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의 나라가 사랑하는 ‘비행선’
발트 3국 가운데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호박(琥珀)의 해안과 바로크 양식의 구시가지로 알려진 나라예요. 이 나라의 음식 문화 밑바탕에는 감자를 향한 남다른 애정이 흘러요. 그 사랑의 결정체가 체펠리나이(Cepelinai / Didžkukuliai) 예요.
체펠리나이는 생감자와 삶은 감자를 섞은 반죽으로 고기나 치즈 소를 감싸 삶아 낸 커다란 경단이에요. 하나가 주먹보다 크고 묵직해요. 이름은 20세기 초 독일의 비행선 ‘체펠린호(Zeppelin)’에서 왔어요. 타원형 모양이 비행선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칼을 넣으면 쫄깃한 감자 반죽 속에서 육즙이 흘러나와요. 그 위에 사워크림과 바삭한 베이컨 소스를 끼얹어 먹어요. 리투아니아 할머니의 맛이자 국민 소울푸드예요.
폴란드의 피에로기, 조지아의 힝칼리, 중국의 샤오룽바오처럼 세상에는 ‘감싸는 요리’가 많아요. 그중에서도 체펠리나이는 감자 반죽으로 감싼다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눈에 띄어요. 밀가루 반죽과 달리 감자 반죽은 특유의 쫀득한 탄력이 있어서, 따뜻할 때 먹는 식감은 다른 데서 찾기 어려워요.
리투아니아어로 ‘체펠린(비행선)’의 복수형이에요. 정식 이름은 디쥬쿠쿨라이(Didžkukuliai, ‘큰 경단’이라는 뜻)이지만 체펠리나이라는 애칭이 더 널리 쓰여요. 리투아니아의 국민 음식이며, 고기 소, 커티지치즈 소, 버섯 소의 세 가지가 대표적이에요.
폴란드의 피에로기(일본어)나 조지아의 힝칼리처럼 ‘감싸는 요리’는 세계 곳곳에 있지만, 체펠리나이의 감자 반죽은 다른 데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식감이 있어요. 이 글에서는 현지의 조리법을 구하기 쉬운 재료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요.
재료(4인분・8개분)

간 생감자는 공기에 닿으면 빠르게 갈변해요. 갈자마자 바로 물기를 짜고 소금을 뿌리면 변색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요.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변색해도 맛에는 영향이 없지만 색이 어두워 보여요.
딜은 마무리로 조금만 올려도 사워크림 소스의 무거움이 가셔요. 생딜이 없으면 건조 딜로도 충분해요.
조리 요령
체펠리나이의 성패는 생감자의 물기를 얼마나 짜느냐에 달렸어요. 덜 짜면 반죽이 질척거려 빚을 수 없고, 너무 짜면 퍼석해서 갈라지기 쉬워요. 기준은 ‘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예요. 행주에 체중을 실어 꾹 짜는 것이 리투아니아식이에요.
체펠리나이를 넣은 직후에 냄비 바닥에 붙을 때가 있어요. 넣고 30초 뒤에 나무 주걱으로 바닥을 가볍게 훑듯이 떼어 주세요. 한 번 떠오르기 시작하면 괜찮아요. 냄비는 큰 것을 골라 체펠리나이끼리 붙지 않도록 여유를 두세요.
냉장고에서 막 꺼낸 사워크림을 베이컨 소스에 넣으면 기름이 굳어 분리될 때가 있어요. 30분 전에 실온에 꺼내 두면 매끄러운 소스가 돼요. 헝가리의 굴라시에도 사워크림을 쓰는데, 온도 관리가 공통된 요령이에요.
반죽이 남으면 얇게 펴 프라이팬에 구워 감자 팬케이크로 만들 수 있어요. 버터와 사워크림을 곁들여요.
응용·변형
커티지치즈 소
고기 소 대신 커티지치즈 200g+달걀 1개+설탕 1큰술을 섞은 소를 넣어요. 소가 달콤해서 사워크림을 끼얹으면 간식처럼 먹을 수 있어요. 루마니아의 플라친타의 치즈 소와 통하는 동유럽의 달콤한 맛이에요.
버섯 소
고기 소 대신 느타리버섯 150g+양송이 100g을 다져 버터에 볶고 소금・후추로 간한 것을 소로 써요.
미니 체펠리나이
보통의 절반 크기로 만들어 전채나 안주로 내는 방식이에요. 미니 크기는 빚는 것도 삶는 시간도 짧아서 처음 만드는 분께도 권해요. 핀초처럼 꼬치에 꽂으면 파티 요리가 돼요.
구운 체펠리나이
삶은 체펠리나이를 다음 날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방식이에요. 버터를 두르고 모든 면을 중불에서 3분씩 구워 겉에 바삭한 구움색을 내요. 속은 쫀득하고 겉은 바삭한 이중 식감이 되어, 갓 삶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맛이에요.
토마토 소스 버전
사워크림 소스 대신 토마토 소스나 라타투이를 끼얹는 현대적인 응용이에요. 무거운 사워크림 소스보다 가볍게 마무리돼요. 이탈리아의 뇨키 같은 느낌으로 즐길 수 있어요.

이 요리의 배경
체펠린 비행선과 요리 이름
체펠리나이라는 이름은 1900년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백작이 발명한 경식 비행선에서 왔어요. 20세기 초 체펠린 비행선은 유럽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그 타원형 모양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어요.
누가 이 요리에 ‘체펠리나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아요. 정식 이름 ‘디쥬쿠쿨라이’가 너무 길어서 입에 착 붙는 ‘체펠리나이’가 퍼졌을 것으로 보여요.
폴란드와의 ‘사촌’ 관계
역사적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는 연합 국가(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를 이루었고, 두 나라의 음식 문화는 깊이 얽혔어요. 폴란드의 피에로기(일본어)와 체펠리나이는 ‘사촌’ 같은 사이로, 둘 다 반죽으로 소를 감싸는 기법을 공유해요.
다만 피에로기는 밀가루 반죽을 쓰고 삶은 뒤 버터에 굽기도 하는 반면, 체펠리나이는 생감자와 삶은 감자를 쓰고 삶기만 하면 완성돼요. 이 차이는 농촌에서 밀보다 감자가 더 흔했던 배경을 반영해요.
감자의 품종과 계절
감자를 고를 때는 전분이 많은 품종이 끈기 있는 반죽을 만들어요. 햇감자는 전분이 적고 수분이 많아서 체펠리나이 반죽에는 맞지 않아요. 가을 이후 저장해 둔 감자가 가장 좋아요. 전분이 응축되어 끈기 있는 반죽을 만들 수 있어요.
기라: 빵으로 만드는 발효 음료
체펠리나이의 짝으로 꼭 이야기해야 할 음료가 기라(Gira) 예요. 호밀빵을 발효시켜 만드는 약한 탄산 음료로, 러시아의 크바스와 비슷해요. 빵 효모가 만드는 은은한 신맛과 단맛이 체펠리나이의 묵직한 맛을 산뜻하게 중화해 줘요.
영양 정보(4인분 중 1회분・2개분)
체펠리나이는 감자의 탄수화물과 고기 소의 단백질이 어우러진, 든든한 에너지 요리예요.
| 영양소 | 함량 |
|---|---|
| 열량 | 580kcal |
| 단백질 | 28g |
| 지방 | 26g |
| 탄수화물 | 62g |
| 식이섬유 | 5g |
| 나트륨 | 720mg |
감자는 비타민 C의 좋은 공급원이에요. 돼지고기는 비타민 B1이 풍부해서 탄수화물 대사를 도와요. 베이컨의 염분이 신경 쓰이면 양을 줄이고 사워크림의 비율을 늘리세요.
함께 만들어 보면 좋은 요리
- 카르보나드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다시 쓸 수 있어요.
- 바테르조이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다시 쓸 수 있어요.
- 파스티차다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다시 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처음 체펠리나이를 만드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어요. 반죽 다루기부터 보관법까지 설명해요.
Q1. 체펠리나이가 삶는 동안 무너져요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이에요. 대책은 세 가지예요. 첫째, 생감자의 물기를 충분히 짜요. 둘째, 모아 둔 전분을 반드시 반죽에 돌려 넣어요. 셋째, 잔잔한 끓음을 유지하고 펄펄 끓이지 않아요. 이 세 가지를 지키면 무너짐을 막을 수 있어요. 처음 만든다면 미니 크기(절반 크기)로 연습하는 것도 추천해요.
Q2. 생감자가 변색되어도 괜찮나요?
네, 변색(갈변)은 감자에 든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맛이나 안전성에는 전혀 영향이 없어요. 신경 쓰이면 갈자마자 레몬즙을 몇 방울 더하면 산화가 억제돼요. 삶으면 가열로 효소가 불활성화되어 변색이 눈에 띄지 않아요.
Q3. 냉동 보관할 수 있나요?
빚은 뒤의 생 체펠리나이를 쟁반에 펼쳐 급속 냉동하고, 얼면 지퍼백에 옮기는 방법이 가장 좋아요. 냉동으로 2개월 보관할 수 있어요. 삶을 때는 해동하지 말고 언 채로 냄비에 넣어요. 삶는 시간은 평소보다 5분 더 늘려요.
Q4. 고기 대신 치즈를 넣을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커티지치즈 200g+달걀 1개+설탕 1큰술+소금 한 꼬집을 섞은 소로 감싸요. 달지 않은 버전이라면 설탕을 빼고 딜을 넣어요. 보스니아의 부렉(일본어)의 치즈 버전처럼 동유럽에서는 치즈를 감싼 요리가 흔해요.
Q5. 체펠리나이에 어울리는 음료는 무엇인가요?
맥주가 좋은 짝이에요. 라거 계열의 산뜻한 맛이 체펠리나이의 묵직한 식감을 씻어 줘요. 무알코올이라면 기라(리투아니아의 빵 발효 음료) 가 전통적인 조합이에요. 호밀빵 효모가 만드는 부드러운 신맛과 약한 탄산이 감자의 무거움을 중화해 줘요. 드라이한 리슬링의 또렷한 산미도 사워크림 소스와 궁합이 아주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