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저녁, 덴마크 가정집 부엌에서는 돼지 기름이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와 월계수 잎, 정향의 향이 감돌아요. 오븐 문을 열면 돼지 껍질이 잘게 갈라져 황금색으로 부풀어 있고 칼을 대면 "파삭" 하고 마른 소리가 나요. 플레스케스테이(flæskesteg)는 껍질째 구워 내는 덴마크의 로스트 포크예요. 크리스마스이브 식탁의 주인공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구워 온 요리예요.
이 요리의 모든 것은 껍질을 얼마나 바삭하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어요. 칼집을 내고 소금을 문질러 처음에는 껍질을 아래로 하고 뜨거운 물에 담가 굽고 뒤집은 뒤 고온에서 단번에 부풀려요. 순서 자체는 단순하지만 껍질의 칼집과 소금을 꼼꼼히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져요.
12월 24일, 덴마크 오븐에서 돼지 껍질이 터져요

덴마크 사람들은 몇 세기 전부터 돼지고기를 먹어 왔지만 오븐에 굽는 로스트 포크가 가정에 일반화된 것은 1860년대에 장작 가정용 오븐이 퍼진 뒤의 일이에요. 1901년에 출간된 프로켄 옌센(Frk. Jensen)의 요리책 레시피를 지금도 '전통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덴마크인이 적지 않아요. 껍질을 남겨 굽는 것은 이 요리가 퍼진 초기부터 빠뜨릴 수 없는 조건이었어요.
왜 크리스마스에 돼지일까요. 덴마크의 영어 뉴스 사이트 The Local은 19세기 농업과의 관계를 들어요. 양돈 농가는 고기를 소금물에 담가 보존했고 너무 짜지기 전에 다 먹어야 했어요. 그리고 돼지를 잡는 것은 11월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잔칫상에 돼지고기가 오르게 되었다고 해요. 한편 19세기 부유한 가정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관습을 따라 거위와 나중에는 오리가 돼지보다 격이 높은 고기로 여겨지게 되었어요.
지금 덴마크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오리와 플레스케스테이를 '둘 다' 내는 집도 많다고 해요. The Local에 따르면 12월 24일에 오리를 먹는 사람은 약 4명 중 3명, 돼지를 먹는 사람은 약 60%예요.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두 종류의 고기를 나란히 놓는 것이 덴마크 방식이에요.
식탁에는 정해진 얼굴들이 놓여요. 삶은 감자와 설탕, 버터를 입혀 갈색으로 윤을 낸 감자(brunede kartofler). 삶거나 볶아 조린 붉은 양배추(rødkål). 고기 구운 즙으로 만든 그레이비. 그리고 식후에는 다진 아몬드와 바닐라, 휘핑크림을 섞은 차가운 라이스 푸딩 리살라망드(risalamande)에 체리 소스를 얹어 먹어요. 리살라망드는 덴마크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의 9할에서 나온다고 해요.
재료(4인분)

마트에서 흔히 파는 삼겹살 덩어리는 대부분 껍질을 벗긴 것이에요. 껍질 있는 삼겹살은 정육점이나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고 오키나와 요리에 쓰는 껍질 있는 삼겹살로 냉동품도 구할 수 있어요. 덴마크에서는 등심 쪽 캄스테이(kamsteg)도 인기지만 껍질 있는 삼겹살이 더 구하기 쉽고 지방이 많은 만큼 구워도 퍽퍽해지기 어려운 것이 장점이에요.
냉동 껍질 있는 고기는 냉장고로 옮겨 시간을 들여 해동하세요. 덴마크의 식육 회사 Danish Crown은 로스트용 덩어리는 냉장고에서 2–4일에 걸쳐 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껍질 표면이 마를수록 바삭하게 구워지니 해동 뒤에는 키친타월로 물기를 잘 닦아요.
플레스케스테이 만드는 법
밑준비는 약 20분. 굽는 시간은 껍질을 아래로 해서 20분, 뒤집어 50분, 껍질을 부풀리는 마무리 10–20분, 휴지 15분이에요. 오븐은 열풍 대류식을 상정했어요. 대류가 없는 전기 오븐은 각 단계의 온도를 10–20℃ 높이고 구움색을 보며 시간을 조절하세요.
돼지고기는 중심부를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하세요. 돼지고기는 신선한 것이라도 속까지 익히지 않으면 식중독이나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어요. 덴마크 레시피에서는 등심을 중심 온도 65℃로 마무리하는 예도 있지만 집에서 만든다면 75℃ 1분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온도계로 확인하세요.
마무리 230℃에서는 돼지 기름이 구움 접시에 튀어 연기가 나기 쉬워요. 오븐 문을 열 때는 얼굴을 가까이 대지 말고 두꺼운 장갑을 쓰세요. 그릇에 옮긴 뜨거운 구운 즙에 데이지 않게도 조심하세요.
껍질이 아무리 해도 부풀지 않을 때는 오븐의 그릴(윗불) 기능으로 몇 분 굽는 방법도 있어요. 다만 몇 초 만에 황금색에서 새까맣게 변하니 문 앞에서 눈을 떼지 말고 지켜보세요.
붉은 양배추와 윤기 나는 감자를 곁들여

썬 플레스케스테이는 껍질을 위로 해서 접시에 놓아요. 곁들임의 정석은 새콤달콤하게 조린 붉은 양배추와 두 가지 감자예요. 삶은 감자와 설탕, 버터를 입혀 갈색으로 윤을 낸 브루네데 카트포일러예요. 덴마크에서는 삶은 작은 감자 통조림을 써서 캐러멜에 입히는 가정도 많고 붉은 양배추도 병조림이나 통조림이 자주 쓰여요. 수입 식품점의 병조림 붉은 양배추를 데우면 손쉽게 식탁 분위기가 갖춰져요.
구움 접시에 남겨 둔 구운 즙은 표면의 기름을 걷어 낸 뒤 냄비에 옮기고 밀가루로 농도를 내면 그레이비가 돼요. 후추와 월계수 잎의 향이 밴 구운 즙은 짠맛도 고기의 감칠맛도 충분해요.
다음 날까지 남으면 얇게 썰어 호밀빵에 올려 덴마크의 오픈 샌드위치 스뫼레브뢰로 만들어 보세요. 차가운 플레스케스테이에 붉은 양배추나 프룬, 오렌지, 오이 피클을 합치는 것이 정석 조합이에요. 따뜻한 채로 번에 끼운 것은 덴마크의 핫도그 가판에서도 팔아요.
리벤스스테이와 캄스테이, 두 가지 부위

덴마크에서 플레스케스테이는 특정 부위가 아니라 '껍질 있는 채로 구운 돼지고기 로스트'라는 요리의 이름이에요. Danish Crown에 따르면 인기 있는 부위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등 쪽의 살코기가 많은 캄스테이(kamsteg, 등심), 다른 하나는 살코기와 지방이 켜켜이 있는 리벤스스테이(ribbenssteg, 삼겹살)예요. 리벤스스테이는 지방이 많은 만큼 너무 구워도 퍽퍽해지기 어렵다고 해요.
다 구워진 중심 온도의 기준도 부위에 따라 달라서 같은 회사의 가이드에서는 캄스테이를 65℃, 리벤스스테이를 75℃로 해요. 집에서 만든다면 어느 부위든 중심부를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는 것이 기준이에요.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라면 이 온도까지 구워도 촉촉하게 마무리돼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Aamanns의 레시피에서는 로스트용 어깨살은 약 2시간 15분, 등심은 약 1시간 45분으로 부위에 따라 굽는 시간을 나눠요. 같은 플레스케스테이라도 부위와 크기에 따라 익는 정도가 꽤 달라요.
자주 묻는 질문

껍질 있는 돼지고기를 구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껍질 없는 삼겹살 덩어리로도 같은 순서로 향 좋은 로스트 포크를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이 요리의 주역인 바삭한 껍질은 생기지 않아요. 껍질 있는 삼겹살은 오키나와 요리용 껍질 있는 삼겹살로 정육점이나 온라인에서 찾으면 발견하기 쉬워요.
껍질이 바삭해지지 않았어요. 무엇이 원인인가요?
많은 것은 칼집이 얕아 소금이 깊이 들어가지 않은 것, 껍질 표면이 젖어 있는 것, 마무리 온도가 부족한 것이에요. 굽기 전에 껍질의 물기를 잘 닦고 마무리는 230℃까지 올리세요. 그래도 부풀지 않는 부분은 그릴 기능으로 눈을 떼지 않고 짧게 구워요.
정향은 넣는 편이 좋은가요?
넣지 않아도 만들 수 있어요. 덴마크 레시피에서도 정향은 '빼도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월계수 잎만으로도 충분히 향이 배요.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구운 당일이 껍질이 가장 바삭해요. 남은 고기는 식힌 뒤 냉장고에 넣고 되도록 빨리 드세요. 차가운 채로 얇게 썰어 오픈 샌드위치로 하거나 데울 때는 속까지 충분히 뜨거워질 때까지 가열해요.
참고 문헌
- Danish Crown, “Den ultimative guide til flæskesteg.”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danishcrown.com/media/geueuy5n/denultimativeguidetilflaeskesteg.pdf
- Aamanns, “Den sprødeste flæskesteg.”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aamanns.dk/wp-content/uploads/2019/12/Opskrift_Flæskesteg.pdf
- Michael Barrett, The Local Denmark, “Why do Danes eat duck and pork for Christmas?” 2017년 12월 21일.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thelocal.dk/20171221/why-do-danes-eat-duck-and-pork-for-christmas
- Wikipedia, “Flæskesteg.”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en.wikipedia.org/wiki/Fl%C3%A6skesteg
- 도쿄도 분쿄구 「돼지고기 생식 제공·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일본어).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city.bunkyo.lg.jp/b026/p002888.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