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 향이 오르는 냄비에서, 잘게 썬 내장이 밥반찬이 돼요
필리핀 요리를 만들다 보면 식초 쓰는 법에 몇 번이고 놀라게 돼요. 간장과 식초로 조리는 아도보, 새콤한 국물의 시니강, 구운 닭에 곁들이는 매운 식초. 보피스도 그 연장선에 있어요. 내장을 그냥 진하게 볶는 게 아니라 식초로 냄새를 끊고, 아초테의 붉은 기름으로 식욕을 끌어내 흰밥 쪽으로 다가가는 요리예요.
보피스(bopis)는 돼지나 소의 허파와 심장을 잘게 다져 마늘, 양파, 고추, 식초, 아초테로 볶아 졸이는 필리핀 요리예요. 현지에서는 풀루탄, 즉 술안주로도, 흰밥에 얹는 주 요리로도 먹어요. 팜팡가 주변의 맥락에서는 풀루톡(pulutok)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조금 마르게 볶아 알갱이를 살리는 방식을 선호해요.
집에서 어려운 것은 돼지 허파예요. 정육점이나 아시아 식료품점에 문의할 수 있는 지역도 있지만, 보통 마트에는 거의 진열되지 않아요. 이 글에서는 돼지 허파를 구할 수 있을 때의 현지식을 기본으로 하되, 돼지 심장과 돼지 목심으로 만드는 가정판의 갈림길도 보여 줘요. 요리 이름만 빌린 진한 돼지고기 볶음이 되지 않도록 지켜야 할 핵심은 "잘게 썬다", "식초를 끓인다", "붉은 아초테 기름으로 향미 채소를 볶는다", "수분을 날려 흰밥에 어울리는 알갱이감을 낸다"의 네 가지예요.
같은 필리핀의 다진 돼지고기 요리라도 시식은 구운 자국과 감귤로 먹는 철판 요리이고, 보피스는 식초와 아초테로 졸이는 내장 볶음이에요. 축하하는 날의 큰 접시라면 레촌, 숯불 향을 더하려면 치킨 이나살과 나란히 놓으면 필리핀 요리에서 신맛을 구분해 쓰는 방식이 보여요.
Bopis는 필리핀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요리 이름이에요. Kapampangan bopis / pulutok으로 소개되기도 하며, 허파와 심장을 다져 맵고 새콤하게 볶는 점이 공통이에요. 한국어로는 '보피스'로 표기하고, 이 글에서도 검색하기 쉬운 이 표기로 통일해요.
재료(4인분)|허파가 없으면 심장과 목심으로 가까이 가요

돼지 허파를 구할 수 있으면 써요. 찾지 못하면 돼지 심장을 축으로 하고 돼지 목심으로 씹는 맛을 보충하세요. 돼지 간을 늘리면 쇠 냄새가 앞에 나오니 가정판에서는 너무 넣지 않아요.
이 요리에는 돼지고기, 피시소스, 간장(대두·밀이 들어간 제품도 있음)을 써요. 내장은 상하기 쉬우니 구입 후 빨리 밑삶고, 생고기를 썬 도마와 칼을 가열한 재료에 돌려 쓰지 마세요. 다시 데울 때는 중심까지 뜨겁게 하고 실온에 오래 두지 않아요.
장보기에서 망설이는 식재료와 도구

보피스는 마트의 고기뿐 아니라 아초테와 식초로 윤곽이 정해져요. 아초테는 치킨 이나살이나 레촌에도 쓸 수 있으니, 필리핀 요리를 이어서 만든다면 가장 먼저 찾아볼 만해요.
식초는 쌀식초로도 만들 수 있지만, 코코넛 식초를 쓰면 신맛이 둥글고 내장 냄새를 끊으면서 필리핀 요리다운 발효감이 나요.
내장 요리는 색만으로 익힘을 판단하기 어려워요. 다시 데우는 것까지 포함해 안심하고 만들려면 온도계를 하나 갖춰 두면 망설임이 줄어요.
만드는 법|밑삶기, 썰기, 신맛으로 졸이기
보피스는 센 불로 단번에 볶는 요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밑삶기와 썰기로 거의 정해져요. 냄새를 빼고, 잘게 썰고, 식초를 제대로 끓이고, 수분을 마지막에 날려요. 여기서 어긋나면 물기 많은 내장 볶음이 되기 쉬워요.
집에서 만드는 갈림길 표|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나
보피스를 완전히 재현하려면 돼지 허파, 돼지 심장, 코코넛 식초, 아초테, 현지의 작은 고추가 필요해요. 다만 전부 갖춰지지 않는 날에도 요리의 뼈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충분히 '보피스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맛이 나와요.
| 망설이는 재료 | 현지식 | 현실적인 해법 | 지킬 점 |
|---|---|---|---|
| 허파 | 돼지 허파 또는 소 허파 | 돼지 목심 200g으로 대체 | 잘게 썰고 식초로 졸여요 |
| 심장 | 돼지 심장 | 돼지 심장이 최우선. 없으면 닭 염통 250g | 씹는 맛과 내장 향을 남겨요 |
| 붉은 색 | 아초테, 아치오테 | 아나토 씨 또는 가루 | 파프리카 가루만으로는 향이 약해요 |
| 신맛 | 코코넛 식초, 사탕수수 식초 | 쌀식초 + 사과식초 | 식초를 끓여 모서리를 날려요 |
| 매운맛 | siling labuyo | 청양고추, 붉은 고추 | 냄비에서 너무 넣지 말고 식탁에서 더해요 |
돼지 허파가 없으면 현지의 폭신한 내장 느낌은 조금 약해져요. 그 대신 돼지 심장의 쫄깃함과 목심의 고기 맛으로 흰밥에 어울리는 가정판이 돼요. 중요한 것은 돼지 목심을 크게 남기지 않는 거예요. 5mm 깍둑으로 썰면 식초, 아초테, 양파가 고기 틈에 들어가 한입마다 신맛과 기름이 섞여요.
아초테는 대체하기 어려운 재료예요. 색만이라면 파프리카 가루로 가까워지지만, 기름에 옮겨지는 붉은 주황색과 흙 같은 향은 다른 것이에요. 치킨 이나살, 레촌, 보피스 세 가지를 만든다면 아초테는 다 쓸 수 있어요. 반대로 처음 한 번만 시험한다면 가루 타입을 작은 봉지로 사는 편이 남지 않아요.
식초는 끓이는 방식으로 맛이 달라져요. 넣자마자 세게 섞으면 신맛이 전체에 쏘기 쉬워요. 중불에서 2분쯤 건드리지 않고 끓여 코를 찌르는 향이 둥글어진 뒤에 수분을 더하면, 내장 향을 끊으면서 흰밥에 어울리는 신맛이 돼요.
실패 원인|물기 많음, 냄새, 질김을 고치기

보피스의 실패는 내장 자체보다 수분에서 생겨요. 밑삶은 뒤 김이 남은 채 썰기, 식초를 넣고 바로 약불로 하기, 마지막에 국물을 너무 남기기.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신데도 흐릿한 볶음이 돼요.
| 실패 | 원인 | 고치는 법 |
|---|---|---|
| 물기가 많아요 | 밑삶은 뒤의 수분, 마지막 졸임 부족 | 뚜껑을 열고 중불에서 주걱 자국이 남을 때까지 날려요 |
| 내장 냄새가 나요 | 밑삶기 부족, 생강 부족, 식초를 끓이지 않음 | 생강과 월계수 잎으로 다시 10분 끓인 뒤 썰어요 |
| 질겨요 | 센 불에 짧게 삶음, 심장을 크게 썰음 | 약불로 10분 더 삶고 5mm 깍둑으로 다시 썰어요 |
| 너무 시어요 | 식초를 넣고 바로 섞음, 끓임 부족 | 중불에서 2분 끓이고 설탕 한 꼬집과 물 2큰술을 더해요 |
| 맛이 평평해요 | 아초테 기름이 연함, 짠맛 부족 | 파티스 1작은술, 검은 후추, 감귤을 마지막에 더해요 |
| 색만 빨개요 | 파프리카 가루만으로 만듦 | 아초테 기름을 만들고 향미 채소를 먼저 볶아요 |
FoodSafety.gov는 고기의 안전한 가열 온도를 온도계로 확인하라고 권해요. 돼지고기 덩어리는 63℃ 이상에서 휴지시키는 기준, 남은 음식의 재가열은 74℃가 기준이에요. 보피스는 한 번 밑삶고 다시 볶음조림하므로 중심이 차가운 채 남는 일은 적지만, 내장 요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온도계로 확인하면 안심이에요.
먹는 법과 식단|흰밥, 식초, 새콤한 국물

보피스는 단독으로 먹으면 맛이 진한 요리예요. 흰밥에 얹고 중간에 식초 종지를 조금 떨어뜨리고 마지막에 감귤을 짜면 내장의 감칠맛이 무겁지 않아요. 술안주로 한다면 오이, 토마토, 양파 얇게 썬 것을 옆에 놓아 신맛과 매운맛의 숨통을 만들어요.
필리핀 식단으로 한다면 국물은 시니강을 작게. 면을 더하는 날은 판싯 칸톤을 적게 하고, 튀김을 곁들인다면 룸피아 상하이를 몇 개만 놓아요. 보피스 자체가 진하므로 식단 전체를 튀김과 기름기로 굳히지 않는 편이 먹기 편해요.
남은 레촌을 다져 시식 풍으로 만드는 흐름과 달리 보피스는 처음부터 잘게 다져 졸이는 요리예요. 다음 날은 마늘볶음밥에 섞으면 잘 어울리고, 달걀프라이보다 단단하게 구운 달걀말이를 곁들이면 매운맛과 신맛이 둥글어져요.
보관과 다시 데우기
냉장 보관은 2일을 기준으로 해요. 한 김 식으면 얕은 용기에 펴서 뚜껑을 덮어 냉장하세요. 양파와 감귤을 많이 넣은 상태로 보관하면 향이 강해지므로, 만들어 두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과즙은 먹기 직전에 더해요.
다시 데울 때는 프라이팬이 맞아요. 약간 약한 중불에서 2분 데우고 물 2작은술을 더해 풀어 준 뒤, 마지막에 중불에서 1분만 수분을 날려요. 전자레인지라면 600W에서 1분 반, 섞고 나서 30초 추가. 중심까지 뜨거워지면 감귤을 조금 짜서 향을 되살려요.
냉동은 가능하지만 내장 향과 양파의 식감이 조금 강하게 나와요. 냉동한다면 1끼분씩 얇게 펴서 1개월 이내에 써요. 해동 후에는 프라이팬에서 수분을 날리고 마지막에 식초가 아니라 감귤을 더하면 신맛이 너무 날카로워지지 않아요.
자주 묻는 질문
돼지 허파를 구할 수 없어요. 만들어도 되나요?
만들 수 있어요. 돼지 허파 250g을 돼지 목심 200g으로 바꾸고 돼지 심장 300g은 남기세요. 허파 특유의 폭신한 식감은 약해지지만, 잘게 썰어 식초와 아초테로 졸이면 보피스의 방향은 낼 수 있어요. 돼지 심장까지 빼면 내장 요리가 아니라 새콤한 돼지고기 소보로에 가까워져요.
간을 넣는 편이 현지답나요?
가정판에서는 너무 넣지 않는 편이 먹기 편해요. 돼지 허파 대체로 향을 더하고 싶다면 돼지 간이나 닭 간을 60g만 밑삶아 5mm 깍둑으로 다져 더하세요. 120g 이상 넣으면 쇠 냄새가 앞에 나오기 쉽고, 보피스의 신맛보다 간 볶음의 인상이 강해져요.
식초는 쌀식초만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쌀식초 60ml만이라면 신맛이 날카롭게 나오기 쉬우니 쌀식초 40ml와 사과식초 20ml로 나누면 둥글어져요. 어느 쪽이든 식초를 넣은 직후에 중불에서 2분 끓여 코를 찌르는 향을 날린 다음 수분을 더하세요.
맵지 않은 보피스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청양고추는 1개로 줄이고 씨를 빼세요. 매운맛을 냄비 안에서 다 정하지 말고, 썬 고추와 식초를 식탁에 따로 놓으면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더할 수 있어요. 매운맛을 완전히 빼면 맛이 평평해지니 검은 후추는 남겨요.
다시 데웠더니 시어졌어요.
식초를 더해서 데우면 신맛이 너무 서요. 남은 것은 물 2작은술로 풀어 프라이팬에서 데우고 마지막에 감귤을 조금 짜는 편이 어우러져요. 흰밥에 얹을 때는 다진 양파나 오이를 곁들이면 신맛이 누그러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