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불판의 향을 집으로 옮기다, 타코스 알 파스토르 이야기

저녁 무렵 부엌에서 말린 고추를 뜨거운 물에 담그면, 매운 냄새라기보다 말린 과일과 오래된 나무 상자 같은 향이 올라와요. 거기에 아치오테, 식초, 마늘, 파인애플을 섞어 돼지고기에 붉은 빛을 입혀요. 프라이팬에 고기를 올리는 순간 새콤달콤한 김과 기름이 구워지는 냄새가 퍼지면서, 식탁이 갑자기 길거리 노점 쪽으로 가까워져요.
타코스 알 파스토르(tacos al pastor)는 아도보(adobo)에 재운 돼지고기를 수직으로 돌아가는 불판 '트롬포(trompo)'에 구워 얇게 깎아 옥수수 토르티야에 올리는 멕시코 타코예요. 이름의 al pastor는 '양치기 식'이라고 옮기지만, 지금 노점의 주인공은 돼지고기예요. 레바논계 이민자가 들여온 수직 구이 문화에 멕시코의 고추, 아치오테, 토르티야가 만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서 가장 고민되는 건 트롬포가 없다는 점이에요. 큰 고기 덩어리를 세로로 쌓고 바깥쪽을 깎아 내는 노점 방식은 집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얇게 썬 돼지 어깨살을 붉은 양념에 재우고, 센 불에 구운 뒤 잘게 썰어 파인애플과 함께 다시 굽는 방법을 써요. 트롬포를 완벽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부엌에서 '붉은 향, 그을린 자국, 새콤함, 달콤한 과즙'을 지키는 방법이에요.
같은 멕시코 타코 계열이라도 타코의 기본형은 구운 소고기, 거친 살사, 따뜻한 토르티야로 만드는 짧은 코스이고, 비리아 데 레스는 붉은 소고기 찜에 콘소메를 곁들이고, 팅가 데 포요는 치폴레 닭고기 조림, 포솔레 로호(일본어)는 옥수수를 넣은 큰 냄비 수프예요. 아침이나 브런치 쪽으로 가고 싶다면 튀긴 토르티야를 살사에 짧게 졸이는 칠라킬레스도 남은 토르티야를 버리지 않는 멕시코다운 방법이에요. 알 파스토르는 그 어느 것보다 구워서 바로 먹는 노점의 경쾌함이 있어요. 작은 토르티야를 두 장 겹치고 고기, 파인애플, 흰 양파, 고수, 라임을 올리면 한입마다 기름기와 새콤함이 번갈아 와요.
스페인어로는 tacos al pastor라고 써요. 일본어에서는 가타카나 표기가 여러 가지로 나뉘어요. 이 글에서는 요리 이름을 '타코스 알 파스토르', 속재료인 고기를 '알 파스토르 고기'라고 불러요.
트롬포 없이 지키는 붉은 양념, 그을린 자국, 과즙
타코스 알 파스토르는 재료만 갖춘다고 그럴듯해지지 않아요. 중요한 건 고기를 그냥 볶는 것이 아니라 얇은 층으로 센 불에 굽고, 마지막에 잘게 썰어 그을린 부분을 늘리는 거예요. 파인애플은 고기를 달게 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먹을 때 기름기를 잡아 주는 역할도 해요.
| 현지의 요소 | 노점에서의 역할 | 집에서의 대체 | 주의점 |
|---|---|---|---|
| 트롬포 | 고기를 세로로 쌓고 바깥쪽을 깎음 | 얇은 고기를 펼쳐 굽고 썰어서 다시 굽기 | 두꺼운 고기를 한꺼번에 볶으면 조림처럼 됨 |
| 아도보 | 고추, 아치오테, 식초로 붉은 향을 만듦 | 블렌더나 절구로 부드러운 페이스트로 | 입자가 굵으면 타기 쉽고 까끌거림이 남음 |
| 파인애플 | 고기 위에서 익으며 새콤달콤함을 더함 | 일부는 양념에, 일부는 마무리에 | 너무 많이 넣으면 고기가 지나치게 무름 |
| 옥수수 토르티야 | 고기의 기름기와 산미를 받아 줌 | 시판 작은 옥수수 토르티야 | 차가우면 잘 갈라짐 |
| 흰 양파와 고수 | 기름기를 가볍게 하는 생 향 | 양파, 고수, 쪽파 | 대파만 쓰면 일본식에 가까워지기 쉬움 |
생선 그릴이나 오븐 윗불을 쓰면 그을린 자국이 늘지만, 처음에는 프라이팬이 불 조절을 보기 쉬워요. 고기를 펼쳐서 굽고, 너무 뒤적이지 말고, 마지막에만 센 불로 다시 굽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가정식으로 충분히 즐거운 타코가 돼요.
재료 (4인분)

이 분량으로 작은 타코 12개 안팎, 또는 4인분 주요리가 돼요. 돼지고기는 너무 얇은 샤브샤브용보다 3–4 mm 두께의 구이용, 또는 돼지 어깨살을 반쯤 얼려 얇게 써는 편이 그을린 자국과 고기 맛을 함께 살릴 수 있어요.
이 요리에는 돼지고기, 옥수수, 제품에 따라 밀이 들어간 토르티야가 쓰여요. 파인애플이나 마늘에 입안이 쉽게 자극받는 사람도 있어요. 생고기가 닿은 양념 국물은 그대로 소스로 쓰지 말고, 양념 채소나 토르티야를 다루기 전에 도구를 세제로 씻어 주세요.
아치오테는 붉은색과 가벼운 흙내음을 내는 재료예요. 일반 마트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알 파스토르를 몇 번 만들 생각이라면 가장 먼저 찾아볼 가치가 있어요. 파프리카만으로도 붉게 만들 수 있지만, 아치오테가 들어가면 멕시코 요리다운 주황빛이 나요.
오레가노는 적은 양이라도 고추와 식초의 날카로움을 이어 줘요. 집에 있는 병이 오래돼서 향이 날아갔다면 전체가 그저 붉고 매운 맛이 되기 쉬우니, 멕시코 요리를 자주 만드는 분이라면 새것을 마련할 만해요.
절구는 필수가 아니에요. 다만 아나토 씨앗을 쓰거나 마늘, 오레가노, 커민을 소량의 식초로 개고 싶을 때 향을 고르게 내기 쉬운 도구예요. 블렌더만 쓸 때보다 소량의 향신료가 묻히지 않아요.
돼지고기는 얇아서 너무 구우면 금방 말라요. 특히 아이나 어르신께 낼 때는 두꺼운 한 조각의 가운데까지 뜨거운지 온도계로 확인하면 안심이에요. 구운 빛깔만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한 도구로 고기용 온도계가 쓸모 있어요.
만드는 법
과정은 양념을 만드는 전반부와 짧게 굽는 후반부로 나뉘어요. 돼지고기를 재워 둔 동안 굽기 전에 양념 채소와 토르티야를 먼저 준비해 두면, 다 구운 고기를 뜨거울 때 식탁에 낼 수 있어요.
프라이팬에 구운 고기를 썬 뒤, 알루미늄 포일을 깐 트레이에 펼쳐 생선 그릴 중불에서 3–4분 굽는 방법도 있어요. 표면이 마르고 살짝 그을리면 꺼내서 파인애플과 섞어요. 그을린 자국은 늘지만 그냥 두면 한순간에 마르니, 처음에는 프라이팬으로 마무리하는 편이 안정적이에요.
대체 재료를 생각하는 법과 실패 원인
알 파스토르는 아주 매운 요리가 아니에요. 붉은색을 보면 매울 것 같지만, 중심에 있는 건 말린 고추의 과일 같은 맛, 아치오테의 색, 식초와 파인애플의 산미, 구운 돼지고기의 기름기예요. 매운맛만 더하면 노점 타코보다는 따갑기만 한 고추 볶음에 가까워져요.
| 재료·문제 | 현지에서의 역할 | 대체 | 주의점 |
|---|---|---|---|
| 아치오테 | 붉은 주황색, 가벼운 흙내음 | 아나토 씨앗, 파프리카 소량 | 파프리카는 색을 돕는 정도이고 향은 달라요 |
| 과히요 | 붉은색, 과일 맛, 약간의 떫은맛 | 파프리카와 약간의 고춧가루 | 고춧가루만으로 채우면 매운맛이 앞서요 |
| 안초 | 말린 과일 같은 단맛 | 건포도 2작은술 | 너무 넣으면 단 소스가 돼요 |
| 파인애플 | 산미, 단맛, 고기를 약간 부드럽게 | 통조림 파인애플, 오렌지 주스 소량 | 오래 재우면 고기가 무너지기 쉬워요 |
| 돼지 어깨살 | 기름기와 고기 맛의 균형 | 삼겹살, 뒷다리살을 조금 섞기 | 뒷다리살만 쓰면 마르기 쉬워요 |
| 옥수수 토르티야 | 향과 받침 | 밀 토르티야 | 밥에 올려도 맛있지만 다른 요리가 되고 타코의 윤곽이 바뀌어요 |
| 실패 | 원인 | 해결 방법 |
|---|---|---|
| 쓰다 | 말린 고추를 태웠거나 아도보가 거칠다 | 탄 고추는 쓰지 않아요. 가벼운 쓴맛은 파인애플과 라임을 더 곁들여요 |
| 물기가 많다 | 고기를 빽빽이 넣었거나 파인애플 수분이 많다 | 고기를 꺼내고 프라이팬을 센 불로 말린 뒤 다시 구워요 |
| 고기가 질기다 | 너무 얇은 고기를 오래 구웠거나 센 불에 방치했다 | 3–4 mm 두께를 쓰고 다시 굽는 시간은 짧게 |
| 너무 달다 | 파인애플 과즙과 통조림을 많이 넣었다 | 라임, 양파, 살사로 산미를 더해요. 다음에는 과즙을 반으로 |
| 타코가 갈라진다 | 토르티야가 차갑거나 말랐다 | 중불에서 데우고 행주로 싸서 보온해요 |
파인애플에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 있어요. 편리하지만 너무 오래 재우면 표면이 무너져 구울 때 물이 나오기 쉬워요. 이 글에서는 2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길어도 8시간 이내에 굽도록 했어요.
보관과 먹는 법

구운 알 파스토르는 고기만 깨끗한 보관 용기에 담고 한 김 식힌 뒤 냉장으로 2일이 기준이에요. 냉동한다면 한 끼 분량씩 납작하게 펴서 2–3주 안에 먹어요. 양념 채소는 함께 넣지 말고 양파, 고수, 파인애플, 토르티야를 따로 보관해 주세요. 전부 같이 두면 다음 날 토르티야가 눅눅해지고 고수 향도 무거워져요.
다시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만 쓰는 것보다 프라이팬이 잘 맞아요. 냉장한 고기는 프라이팬을 중불로 1분 달군 뒤 고기를 넣고 2–3분, 전체가 뜨거워지고 가장자리가 살짝 마를 때까지 다시 구워요. 냉동했다면 냉장실에서 해동해 같은 방법으로 중불에서 데워요. 수분이 부족할 때만 물 1작은술을 넣고, 마지막에 센 불로 20초쯤 수분을 날려요.
식탁에서는 고기만 큰 접시에 내기보다 작은 그릇을 몇 개 늘어놓는 편이 알 파스토르답게 느껴져요. 흰 양파, 고수, 라임, 살사를 따로 두면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자기 한입을 만들 수 있어요. 토르티야는 한꺼번에 다 내지 말고 6장씩 다시 데우면 끝까지 잘 갈라지지 않고 고기 기름도 받아 줘요.
| 먹는 자리 | 내는 방법 | 이어지는 요리 |
|---|---|---|
| 평일 저녁 | 고기는 큰 접시, 양념 채소는 작은 그릇, 토르티야는 행주에 싸서 | 먼저 포솔레 로호(일본어)를 조금 내면 포만감이 생겨요 |
| 휴일 점심 | 살사를 두 가지 두고 각자 작게 말아 먹기 | 팅가 데 포요와 나란히 놓으면 닭고기와 돼지고기의 차이를 알 수 있어요 |
| 다음 날 도시락 느낌 | 밥에 고기, 달걀프라이, 구운 파인애플을 올리기 | 라임은 따로 싸서 먹기 직전에 짜요 |
| 손님 안주 | 작은 토르티야를 반으로 잘라 고기를 조금씩 올리기 | 몰레 포블라노를 별도 접시로 두면 진한 소스를 비교할 수 있어요 |
타코가 물리면 다음 날은 다른 형태로 돌릴 수 있어요. 따뜻한 밥에 올리고 달걀프라이와 살사를 곁들이면 바쁜 날의 점심이 돼요. 치즈와 함께 밀 토르티야에 끼우면 케사디야 풍이 되기도 해요. 붉은 찜 요리인 비리아 데 레스와 나란히 놓으면 같은 타코라도 '끓이는 것'과 '굽는 것'의 차이가 보여요. 큰 접시로 낸다면 먼저 포솔레 로호(일본어)를 조금 내고 주요리로 알 파스토르를 구우면 멕시코 식탁다운 흐름이 만들어져요.
자주 묻는 질문
아치오테 없이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색과 향이 달라져요. 파프리카 가루 1큰술, 약간의 고춧가루, 건포도 2작은술로 붉은색과 단맛을 보충할 수 있지만, 아치오테 특유의 주황색과 가벼운 흙내음은 나지 않아요. 처음에는 대체 재료로 시도해 보고, 마음에 들면 아치오테나 아나토 씨앗을 마련하는 순서면 충분해요.
파인애플 통조림도 괜찮나요?
쓸 수 있어요. 과즙은 양념에 쓰기 좋고, 과육은 마무리에 돌릴 수 있어요. 다만 시럽에 담근 것은 단맛이 강하니 과즙은 80ml보다 적은 50ml부터 넣어 보세요. 과육은 물기를 잘 닦고, 다시 굽는 과정에서 센 불에 올리면 단맛이 무겁지 않아요.
삼겹살만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는 있지만 기름기가 강해져요. 삼겹살만 쓴다면 구운 뒤 한 번 키친타월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가볍게 빼고 나서 썰어 다시 구우세요. 집에서 먹기 편한 건 어깨살 500g에 삼겹살 200g을 섞는 배합이에요.
맵지 않게, 아이용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칠레 데 아르볼처럼 매운 고추는 쓰지 말고 과히요와 안초, 또는 파프리카를 중심으로 해요. 살사는 따로 내고, 아이용에는 라임과 양파를 적게 넣으면 먹기 편해요. 다만 마늘과 산미는 요리의 윤곽이라서, 완전히 빼기보다 양을 반으로 줄이는 쪽이 어우러져요.
토르티야를 구할 수 없는 날은 어떻게 하나요?
밀 토르티야로 만드는 것이 가장 가까워요. 그다음으로 얇은 피타 빵이나 작은 플랫브레드를 쓸 수 있어요. 밥이나 식빵에 올려도 맛있지만, 그 경우에는 타코라기보다 알 파스토르 풍 고기 요리로 생각해 주세요.
오븐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오븐 팬에 석쇠를 얹고 재운 고기를 겹치지 않게 펼쳐 230°C에서 8분 구워요. 뒤집어서 5–7분 더 굽고, 고기 가장자리에 그을린 자국이 나면 꺼내 썰어서 파인애플과 함께 프라이팬에서 2분 다시 구워요. 오븐만으로 끝내는 것보다 마지막에 프라이팬에서 수분을 날리는 편이 타코에 넣기 좋아요.
가정식은 깎는 대신 그을린다
타코스 알 파스토르를 집에서 만들 때 트롬포가 없는 점을 억지로 메우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킬 것은 말린 고추와 아치오테의 붉은 양념, 얇게 썬 돼지고기, 짧은 센 불, 파인애플, 따뜻한 토르티야예요. 노점처럼 고기를 깎아 낼 수 없는 대신 굽고, 썰고, 한 번 더 그을려요. 이 순서로 하면 프라이팬에서도 알 파스토르의 즐거운 향이 올라와요.
장 볼 때 고민된다면 처음 볼 것은 돼지 어깨살, 옥수수 토르티야, 파인애플, 그리고 아치오테예요. 말린 고추는 다 갖추지 않아도 만들 수 있지만, 한 종류만 들어가도 향이 달라져요. 다 구웠다면 뜨거울 때 양파, 고수, 라임을 얹어 주세요. 작은 타코를 손에 든 순간, 부엌에서 기다린 시간이 제대로 보상받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