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기의 김에서 색이 피어오르는, 축제날의 찹쌀 간식

찜기 뚜껑을 열면 먼저 코코넛 밀크의 단 향이 올라와요. 원형 틀 안에는 노랑, 흰색, 보라의 층. 뜨거울 때는 아직 흔들흔들하지만, 식으면서 찹쌀가루가 조여지고 칼을 넣으면 색의 경계가 쓱 나타나요.
사핀사핀(Sapin-Sapin)은 필리핀의 찹쌀 간식 카카닌(kakanin)의 하나예요. 타갈로그어로 sapin은 층이나 깔개를 뜻하고, 겹친 이름 Sapin-Sapin은 '층 위에 층을 쌓은 것'이라는 감각으로 외우면 이해하기 쉬워요. 찹쌀가루, 코코넛 밀크, 설탕을 섞은 반죽을 셋으로 나눠 우베, 랑카, 코코넛의 색과 향을 차례로 쪄서 굳혀요.
집에서 만들 때 어려운 건 색을 화려하게 내는 게 아니에요. 앞의 층이 아직 흐를 때 다음 층을 부으면 경계가 흐려지고, 반대로 너무 쪄도 층끼리 떨어져요. 이 글에서는 20cm 원형 틀 1개 분량으로, 각 층의 불 조절과 굳은 정도를 보며 진행하는 가정판으로 만들어요.
Sapin-Sapin은 영어권에서 Filipino layered sticky rice cake로 설명되기도 해요. 이 글에서는 현지어 표기를 Sapin-Sapin으로 쓰고, 한글 표기는 '사핀사핀'으로 해요. 우베(ube)는 보라색 고구마류, 랑카(langka)는 잭프루트, 라틱(latik)은 코코넛 밀크를 졸여 만든 갈색 알갱이예요.
필리핀 식탁에서 사핀사핀이 차지하는 자리

재료표만 보면 사핀사핀은 '찹쌀가루를 달게 찐 간식'이에요. 하지만 필리핀의 식탁에서는 조금 더 생활에 가까운 자리에 있어요. 카카닌은 쌀로 만든 과자와 간식의 큰 갈래로, 수만(suman), 푸토(puto), 쿠친타(kutsinta), 비빙카(bibingka)처럼 아침 식사, 간식, 축제, 성묘, 교회 행사 뒤의 한 접시까지 폭넓게 등장해요. 사핀사핀은 그중에서도 색이 있는 만큼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어울려요.
세 층의 색에는 지역이나 가게마다 차이가 있어요. 보라는 우베, 노랑은 랑카, 흰색은 코코넛이라는 구성이 이해하기 쉬운 한편, 초록의 판단(pandan), 하얀 마카푸노, 초콜릿색을 넣는 가게도 있어요. 현지 가정에서는 추출 향료를 쓰기도 하지만, 맛의 윤곽을 남기려면 보라 층에 우베 할라야, 노랑 층에 다진 잭프루트, 흰 층에 코코넛을 넣어야 단순한 색 구분으로 끝나지 않아요.
집에서 재현할 때는 필리핀 그대로의 재료를 전부 갖출 필요는 없어요. 지키고 싶은 건 찹쌀가루와 코코넛 밀크의 끈기, 층을 하나씩 찌는 순서, 라틱의 고소함이에요. 우베 할라야가 없으면 자색고구마 페이스트, 랑카 캔이 없으면 망고가 아니라 황도 소량이나 단호박 페이스트가 반죽을 덜 무너뜨려요. 마카푸노가 없는 날은 흰 층에 억지로 속을 넣지 않고 코코넛만의 층으로 깔끔하게 남겨요.
동남아시아에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쿠에 라피스, 태국의 카놈 찬, 베트남의 반다로(bánh da lợn)처럼 층이 있는 찜 간식이 있어요. 사핀사핀은 그 친구들이지만 우베와 라틱의 조합으로 필리핀다운 향을 가져요. 일본의 우이로(외랑떡)와 비슷한 겉모습이어도 먹어 보면 코코넛의 지방과 찹쌀가루의 쫀득함이 앞에 나와서, 한식 떡과는 다른 방향으로 단맛이 퍼져요.
재료와 장보기의 생각

20cm 원형 틀 1개, 8조각 분량이에요. 높이가 나오니 틀은 깊이 5cm 이상인 것을 써요. 얕은 틀밖에 없으면 지름 22cm 틀로 층을 얇게 해 주세요.
이 레시피는 유제품과 코코넛을 사용해요. 연유를 식물성으로 바꿀 때는 당도와 수분이 제품마다 달라지니, 반죽이 묽으면 찹쌀가루를 큰술 1씩 더해요. 쪄낸 뒤 김이 갇힌 채 덮으면 표면에 물이 고이기 쉬우니, 완전히 식힌 뒤에 보관해요.
장 볼 때 찾아볼 만한 것은 찹쌀가루, 코코넛 밀크, 증기가 안정적인 찜기예요. 우베 할라야나 잭프루트 캔은 아시아 식재료점에서 구할 수도 있지만, 마땅한 출처가 없는 것은 무리하지 말고 본문의 대체안으로 두어요.
찹쌀가루는 식감의 바탕이에요. 보통 쌀가루나 멥쌀가루로 만들면 층은 생기지만 사핀사핀의 쫀득한 끊김에는 미치지 못해요.
코코넛 밀크는 반죽의 향과 유분을 만들어요. 우유로 대체하면 찹쌀가루만 앞에 나와서 필리핀 카카닌다운 둥근 향이 옅어져요.
찜기는 층의 경계를 깔끔하게 하기 위한 도구예요. 전자레인지는 가장자리와 가운데의 익힘이 어긋나기 쉬워서 이 글에서는 권하지 않아요.
만드는 법 층을 굳히고 나서 다음 층을 올리기
사핀사핀은 섞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서두르지 말고, 각 층의 표면이 흐르지 않는 상태가 되고 나서 다음 층을 부어요.
실패하기 쉬운 곳과 되돌리는 법

사핀사핀의 실패는 겉모습에 나타나기 쉬워요. 층이 번지는 건 앞의 층이 아직 흐르는 상태에서 다음을 부었기 때문이에요. 다음에는 표면이 무광이 되고 틀을 흔들어도 크게 출렁이지 않을 때까지 쪄요. 이번에 번진 것은 맛에는 문제없으니 잘 식힌 뒤 자르면 덜 무너져요.
가운데가 덜 익었다면 불 조절보다 두께를 의심해요. 꼬치에 흰 액체가 묻으면 틀째 찜기에 되돌려 중불로 5분씩 더해요. 표면은 말랐는데 가운데가 덜 익었다면 틀이 너무 깊거나 반죽이 너무 무거운 거예요. 다음에는 같은 분량에 22cm 틀을 쓰거나 물을 큰술 1 더해요.
| 상태 | 원인 | 고치는 법 |
|---|---|---|
| 층이 섞인다 | 아래 층의 찜 부족, 붓는 방식이 세다 | 10분으로 정하지 말고 흐르지 않을 때까지 더 찐다. 다음 층은 숟가락 등을 따라 붓는다 |
| 표면에 구멍이 많다 | 뚜껑의 물방울, 불이 너무 세다 | 행주를 감은 뚜껑을 쓴다. 센 불에서 중강불로 낮춘다 |
| 가운데가 가루 같다 | 가루 덩어리, 반죽이 무겁다 | 반죽을 거른다. 시라타마코는 알갱이를 으깬 뒤 쓴다 |
| 자르면 무너진다 | 식힘 부족 | 냉장고에서 1시간 이상 식히고 칼을 적셔 자른다 |
| 라틱이 쓰다 | 색이 난 뒤 너무 가열했다 | 옅은 황갈색일 때 꺼내고 여열을 계산한다 |
지역 차이와 한국에서의 대체 식재료

사핀사핀의 색이 꼭 세 가지로만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마닐라의 베이커리에서는 보라, 흰색, 노랑이 알기 쉬운 정석이지만, 비사야나 가정판에서는 판단의 초록, 마카푸노의 흰색, 초콜릿색, 분홍색 층을 넣기도 해요. 색이 늘수록 찌는 횟수도 늘어나니 처음에는 세 층으로 충분해요.
우베는 필리핀의 보라색 마류로, 고구마나 자색고구마와는 향이 조금 달라요. 우베 할라야를 구할 수 있으면 가장 만들기 쉽고, 자색고구마 페이스트를 쓸 때는 수분이 많은 제품을 피해요. 자색고구마 가루를 쓸 때는 가루만 바로 넣으면 덩어리지니 반죽 큰술 2로 풀어서 되돌려요. 착색만이라면 비트 가루도 되지만 맛은 사핀사핀에서 멀어져요.
랑카는 잭프루트예요. 시럽에 담근 캔은 달고 향이 강하니 잘게 썰어 물기를 닦은 뒤 섞어요. 망고는 향이 가까워 보이지만 가열하면 물이 나오기 쉬워 층이 느슨해져요. 노란색을 지키는 것만이라면 단호박 페이스트 30g과 강황 소량이 안정적이에요.
마카푸노는 코코넛의 변이 과육으로, 병조림의 가는 과육으로 팔리기도 해요. 찾을 수 없으면 무리해서 찾지 말고, 코코넛 플레이크를 뜨거운 물에 불려 흰 층에 넣어요. 흰 층만 속 없이 해도 코코넛 밀크의 향이 있으면 충분히 성립해요.

자르기, 보관, 식탁에서의 어울림

사핀사핀은 찐 직후보다 식힌 뒤에 자르는 간식이에요. 뜨거울 때는 층 사이가 부드러워 칼을 넣으면 보라가 흰색에 끌려가요. 냉장고에서 1시간 식히고 자르기 20분 전에 꺼내 두면 단면이 잘 나오고 먹을 때도 너무 단단하지 않아요.
보관은 냉장으로 3일이 기준이에요. 한 조각씩 랩으로 싸서 보관 용기에 넣어요. 냉동은 2주까지 가능하지만 해동 뒤 표면이 조금 말라요. 먹을 때는 냉장품이면 600W 전자레인지로 10초, 냉동품은 냉장고에서 하룻밤 해동한 뒤 600W로 15초 데워요. 너무 데우면 층이 풀어지니 살짝 부드러워지는 정도에서 멈춰요.
식탁에서는 진한 커피, 무가당 홍차, 핫초콜릿이 어울려요. 필리핀 요리 상차림에 넣는다면 새콤한 시니강(일본어)이나 간장과 식초의 향이 남은 아도보(일본어) 뒤에 내면 무겁게 느껴지기 어려워요. 같은 카카닌 계열로 비교해 읽는다면 흑설탕 향이 강한 쿠친타나 찐빵에 가까운 푸토도 가까운 입구가 돼요.

자주 묻는 질문

찹쌀가루 말고 멥쌀가루로 만들 수 있나요?
추천하지 않아요. 멥쌀가루만으로도 굳지만 사핀사핀의 쫀득한 끈기가 나오지 않아요. 멥쌀가루를 쓴다면 전량이 아니라 찹쌀가루 260g, 멥쌀가루 40g까지로 하면 식감이 덜 무너져요.
우베 할라야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자색고구마 페이스트 70g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수분이 많은 페이스트라면 보라 층에만 찹쌀가루를 큰술 1 더해요. 자색고구마 가루라면 10g을 반죽 큰술 2로 풀어서 더해요.
색을 더 연하게 해도 되나요?
괜찮아요. 색보다 층이 나뉘어 있는 게 중요해요. 추출 향료를 쓰지 않으면 보라와 노랑이 연해지지만, 우베, 잭프루트, 코코넛의 맛이 나뉘어 있다면 가정판으로 충분해요.
찜기가 없어도 만들 수 있나요?
큰 냄비에 찜 받침을 넣으면 만들 수 있어요. 틀 바닥이 물에 닿지 않는 높이를 확보하고 뚜껑을 덮어 중강불로 쪄요. 전자레인지는 가운데와 가장자리의 익힘이 어긋나 층이 번지기 쉬우니 이 레시피에서는 쓰지 않아요.
비건으로 만들 수 있나요?
연유를 식물성 코코넛 연유로 바꾸면 가능해요. 제품에 따라 단맛과 수분이 다르니 반죽이 묽으면 찹쌀가루를 큰술 1씩 더해요. 라틱은 코코넛 크림만으로 만들 수 있어요.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전날 만드는 것이 맞아요. 완전히 식힌 뒤 랩으로 싸서 냉장 보관해요. 당일에는 자르기 20분 전에 실온에 꺼내고, 라틱을 나중에 뿌리면 향이 남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