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바닥의 끈기로 알 수 있는, 사헬의 주식
가루를 물에 푼 하얀 액체를 냄비에 넣으면 처음에는 묽어요. 그런데 몇 분이 지나면 나무 주걱 끝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냄비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낮게 바뀌어요. 거기서부터가 에시 만들기의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약불에서 밀어붙이듯 치대는 동안 죽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고, 소스를 받아 내는 부드러운 경단으로 바뀌어요.
에시(Esh)는 차드에서 먹는 기장이나 수수를 치대 만든 주식이에요. 영어권 자료에서는 북부의 아랍계 주민이 먹는 “boiled millet flour”로 에시라는 이름이 소개돼요. 한편 프랑스어권의 차드 요리에서는 비슷한 곡물 경단을 boule de mil이나 boule이라고 부르는 설명도 많아서, 집에서는 “가루를 치댄 주식을 소스와 먹는다”는 형태로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러워요.

집에서 만들 때의 난관은 재료 이름보다 불 조절이에요. 수수가루는 밀가루처럼 탄력으로 뭉쳐지지 않고, 옥수수가루만 쓴 죽보다 향이 강해요. 수분이 적으면 푸석하게 갈라지고, 수분이 많으면 접시에서 퍼져요. 이 글에서는 수수가루를 중심으로 소량의 기장가루를 섞고, 먼저 슬러리를 만든 뒤 냄비에서 치대는 방법으로 해요. 소스는 차드의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크라, 토마토, 땅콩의 조합에 가깝게 하고,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는 재료와 따로 찾아볼 만한 재료를 나눠요.
만들기 전에 흐름을 잡아요

에시를 만드는 날은 소스를 먼저 만들어 두면 마음이 편해요. 곡물 경단은 치대기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어요. 옆에서 오크라 소스를 끓이면서 가루를 치대면 어느 한쪽이 타요. 먼저 오크라와 토마토를 끓이고, 땅콩으로 농도를 만들고, 약불로 데워 둘 수 있는 상태로 해 두고 나서 에시 본체로 넘어가는 것이 가정에 알맞아요.
| 흐름 | 주방에서의 기준 | 실패를 막는 요점 |
|---|---|---|
| 가루를 물에 풀기 | 불을 쓰지 않고 10분 | 큰 덩어리를 여기서 없애요 |
| 소스 끓이기 | 중불에서 약불로 30분 | 오크라는 먼저 썰고, 땅콩은 따로 풀어요 |
| 에시 치대기 | 약불로 20분 | 남은 가루는 한 번에 넣지 않아요 |
| 담기 | 따뜻할 때 5분 | 그릇을 물에 적셔 모양을 잡아요 |
같은 치대는 주식이어도 탄자니아의 우갈리는 옥수수가루의 하얀 탄력이 주인공이고, 부르키나파소의 토는 수수의 향을 오크라 소스로 받아 내요. 에시는 그 둘에 가깝지만, 차드의 식탁답게 곡물 경단을 소스의 그릇으로 대하는 감각이 강한 요리예요.
재료

땅콩과 생선을 써요.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 레시피를 그대로 만들지 말고, 땅콩은 흰 참깨 페이스트로, 멸치는 다시마 육수로 바꿔 다른 요리로 짜세요. 에시 본체는 밀을 쓰지 않지만, 가루의 제조 라인에서 밀이 섞이는 제품도 있으니 글루텐을 엄격히 피한다면 표시를 확인하세요.
장볼 때 눈여겨볼 만한 것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것은 오크라, 토마토, 양파, 마늘, 고기, 멸치예요. 이 부분은 보통 마트로 충분해요. 따로 찾아볼 가치가 있는 것은 수수가루, 무가당 땅콩버터, 두꺼운 냄비 세 가지예요. 단 땅콩 크림을 쓰면 소스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달아지고, 얇은 냄비를 쓰면 가루를 치댈 때 바닥만 굳어요.
수수가루는 에시의 곡물감을 만드는 재료예요. 전량을 옥수수 전분 가루로 하면 차드의 에시보다 우갈리나 폴렌타 쪽으로 기울어요.
땅콩은 향과 농도를 동시에 만들어요. 빵용 단 크림이 아니라 무가당 타입을 골라요.
에시는 치대는 도중 냄비 바닥에 눌어붙기 쉬운 요리예요. 얇은 손잡이 냄비보다 바닥이 두껍고 나무 주걱으로 힘을 줘도 움직이기 어려운 냄비가 알맞아요.
만드는 법
냄비는 두 개를 써요. 소스용으로 작은 냄비나 프라이팬, 에시용으로 두꺼운 냄비예요. 에시 본체를 치대기 시작하면 중간에 스마트폰을 만질 시간은 없어요. 물, 가루, 나무 주걱, 물에 적신 작은 그릇을 모두 손 닿는 곳에 두고 불을 켜요.
집에서 지킬 것, 바꿀 것

에시는 ‘가루를 치댄 주식’이라서 겉모습만이라면 여러 가루로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뭐든 대체하면 차드다움이 흐려져요. 지키고 싶은 것은 사헬에서 많이 쓰는 수수와 기장의 향, 손으로 뜯을 수 있는 단단함, 끈기 있는 소스를 받아 내는 먹는 법이에요.
| 요소 | 현지의 생각 | 집에서의 착지점 |
|---|---|---|
| 곡물 | 기장이나 수수를 치대 주식으로 삼아요 | 화이트 수수가루를 중심으로 기장가루를 소량 섞어요 |
| 소스 | boule이나 esh는 반드시 소스와 먹어요 | 오크라, 토마토, 땅콩으로 끈기와 진한 맛을 만들어요 |
| 생선의 감칠맛 | 마른 생선이나 고기의 감칠맛을 소량 넣어요 | 멸치를 쓰고, 너무 강하면 반으로 줄여요 |
| 먹는 법 | 손으로 뜯어 소스를 떠요 | 집에서는 숟가락도 괜찮지만 단단함은 손으로 먹는 것을 기준으로 해요 |
오크라는 냉동도 쓸 수 있어요. 다만 냉동 오크라는 수분이 나오기 쉬우니, 언 채로 냄비에 넣지 말고 체에 펼쳐 표면의 서리를 털어 낸 뒤 넣어요. 잘게 썰수록 끈기가 강해져요. 산뜻한 소스를 원하는 날은 5mm 폭, 확실히 감기게 하고 싶은 날은 굵게 다져요.
기장가루를 찾지 못했다면 화이트 수수가루를 300g으로 해서 만들 수 있어요. 완전히 같은 향은 아니지만 에시로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반대로 밀가루만, 전분만, 쌀가루만으로 만들면 끈기도 향도 별개의 것이 돼요. 집 주방에서 현실적으로 지킨다면 적어도 수수가루만은 남겨 주세요.
실패 중 가장 많은 것은 치대기 시작한 뒤 가루를 한꺼번에 넣는 거예요. 가루가 표면에 떠서 덩어리가 되고 안쪽만 덜 익은 채 남아요. 남은 가루는 반드시 4번으로 나누고, 넣을 때마다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치대세요. 냄비 바닥이 탔을 때는 긁어내 섞지 마세요. 탄 냄새가 전체에 옮겨 가요. 위쪽의 깨끗한 부분만 다른 냄비에 옮기고 끓는 물 2큰술을 더해 약불로 되돌리는 편이 먹기 좋아요.
먹는 법, 식단, 보관

에시는 접시 가운데에 놓고 소스를 옆에서 부으면 먹기 편해요. 처음부터 전부 섞으면 곡물 경단의 식감이 사라져요. 손으로 먹을 때는 엄지로 오목하게 만들어 소스를 떠요. 식탁에서는 숟가락으로 한입 크기로 잘라 소스를 묻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식단으로 짠다면 새콤한 토마토 샐러드를 옆에 두면 너무 무겁지 않아요. 푸른 채소를 더하고 싶은 날은 케냐의 수쿠마 위키 같은 볶는 법이 어울려요. 치대는 주식을 비교해 보고 싶다면 다음으로 보츠와나의 보고베 자 레로체나 가나의 반쿠로 나아가면 가루, 발효, 소스의 차이가 보여요.
보관은 에시와 소스를 나눠요. 에시는 얕은 용기에 담아 한김 식히고, 표면에 랩을 밀착시켜 냉장 2일까지. 소스도 냉장 2일까지예요. 데울 때는 에시 1인분에 물 2큰술을 뿌리고 전자레인지 600W로 1분 30초 데운 뒤 섞어요. 아직 단단하면 30초씩 추가해요. 냄비에서 되돌릴 때는 약불로 하고 끓는 물을 1큰술씩 더하며 다시 치대요.
냉동도 가능하지만 해동 후 알갱이 느낌이 나기 쉬워요. 냉동한다면 한입 크기로 잘라 수프나 남은 오크라 소스에 넣어 먹는 편이 알맞아요. 완성한 반구 그대로 냉동해도 해동 시 표면이 갈라지기 쉬워요.
자주 묻는 질문
에시와 토, 우갈리는 같은 요리인가요?
가까운 요리이지만 같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모두 곡물가루를 치대는 주식인데, 우갈리는 옥수수가루가 중심이고, 토는 수수나 기장을 소스와 먹는 서아프리카 쪽 주식, 에시는 차드의 맥락에서 이야기되는 기장이나 수수의 치댄 경단이에요. 집에서 만들 때는 가루의 종류와 곁들이는 소스로 차이를 내요.
기장가루 없이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화이트 수수가루 300g, 물 850ml로 진행하세요. 기장가루를 빼면 향이 조금 단조로워지지만 치대는 법과 소스의 골격은 지킬 수 있어요. 수분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니 마지막에 끓는 물 2큰술씩으로 조절해요.
오크라의 끈기가 부담스러워요
오크라를 5mm 폭의 동그란 모양으로 썰어 뚜껑을 덮지 않고 끓이면 끈기가 약해져요. 굵게 다져 뚜껑을 덮으면 끈기가 강해져요. 에시는 소스를 받아 내는 요리이니, 완전히 묽게 하기보다 나무 주걱에서 천천히 떨어질 정도의 끈기를 남기는 편이 먹기 좋아요.
단 땅콩버터도 쓸 수 있나요?
쓰지 않는 편이 좋아요. 설탕이 든 땅콩 크림을 넣으면 토마토와 오크라 소스가 달아져서 소금이나 고추로는 되돌리기 어려워요. 무가당이 없으면 무염 볶음 땅콩 80g을 절구나 푸드 프로세서로 굵게 으깨 뜨거운 국물로 풀어 주세요.
고기 없이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소고기를 빼고 멸치를 30g으로 늘리면 감칠맛이 남아요. 생선도 피하고 싶다면 말린 표고버섯 8g을 불려 불린 물을 물의 일부로 쓰세요. 그 경우에는 차드의 맛 그 자체라기보다, 곡물 경단과 오크라·땅콩 소스의 채식 버전으로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