만 절구가 없어도 마늘을 곱게 다지고 커민과 물 작은술 1로 개면 같은 과정을 할 수 있어요. 하리사나 향신료를 요리마다 거칠게 으깨 페이스트를 계속 만들 사람이라면 갖출 만해요. 가루 향신료와 병조림 하리사만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나 수납 공간을 늘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칼과 작은 그릇으로 대신할 수 있어요.
맛이 정해지지 않을 때는 냄비를 졸이지 않아요
라블라비를 만들며 처음 의심하는 건 맛이 싱거운 거예요. 하지만 수프를 오래 졸이면 빵을 받아 줄 여백이 사라지고 콩 껍질도 갈라지기 쉬워요. 맛보는 순서를 소금, 커민, 레몬, 하리사로 나누세요.
짠맛이 모자라면 한 꼬집씩 추가해요. 향이 약하면 커민을 소량 더하고 신맛이 모자라면 레몬을 작은술 1씩 더해요. 매운맛만 원한다면 하리사를 그릇에 두고 냄비 전체를 맵게 하지 않아요.
반대로 너무 맵다면 콩과 물을 더해 약불로 3분 데우고 레몬과 올리브유로 모난 맛을 둥글게 해요. 물만 한꺼번에 넣으면 맛이 흐려지니 50ml씩 더한 뒤 맛을 보세요. 빵을 넣은 뒤 국물이 모자라면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붓고 콩이 으깨지지 않게 그릇 가장자리에서 돌려 부어요.
보관은 콩과 국물을 나누고 빵은 그날 넣어요
완성한 라블라비는 빵이 국물을 계속 빨아들이므로 만든 날의 식감이 가장 알아보기 쉬워요. 다음 날로 미룬다면 빵과 달걀, 참치, 양념을 따로 하고 콩과 수프만 보관해요. 한김 식으면 얕은 용기에 소분하고 냉장 2일 이내를 기준으로 다 쓰세요.
일본 후생노동성은 남은 음식을 빨리 식히기 위해 얕은 용기에 소분하고 다시 데울 때도 75℃ 이상을 기준으로 충분히 가열하도록 안내해요. 냄비째 실온에 계속 두지 말고 먹을 만큼만 다른 냄비로 옮겨 보글보글할 때까지 데워요. 빵은 먹기 직전에 다시 굽고 달걀과 참치도 그날 담아요.
냉동한다면 콩과 국물만 1회분씩 식혀요. 해동 뒤에는 콩 껍질이 갈라지기 쉽고 국물도 조금 진해지니 데울 때 물을 50–100ml 더해요. 완성 후의 빵이 든 것을 냉동하는 방법은 식감 변화가 커서 추천하지 않아요.
달걀을 반숙으로 쓸 때는 구입한 달걀의 표시와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충분히 익히고 싶은 사람은 노른자까지 익히세요. 참치, 하리사, 빵에는 제품마다 원재료나 알레르기 표시가 달라요. 밀, 달걀, 생선, 깨 등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재료를 바꾸기 전에 표시를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라블라비는 카레 맛 수프인가요?
카레 가루가 주역인 요리가 아니에요. 커민과 마늘의 향에 하리사의 고추, 레몬, 올리브유를 겹친 맛이에요. 집에 있는 카레 가루를 쓰는 레시피도 있지만 커민을 중심으로 하는 편이 콩과 빵의 맛이 보여요.
빵은 굽지 않고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전날의 빵을 그대로 쓰면 국물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올라 부드러운 부분이 빨리 생겨요. 표면을 4–6분 구우면 처음 몇 입에 고소함이 남아요.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면 굽지 않고, 식감을 오래 남기고 싶다면 얇게 굽는 식으로 고르세요.
하리사를 구할 수 없을 때는?
맵지 않은 라블라비로 만들어 식탁에서 고추 페이스트를 조금씩 더해도 돼요. 대용품을 만든다면 고추 페이스트에 커민, 마늘, 올리브유, 레몬을 조금 섞어요. 두반장은 발효한 감칠맛과 짠맛이 강하니 쓴다면 작은술 1/2부터 시작하고 소금을 나중에 조절하세요.
병아리콩 껍질이 신경 쓰여요
삶은 콩 통조림을 씻을 때 뜬 껍질만 걷어 내고 전부 벗길 필요는 없어요. 수프 안에서 일부가 으깨질 때까지 약불로 끓이면 얇은 껍질의 존재감이 줄어요. 완전히 매끄럽게 하고 싶다면 콩을 국자 등으로 2–3번 으깨지만, 너무 으깨면 빵이 빨아들이는 국물이 무거워져요.
다음에 튀니지 요리를 만든다면?
매운맛과 달걀을 겹치는 방법을 넓히려면 채소와 달걀을 토마토로 끓이는 튀니지의 샥슈카(일본어)가 이어져요. 얇은 껍질에 달걀이나 감자를 싸는 브릭(일본어)으로 나아가면 하리사를 "섞는" 요리에서 "곁들이는" 요리로 구분해 쓸 수 있어요. 콩과 수프의 조합을 북아프리카에서 비교하고 싶은 날은 알제리의 쇼르바 프리크도 참고가 돼요.
참고 문헌
- 유키 식품(Youki Foods, 일본) 「라블라비(병아리콩 조림)」 https://world.youki.co.jp/recipe/tunisia/tunisia03/ (2026년 8월 9일 참조・확인, JST)
- Cuisine Tunisienne 「Recette Lablabi」 https://www.cuisinetunisienne.tn/lablabi/ (2026년 8월 9일 참조・확인, JST)
- Cuisine Tunisienne 「Recette Sandwich lablabi」 https://www.cuisinetunisienne.tn/recette-sandwich-lablabi/ (2026년 8월 9일 참조・확인, JST)
- The Mediterranean Dish 「Lablabi (Tunisian Chickpea Stew)」 https://www.themediterraneandish.com/lablabi-tunisian-chickpea-stew/ (2026년 8월 9일 참조・확인, JST)
- Associated Press 「Chili paste heats up dishes and warms hearts at northeastern Tunisia’s harissa festival」 https://apnews.com/article/tunisia-harissa-festival-nabeul-food-6d20f00f3f8f0281520c512e4b036f01 (2026년 8월 9일 참조・확인, JST)
- 일본 후생노동성 「가정에서의 식중독 예방」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kenkou_iryou/shokuhin/syokuchu/01_00008.html (2026년 8월 9일 참조・확인, J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