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회관의 긴 테이블에 알루미늄 트레이가 줄줄이 놓입니다. 막 구운 바비큐 닭고기와 스페어립, 프라이드 치킨, 코코넛 밀크에 끓인 바나나. 그 테이블의 맨 끝, 가장 앞자리에 놓이는 것이 선명한 주황색 밥입니다. 괌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차모로 사람들이 축제에서도 가족의 큰 모임에서도 빠뜨리지 않는 히넥사 아가가(Hineksa' Aga'ga'), 레드 라이스입니다. 차모로어로 히넥사는 "지은 밥", 아가가는 "붉은"이라는 뜻입니다.
피에스타의 식탁은 붉은 밥에서 시작된다

괌에서는 마을마다 수호성인을 기념하는 가톨릭 축제 "피에스타"가 1년 내내 열립니다. 친척과 이웃이 모여 온 가족이 준비한 요리를 둘러싸고 보내는 하루입니다. 괌 백과사전 괌페디아에 따르면 피에스타의 식탁에서는 레드 라이스가 반드시 가장 먼저, 테이블 맨 앞에 놓이고 그 뒤로 토르티야와 비슷한 티티야스, 빵나무 열매, 타로 감자, 코코넛 밀크에 끓인 바나나 같은 전분 요리가 이어집니다. 큰 모임에는 빠질 수 없는 한 접시입니다.
밥을 붉게 물들이는 것은 아초테(아나토)라는 식물의 씨앗입니다. 스페인 통치 시대에 마리아나 제도로 들어왔고 아마 멕시코에서 왔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붉은 씨앗을 물에 담가 주무르면 물이 짙은 주황색으로 물듭니다. 그 색소물로 쌀을 지으면 은은한 견과 향이 나는 붉은 밥이 됩니다.
마리아나 제도의 쌀 역사는 오래되어, 괌에서는 쌀알 자국이 남은 토기 조각이 발견되었고 그중 하나는 1325~1491년으로 연대 측정되었습니다. 옛 차모로 사회에서 쌀은 특별한 날에 쓰는 의례 음식이었고, 결혼식에서는 양가가 쌀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먹는 쌀이 거의 전부 수입품입니다. 그래도 레드 라이스는 일상에 완전히 뿌리내려 차모로 요리가 아닌 식당에서도 아주 흔하게 나옵니다. 괌페디아에 따르면 섬의 KFC에서도 세트에 레드 라이스를 고를 수 있다고 합니다.
집 주방에서 만들 때 알아 두면 좋은 것

괌에서 레드 라이스에 쓰는 쌀은 단립종이나 중립종이 중심입니다. 찰기가 있는 단립종 쌀(한국 쌀 등)은 바로 이 요리에 잘 맞습니다. 따로 구해야 하는 것은 아나토 씨앗뿐입니다. 중남미 식재료를 다루는 가게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annatto seeds", "achiote"라는 이름으로 팝니다. 가루 형태의 아나토 파우더도 있으며, 물에 풀기만 하면 색소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나토의 양은 집마다 꽤 다릅니다. 괌페디아에 실린 마사 멘디올라(Martha Mendiola) 씨의 레시피는 쌀 4컵에 씨앗 1컵으로 많은 편이고, 샌프란시스코의 차모로 식당 프루베추(Prubechu)의 셰프 숀 나푸티(Shawn Naputi) 씨의 레시피는 쌀 4컵에 씨앗 4작은술로 적은 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간으로 쌀 3계량컵에 2큰술을 씁니다. 색이 연하다고 느껴지면 다음번에 씨앗을 늘리세요.
아나토 색소물은 씨앗을 담근 뒤 손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충분히 주무를수록 색이 진해집니다. 프루베추의 나푸티 씨는 하룻밤 담근 씨앗을 아침에 잘 섞어서 쓴다고 씁니다. 시간이 없는 날은 미지근한 물에 30분 담가 5분 정도 확실히 주무르면 충분한 색이 나옵니다.
베이컨과 완두콩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괌페디아의 레시피에서도 "취향에 따라"로 되어 있는 재료입니다. 다만 베이컨 기름에 양파를 볶으면 밥에 감칠맛과 깊이가 더해집니다.
재료 (6인분)

아나토 색소물은 천이나 나무 도마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으니 앞치마를 두르고, 흘리면 바로 닦으세요. 지은 밥을 실온에 오래 두면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균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피에스타처럼 큰 접시에 내놓을 때도 다 먹은 뒤에는 서둘러 냉장하세요.
히넥사 아가가 만드는 법
아나토 색소물을 만드는 시간을 포함해 전체 1시간 15분 정도입니다. 색소물을 전날 밤에 만들어 두면 당일에는 30분이면 밥이 됩니다.
밥솥으로 지을 때는 3번에서 볶은 베이컨과 양파, 씻은 쌀을 내솥에 넣고 아나토 색소물을 3컵 눈금보다 조금 위까지 부어 평소처럼 짓습니다. 색소물이 남으면 버려도 됩니다. 완두콩은 다 지은 뒤에 섞고 5분 정도 보온해 데우세요.
냄비로 지을 때는 약불로 줄인 뒤 한 번도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도중에 열면 증기가 빠져 심이 남은 밥이 됩니다. 타는 냄새가 나면 바로 불을 끄고 10분 뜸을 들이세요.
바비큐와 함께 큰 접시에

레드 라이스는 그것만으로 주인공이 되는 밥이라기보다 고기 요리 옆에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밥입니다. 괌에서는 바비큐 닭고기나 스페어립, 프라이드 치킨, 때로는 스팸과 함께 종이 접시에 수북이 담아 먹습니다. 아나토의 향이 은은해서 어떤 반찬의 맛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만든다면 데리야키풍으로 구운 닭 넓적다리살이나 숯불에 구운 스페어립을 곁들이면 괌의 야외 바비큐 기분이 납니다. 남태평양의 잔치 요리를 늘어놓고 싶다면 사모아의 타로 잎 찜구이 팔루사미나 피지의 땅속 화덕 요리 로보(일본어 페이지)와 함께 내도 즐거운 식탁이 됩니다.
괌 시나하냐(Sinajana)에서 열린 피에스타의 요리를 조사한 영양 조사에서, 준비된 요리 중 무게로 가장 많았던 것이 레드 라이스였다고 합니다. 피에스타에 모이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냄비를 여러 개 써서 지어야 합니다.
응용하는 즐거움

색소물의 물 일부를 닭 육수로 바꾸면 감칠맛이 강한 레드 라이스가 됩니다. 괌페디아에서도 닭 육수나 고형 스톡을 쓰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소금을 절반으로 줄인 뒤 맛을 보세요. 마무리로 잘게 썬 쪽파를 뿌리면 색의 대비도 예쁩니다.
베이컨을 쓰지 않고 양파와 마늘만 기름에 볶아 지으면 깔끔한 레드 라이스가 됩니다. 프루베추의 나푸티 씨의 레시피도 이 형태로, 구운 닭고기와 함께 내기를 권합니다. 매운 것을 좋아한다면 다진 붉은 고추를 조금 넣어 짓는 집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나토 씨앗을 대신할 것이 있나요?
색만이라면 파프리카 가루나 강황으로 비슷한 색을 낼 수도 있지만, 향도 맛도 달라져 다른 밥이 됩니다. 아나토 파우더를 구할 수 있다면 씨앗 대신 1작은술을 색소물에 풀어 쓰세요.
아나토의 맛이 나나요?
강한 맛은 없습니다. 은은한 견과 향과 약간의 흙내가 나는 정도입니다. 레드 라이스의 매력은 무엇보다 그 색에 있습니다.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한김 식으면 1인분씩 랩으로 싸서 냉동용 보관 봉지에 넣어 냉동하면 2~3주를 기준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로 속까지 뜨거워지게 데우세요. 냉장이라면 다음 날까지 먹습니다.
장립종 쌀로 만들어도 되나요?
만들 수 있습니다. 괌에서도 단립종, 중립종, 장립종 어느 쌀로든 만듭니다. 장립종은 물을 흡수하는 양이 다르므로 봉지에 표시된 물 양에 맞춰 아나토 색소물의 양을 조절하세요.
참고 자료
- Guampedia, Michael Lujan Bevacqua, “Hineksa’ Aga’ga’: Red Rice.” 레시피: Martha VC Mendiola. (2026년 10월 22일 열람·확인) https://www.guampedia.com/hineksa-agaga-red-rice/
- 7x7, “Prubechu’s Red Rice.” (2026년 10월 22일 열람·확인) https://www.7x7.com/prubechus-red-rice-recipe-2436196352.html
- Wikipedia, “Chamorro red rice.” (2026년 10월 22일 열람·확인) https://en.wikipedia.org/wiki/Chamorro_red_r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