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속에서 노란 반죽이 천천히 무거워져요. 주걱을 한 번 움직이면 냄비 바닥에 줄이 하나 남았다가 몇 초에 걸쳐 조용히 되돌아가요. 불을 끄고 틀에 부으면, 아직 말랑한 콩 반죽이 식으면서 칼로 썰 수 있는 '두부'가 돼요.
토후 토케(tohu thoke)는 미얀마 샨 지방에서 먹어 온 병아리콩 두부 샐러드예요. 두유를 간수로 굳히는 두부와 달리, 병아리콩 가루와 물을 가열해 전분의 힘으로 굳혀요. 콩의 달콤한 향이 남은 노란 반죽에 양배추, 토마토, 적양파, 튀긴 마늘, 땅콩을 올리고 타마린드의 신맛과 피시소스의 짠맛으로 버무려요.
겉모습은 샐러드지만 먹을 때의 중심은 두부예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반죽은 매끈하고 약간 탄력이 있어서 채소의 수분을 받아 줘요. 병아리콩 가루만 구하면 집 부엌에서도 맛의 중심을 벗어나지 않고 만들 수 있어요. 발효 찻잎 샐러드인 라펫 토케나 아침에 먹는 모힝가와는 달리, 콩과 채소를 한 접시에 담아 먹는 미얀마 찻집의 요리예요.
샨 지방 두부의 유래와 찻집의 식탁

두유를 쓰지 않는 '두부'
샨주는 미얀마 동부의 고원 지대로 중국, 라오스, 태국과 맞닿아 있어요. 산간의 식문화에는 쌀, 콩, 발효 식품, 향채소를 쓴 요리가 많고, 샨 국수나 찹쌀과 함께 병아리콩으로 만드는 두부도 알려져 있어요. 병아리콩 가루를 물에 풀어 끓이는 방법이라 두유를 짜는 과정이 필요 없고, 가루를 상비해 두면 필요한 만큼만 만들 수 있어요.
영어로는 “Burmese tofu”나 “Shan tofu”라고 부르지만, 하나의 배합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병아리콩 가루, 소금, 물을 기본으로 하는 가정식 방법이 있는 한편, 노란 쪼갠 콩을 쓰는 가게의 반죽도 있어요. 하얗고 매끈한 두부를 떠올리면 조금 다른 것이 나와요. 완성된 식감은 폴렌타에 가까운,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콩 반죽이에요.
샨식, 버마식, 그리고 샐러드
샨 지방에서 먹는 노란 두부는 튀김이나 국수의 고명으로도 써요. 미얀마 중부에서 널리 만드는 병아리콩 가루 두부는 노란 반죽을 썰어 샐러드로 만들거나 튀김옷을 입혀 튀겨요. 샨 지역에는 쌀가루로 만든 하얀 두부도 있어서, 같은 '두부'라도 원료에 따라 색, 향, 탄력이 달라져요.
이 요리의 기원을 한 가게나 한 마을로 고정할 수는 없지만, 샨주에서 시작된 두부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역 차이는 원료뿐 아니라 써는 방식, 튀기느냐 차게 버무리느냐, 곁들이는 향미 재료에서도 나타나요. 집에서 만드는 이 배합은 그중 한 예일 뿐이며, 현지 모든 가정과 찻집을 대표하지는 않아요.
토후 토케는 그 두부를 채소와 버무린 요리예요. 미얀마의 샐러드는 잎채소만 먹는 요리가 아니라, 콩, 국수, 튀김, 발효 식품을 신맛과 기름으로 묶어 내는 요리예요. 토후 토케에도 타마린드의 과일 향, 피시소스나 간장의 짠맛, 고추, 튀긴 마늘, 견과류의 고소함이 겹쳐요. 신맛이 너무 강하면 콩의 단맛이 사라지므로, 처음부터 드레싱을 전부 붓지 말고 맛을 보면서 더하는 편이 가정에서 하기 좋아요.
미얀마 찻집은 낮은 의자와 작은 탁자에 둘러앉아 차와 간식을 먹고, 대화나 일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해요. 토후 토케 같은 작은 접시 요리는 혼자 다 먹는 주식이라기보다 국수와 차 사이에 곁들이거나 여럿이 나눠 먹는 방식에 어울려요. 집에서 만들 때도 차게 식힌 두부를 큰 접시 가운데에 놓고 채소와 고소한 토핑을 각자 섞어 먹으면 찻집의 분위기가 나요.
재료와 대체 방법

4인분이에요. 두부만 먼저 만들고, 식히는 동안 채소와 드레싱을 준비해요. 반죽의 수분을 줄일수록 단단해지지만, 너무 줄이면 콩 향보다 가루 맛이 앞에 나와요. 이 배합은 샐러드에 섞어도 잘 부서지지 않고, 젓가락으로 들었을 때 부드럽게 휘는 단단함이에요.
타마린드는 페이스트의 농도와 씨가 남은 정도에 따라 신맛이 달라져요. 라벨에 농축도 표시가 있으면 물로 풀기 전에 확인하세요. 딱딱한 페이스트를 그대로 버무리면 한곳에 뭉쳐서 토마토만 시어지므로, 뜨거운 물로 풀어서 거르세요.
병아리콩 가루는 원재료가 병아리콩뿐인 베산 가루를 고르는 것이 첫째 조건이에요. 팔라펠용 양념 믹스나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간 가루는 가열 중의 점도와 향이 달라져요.
대체해도 남는 것, 달라지는 것
병아리콩 가루가 없을 때 옥수수 전분만으로 굳히는 방법은 권하지 않아요. 모양은 만들 수 있지만 콩 향이 없고, 식으면 딱딱한 젤리처럼 돼요. 꼭 시도하고 싶다면 병아리콩 가루의 절반을 노란 쪼갠 콩 가루로 바꾸는 편이 콩의 풍미와 포슬한 식감을 남겨요. 쌀가루만으로 바꾸면 하얗고 끈기 있는 다른 두부에 가까워지니, 샨 지방의 하얀 두부를 염두에 둔 응용으로 다뤄 주세요.
타마린드 대신 쌀식초를 합계 30ml 쓰면 신맛은 산뜻해지지만 과일 같은 둥근 맛이 줄어요. 피시소스를 빼고 간장과 소금으로 하면 채식으로 만들 수 있지만, 발효한 생선의 향과 여운은 사라져요. 바꾼다면 한 번에 전부 바꾸지 말고, 신맛이나 짠맛 중 하나에만 그치세요. 그래야 두부의 맛을 놓치지 않아요.
조금만 만든다면 쌀식초로 대신해도 식탁은 충분히 성립해요. 신맛의 깊이를 요리의 중심에 두고 싶은 사람이나 동남아 요리를 이어서 만드는 사람에게는 타마린드를 갖춰 두는 것이 좋아요.
만드는 법

밑준비부터 식히기까지
두부는 끓인 뒤 갑자기 굳는 게 아니라 냄비 속에서 조금씩 점도가 올라가요. 센 불로 짧게 끝내려 하면 냄비 바닥만 굳고 위쪽은 가루 맛이 남기 쉬운 요리예요. 거품기를 냄비 바닥에 대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저으면 상태를 판단하기 쉬워요.
부은 반죽이 수면처럼 계속 흔들리면 가열이 부족한 거예요. 틀에서 냄비로 되돌려 중약불에서 1~2분씩 다시 저어 주세요. 반대로 주걱이 움직이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면 뜨거운 물을 1큰술씩 더해 매끈하게 되돌려요. 찬물을 넣으면 온도가 내려가 덩어리가 늘어요.
가루의 종류나 습도에 따라 필요한 수분이 조금 달라져요. 처음부터 물을 줄여 단단하게 하기보다 600ml로 젓기 시작해서 마지막 2분의 점도로 판단하는 편이 실패를 되돌리기 쉬운 배합이에요. 두껍게 붓고 싶다면 같은 양을 작은 틀에 넣고, 얇게 하고 싶다면 20cm 정사각으로 펼쳐요. 두께가 바뀌면 식는 시간도 달라지므로 표면뿐 아니라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확인하세요.
새콤한 드레싱을 만들어 버무리기

마늘과 견과류로 찻집다운 고소함 더하기
토후 토케의 맛은 두부에 양념을 배게 하기보다 표면에 신맛, 향, 식감을 겹쳐서 살아나요. 채소의 수분이 많으면 드레싱이 묽어지므로, 썬 양배추와 토마토는 키친타월로 표면의 물기를 눌러 닦아요. 토마토를 물에 담글 필요는 없어요.
식탁에서 먹는 법과 자주 묻는 질문

차와 함께, 또는 가벼운 점심으로
버무린 직후에는 양배추가 아삭하고 두부의 차가움이 두드러져요. 5분쯤 두면 타마린드의 신맛이 채소에 옮겨 가고 두부 표면이 조금 촉촉해져요. 식감을 우선하면 버무린 직후, 맛을 어우러지게 하고 싶다면 5분 뒤가 먹기 좋은 때예요.
미얀마 찻집에서는 뜨거운 차와 간식을 낮은 탁자에 늘어놓고 여럿이 접시를 나눠요. 토후 토케만으로 가볍게 끝낸다면 튀긴 마늘과 견과류를 넉넉히 해서 콩의 포만감을 내요. 다른 요리와 함께 낸다면 드레싱을 적게 해서 옹노 카욱스웨 같은 진한 국수 요리 사이의 입가심으로 삼아요.
피시소스 향이 강하게 느껴져도 미얀마 찻집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피시소스는 제품마다 염도와 발효 향이 다르니, 다음에 만들 때는 10ml부터 시작해서 타마린드 20g과의 균형을 보세요. 두부의 단맛이 남고 견과류와 마늘의 향이 뒤따라온다면 맛의 중심은 맞은 거예요.
피시소스는 생선을 발효한 향과 짠맛을 더해 타마린드의 신맛을 받쳐 줘요. 생선을 쓰지 않을 때는 연한 간장 25ml와 소금 1g으로 바꾸지만, 향이 올라오는 정도는 순해져요. 구입하기 전에 라벨의 원재료, 용량, 생선의 종류를 확인하세요.
보관 기준
두부만이라면 한 김 식힌 뒤 깨끗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으로 다음 날까지 먹는 것을 기준으로 해요. 채소와 버무린 뒤에는 물이 나오기 쉬우니 당일 안에 드세요. 미리 만들어 둔다면 두부, 채소, 드레싱, 토핑을 따로따로 식혀 두었다가 식탁에서 합쳐요. 냉동하면 두부의 수분이 빠져 까끌까끌해지기 쉬우니 맞지 않아요.
맛을 바꾸는 6가지 갈래
- 채식으로 만들기: 피시소스를 연한 간장 25ml와 소금 1g으로 바꿔요. 짠맛은 유지되지만 생선의 발효 향은 사라져요.
- 튀긴 두부로 만들기: 식은 두부에 쌀가루를 얇게 묻혀 적은 기름에 양면을 구워요. 겉이 고소해지고 샐러드보다는 찻집의 간식에 가까워져요.
- 따뜻한 두부로 버무리기: 식히는 시간을 줄이고 썬 두부를 따뜻한 채로 채소에 더해요. 양배추가 조금 숨이 죽고 콩 향이 앞으로 나와요.
- 쪼갠 콩의 풍미 더하기: 노란 쪼갠 콩 가루를 구할 수 있다면 병아리콩 가루의 절반을 바꿔요. 콩 향이 강해지고 색은 조금 옅어져요.
- 하얀 두부에 가깝게 하기: 병아리콩 가루 전량을 쌀가루로 바꾸면 끈기와 투명감이 있는 다른 반죽이 돼요. 수분량이 달라지므로 같은 양으로 바꾸지 말고 포장지의 가열 표시를 우선하세요.
- 신맛을 가볍게 하기: 타마린드 20g을 쌀식초 15ml로 바꾸고 설탕을 6g으로 줄여요. 과일 맛이 약해지고 토마토의 맛이 앞에 나와요.
마른 고추를 직접 굵게 부수면 고춧가루보다 향의 알갱이가 남아요. 조금이라면 칼로 다질 수 있고, 자주 만든다면 알갱이 크기를 맞출 수 있는 향신료 분쇄기가 도움이 돼요. 이미 절구가 있는 사람이나 매운맛을 나중에 뿌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어요.
자주 묻는 질문
Q1. 대두 알레르기가 있어도 먹을 수 있나요?
두부 자체는 대두를 쓰지 않아요. 다만 드레싱의 간장에는 대두가 들어 있고, 제품에 따라 밀도 쓰여요. 피시소스에도 생선이 들어 있어서, 두부가 식물성이라고 해서 전체가 자동으로 알레르기 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병아리콩, 땅콩, 흰깨를 포함해 쓰는 제품의 표시를 확인하세요.
Q2. 두부가 굳지 않아서 썰 수 없어요.
냄비에서의 가열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반죽이 주걱에서 굵은 띠로 떨어지고 냄비 바닥의 줄이 2초 정도 남을 때까지 중약불에서 저으세요. 그래도 묽으면 냄비에 되돌려 뜨거운 물은 더하지 말고 1~2분씩 가열하세요. 수분이 많은 가루나, 가루를 물에 바로 넣어 덩어리가 진 경우에는 눈이 고운 체로 거른 뒤 다시 가열해요.
Q3. 타마린드가 없어요. 식초만으로 만들 수 있나요?
쌀식초 30ml와 설탕 8~10g으로 대신할 수 있어요. 타마린드의 흑설탕 같은 향은 약해지지만, 새콤한 샐러드로서는 잘 어우러져요. 레몬즙을 쓰면 향이 밝아지니 버무린 직후에 먹는 것이 어울려요. 시간을 둔다면 쌀식초가 양배추의 수분과 부딪히지 않아요.
Q4. 병아리콩 가루 대신 말린 병아리콩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말린 병아리콩을 하룻밤 물에 불리고 물기를 충분히 뺀 뒤 물과 함께 곱게 갈아서 천이나 고운 체로 걸러요. 가라앉은 콩물을 가열해서 굳히기 때문에 가루로 만드는 것보다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콩 향도 강해요. 불린 콩을 실온에 계속 두지 않도록 더운 시기에는 냉장고를 쓰세요.
Q5. 전날 만들어도 괜찮나요?
두부만이라면 전날 굳혀 식혀 둘 수 있어요. 채소와 드레싱, 튀긴 마늘, 견과류는 따로 두고 먹기 직전에 합쳐요. 버무린 채로 하룻밤 두면 토마토와 양배추에서 물이 나오고 두부 모서리도 무너져요. 다음 날 들고 가야 한다면 보냉을 하고 실온에 오래 두지 마세요.
참고 자료
- Healthy Nibbles, “How to Make Shan Tofu (Chickpea Tofu)”: https://healthynibblesandbits.com/how-to-make-shan-tofu-chickpea-tofu/ (2026년 8월 14일 참조·확인)
- Bon Appétit, “Why This Burmese Tofu Is Made With Chickpeas, Not Soy”: https://www.bonappetit.com/story/burmese-chickpea-tofu-burma-superstar (2026년 8월 14일 참조·확인)
- Wikipedia, “Burmese tofu”: https://en.wikipedia.org/wiki/Burmese_tofu (2026년 8월 14일 참조·확인)
- Myanmar Tea Association, “Heritage”: https://www.myanmartea.org/heritage (2026년 8월 14일 참조·확인)
- The Irrawaddy, “Mandalay’s Changing Tea Shop Culture”: https://www.irrawaddy.com/photo-essay/mandalays-changing-tea-shop-cultu.html (2026년 8월 14일 참조·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