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 제국의 궁정에서 골목 안의 솥으로
파키스탄 최대의 도시 카라치. 이른 새벽 5시, 아직 어두운 길모퉁이 식당 앞에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커다란 구리 솥(데그치)에서는 향신료와 골수가 녹아든 진한 향이 피어오릅니다. 노동자들이 앞다투어 난을 적십니다. 이것이 니하리(Nihari / نہاری), 파키스탄이 세계에 자랑하는 ‘아침 스튜 커리’입니다.
니하리는 남아시아 향신료 요리의 계보에 이어지는 한 접시로, 소 사태와 소뼈를 많은 향신료와 함께 밤새 약불로 끓이는 요리입니다. 골수의 젤라틴과 지방으로 걸쭉하게 만든 진한 그레이비가 특징입니다. 마무리로 생강채, 청양고추, 고수, 레몬즙을 듬뿍 곁들입니다. 갓 구운 난과 함께 먹는 것이 정통입니다. 입에 넣으면 향신료의 층 안쪽에서 골수의 깊은 고소함이 밀려옵니다. 이어서 생강과 레몬의 상쾌함이 뒤쫓아 옵니다. 이 ‘무거움과 가벼움의 공존’이야말로 니하리의 진수입니다. 같은 파키스탄의 장시간 조림이라도 밀과 콩을 반죽해 넣는 할림(Haleem)은 고기가 풀어지는 방식과 죽 같은 일체감이 전혀 다릅니다.
어원은 아랍어 ‘나하르(نهار)’로 ‘낮, 아침’을 뜻합니다. 18세기 무굴 제국 시대 델리 궁정 요리로 탄생했다고 합니다. 요리사들이 밤새 솥을 불에 올려 두었다가 새벽 예배 뒤에 왕족에게 올린 데서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 후, 델리에서 카라치와 라호르로 이주한 무슬림들이 니하리의 전통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니하리는 파키스탄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굴 제국 시대 델리에서 태어난 궁정 스튜 요리. 어원은 아랍어 ‘나하르(아침)’. 소 사태와 골수를 밤새 끓여 아침 식사로 냅니다. 파키스탄 독립 후 카라치·라호르에서 국민 음식이 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다카, 인도의 델리·러크나우에서도 독자적인 계보가 이어집니다.
영어권에는 ‘Pakistan's national breakfast dish’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레시피 블로그가 있지만, 남아시아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그 지식이 거의 닿지 않았습니다. 네팔의 달밧이나 인도의 키츠디에 익숙한 분이라도 니하리를 먹어 본 분은 드물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어권의 조리법과 음식 문화를 조사해, 구하기 쉬운 재료로 정통 니하리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향신료 배합의 비결부터 골수 다루는 법까지 차근차근 전합니다.
재료(6인분)

소뼈는 일반 마트에서는 취급이 적은 식재료입니다. 정육점이나 대형 도매 마트에서 ‘사골’, ‘골수뼈’로 팔기도 하고, 온라인으로도 구할 수 있습니다. 찾지 못하면 소꼬리(탕용)로 대신하세요. 소꼬리가 젤라틴이 더 많아 걸쭉해지기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레시피에는 밀(밀가루로 농도를 맞춤)과 우유(기를 쓸 경우)가 들어 있습니다. 밀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농도용 밀가루를 쌀가루나 옥수수 전분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기 대신 식용유를 쓰면 유제품이 없습니다.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시판 튀긴 양파에 견과류가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세요.
니하리 마살라(향신료 혼합)
니하리의 핵심은 이 향신료 혼합에 있습니다. 시판 ‘니하리 마살라’는 할랄 가게에서 구할 수 있지만, 직접 배합한 쪽이 압도적으로 향이 삽니다.
| 향신료 | 분량 | 역할·비고 |
|---|---|---|
| 고수 가루 | 2 tbsp | 기본 향 |
| 커민 가루 | 1 tbsp | 흙내음 같은 깊이 |
| 강황 | 1 tsp | 색내기 |
| 카이엔 페퍼 | 2 tsp | 매운맛. 취향껏 가감 |
| 파프리카 가루 | 1 tbsp | 붉은 색과 달콤한 향 |
| 펜넬 씨(가루) | 1 tsp | 달콤한 청량감 |
| 블랙 카르다몸 | 2개(씨를 빻음) | 가장 중요한 향신료. 훈연한 깊은 향 |
| 그린 카르다몸 | 4개(씨를 빻음) | 화려한 향 |
| 정향 | 4개(빻음) | 자극적인 단맛 |
| 시나몬 스틱 | 1개(부숨) | 따뜻함 |
| 검은 후추 | 1 tsp | 톡 쏘는 매운맛 |
| 육두구 | 1/4 tsp | 은은한 단맛 |
| 메이스 | 1/4 tsp | 육두구의 겉껍질. 없으면 육두구 두 배 |
| 월계수 잎 | 2장 | 끓일 때 넣음 |
니하리 향의 결정타는 블랙 카르다몸입니다. 그린 카르다몸과는 전혀 다른 식물로, 훈제 같은 스모키한 향이 있습니다. 수입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빼면 니하리다움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꼭 구해 두세요.
마무리 고명(니하리의 생명선)
| 고명 | 분량 | 비고 |
|---|---|---|
| 생강 | 큰 것 1쪽(채 썲) | 마무리용. 듬뿍 |
| 청양고추 | 3–4개(송송 썲) | 매운맛은 취향껏 |
| 고수 | 한 줌(굵게 다짐) | 향의 핵심 |
| 레몬 | 1개(웨지로 썲) | 짜서 먹음 |
| 튀긴 양파 | 3 tbsp | 시판품도 OK. 토핑용 |

니하리 먹는 법과 예절
니하리를 먹는 데는 파키스탄식 예절이 있습니다. 먼저 레몬을 짜 그레이비 전체에 둘러 뿌립니다. 다음으로 생강채를 그레이비에 담가 어우러지게 합니다. 그리고 난을 뜯어 그레이비에 듬뿍 적셔 입으로 가져갑니다.
골수는 숟가락으로 파내 난 위에 얹어 먹는 것이 가장 호사스러운 한입입니다. 니하리는 하룻밤 지난 뒤가 더 맛있다고 하는데, 냉장고에서 하룻밤 재우면 향신료와 골수의 젤라틴이 하나가 되어 다시 데웠을 때 훨씬 깊은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넉넉히 만들어 다음 날도 즐기기를 권합니다.

역사와 문화: 무굴 제국에서 파키스탄의 국민 음식으로
무굴 궁정 요리에서 국민 음식으로
니하리의 기원은 18세기 무굴 제국 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델리 궁정에서는 밤새 약불로 끓인 요리를 이른 아침 예배 뒤에 먹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니하리는 궁정 요리사가 밤새 솥을 지키며 완성하는 ‘밤일’에서 태어났다고 여겨집니다.
무굴 제국이 무너진 뒤 니하리는 궁정에서 거리의 식당으로 내려왔습니다. 올드델리 자마 마스지드 주변에는 19세기부터 이어진 명가가 지금도 줄지어 있습니다.
1947년 분리 독립은 니하리의 역사에서 전환점이었습니다. 델리에서 카라치와 라호르로 이주한 무슬림들(무하지르)이 니하리 조리법을 새 땅에 가져옵니다. 특히 카라치에서는 무하지르의 식당이 신드주의 음식 문화와 융합했습니다. 그렇게 카라치 스타일 니하리가 독자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카라치의 ‘Javed Nihari’와 ‘Zahid Nihari’는 이른 아침부터 줄이 끊이지 않는 전설적인 명가입니다.

니하리의 3대 유파
파키스탄과 인도에는 니하리의 주요한 세 유파가 있습니다.
| 유파 | 특징 | 대표 도시 |
|---|---|---|
| 델리 스타일 | 향신료 절제. 골수의 감칠맛을 전면에 | 델리 |
| 카라치 스타일 | 향신료가 강하고 기름이 많음. 고추의 매움 | 카라치 |
| 라호르 스타일 | 순하고 단맛이 있음. 기를 많이 써 고상함 | 라호르 |
이 글의 레시피는 카라치 스타일을 바탕으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재현하기 쉽게 조정한 것입니다. 델리 스타일에 가깝게 하고 싶다면 카이엔 페퍼를 반으로 줄이고 기의 양을 늘려 보세요. 모로코의 타진도 장시간 조림 요리의 대표지만, 니하리의 골수에서 오는 농도는 독특합니다.
금요일의 니하리 문화
파키스탄에서는 금요일에 니하리를 먹는 습관이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이슬람의 금요 예배(주무아)에서 비롯된 전통입니다. 목요일 밤부터 준비를 시작해 금요일 이른 아침 예배 뒤 가족과 함께 먹습니다. 이것이 전통적인 주말 보내기입니다.
가정에서도 ‘금요일의 니하리’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집트의 코샤리가 금요일 모스크에서 돌아와 먹는 대표 음식이듯, 이슬람권에는 금요일 음식 문화에 독특한 전통이 있습니다.
변형과 응용
니하리에는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있습니다. 기본 레시피를 익히면 꼭 시도해 보세요.
치킨 니하리
소고기 대신 뼈 있는 닭다리살(토막)을 씁니다. 끓이는 시간은 2–3시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소고기 니하리 다음가는 인기를 자랑합니다. 가벼운 맛을 좋아하는 분께 권합니다. 닭뼈에서도 젤라틴이 나오므로 농도는 충분히 납니다.
머튼 니하리
파키스탄의 미식가들이 ‘최고의 니하리’라 부르는 변형입니다. 양 어깨살이나 양 사태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끓이는 시간은 소고기와 같은 4–5시간입니다. 양고기 특유의 풍미와 향신료의 궁합이 훌륭합니다. 요르단의 만사프도 양고기를 쓴 중동의 명물 조림입니다.
압력솥 버전
시간이 없을 때는 압력솥을 쓸 수 있습니다. 4단계에서 물을 넣은 뒤 압력을 걸어 45분–1시간 가열하세요. 압이 빠지면 뚜껑을 열고 6단계의 밀가루 농도 조절을 합니다. 맛은 약불 조림보다 조금 얕지만 충분히 맛있게 완성됩니다.
니하리와 어울리는 곁들임
니하리는 단품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이 있습니다. 파키스탄 식탁에서는 아래의 곁들임과 함께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난 / 시르말 — 니하리의 가장 정통적인 짝입니다. 시르말은 기를 발라 구운 호사스러운 난
- 통밀 로티 — 통밀가루 플랫브레드. 난보다 소박한 맛입니다
- 카춤바르 — 양파, 토마토, 오이 샐러드. 레몬즙과 고추로 간을 합니다
- 라이타 — 요거트에 오이와 민트를 섞은 것. 매운맛을 누그러뜨려 줍니다
스리랑카의 콧투 로티처럼 로티를 활용하는 문화는 남아시아 전체에 공통됩니다. 동남아시아의 나시르막처럼 밥과 맞추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도 니하리에 바스마티 밥을 곁들이는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함께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
- 카불리 팔라우 만들기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습니다.
- 찹리 케밥 만들기 - 같은 파키스탄의 고기 요리라도 조림이 아니라 납작하게 구운 노점 분위기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일리시 부나 만들기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니하리는 맵나요?
향신료를 듬뿍 쓰지만 고추의 양으로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카이엔 페퍼를 1 tsp로 줄이면 순해집니다. 마무리의 청양고추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아이용으로는 고추류를 모두 빼고 파프리카 가루로만 색을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Q2. 골수를 먹어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골수는 버터처럼 매끄러운 식감입니다. 잡내는 거의 없습니다. 끓이는 동안 그레이비에 녹아 나오므로, 먹는 줄도 모르고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뼛속에 남은 골수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은 파키스탄에서 최고의 호사로 여겨집니다.
Q3. 밤새 끓이지 않아도 만들 수 있나요?
네, 이 글에서는 4–5시간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압력솥이라면 1.5–2시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래 끓일수록 골수의 젤라틴이 녹아 나오고 향신료가 어우러집니다. 가능하면 오래 끓이기를 권합니다.
Q4. 다음 날 먹어도 맛있나요?
오히려 다음 날이 더 맛있습니다. 냉장고에서 하룻밤 재우면 향신료가 완전히 어우러집니다. 젤라틴이 굳어 그레이비의 농도도 늘어납니다. 다시 데울 때 뜨거운 물을 조금 보태 풀고 끓기 직전까지 데우세요. 3일 이내에 먹기를 권하며, 냉동 보관이면 1개월 갑니다.
Q5. 니하리 마살라는 시판품이어도 되나요?
물론 쓸 수 있습니다. 할랄 가게나 온라인에서 ‘Shan Nihari Masala’, ‘National Nihari Masala’를 살 수 있습니다. 시판품을 쓸 때는 향신료 혼합 단계를 생략하세요. 포장지의 분량을 따릅니다. 다만 직접 배합한 쪽이 향신료의 신선도가 높아 향이 훨씬 위입니다.
정리
니하리는 무굴 제국의 궁정에서 태어난 ‘아침 스튜 커리’입니다. 파키스탄 골목에서 국민 음식으로 자랐습니다. 소 사태와 골수를 몇 시간씩 끓이는 수고는 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은 어떤 커리와도 다른 뼛속까지 맛있는 한 접시입니다.
만드는 법은 단순합니다.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인다’가 기본입니다. 어려운 기술은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좋은 소뼈와 좋은 향신료, 그리고 시간뿐. 쉬는 날 전날 밤 냄비를 불에 올리고, 다음 날 아침 레몬과 생강을 듬뿍 곁들여 먹습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지켜 온 행복을 부디 당신의 부엌에서도 경험해 보세요.
인도의 키츠디가 부드러운 치유의 한 접시라면, 니하리는 힘차게 몸의 중심을 데우는 한 접시입니다. 비리야니와 나란한 남아시아의 2대 향신료 요리를 이 기회에 꼭 맛보세요. 남아시아 음식 문화의 깊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 Collingham, Lizzie. Curry: A Tale of Cooks and Conquerors.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 Usmani, Sumayya. Summers Under the Tamarind Tree. Frances Lincoln, 2016.
- Helou, Anissa. Feast: Food of the Islamic World. Ecco, 2018.
- Husain, Shehzad. The Complete Book of Pakistani Cooking. Southwater,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