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향을 고기에 옮기는 요리, 비리아 데 레스 이야기

말린 고추를 가르면 부엌에 건포도 같은 달콤한 향이 퍼져요. 매운 냄새가 아니라 붉고 깊은 냄새예요. 여기에 토마토, 마늘, 식초, 향신료를 더해 소고기를 천천히 끓여요. 뚜껑을 열었을 때 떠오르는 붉은 기름과 결대로 풀리는 고기의 김이 비리아 데 레스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에요.
비리아 데 레스(birria de res)는 말린 고추로 만든 아도보(고추 양념)에 소고기를 재워 부드럽게 풀릴 때까지 끓인 멕시코의 붉은 찜 요리예요. 할리스코주 일대의 염소고기 요리에서 시작됐다고 흔히 이야기되고, 지금은 소고기로 만드는 가정식과 노점식도 널리 먹어요. 접시에 담아 콘소메(국물)를 떠먹는 방식도 있고, 요즘에는 치즈를 넣은 케사비리아(quesabirria)처럼 붉은 기름을 입힌 토르티야를 굽는 방식도 눈에 띄어요.
집에서 만들 때 고민되는 건 말린 고추와 고기 부위예요. 과히요(guajillo), 안초(ancho), 칠레 데 아르볼(chile de árbol)이 모두 있으면 향이 빨리 나지만, 늘 갖출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 글에서는 고추가 다 있을 때의 배합과, 구하지 못한 날의 현실적인 대체를 나눠서 적었어요. 같은 멕시코의 붉은 요리라도 포솔레 로호(일본어)는 큰 냄비에 끓이는 옥수수 수프, 팅가 데 포요는 치폴레로 끓인 닭고기, 몰레 포블라노는 잔칫날의 진한 소스예요. 비리아는 그 어느 것과도 달리, 고기 기름과 말린 고추의 붉은 콘소메를 함께 먹는 요리예요.
스페인어로는 birria de res라고 써요. res는 소고기를 뜻해요. 이 글에서는 요리 이름을 비리아 데 레스로 통일하고, 줄여서 비리아라고도 불러요. 치즈를 넣어 구운 타코는 quesabirria, 또는 quesatacos de birria라고 해요.
비리아는 원래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 일대에서 염소고기 등을 흙 가마에 넣어 쪄 굽는 요리를 부르던 이름이었어요. 소고기 비리아가 퍼진 계기 중 하나로, 1950년 무렵 티후아나의 노점에서 값이 비싸고 기름기가 적은 염소고기 대신 소고기를 쓰고 국물(콘소메)을 넉넉하게 만든 방식이 꼽혀요. 치즈를 넣어 굽는 케사비리아도 티후아나에서 시작돼 2010년대 북미에서 인기가 퍼졌다고 알려져 있어요.
말린 고추와 고기 고르는 법

비리아의 붉은색은 토마토만으로는 나오지 않아요. 말린 고추를 살짝 굽고 뜨거운 물에 불려 매끈한 아도보로 만든 뒤 고기에 입혀야 붉은 향이 냄비 전체로 퍼져요. 고추를 태우면 쓴맛이 남으니 세게 구워 버리기보다 '향을 깨우는'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중요해요.
소고기는 사태, 목심, 양지를 섞으면 만들기 쉬워요. 사태만 쓰면 감칠맛은 강하지만 기름기가 적고, 목심만 쓰면 먹기는 편해도 콘소메에 무게감이 덜 나요. 양지를 조금 섞으면 붉은 기름이 떠서 토르티야를 구울 때 고소해져요. 기름진 게 싫다면 다 끓인 뒤 표면 기름을 2큰술만 남기고 걷어 내면 무게를 조절할 수 있어요.
| 요리의 핵심 | 현지에서의 역할 | 집에서의 현실적인 방법 | 대체할 때 주의 |
|---|---|---|---|
| 과히요 | 붉은색, 가벼운 신맛, 과일 향 | 온라인 쇼핑, 수입 식품점 | 없으면 파프리카 가루를 늘리지만 향은 약해져요 |
| 안초 | 말린 과일 같은 단맛과 깊이 | 온라인 쇼핑, 고추 전문점 | 빼는 경우 건포도를 조금 넣어 단맛을 보충해요 |
| 칠레 데 아르볼 | 날카로운 매운맛 | 고춧가루 조금 | 많이 넣으면 찜 전체가 얼얼하게 매워져요 |
| 멕시칸 오레가노 | 감귤에 가까운 풀 향 | 지중해 오레가노도 가능 | 타임이나 바질로 바꾸면 다른 방향이 돼요 |
| 사태, 목심 | 오래 끓여 찢는 고기의 식감 | 사태, 목심, 양지를 조합 | 얇게 썬 고기는 콘소메가 묽고 풀리는 식감도 잘 안 나요 |
| 콘 토르티야 | 고기와 콘소메를 받쳐 줘요 | 시판 콘 토르티야, 없으면 밀 토르티야 | 빵이나 밥도 가정식으로는 괜찮지만 요리의 윤곽은 달라져요 |
말린 고추가 없는 날에는 파프리카 가루, 고춧가루 조금, 건포도, 식초로 비슷하게 맞춰요. 다만 과히요나 안초 껍질의 향까지는 나지 않아요. 처음부터 완벽한 재현을 노리기보다 말린 고추를 한 종류만이라도 넣는 편이 비리아다운 맛을 잡기 쉬워요.
재료(4인분)

이 분량으로 찜 4인분, 또는 작은 케사비리아 8개 정도를 만들 수 있어요. 다음 날로 넘길 때는 고기와 콘소메를 나눠 보관하면 쓰기 편해요.
이 요리에는 소고기, 유제품(치즈)이 들어가고, 시판 토르티야에 따라 밀이 들어 있을 수 있어요. 생고기에 닿은 도구는 세제로 씻고, 익힌 고기나 토르티야에 닿지 않게 해 주세요. 소고기는 결대로 풀릴 때까지 익히지만, 중간에 맛보는 국물은 반드시 충분히 끓어오른 상태의 것을 써요.
말린 고추를 다 갖추지 못한 날을 위해 파프리카 가루와 오레가노를 늘 두면 붉은 찜의 방향을 잡기 쉬워져요. 고기 익힘이 걱정된다면 중심 온도를 잴 수 있는 온도계가 있으면 겉 굽기나 다시 데울 때 판단이 빨라져요.
손으로 향을 으깨는 과정을 정성껏 하고 싶다면 절구가 있으면 마늘, 오레가노, 커민을 살짝 찧은 뒤 아도보에 넣을 수 있어요. 블렌더만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적은 양의 향신료를 묻히지 않고 살려 주는 도구로서 쓸모가 있어요.
찜 고기는 결국 풀릴 때까지 익히지만, 다시 굽는 케사비리아나 다음 날 데울 때는 '속까지 뜨거운지'를 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요. 가족을 위해 안전하게 가고 싶다면 온도계를 하나 두면 덜 망설이게 돼요.
만드는 법
처음 30분은 말린 고추 손질과 고기 굽기에 집중해요. 거기만 넘기면 나머지는 약불에서 기다리는 요리예요. 탄 고추는 되돌릴 수 없지만, 묽은 콘소메나 많은 기름은 나중에 조절할 수 있어요.
비리아는 전날 찜까지 끝내 두면 다음 날 기름을 걷기 쉬워요. 냉장고에서 표면 기름이 굳으면 3큰술만 덜어 케사비리아용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취향에 맞춰 줄여요. 먹는 날에는 약불로 10분 데우고, 고기가 마르기 전에 토르티야로 옮겨요.
쓰다, 묽다, 느끼하다를 바로잡기
비리아는 시간이 걸리는 요리지만 실패 원인은 의외로 좁아요. 탄 고추, 너무 센 끓임, 부족한 소금, 기름 다루기. 이 네 가지를 보면 도중에도 꽤 되돌릴 수 있어요.
| 실패 | 원인 | 되돌리는 법 |
|---|---|---|
| 쓰다 | 고추를 태웠거나 불린 물에서 탄내가 나요 | 탄 고추는 쓰지 않아요. 쓴맛이 약하면 토마토 100g, 식초 1작은술, 설탕 1/2작은술을 넣고 10분 끓여요 |
| 색이 옅다 | 고추가 적고 토마토와 물이 많아요 | 파프리카 가루 2작은술을 국물 조금에 풀어 냄비에 넣고 10분 끓여요 |
| 콘소메가 묽다 | 고기 굽기 부족, 소금 부족 | 뚜껑을 열고 약불에서 15분 졸인 뒤 마지막에 소금을 조금씩 더해요 |
| 고기가 질기다 | 너무 세게 끓였거나 시간이 짧아요 | 물 100ml를 더해 약불에서 30분 더 끓여요. 큰 거품이 나지 않는 불로 되돌려요 |
| 느끼하다 | 양지가 많거나 기름을 너무 남겼어요 | 불을 끄고 5분 두었다가 표면 기름을 걷어요. 케사비리아용으로 3큰술만 남겨요 |
| 타코가 찢어진다 | 토르티야가 차갑거나 속을 너무 많이 넣었어요 | 토르티야를 먼저 데우고 고기는 60g 안팎으로 해요. 치즈로 붙여요 |
| 너무 맵다 | 아르볼이나 고춧가루가 많아요 | 콘소메를 덜어 토마토 100g, 물 100ml, 고기 조금을 더해 10분 끓여요 |
비리아를 '오래 끓이면 맛있다'고만 생각하면 쓴 고추나 무거운 기름에 걸려 넘어져요. 말린 고추는 많이 구울수록 본격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약불 찜도 세게 끓인다고 빨라지지 않아요. 붉은 향은 짧게 깨우고, 고기는 조용히 풀어요. 이 두 가지를 나눠 생각하면 집 냄비로도 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어요.
가족끼리 매운 정도를 나누고 싶은 날에는 아르볼을 넣지 않고 찜을 만든 뒤 식탁에서 핫소스나 고춧가루를 더하는 편이 안전해요. 냄비 전체를 맵게 하면 다음 날 데울 때 매운맛이 더 올라와, 아이나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은 먹을 수 없게 돼요.
먹는 법과 보관

첫날은 찜으로 먹는 게 가장 무난해요. 그릇에 고기를 담고 따뜻한 콘소메를 부은 뒤 다진 양파, 고수, 라임을 곁들여요. 토르티야는 다른 접시에 데워 고기를 조금씩 싸 먹어요. 작은 그릇의 콘소메에 토르티야를 적시면 붉은 기름과 신맛이 다시 입안에 돌아와요.
둘째 날은 케사비리아가 잘 어울려요. 고기를 국물에서 가볍게 건져 토르티야에 치즈와 함께 끼워 구워요. 콘소메는 작은 그릇에 데워 구운 타코를 적셔 먹어요. 치즈를 넣지 않는다면 고기를 조금 적게 하고 토르티야를 두 장 겹치면 잘 찢어지지 않아요.
냉장은 3일, 냉동은 3주를 기준으로 해요. 보관할 때는 고기와 콘소메를 나누고, 30분 안에 한 김 식혀 얕은 용기로 옮겨요. 냉동한다면 고기 150g, 콘소메 120ml 정도의 한 끼 분량으로 나누면 타코에도 수프에도 쓰기 편해요. 다시 데울 때는 작은 냄비에 약불로 10분, 또는 전자레인지 600W로 2분 데운 뒤 전체를 섞어 1분 더 데워요. 속까지 뜨거워졌는지 확인해 주세요.
콘소메가 남으면 버리지 말고 다음 날 국물 요리로 써요. 밥을 조금 넣어 죽처럼 끓이거나, 삶은 감자를 더하거나, 콩을 넣어 수프로 만들 수 있어요. 멕시코 식탁에 가깝게 차리려면 붉은 콘소메 옆에 포솔레 로호(일본어)를 놓기보다 가벼운 콩 요리나 샐러드로 받쳐 주는 편이 덜 지쳐요. 고기의 고소함을 다른 방향으로 비교하고 싶은 날에는 브라질의 슈하스코(일본어)나 페루의 안티쿠초로 넘어가 보세요. 같은 소고기라도 불을 넣는 방식이 꽤 다르다는 게 보여요.
함께 만들고 싶은 중남미 요리
비리아 데 레스는 진한 요리라서 곁에는 신맛, 콩, 옥수수로 가벼움을 더하면 먹기 편해져요. 멕시코 요리로 맞춘다면 먼저 팅가 데 포요를 만들어 치폴레 향을 알아 두면 비리아의 말린 고추와의 차이가 보여요. 토르티야로 먹는 고기 요리를 한 접시 더 비교하려면 붉은 아도보와 파인애플로 굽는 타코스 알 파스토르(일본어)가 좋은 대조예요. 매운 요리가 이어지는 날에는 아레파(일본어) 같은 옥수수 반죽을 곁들이면 붉은 콘소메를 받쳐 주기 쉬워요.
소고기 요리끼리 비교하면 로모 살타도(일본어)가 정반대예요. 비리아는 약불로 풀어내는 요리, 로모 살타도는 센 불에 짧게 볶는 요리예요. 둘 다 집에서 만들 수 있지만 불 조절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달라요. 중남미 식탁을 넓히고 싶다면 진한 찜, 짧은 볶음, 옥수수 반죽 세 가지를 번갈아 만들면 장보기도 편해져요.
자주 묻는 질문
염소고기로 만들지 않으면 비리아가 아닌가요?
할리스코 일대의 전통 비리아는 염소고기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소고기로 만든 비리아 데 레스도 널리 만들어요. 염소고기를 구하기 어렵다면 사태, 목심, 양지를 조합하는 편이 재현하기 쉬워요.
말린 고추가 한 종류밖에 없어요.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과히요만 있으면 붉은색과 가벼움은 나지만 깊이가 약하니 건포도 1큰술을 더해요. 안초만 있으면 단맛은 나지만 색이 어두워지니 파프리카 가루 1큰술을 더해요. 아르볼만으로 만들면 너무 매우니 주인공으로 쓰지 않아요.
압력솥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나요?
줄일 수 있어요. 겉 굽기와 아도보를 합치는 과정까지는 같아요. 압력솥이라면 고압으로 35분, 자연 감압 15분을 기준으로 하고, 그 뒤 뚜껑을 열고 약불에서 10분 졸여요. 압력솥은 향이 갇히기 쉬우니 마지막에 식탁에서 식초 1작은술과 라임을 더하면 맛이 또렷해져요.
치즈를 넣은 케사비리아로 만들지 않으면 아쉬운가요?
찜으로 먹는다면 치즈는 필요 없어요. 치즈는 토르티야를 구울 때 고기를 붙잡아 주고, 노점 같은 만족감을 더하는 역할이에요. 유제품을 피하고 싶다면 고기를 조금 적게 하고 토르티야를 두 장 겹쳐 구우면 잘 무너지지 않아요.
다음 날 콘소메가 굳었어요. 괜찮나요?
냉장고에서 기름과 젤라틴이 굳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표면 기름은 취향대로 걷어 내고, 콘소메는 작은 냄비에 약불로 데우면 다시 풀려요. 신맛이 약하게 느껴지면 데운 뒤 라임즙이나 식초를 조금 더해 주세요.
참고 자료
- Wikipedia「Birria」https://en.wikipedia.org/wiki/Birria (2026년 10월 22일 확인)
- Isabel Eats「Authentic Birria」https://www.isabeleats.com/authentic-birria/ (2026년 10월 22일 확인)
- Foodsafety.gov「Safe Minimum Internal Temperatures」https://www.foodsafety.gov/food-safety-charts/safe-minimum-internal-temperatures
- Foodsafety.gov「Cold Food Storage Charts」https://www.foodsafety.gov/food-safety-charts/cold-food-storage-char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