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레몬이 부엌을 깨워요
레몬을 자르는 순간의 상큼한 향, 마늘을 으깰 때의 강한 냄새, 거기에 붉은 고추와 파프리카를 섞은 기름이 더해지면 부엌의 공기가 단숨에 남쪽을 향해요. 피리피리 치킨, 또는 페리페리 치킨은 닭고기를 고추, 레몬, 마늘, 기름에 재워 굽는 포르투갈어권의 붉은 닭 요리예요.
패스트 캐주얼 체인의 맛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요리로 보면 재미있는 점은 '포르투갈만의 요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데 있어요. 포르투갈어로는 piri-piri, 영어권에서는 peri-peri라고도 쓰고, 그 배경에는 아프리카 남동부의 고추 문화, 포르투갈의 숯불구이, 인도양을 오간 향신료의 길이 있어요. 모잠비크의 식탁에서 자란 매운 소스가 포르투갈의 숯불 닭구이를 만나, 지금은 전 세계에서 '붉고 새콤한 닭'으로 먹히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접시 위의 작은 그을음까지 여행의 흔적처럼 보여요.
집에서 만들 때 어려운 건 매운맛 자체가 아니에요. 고추를 무작정 늘리면 향보다 통증이 먼저 와요. 반대로 매운 게 겁나서 고추를 너무 빼면 레몬 맛의 평범한 그릴 치킨이 돼요. 이 글에서는 건고추, 파프리카, 레몬, 마늘로 만들 수 있는 가정식을 중심으로, 매운맛을 두 단계로 나누고 오븐에서 먼저 익힌 뒤 마지막에 그을음을 내는 방법으로 정리했어요.
칼두 베르드(일본어)나 바칼랴우 아 브라스(일본어)가 포르투갈의 소박한 식탁이라면, 피리피리 치킨은 조금 더 바깥을 향한, 땀과 연기가 있는 요리예요. 그을린 껍질, 새콤한 소스, 감자, 샐러드. 주말 점심에 구우면 식탁이 조금은 포장마차가 돼요.
포르투갈어권에서는 piri-piri, 영어권이나 남아프리카 계열 가게에서는 peri-peri라고 쓰기도 해요. 한국어로도 '피리피리'와 '페리페리'를 모두 볼 수 있어요. 이 글에서는 '피리피리 치킨'을 주로 쓰고, 현지 이름인 frango piri-piri도 함께 적어요.
이 요리의 배경: 모잠비크의 고추와 포르투갈의 숯불

피리피리 치킨을 찾아보면 반드시 모잠비크와 포르투갈의 이름이 나와요. 고추 자체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지만, 대항해 시대 이후 포르투갈인의 교역로를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퍼졌어요. 아프리카 남동부에서는 작고 매운 고추가 소스에 쓰였고, 포르투갈어 요리 이름과 영어권 메뉴에 piri-piri로 남아 있어요.
포르투갈 쪽에서 비슷한 요리는 frango no churrasco, 즉 숯불에 구운 닭이에요. 가게 앞이나 시장 근처에서 닭이 돌아가고, 표면에 붉은 소스를 바르고, 껍질이 군데군데 까맣게 그을려요. 거기에 피리피리 소스를 끼얹으면 신맛, 기름, 매운맛이 하나가 돼요. 브라질의 슈하스코(일본어)가 소고기와 굵은소금의 뺄셈이라면, 피리피리 치킨은 닭 기름에 고추와 레몬을 부딪치는 덧셈의 숯불 요리예요.
집에서 재현할 때는 숯불 향을 억지로 흉내 내려고 훈연액이나 강한 스모크를 더하기보다, 껍질을 말리고 고온에서 그을음을 내는 편이 맛이 가까워져요. 고추의 종류는 바꿀 수 있지만, 레몬의 신맛, 마늘, 기름으로 향을 실어 나르는 것, 마지막에 껍질을 조금 그을리는 것은 빼지 않는 편이 좋아요. 이것만 지키면 가정용 오븐으로도 꽤 '그럴듯한' 접시가 돼요.
| 요소 | 현지에 가깝게 | 집에서의 현실적인 방법 |
|---|---|---|
| 고추 | 작고 매운 고추, 피리피리 소스 | 건고추, 홍고추, 스카치 보닛 계열 소스 조금 |
| 신맛 | 레몬, 식초, 감귤 | 레몬즙을 중심으로 식초를 조금 더해요 |
| 굽는 법 | 숯불, 회전구이, 강한 직화 | 오븐으로 익히고, 마지막에 오븐 그릴 기능이나 생선 그릴로 그을려요 |
| 먹는 법 | 감자튀김, 샐러드, 빵, 밥 | 감자, 양상추, 빵, 흰밥으로도 충분히 잘 어울려요 |
재료(4인분): 매운맛은 두 단계로

닭고기는 뼈 있는 닭다리가 가장 분위기가 나요. 다만 뼈 있는 닭다리를 구하기 어려운 날도 있으니, 뼈 없는 닭다리살로도 만들 수 있는 배합으로 했어요. 껍질은 벗기지 마세요. 피리피리 치킨은 껍질의 그을음과 소스의 신맛이 짝을 이뤄야 맛있어요.
이 레시피에는 닭고기를 써요. 시판 고추 소스를 더할 경우 제품에 따라 밀, 대두, 보존료가 들어 있을 수 있어요. 닭고기는 중심 온도 74℃ 이상을 확인하고, 육즙이 투명해질 때까지 익혀 주세요. 생고기에 닿은 마리네이드는 그대로 식탁용 소스로 쓰지 않아요.
장을 볼 때 고민되는 것은 매운맛, 기름, 온도 관리 세 가지예요. 파프리카는 색과 향을 위해, 페퍼 소스는 매운맛을 나중에 더하기 위해, 중심 온도계는 너무 익히는 것과 덜 익히는 것을 동시에 피하기 위해 살펴볼 가치가 있어요.
매운맛 조절과 실패하기 쉬운 부분

피리피리 치킨의 매운맛을 고추 개수만으로 정하면 맛이 거칠어져요. 처음에는 건고추 2개에 씨를 절반만 남기는 정도가 먹기 편해요.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구운 뒤 스카치 보닛 계열 소스를 몇 방울 더하는 편이 가족 모두 같은 접시를 나눠 먹기 쉬워요.
| 상황 | 원인 | 되돌리는 법 |
|---|---|---|
| 너무 매워요 | 씨를 다 넣었거나 소스를 두껍게 발랐어요 | 레몬즙 2작은술과 올리브유 1큰술을 섞어 접시 위에서 희석해요 |
| 껍질이 까맣고 써요 | 설탕과 고추가 센불에서 너무 탔어요 | 탄 부분을 얇게 깎아 내고, 식탁용 소스는 따로 곁들여요 |
| 속이 덜 익은 것 같아요 | 고온에서 겉만 그을렸어요 | 180℃로 낮춰 10분 더 굽고 중심 온도를 확인해요 |
| 맛이 싱거워요 | 소금이 적거나 재운 시간이 짧아요 | 구운 뒤 소금 한 꼬집과 레몬을 뿌려요 |
| 소스가 묽어요 | 레몬즙이 너무 많거나 기름이 적어요 | 파프리카 1작은술과 기름 1큰술을 더해 유화시켜요 |
매운맛은 냄비나 양념장에서 다 정하지 말고, 처음에는 순하게 만든 뒤 식탁에서 매운 소스를 더하는 편이 실패가 없어요. 다 구우면 중심 온도를 확인한 뒤, 마지막에 센불로 껍질에 그을음을 내요.
숯불로 만들 때는 처음부터 센불 바로 위에 올리지 마세요. 중불 구역에서 껍질을 위로 해서 10분, 뒤집어서 8분, 마지막에만 센불 구역에서 그을음을 내면 안정적이에요. 꼬치구이처럼 자주 옮기기보다 한 면씩 차분하게 구워야 껍질이 찢어지지 않아요.
저크 치킨과 비교하면 피리피리 치킨은 향신료의 층이 얇고, 신맛과 고추가 앞에 나와요. 올스파이스나 시나몬을 넣으면 저크 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이번에는 넣지 않아요. 냐마 초마처럼 소금과 불로 굽는 고기 요리와도 달리, 소스의 신맛으로 닭 기름을 끊어 주는 것이 이 요리의 매력이에요.
먹는 법, 보관, 다음 날 활용

갓 구웠을 때는 감자튀김, 샐러드, 빵이 가장 알기 쉬운 조합이에요. 포르투갈의 숯불 닭구이 가게에서는 감자와 샐러드 접시에 붉은 소스를 각자 더해 먹는 감각이 있어요. 흰밥과도 잘 어울려요. 소스의 신맛이 강해서 카레처럼 밥에 곁들여도 무겁지 않아요.
보관할 때는 한 김 식힌 뒤 뼈를 발라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2일을 기준으로 해요. 껍질의 그을음을 즐기고 싶다면 다음 날 전자레인지로만 데우지 말고, 토스터나 생선 그릴에서 3~4분 다시 데워 주세요. 전자레인지만 쓰면 껍질이 눅눅해지고 소스의 붉은 기름이 흘러내려요.
닭고기는 중심까지 충분히 익혀 주세요. 생닭에 닿은 마리네이드는 가열하지 않은 채 식탁용 소스로 쓰지 마세요.
남은 살은 빵, 타코, 샐러드, 볶음밥에 잘 맞아요. 찢은 닭고기 100g에 레몬즙 1작은술, 올리브유 1작은술, 소금 한 꼬집을 더하면 다음 날에도 맛이 살아나요. 반미(일본어)처럼 새콤한 채소와 함께 끼우면 고추의 향이 잘 살아요.
자주 묻는 질문
Q1. 닭가슴살로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지만 껍질 붙은 닭다리살보다 쉽게 퍽퍽해져요. 닭가슴살 2장으로 만들 때는 두꺼운 부분을 나비 모양으로 펼치고, 재우는 시간은 30분까지, 굽는 시간은 220℃에서 1416분부터 확인해요. 중심 온도가 74℃를 넘으면 바로 쉬게 하고, 추가 고온 굽기는 23분으로 그쳐요.
Q2. 아이용으로 맵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건고추를 1개로 줄이고 씨를 모두 빼요. 대신 파프리카 가루를 2큰술로 늘리고, 레몬즙은 같은 양 그대로 해 주세요. 매운맛은 식탁에서 어른만 페퍼 소스를 더하는 방식으로 하면 같은 닭고기를 나눠 먹을 수 있어요.
Q3. 숯불이 없으면 본고장 맛이 안 나나요?
숯불 향은 강력한 무기지만, 집에서는 껍질을 말리고 고온에서 그을음을 내는 편이 재현하기 쉬워요. 오븐으로 가운데까지 익히고 마지막에 생선 그릴이나 그릴 팬으로 짧게 그을리면 향과 안전의 균형이 맞아요.
Q4. 전날부터 재워도 괜찮나요?
괜찮아요. 냉장으로 8~12시간까지라면 맛이 잘 배요. 다만 레몬과 식초가 들어가니 24시간 이상 두면 고기 표면이 너무 단단해질 수 있어요. 전날 준비한다면 신맛을 절반만 넣어 두고, 굽기 2시간 전에 나머지 레몬즙을 더하면 부드러워요.
Q5. 소스를 식탁용으로도 쓰고 싶어요
생닭에 닿은 마리네이드는 식탁용으로 쓰지 않아요. 처음 소스를 만든 단계에서 1/3을 깨끗한 용기에 덜어 두고, 마지막 굽기용과 식탁용으로 써 주세요. 식탁에서 끼얹는다면 덜어 둔 소스에 레몬즙 1작은술과 올리브유 1작은술을 더하면 향이 살아나요.
참고 자료
- USDA Food Safety and Inspection Service. "Safe Minimum Internal Temperature Chart." https://www.fsis.usda.gov/food-safety/safe-food-handling-and-preparation/food-safety-basics/safe-temperature-chart — 닭고기의 안전한 중심 온도 확인
- Dicionario Priberam da Lingua Portuguesa. "piripiri." https://dicionario.priberam.org/piripiri — 포르투갈어권의 피리피리 표기와 뜻 확인
- Wikipedia. "Piri piri." https://en.wikipedia.org/wiki/Piri_piri (참조일: 2026년 10월 22일) — 고추의 이름과 포르투갈·모잠비크에서 쓰이는 방식
- Felicity Cloake. "How to cook the perfect piri piri chicken." The Guardian, 2018. https://www.theguardian.com/food/2018/oct/17/how-to-cook-the-perfect-piri-piri-chicken-recipe — 영어권 레시피의 양념과 굽는 법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