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 버터 속에서 천천히 색이 나고, 소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거기에 와인 식초를 부은 순간 코를 찌르는 신 김이 부엌에 피어올라요. 뚜껑을 덮고 약불에 올려 2시간, 3시간. 신맛의 모서리는 사라지고 양파는 녹아 소스의 일부가 되며, 정향과 월계수 향을 두른 짙은 갈색 스튜가 남아요. 네덜란드 겨울 식탁에 오르는 하셰(hachee)예요.
재료는 소고기와 양파, 거기에 식초와 향신료. 어느 집에나 있는 재료뿐이지만, 식초로 끓여 고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오래된 지혜가 이 요리의 맛을 정해요. 곁들이는 것은 으깬 감자와 붉은 양배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추운 날의 저녁 식사를 떠올리게 하는 조합 중 하나예요.
다진 고기 조림에서 겨울 대표 요리로

하셰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동사 hacher(다지다, 잘게 하다)의 과거분사 hachée에서 왔어요. 원래는 익힌 고기를 다시 다져서 끓인 요리로, 냄비에 삶고 남은 고기를 손에 있는 채소와 함께 한 번 더 끓이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여겨져요. 단단해진 고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와인이나 식초를 넣었다는 설명도 있어요. 중세 연회 요리로 ‘하셰’라는 이름이 나오기는 하지만, 당시의 조리법은 기록에 남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해요.
레시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오래된 예 중 하나가 19세기 중엽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가정서 《Betje, de goedkoope keukenmeid》(베치에, 알뜰한 부엌 하녀)예요. 네덜란드 식문화사를 다루는 사이트 Coquinaria를 운영하는 크리스티안 무서스(Christianne Muusers)에 따르면, 1850년 초판과 1851년경 제2판에 실린 하셰는 식은 익힌 소고기를 깍둑썰기 해서 양파, 흑설탕, 후추, 정향 가루, 소금, 감자 전분, 그리고 식초나 적포도주와 함께 약 3시간 끓이는 것이었어요. 남은 고기를 쓰는 알뜰 요리였다는 것이 레시피에서도 잘 보여요.
지금의 네덜란드에서는 아침 식사로 먹는 호밀 향신료 케이크(ontbijtkoek, peperkoek)를 부숴 하셰 소스에 넣는 방식이 잘 알려져 있어요. 케이크가 소스에 녹아 걸쭉함을 더하고, 은은한 단맛과 향신료 향을 보태 줘요. 사과 시럽(appelstroop)을 넣는 방식도 있어요.
요즘의 하셰는 남은 고기가 아니라 날 스튜용 소고기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네덜란드 거주 외국인을 위한 정보 사이트는 하셰를 “고기나 생선, 닭고기와 채소를 식초, 정향, 월계수 잎으로 진한 그레이비에 끓인 것”으로 소개해요. 기본 형태는 변하지 않아서, 소고기와 양파를 식초와 향신료로 오래 끓이는 것이에요. 신맛, 단맛, 향신료 세 가지가 갖춰져야 비로소 하셰다워지니 집에서 만들 때는 어느 하나도 빼지 않는 것이 요령이에요. 무서스는 이 맛을, 식초와 향신료 케이크 덕분에 “거의 중세 요리 같은” 풍미라고 표현해요.
재료(4인분)

Coquinaria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바꾼 가정용 배합이에요.
가장 구하기 어려운 것은 네덜란드의 향신료 케이크예요. 호밀가루와 꿀, 계피나 정향 같은 향신료로 구운 묵직한 케이크로, 네덜란드에서는 아침에 버터를 발라 먹어요. 수입 식료품점에서 프랑스의 팽 데피스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가장 가까운 대체품이에요. 없을 때는 호밀빵과 흑설탕으로 걸쭉함과 은은한 단맛만이라도 보충하면 소스의 인상이 꽤 가까워져요. 정향, 카르다몸, 월계수 잎은 슈퍼마켓 향신료 코너나 온라인에서 갖출 수 있어요.
정향은 아주 소량이어도 향이 강한 향신료예요. 3개를 넘기면 소스에서 약 냄새가 나요. 통째로 넣고 먹기 전에 건져 낼 수 있게 해 두면 향의 정도를 조절하기 쉽고 입에 걸리지도 않아요.
하셰 만드는 법
밑준비에 약 15분, 끓이는 데는 최소 1시간이 걸리지만, 2시간 반에서 3시간 들이면 고기가 포슬포슬 풀어질 만큼 부드러워져요. 끓이는 동안 냄비는 거의 그냥 둘 수 있어서, 그 사이에 곁들임을 준비할 수 있어요.
소고기를 구울 때와 식초를 넣은 뒤 처음 가열할 때는 기름이나 김이 튀어요. 식초의 김은 눈에 따갑기 쉬우니 얼굴을 냄비에 너무 가까이 대지 마세요. 또 향신료 케이크나 빵을 쓰므로 밀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주의하세요.
식초를 넣은 직후에는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끓이는 동안 모서리가 깎여 나가요. 맛은 1시간 넘게 끓인 뒤에 보고, 그래도 시면 흑설탕을 작은술 1씩 더하세요.
으깬 감자와 붉은 양배추를 곁들여

하셰의 곁들임으로는 으깬 감자와 붉은 양배추가 잘 어울려요. 감자 1kg의 껍질을 벗겨 크기를 맞추고, 소금을 넣은 찬물에서부터 삶아요. 15–20분 뒤 포크가 쑥 들어가면 물을 버리고 삶은 물을 조금 남겨 둬요. 뜨거울 때 으깨고, 버터 큰술 1과 데운 우유나 삶은 물을 조금씩 더하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어요. 후추와 너트메그로 향을 내면 완성이에요. 으깬 감자는 식으면 단단해지니, 하셰가 다 끓는 시간에 맞춰 으깨는 것이 요령이에요.
붉은 양배추는 네덜란드에서도 사과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끓이는 것이 정석이에요. 병조림 붉은 양배추 식초 절임(독일의 로트콜)을 수입 식료품점에서 구할 수 있고, 데우기만 하면 곁들일 수 있어요. 하셰의 짙은 갈색 소스, 으깬 감자의 흰색, 붉은 양배추의 보라색이 나란히 놓이면 접시 위에 색의 대비가 생겨 네덜란드 겨울 식탁다운 한 접시가 돼요.
Coquinaria에서는 붉은 양배추, 하셰, 으깬 감자 순으로 내열 접시에 겹쳐 빵가루와 버터를 얹고 180°C 오븐에서 30분 넘게 굽는, 오븐 요리로 먹는 법도 소개해요. 스튜가 남은 날 해 보면 다른 요리로 즐길 수 있어요.
접시 위에서 섞어 가며 먹기

접시에 으깬 감자를 담고 숟가락 등으로 가운데를 오목하게 만든 뒤, 거기에 하셰를 소스째 듬뿍 올려요. 옆에는 붉은 양배추. 먹을 때는 소스와 감자를 포크로 조금씩 섞어 가며 입으로 가져가요. 식초와 향신료가 밴 진한 소스가 감자에 스며들어 딱 알맞은 간이 돼요.
네덜란드의 겨울 가정 요리에는 으깬 감자에 채소를 섞는 스탐폿(stamppot)도 있어서, 하셰와 함께 추운 계절의 대표 요리예요. 소고기를 양파와 함께 맥주로 끓이는 벨기에의 카르보나드(Carbonnade)와 비교하면, 같은 저지대 지방의 스튜여도 맥주의 달고 쓴맛과 식초의 신맛이라는 차이가 분명히 느껴져요.
자주 묻는 질문

향신료 케이크가 없어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향신료 케이크는 걸쭉함과 단맛, 향신료 향을 보태는 역할이라 없어도 하셰는 돼요. 소스가 묽으면 마지막에 졸이는 시간을 길게 잡으세요. 호밀빵과 흑설탕, 또는 팽 데피스로 대체하면 본래 맛에 가까워져요.
곡물 식초를 써도 되나요?
쓸 수 있지만 와인 식초보다 신맛이 날카롭기 쉽고 향도 달라져요. 곡물 식초를 쓸 때는 큰술 2로 줄이고, 끓인 뒤에 맛을 보고 더하세요.
고기가 좀처럼 부드러워지지 않아요.
부위에 따라 3시간 넘게 걸리기도 해요. 뚜껑을 덮고 아주 약한 불로 계속 끓이세요. 불을 세게 하면 고기가 단단히 오그라들고 소스도 눌어붙기 쉬워요.
압력솥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지만, 양파와 고기를 볶은 뒤 가압 시간은 솥의 설명서를 따르세요. 압력솥에서는 수분이 줄지 않으니 육수를 300ml로 줄이고, 가압 뒤 뚜껑을 열어 졸여서 걸쭉하게 해요.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스튜라서 다시 데우기에 알맞아요. 식힌 뒤 냉장고에 넣고, 데울 때는 냄비 바닥부터 섞어 전체를 충분히 가열하세요. 이 글에서는 보관 일수의 기준은 근거를 확인하지 못해 안내하지 않아요.
참고 자료
- Coquinaria, Christianne Muusers, "Dutch beef stew or 'hachee'." (2026년 10월 22일 참조 및 확인) https://coquinaria.nl/en/dutch-beef-stew/
- IamExpat in the Netherlands, "Traditional foods of the Netherlands." (2026년 10월 22일 참조 및 확인) https://www.iamexpat.nl/lifestyle/dutch-food-cuisine-dishes/traditional-foods-netherlands
- Wikipedia, "Hachee." (2026년 10월 22일 참조 및 확인) https://en.wikipedia.org/wiki/Hach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