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아침을 움직이는 '최강의 납작빵'
쿠알라룸푸르의 새벽 4시. 아직 어두운 골목에 철판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리듬감 있는 '탁탁탁' 소리가 울려요. 마막(mamak), 말레이시아의 인도계 무슬림이 운영하며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에요. 카운터 너머에서 장인이 얇게 편 반죽을 공중으로 던져 빙글빙글 돌리며 종이처럼 얇게 펼치고, 접어서 철판에 올려요. 그 한 장이 바로 로티 차나이(Roti Canai)예요.
로티 차나이는 밀가루 반죽을 기(ghee, 정제 버터)로 겹겹이 접어 철판에 구운 플랫브레드예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요. 손으로 찢으면 얇은 반죽이 몇 겹씩 벗겨지고, 여기에 달 커리(렌틸콩 커리)를 듬뿍 찍어 먹어요. 말레이시아 아침 식사의 단골 메뉴이자 야식이고, 국민 음식이에요.
말레이시아 밖에서는 나시르막이나 락사(일본어)에 비해 로티 차나이가 아직 덜 알려져 있고, 반죽부터 자세히 설명한 레시피도 많지 않아요.
말레이어로 '로티'는 빵이에요. '차나이'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는데, 말레이어 'canai(반죽을 얇게 펴다)'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병아리콩 스튜 '차나'와 함께 먹던 데서 왔다는 설도 있어요. 인도의 '파라타(paratha)'가 조상으로, 19세기 말레이반도로 이주한 인도계 무슬림이 현지 식문화에 맞춰 바꾸면서 생겨났어요. 싱가포르에서는 '로티 프라타(Roti Prata)'라고 불러요.
이 글에서는 말레이시아 마막 장인의 기술을 집 부엌에서 재현하는 방법을 반죽 만들기부터 굽기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요. 팟타이(일본어)나 반미(일본어)처럼, 동남아 길거리 음식을 집에서 즐기는 재미를 로티 차나이로도 느껴 보세요.
재료(4장)

만드는 법
1부: 로티 반죽
2부: 달 커리
조리 요령
로티 차나이 반죽은 일반적인 빵 반죽 감각으로 보면 꽤 질척할 만큼 부드러운 것이 정답이에요. '좀 너무 질척한가' 싶을 정도가 늘렸을 때 얇게 펴지는 이상적인 상태예요. 가루를 너무 많이 넣으면 반죽이 단단해져 얇게 늘릴 수 없어요. 보통 빵 반죽보다 훨씬 부드러워야 해요.
로티 차나이에는 무쇠 프라이팬이나 스킬릿이 가장 좋아요. 코팅 팬으로도 구울 수 있지만, 무쇠가 높은 온도를 유지해 구운 색이 예쁘게 나요. 인도 식당에서 쓰는 타와(tawa, 철판)가 있으면 최고지만, 없으면 26cm 이상의 무쇠 팬으로 충분해요.
갓 구운 로티를 양손으로 두드리는 게 꺼려지는 분도 있지만, 이 과정을 빼면 로티 차나이는 완성되지 않아요. 화상이 걱정되면 행주를 쓰세요. 요점은 구운 뒤 5초 안에 두드리는 거예요. 식으면 결이 굳어 잘 분리되지 않아요.
말레이시아 마막 식당의 달 커리는 수프와 소스의 중간 정도 농도예요. 포타주처럼 걸쭉하지만, 로티를 적셨을 때 듬뿍 묻을 만큼의 유동성이 있어요. 오래 끓이면 진해지고 뜨거운 물을 더하면 묽어지니 취향대로 조절하세요.
응용·변형
로티 텔루르(달걀)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있는 변형이에요. 늘린 반죽 위에 푼 달걀 1개를 붓고 접어서 구워요. 달걀의 고소함이 더해져 훨씬 든든해요. 마막 식당의 아침 메뉴에서 플레인 로티 차나이와 함께 자주 주문하는 메뉴예요.
로티 티슈(티슈 로티)
반죽을 최대한 얇게 늘려 커다란 원뿔 모양으로 굽는 퍼포먼스형 로티예요. 연유와 설탕을 뿌려 디저트로 먹어요. 거대한 원뿔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라, 볼거리로 내놓는 가게도 있어요.
로티 피상(바나나)
늘린 반죽 위에 얇게 썬 바나나 1개 분량을 올리고 설탕 2작은술을 뿌린 뒤 접어서 구워요. 바나나의 단맛과 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간식이나 디저트로 딱이에요. 초콜릿 소스를 곁들이면 더 호사스러운 한 접시가 돼요.
로티 봄(묵직한 버전)
반죽 가운데에 기와 설탕을 듬뿍 넣고 동그랗고 도톰하게 빚어 굽는 버전이에요. 보통 로티 차나이보다 훨씬 묵직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요.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있는 간식으로, 테 타릭(연유를 넣은 홍차)과 궁합이 뛰어나요.
일본풍 로티(된장 달 커리)
달 커리에 흰 된장(시로미소) 2큰술을 넣고, 커리 잎 대신 차조기 잎 5장을 써요. 된장의 발효된 깊은 맛이 렌틸콩의 감칠맛과 잘 어울려 밥반찬으로도 어색하지 않아요. 로티 반죽에 간 깨 1큰술을 섞어 치대는 응용도 추천해요.

이 요리의 배경
인도에서 말레이반도로, 로티의 여정
로티 차나이의 조상은 남인도의 파라타(paratha)예요.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대에 말레이반도의 주석 광산과 고무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남인도 타밀나두주와 케랄라주에서 많은 인도인 이주민이 건너왔어요. 그들이 가져온 파라타 기술이 말레이반도의 식재료와 문화에 맞춰 변하면서 지금의 로티 차나이가 생겨났다고 알려져 있어요.
인도 파라타와의 가장 큰 차이는 만드는 방식이에요. 인도에서는 타와(평평한 철판)에 비교적 두껍게 굽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말레이시아의 로티 차나이는 반죽을 공중에 던져 돌려 한계까지 얇게 늘린 뒤 접는 기술이 특징이에요. 이 기법이 더 많은 공기층을 만들어 독특한 바삭함을 내요.
마막 문화, 24시간 영업하는 '제2의 거실'
말레이시아 곳곳에는 '마막'이라고 불리는 인도계 무슬림 식당이 있고, 밤늦게까지 또는 24시간 문을 여는 가게도 적지 않아요. 마막 식당은 로티 차나이와 테 타릭(연유를 넣은 홍차를 높은 곳에서 부어 거품을 낸 음료)으로 유명하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제2의 거실'로도 불리는 사교의 장이에요.
마막 식당은 민족과 종교를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도 이야기돼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세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로티 차나이를 먹는 마막 식당은 다민족 국가 말레이시아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예요.

로티 차나이 vs 로티 프라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논쟁
말레이시아에서는 '로티 차나이', 싱가포르에서는 '로티 프라타(Roti Prata)'. 기본적으로 같은 요리지만 가게마다 두께와 식감이 달라요.
얇고 결이 많은 것도, 조금 도톰하고 쫄깃한 것도 있어요. 집에서 만든다면 먼저 손으로 당겨 늘리는 방법으로 결을 만들고, 익숙해지면 얇기에 도전하면 실패가 적어요.
영양 정보(4장 중 1장당)
마막 식당의 로티 차나이는 기를 듬뿍 써서 1장에 500kcal 안팎이 되기도 해요. 집에서 만들 때는 기의 양을 조절해 칼로리를 관리할 수 있어요.
| 영양소 | 함량 |
|---|---|
| 칼로리 | 420kcal |
| 단백질 | 9g |
| 지방 | 18g |
| 탄수화물 | 56g |
| 식이섬유 | 2g |
| 나트륨 | 480mg |
로티 차나이만 먹으면 탄수화물과 지방이 중심이지만, 달 커리와 함께 먹으면 렌틸콩에서 오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크게 늘어요. 남아시아의 비리야니처럼, 말레이시아의 식탁에도 주식과 단백질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지혜가 있어요.
함께 만들고 싶은 요리
- 나시르막 만드는 법 - 코코넛 밀크 밥에 삼발을 곁들이는 말레이시아 아침 식사의 대표 메뉴예요.
- 락사 만드는 법(일본어) - 향신료와 코코넛이 어우러진 국수예요.
- 바쿠테 만드는 법 - 뼈 있는 돼지고기를 흰 후추와 마늘로 끓인 수프예요.
자주 묻는 질문
로티 차나이를 처음 만드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어요. 반죽 요령부터 보관 방법까지 설명해요.
Q1. 반죽이 얇게 늘어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가장 흔한 원인은 휴지 시간 부족이에요. 반죽은 최소 2시간, 가능하면 하룻밤 휴지해 주세요. 휴지 시간이 짧으면 글루텐이 긴장된 상태 그대로라 늘려도 줄어들어요. 또 하나의 원인은 수분 부족이에요. 반죽이 질척할 만큼 부드러운 것이 정답이니, 빵 만들기 상식보다 수분이 많은 상태를 목표로 하세요.
Q2. 프라이팬에 구우면 결이 안 생겨요. 왜 그런가요?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어요. (1) 반죽이 충분히 얇게 늘어나지 않았어요. 반대편이 비칠 만큼 얇아야 해요. (2) 기의 양이 부족해요. 접기 전에 기를 듬뿍 발라야 결이 분리돼요. (3) 구운 뒤 '클래핑(두드리기)'을 생략했어요. 이 과정에서 속의 결이 풀려요.
Q3. 로티 차나이는 냉동 보관할 수 있나요?
네, 굽기 전 모양을 잡은 반죽을 냉동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종이 포일을 사이에 끼워 겹치고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서 1개월 보관할 수 있어요. 쓸 때는 냉장실에서 하룻밤 해동한 뒤 구워요. 구운 로티는 냉동하면 식감이 떨어지니 갓 구웠을 때 먹는 걸 추천해요.
Q4. 달 커리 말고 어울리는 곁들임은?
말레이시아에서는 피시 커리, 치킨 커리, 삼발(매운 양념장)이 단골이에요. 단맛을 원한다면 연유+설탕이나 코코넛 밀크와 달걀로 만드는 잼 카야도 인기예요. 시판 커리 블록으로 만든 버터 치킨 커리도 잘 어울려요. 인도네시아의 른당(일본어)을 디핑 소스처럼 곁들여도 일품이에요.
Q5.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도 만들 수 있나요?
밀가루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쌀가루+타피오카 가루(7:3 비율)로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어요. 다만 글루텐이 없어 얇게 늘리기 어렵고, 결의 바삭함은 재현할 수 없어요. 글루텐 프리 플랫브레드로 생각하고 만든다면 도톰하게 구워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쪽을 추천해요.
Q6. 테 타릭(말레이시아식 연유 홍차)은 어떻게 만드나요?
홍차(실론티)를 진하게 우리고 연유 23큰술을 넣은 뒤, 머그컵 두 개 사이를 높은 곳에서 34번 옮겨 부어 거품을 내요. 이 '당기다(tarik)'라는 동작이 공기를 머금게 해 크리미한 거품을 만들어요. 로티 차나이와 테 타릭의 조합은 말레이시아 아침 식사의 황금 콤비예요.
참고 자료
- Yi Jun Loh「The Indian Roti That Became Malaysia's National Bread」TASTE(2019년 5월 22일. 타밀계 이주민과 마막, 공중에서 늘리는 기술. 2026년 10월 22일 참조)
- Wikipedia「Roti canai」(이름 유래의 여러 설, 싱가포르의 로티 프라타. 2026년 10월 22일 참조)
- Dictionary.com「roti canai」(어원. 2026년 10월 22일 참조)
- Gourmet Traveller「Roti canai」(가정용 레시피. 2026년 10월 22일 참조)
- Hutton, Wendy. The Food of Malaysia. Tuttle Publishing.(말레이시아 요리 종합 안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