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탕 빛 김이 오르는 오후의 간식
찜기 뚜껑을 살짝 들면 김 너머로 호박색의 동그란 반죽이 보여요. 겉은 반들반들한데 손가락으로 누르면 살짝 꺼졌다가 손을 떼면 천천히 돌아와요. 필리핀의 쿠친타(Kutsinta)는 겉보기엔 작은 찐 과자지만, 먹어 보면 흑설탕의 단맛, 쌀가루의 쫀득함, 간 코코넛의 보송한 향이 겹쳐요.
쿠친타는 필리핀에서 카카닌(kakanin)이라고 부르는 쌀 과자 가운데 하나예요. 쌀가루, 타피오카 전분, 흑설탕, 리히야(lihiya / food-grade lye water, 식용 잿물)를 섞고 아나토로 주황빛을 더해 작은 틀에서 쪄요. 같은 필리핀 떡이라도 층을 쌓는 사핀사핀(일본어)보다 작업이 짧고, 커피나 따뜻한 홍차와 함께 메리엔다(merienda, 오후 간식)로 먹기 좋아요.
집에서 만들 때 헷갈리는 건 흑설탕 양보다 리히야와 타피오카 전분을 다루는 법이에요. 리히야는 아주 조금으로 반죽의 색과 탄력을 받쳐 주지만, 많이 넣으면 쓴맛과 비누 같은 냄새가 나요. 타피오카 전분은 쫀득하게 되돌아오는 식감을 만들지만, 너무 많으면 고무처럼 딱딱해져요. 이 글에서는 작은 금속 틀 12개를 기준으로 집의 찜기에서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배합을 소개해요.
Kutsinta는 kutsinta, cuchinta, cuchinta rice cake 등으로 표기해요. 한국어로는 정해진 이름이 없어 '필리핀 흑설탕 떡'처럼 부르기도 해요. 이 글에서는 현지 이름을 따라 '쿠친타'로 표기해요.
재료(작은 틀 12개 분량) 흑설탕과 리히야를 재요

이 분량은 지름 6cm 안팎의 작은 금속 틀이나 실리콘 틀 12개 분량이에요. 틀이 얕을수록 고르게 익어요. 깊은 푸딩 틀로 만들 때는 1개당 반죽을 틀의 절반까지만 넣고 찌는 시간을 3~5분 늘려요.
리히야는 식품용이라고 명시된 것을 쓰고, 원액을 맛보거나 눈대중으로 늘리지 마세요. 1작은술을 넘기면 쓴맛이 나기 쉽고 식감도 부자연스럽게 딱딱해져요. 청소용 알칼리수, 베이킹소다 물, 가성소다는 대용이 아니에요.
바꿔도 되는 재료, 바꾸기 어려운 재료
쿠친타는 재료 수가 적은 만큼 하나만 바꿔도 식감이 크게 달라져요. 집에서는 아래 순서로 생각하면 실패가 줄어요.
| 역할 | 지키고 싶은 재료 | 대체할 수 있는 재료 | 대체하면 달라지는 점 |
|---|---|---|---|
| 색과 향 | 흑설탕, 아나토 | 흑설탕 절반을 황설탕으로 | 색이 옅어지고 흙내 같은 깊은 향이 약해져요 |
| 탄력 | 타피오카 전분, 리히야 | 타피오카 전분 일부를 감자전분으로 | 투명감과 되돌아오는 탄력이 약해져요 |
| 쌀의 바탕 | 쌀가루, 찹쌀가루 | 쌀가루만 쓰기 | 담백하지만 쫀득한 여운이 짧아요 |
| 마무리 | 간 코코넛 | 코코넛 파인을 살짝 적셔서 | 현지의 생코코넛 향과는 다른 것이 돼요 |
쿠친타는 크게 만들기보다 작은 틀에서 얇게 찌는 편이 식감이 살아요. 지름 57cm, 깊이 2cm 안팎의 틀이 다루기 쉽고, 김이 잘 돌면 1520분이면 익어요. 깊은 틀에 두껍게 부으면 가운데만 허옇게 남기 쉬워요.
장보기에서 헷갈리는 재료와 도구

동네에서 살 것은 흑설탕, 쌀가루, 기름이면 충분해요. 온라인이나 아시아 식재료점에서 찾아볼 만한 것은 아나토, 타피오카 전분, 그리고 김이 안정적으로 오르는 대나무 찜기예요. 리히야는 필리핀 식재료점이나 제과 재료점에서 'food-grade lye water'라고 명시된 식품용을 골라 주세요.
아나토는 쿠친타의 주황빛을 내는 재료예요. 가루나 씨 모두 쓸 수 있지만, 씨를 뜨거운 물에 담가 색을 우리면 조금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색이 나요. 필리핀 요리에서는 치킨 이나살(일본어)의 기름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해요.
타피오카 전분은 감자전분으로는 잘 나지 않는 투명감과 탄력을 만들어요. 쿠친타 말고도 인도네시아의 펨펙(일본어)이나 말레이시아의 부부르 차차(일본어)에도 쓰니 한 봉지 갖춰 둘 만해요.
쿠친타는 김이 약하면 허옇게 되고, 너무 세서 물방울이 떨어지면 표면이 움푹 파여요. 대나무 찜기는 뚜껑의 물방울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금속 냄비보다 반죽 표면이 덜 거칠어요. 가지고 있는 찜기로 만들 때도 뚜껑을 행주로 감싸면 비슷한 상태를 만들 수 있어요.
만드는 법, 얇게 붓고 김을 유지해요
작업 전에 틀을 씻어 물기를 닦고, 찜기에 몇 개가 들어가는지 확인해요. 반죽은 가루가 가라앉기 쉬우니 틀에 붓기 직전에 꼭 바닥부터 다시 섞어요.
실패하기 쉬운 부분과 바로잡는 법

쿠친타는 구운 색으로 판단할 수 없어서 표면의 윤기, 가운데의 탄력, 틀에서 뺐을 때의 옆면을 봐요. 잘 안 될 때는 다음 원인을 의심해요.
| 문제 | 원인 | 바로잡는 법 |
|---|---|---|
| 바닥만 하얗다 | 가루가 가라앉았거나, 다시 섞지 않고 부었다 | 틀에 붓기 직전에 바닥부터 섞고 체에 걸러요 |
| 쓰고 비누 냄새가 난다 | 리히야가 많다 | 1작은술을 상한으로 하고 계량스푼으로 재요 |
| 표면이 질척하다 | 김이 약하거나 물방울이 떨어졌다 | 물을 중불로 계속 끓이고 뚜껑을 행주로 감싸요 |
| 고무처럼 딱딱하다 | 타피오카 전분이 많거나 너무 오래 쪘다 | 타피오카 전분을 60g으로 줄이고 15분부터 확인해요 |
| 틀에서 안 빠진다 | 기름이 적거나 식힌 시간이 짧다 | 틀에 기름을 얇게 바르고 15분 이상 식혀요 |
리히야는 색과 탄력을 받쳐 주는 조연이에요. 향을 진하게 하고 싶다면 리히야가 아니라 흑설탕을 바꿔요. 머스코바도 설탕이나 진한 흑설탕을 쓰면 리히야가 적어도 쿠친타다운 깊은 색이 나요.
현지에서 먹는 법과 집에서의 식단

쿠친타는 아침 식사보다 오후 간식에 어울리는 음식이에요. 필리핀에서는 하굣길, 일하다 쉬는 시간, 가족이 모이는 메리엔다 시간에 푸토나 사핀사핀 같은 쌀 과자와 함께 놓여요. 단맛이 지나치지 않고, 간 코코넛의 고소한 기름기와 짠맛이 있어서 따뜻한 커피나 홍차와 잘 어울려요.
집에서는 메인 요리 뒤에 조금 내기보다 주말 오후에 만드는 편이 자연스러워요. 짭짤한 요리와 함께 낸다면 필리핀 요리를 하는 날 아도보(일본어)나 시니강(일본어) 뒤에 달콤한 마무리로 놓을 수 있어요. 찐 쌀 과자끼리 비교하고 싶다면 베트남의 작은 접시 찐 쌀떡 바인베오(일본어)도 가까운 주제예요.
쿠친타는 필리핀 곳곳의 시장과 간식 노점에서 팔리고 집에서도 만들어 온 카카닌(쌀 과자)이에요. 쌀과 흑설탕으로 만드는 소박한 찐 과자로 여러 지역에 퍼졌고, 지역과 가게에 따라 색의 진하기, 크기, 코코넛을 곁들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요. 집에서 재현한다면 먼저 작은 틀에서 얇게 찌고 코코넛을 따로 곁들이는 형태부터 시작하면 현지 간식의 분위기를 잡기 쉬워요.
쿠친타의 재미는 화려한 향이 아니라 식감이에요. 깨물면 살짝 저항이 있고, 씹다 보면 흑설탕의 단맛이 늦게 올라와요. 코코넛을 따로 곁들여 먹는 사람이 직접 올리게 하면 하얀 눈가루 같은 모양도 즐거워져요.
보관과 미리 만들기, 코코넛은 따로

쿠친타는 코코넛을 올리기 전이라면 냉장으로 2일 보관할 수 있어요. 완전히 식으면 마르지 않게 얕은 보관 용기에 넣어요. 표면에 랩을 직접 붙이면 자국이 남으니 용기 뚜껑으로 밀폐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데울 때는 찜기에서 중불 3분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전자레인지를 쓴다면 내열 접시에 놓고 물 1작은술을 뿌린 뒤 랩을 느슨하게 씌워 600W에서 20~30초 데워요. 너무 오래 데우면 딱딱해지니 찬 기운이 가시면 멈춰요. 간 코코넛은 다른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먹기 직전에 올려 주세요.
냉동도 할 수 있지만 해동 후에는 표면의 윤기가 조금 떨어져요. 냉동할 때는 코코넛 없이 1개씩 랩으로 싸서 2주 안에 다 먹어요. 언 채로 찜기에서 중불로 6~8분 데우면 전자레인지 해동보다 쫀득하게 돌아와요.
자주 묻는 질문
Q. 리히야 없이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지만 색과 탄력은 전혀 달라져요. 리히야 없이 만들 때는 타피오카 전분을 80g으로 늘리고 찹쌀가루를 20g으로 줄여요. 식감은 조금 부드러워지고, '쿠친타풍 흑설탕 찐 떡'으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어요. 베이킹소다나 청소용 알칼리수를 대신 넣는 건 피해 주세요.
Q. 아나토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색만의 문제라면 빼고 만들 수 있어요. 흑설탕이 진하면 옅은 갈색 쿠친타가 돼요. 강황을 넣으면 너무 노래지니, 꼭 쓴다면 아주 조금만 넣어요. 쿠친타다운 주황빛을 원한다면 아나토를 준비하는 편이 실패가 없어요.
Q. 실리콘 틀로도 만들 수 있나요?
쓸 수 있어요. 다만 금속 틀보다 열이 늦게 전달되니 찌는 시간을 3~5분 늘려요. 깊은 실리콘 컵은 가운데가 하얗게 남기 쉬우니 틀의 절반까지만 부어요. 처음에는 1개만 시험 삼아 쪄서 가운데의 탄력을 확인한 뒤 나머지를 찌면 안심이에요.
Q. 코코넛 파인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지만 그대로 쓰면 너무 건조해요. 코코넛 파인 6큰술에 뜨거운 물 2큰술을 섞어 5분 둔 다음 소금 한 꼬집을 섞어요. 생으로 간 코코넛만큼 향은 나지 않지만 하얀 모양과 가벼운 기름기는 채울 수 있어요.
Q. 쌀가루만으로 만들 수 있나요?
쌀가루만으로도 굳지만 쫀득하게 돌아오는 탄력이 약하고, 식으면 딱딱해지기 쉬워요. 쿠친타다운 맛을 내려면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함께 써요. 타피오카 전분을 감자전분으로 바꿀 때는 전량이 아니라 20g까지만 바꿔 주세요.
참고 자료
- Wikipedia contributors, "Kutsinta"(영어, 2026년 6월 7일 참조)
- Kawaling Pinoy, "Kutsinta"(영어, 2026년 6월 7일 참조)
- Pinoy Cooking Recipes, "Kutsinta"(영어, 2026년 6월 7일 참조)
- Panlasang Pinoy, "Kutsinta Recipe"(영어, 2026년 6월 7일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