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섬이 길러 낸 '황금빛 밥'
페르시아만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 바레인. 한때 천연 진주 산지로 번영했고, 지금은 금융과 석유로 풍요로운 나라예요. 수 세기에 걸쳐 교역로가 실어 온 향신료의 기억이 요리에 새겨져 있어요. 그 집대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마츠부스(Machboos / Machbūs / مچبوس) 예요.
마츠부스는 중동 요리(일본어)의 쌀 요리 가운데서도 걸프 지역만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한 접시로, 바스마티 쌀을 닭고기(또는 양고기·생선)와 걸프 향신료로 함께 지은 황금빛 밥이에요. 쓰는 향신료는 루미(말린 라임), 카다멈, 시나몬, 정향 등이에요. 한입 먹으면 카다멈의 청량한 향이 코끝을 지나가요. 이어서 말린 라임의 신맛이 은근히 퍼지고, 닭고기의 감칠맛을 머금은 밥알이 입안에서 풀려요.
인도의 비리야니, 이란의 폴로, 사우디의 캅사.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나라마다 저마다의 쌀 요리가 있어요. 마츠부스는 말린 라임(루미)의 신맛을 살리고, 집집마다 다른 향신료 배합으로 짓는다는 데 개성이 있어요. 바레인에서는 가족이 모이는 날이나 손님이 오는 날에 빠질 수 없는 요리로 사랑받고 있어요.
아랍어 '마크부스(مكبوس)'는 '눌러 넣다·채워 넣다'를 뜻하는 어근(ك-ب-س)에서 온 말로, 걸프 지역 발음으로는 마츠부스(مچبوس)라고 불러요. 쌀에 고기와 향신료를 채워 넣듯 짓는 요리를 가리켜요. 바레인 외에도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에서 널리 먹고, 나라마다·집집마다 향신료 배합과 조리법이 달라요.
우즈베키스탄의 플로프(일본어)나 인도의 비리야니처럼 향신료 밥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마츠부스는 페르시아만 특유의 말린 라임과 베자르 향신료가 만들어 내는 유일무이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현지 조리법을 구하기 쉬운 재료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요.
재료(4인분)
홀 향신료(카다멈, 정향, 시나몬 등)는 개봉 후 6개월이 지나면 풍미가 빠르게 떨어져요. 마츠부스의 향은 향신료의 품질과 직결되므로 되도록 신선한 홀 향신료를 써 주세요. 가루 향신료(강황, 커민 등)는 더 빨리 변하므로 소량 포장을 사는 것을 추천해요. 향신료는 밀폐해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철칙이에요.

바스마티 쌀은 최소 30분, 여유가 있으면 1시간 불리는 것이 기준이에요. 너무 짧으면 심이 남고, 너무 길면 지을 때 부서지기 쉬워요.
바레인에서는 냄비 바닥에 생기는 누룽지를 '하카카(Hakaka)' 라고 부르며 가장 맛있는 부분으로 귀하게 여겨요. 다 지은 뒤 약불로 3~5분 더 가열하면 바삭한 누룽지가 생겨요. 우리의 누룽지와 같은 문화가 페르시아만에도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공통점이에요.
조리 요령
말린 라임(루미)은 마츠부스의 '숨은 맛'이 아니라 '주인공 향신료'예요. 칼등으로 살짝 깨서 쓰면 안의 마른 과육이 국물에 녹아 나와 감귤의 신맛과 훈제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퍼져요. 2개로 부족하면 3개로 늘려도 괜찮아요. 다 지은 뒤 밥 속에서 말린 라임을 꺼내는 것을 잊지 마세요. 통째로 먹으면 강렬한 신맛에 깜짝 놀라요.
사프란은 미지근한 물(60도 정도)에 10분 이상 담갔다가 써요. 손끝으로 살짝 부수고 담그면 적은 양으로도 색과 향이 잘 나요.
바스마티 쌀을 고슬고슬하게 짓는 요령은 세 가지예요. 첫째, 30분 이상 불리기. 둘째, 밥물은 쌀 부피의 1.2~1.3배(이 레시피에서는 쌀 400g에 국물 600ml). 셋째, 다 지으면 포크로 풀기(주걱으로 누르지 않기). 찰기 있는 쌀과는 정반대로 다뤄야 해요.
마츠부스의 닭고기는 '굽기→끓이기→굽기'의 단계별(정확히는 3단계) 조리가 특징이에요. 처음 굽기로 감칠맛을 가두고, 끓이면서 향신료를 스며들게 하고, 마지막 그릴로 껍질을 바삭하게 마무리해요. 이 수고가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을 만들어요. 번거롭다면 마지막 그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지만 맛의 완성도는 떨어져요.
응용·변형
생선 마츠부스(마츠부스 사막)
닭고기 대신 흰살생선(농어, 도미 등) 토막 4조각을 써요. 걸프 지역에서는 하무르(Hamour, 바리과 생선의 일종) 등으로 만드는 생선 마츠부스도 즐겨 먹어요. 생선은 끓이지 않고 향신료를 문질러 그릴에 구운 뒤, 다 지은 밥 위에 올려요.
양고기 마츠부스(마츠부스 라함)
닭고기 대신 뼈 있는 양고기 600g을 써요. 양고기는 닭고기보다 오래 끓여야 해서 4단계의 끓이는 시간을 40분으로 늘려요. 고기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면 물을 더해 10분씩 더 끓여 주세요.
새우 마츠부스(마츠부스 루비안)
닭고기 대신 큰 새우 12마리를 써요. 새우는 향신료와 5분 볶기만 해도 익어서 조리 시간이 크게 줄어요. 국물은 물과 치킨 스톡으로 만들고, 새우는 밥이 다 되기 5분 전에 밥 위에 올려 뜸을 들이면 질겨지지 않아요.
비리야니풍 마츠부스
5단계를 '층층이 짓기'로 응용해요. 냄비 바닥에 쌀의 절반, 가운데에 닭고기와 국물, 그 위에 남은 쌀을 겹치고, 사프란 물을 위에서 둘러 뿌린 뒤 약불에서 25분 지어요. 남아시아의 비리야니 기법을 마츠부스에 응용한 '하이브리드'로, 위층과 아래층에 맛의 농담이 생겨 한 접시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채식 마츠부스
닭고기 대신 병아리콩(통조림 400g)과 가지 2개를 써요. 가지는 1cm 두께로 둥글게 썰어 그릴에 굽고, 병아리콩과 함께 밥에 넣어 지어요. 고기 육수가 없는 만큼 말린 라임을 3개로 늘리면 맛이 흐려지지 않아요.
이 요리의 배경
페르시아만 교역로가 만든 맛
바레인의 음식 문화는 지리적 위치를 반영해요. 페르시아만 한가운데에 있는 바레인은 고대 딜문 시대부터 교역의 중계지였어요. 인도 아대륙, 페르시아와의 왕래 속에서 쌀과 향신료를 쓰는 요리가 걸프의 식탁에 뿌리내렸고, 오만 등 걸프 각지에서 만드는 말린 라임의 신맛과 결합해 갔어요.
마츠부스는 남아시아의 비리야니, 사우디아라비아의 캅사와 자주 비교돼요. 모두 고기와 쌀을 합친 요리지만 조리법, 재료, 매운 정도, 담음새가 저마다 달라서, 걸프의 마츠부스는 루미의 신맛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에요.
말린 라임: 걸프 요리의 영혼
마츠부스의 맛을 결정짓는 말린 라임(루미 / Loomi)은 페르시아만 요리 전체의 근간이 되는 향신료예요. 오만이 주요 산지 가운데 하나예요. 신선한 라임을 소금물에 데친 뒤 사막의 햇볕에 몇 주 동안 말리면, 감귤의 신맛과 훈제 같은 스모키함이 응축된 독특한 조미료가 돼요.
통째로 쓸 때는 꼬치나 포크로 몇 군데 구멍을 내거나 살짝 깨서 냄비에 넣으면 국물이 속까지 스며들어 향이 잘 나요. 가루는 향이 날아가기 쉬우니 가능하면 홀로 사는 것을 추천해요.
금요일의 마츠부스
바레인에서는 금요일 점심에 마츠부스를 만드는 가정이 많아요. 금요일은 이슬람교의 합동 예배일로, 가족이 모여 큰 접시를 둘러싸요.
튀르키예의 돌마(일본어)나 레바논의 후무스(일본어)처럼, 중동의 음식 문화에서는 가족이 한 접시를 둘러싸는 행위 자체가 요리만큼 소중하게 여겨져요.
마츠부스와 진주잡이
바레인이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두 바다'를 뜻해요. 20세기 전반까지 바레인 경제는 천연 진주 채취에 크게 의지했어요. 생선이나 새우를 쓰는 마츠부스가 있는 것도 바다와 함께 살아온 섬다운 모습이에요.
다구스: 마츠부스의 충실한 짝꿍
바레인에서 마츠부스를 먹을 때 식탁에 꼭 놓이는 것이 다구스(Dagoos / Daqus) 라는 토마토 베이스의 매운 소스예요. 잘 익은 토마토를 마늘, 풋고추, 커민과 함께 페이스트로 만든 것으로, 바레인판 살사라고 할 만한 존재예요.
다구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해요. 잘 익은 토마토 3개를 데쳐 껍질을 벗기고 큼직하게 썬 뒤, 마늘 2쪽, 풋고추 1개, 커민 1/2작은술, 소금 조금과 함께 푸드 프로세서로 거친 페이스트를 만들어요. 냄비에 식용유 1큰술을 달궈 페이스트를 넣고 중불에서 10분, 수분이 날아가 농축될 때까지 졸이면 완성이에요(이 재료들은 위 재료표에 들어 있지 않으니 따로 준비해 주세요). 마츠부스 밥에 다구스를 끼얹으면 신맛과 매운맛이 향신료의 향을 한층 살려 줘요.
베자르 배합: 집집마다의 비밀
걸프 지역의 가정에는 저마다 고유한 향신료 배합(바하라트나 베자르라고 부르는 믹스)이 있어요. 카다멈, 시나몬, 정향, 흑후추를 축으로 커민, 고수씨, 펜넬, 육두구 등을 더하는 배합이 보이고, 집마다 조금씩 달라요.
마츠부스와 캅사: 비슷하지만 다른 두 쌀 요리
마츠부스와 가장 자주 혼동되는 요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캅사(Kabsa) 예요. 둘 다 향신료로 지은 밥 위에 고기를 올리는 요리예요.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마츠부스는 루미의 신맛, 캅사는 토마토와 바하라트의 향이 앞에 나서는 경향이 있어요. 다만 둘 다 집이나 가게에 따라 만드는 법의 폭이 커서 경계가 분명하지는 않아요.
현대 바레인과 음식 풍경
수도 마나마에는 걸프 요리 식당이 많아 외식으로도 마츠부스를 먹을 수 있어요. 그래도 금요일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각 집의 배합으로 지은 마츠부스예요.
영양 정보(4인분 중 1인분)
| 영양소 | 함량 |
|---|---|
| 열량 | 650kcal |
| 단백질 | 42g |
| 지방 | 22g |
| 탄수화물 | 72g |
| 식이섬유 | 4g |
| 나트륨 | 780mg |
열량의 중심은 바스마티 쌀의 탄수화물과 닭고기의 단백질이에요. 염분을 줄이고 싶다면 국물에 넣는 소금을 1/2작은술 줄이고, 식탁에서 다구스나 소금으로 조절하세요.
함께 만들고 싶은 요리
- 페센잔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함께 쓸 수 있어요.
- 후무스 보관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함께 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처음 마츠부스를 만드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어요. 향신료 구하기부터 밥 짓는 법까지 설명해요.
Q1. 베자르 향신료를 다 갖추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최소한 카다멈, 시나몬, 강황 세 가지가 있으면 마츠부스의 뼈대는 만들 수 있어요. 이란의 타흐친(일본어)에도 쓰이는 사프란은 생략할 수 있어요. 시판 가람 마살라에 강황을 더하면 꽤 비슷한 풍미를 낼 수도 있어요. 다만 말린 라임만은 마츠부스의 핵심이니, 다른 것은 빼더라도 말린 라임은 꼭 준비해 주세요.
Q2. 바스마티 쌀이 질척하게 돼요
원인은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요. 첫째, 밥물이 너무 많아요(쌀 400g에 국물 600ml가 적당). 둘째, 너무 오래 불렸어요(2시간 이상 담그면 부서지기 쉬워요). 셋째, 다 지은 뒤 너무 많이 저었어요(포크로 가볍게 풀기만 하세요). 또 뚜껑을 열어 김을 빼는 것도 금물이에요.
Q3. 마츠부스와 비리야니는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조리법이에요. 마츠부스는 '함께 짓는 방식'(쌀과 향신료 국물을 함께 지어요)인 반면, 비리야니는 대개 '층층이 짓는 방식'(삶은 쌀과 건더기를 번갈아 겹쳐 쪄요)이에요. 향신료 구성도 달라서, 마츠부스는 말린 라임과 베자르가 중심이고, 비리야니는 가람 마살라를 흔히 쓰며 케우라 워터를 더하기도 해요.
Q4. 장미수가 정말 필요한가요?
생략해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걸프의 마츠부스에는 마무리로 장미수나 사프란으로 향을 더하는 레시피가 있어서, 넣으면 화사한 향이 더해져요. 식용 장미수는 수입 식료품점이나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어요. 향이 강하니 처음에는 1작은술부터 시도해 보세요.
Q5. 다음 날 마츠부스를 맛있게 먹으려면?
마츠부스는 다음 날에도 충분히 맛있지만 밥이 달라붙기 쉬워요. 프라이팬에 기나 버터 1큰술을 녹이고 밥을 볶듯이 데우는 것을 추천해요. 누룽지(하카카)를 만드는 느낌으로 표면을 바삭하게 하면 전날보다 더 맛있을 때도 있어요. 볶음밥풍으로 응용하는 것도 바레인 가정의 지혜예요.
관련된 중동의 향신료 밥
마츠부스에 관심이 생겼다면 다른 지역의 향신료 밥 요리도 꼭 만들어 보세요. 같은 '향신료×쌀'이라도 문화가 바뀌면 전혀 다른 한 접시가 탄생해요.
- 플로프(일본어) — 우즈베키스탄의 국민 음식. 양 기름과 당근으로 깊은 맛을 내는 중앙아시아의 향신료 밥
- 비리야니 — 남아시아가 자랑하는 층층이 짓는 밥의 예술. 마츠부스와는 조리법이 대조적
- 코샤리(일본어) — 이집트의 국민 음식. 쌀, 렌틸콩, 마카로니를 조합한 독창적인 탄수화물 요리
- 만사프(일본어) — 요르단의 축제 요리. 요거트 소스로 짓는 아랍 유목민의 진수성찬
참고 자료

레시피·조리법
- The Food Dictator. (2016). "The Hirshon Bahraini Chicken Machboos – مكبوس البحرين." https://www.thefooddictator.com/hirshon-bahraini-chicken-machboos-%D9%85%D9%83%D8%A8%D9%88%D8%B3-%D8%A7%D9%84%D8%A8%D8%AD%D8%B1%D9%8A%D9%86/ — 바레인의 국민 음식으로서의 마츠부스, 루미 다루는 법, 비리야니·캅사와의 비교(2026년 10월 22일 확인)
- Gulf News. "Bahraini Chicken Machboos or spiced chicken rice." https://gulfnews.com/food/cooking-cuisines/bahraini-chicken-machboos-or-spiced-chicken-rice-1.1637743627120 — 바레인식 향신료 믹스를 쓰는 닭고기 마츠부스(2026년 10월 22일 확인)
문화·역사
- Wikipedia. "Kabsa." https://en.wikipedia.org/wiki/Kabsa — 마크부스/마츠부스의 호칭과 어근 k-b-s, 걸프 지역에서의 위치, 다구스를 곁들이는 방식(2026년 10월 22일 확인)
- Wikipedia. "Dried lime." https://en.wikipedia.org/wiki/Dried_lime — 말린 라임의 제법과 걸프 요리에서의 쓰임(2026년 10월 22일 확인)
- Heine, P. (2018). The Culinary Crescent: A History of Middle Eastern Cuisine. Gingko Library. https://gingko.org.uk/the-culinary-crescent/ — 중동 요리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