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의 섬에서 사랑받는 '뜯은 생선'
아이슬란드 요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발효 상어 하우카르틀(hákarl). 양 머리 스비드(svið). 둘 다 충격적이에요. 하지만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요리는 훨씬 순하고 따뜻해요. 플로크피스퀴르(Plokkfiskur)가 바로 그런 요리예요.
요리 이름을 그대로 옮기면 '뜯은 생선'이에요. 피스퀴르(fiskur)는 '생선'을 뜻하고, 삶은 생선을 손가락으로 뜯듯이 풀어서 만들어요. 삶은 대구와 감자를 굵게 으깨 섞고, 양파와 버터로 마무리해요. 그게 전부예요. 아주 단순하죠. 가까이 있는 재료로 일하는 사람의 배를 채워 주는, 북대서양 섬다운 집밥의 맛이에요.
직역하면 '뜯은 생선'. 대구나 해덕(대구과의 흰살생선)과 감자를 삶아 굵게 풀고, 양파·버터·우유로 한데 모은 가정식 생선 스튜예요. 달콤한 검은 호밀빵에 버터를 발라 곁들이는 것이 기본이고, 레이캬비크의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도 먹을 수 있어요.
영어권에서는 "Plokkfiskur recipe"나 "Icelandic fish stew"로 검색하면 많은 레시피가 나와요. 하지만 한국어로는 정보를 거의 찾을 수 없어요. 이 글에서는 영어권 정보를 바탕으로,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재료만으로 제대로 된 플로크피스퀴르를 재현하는 방법을 설명해요. 노르웨이의 포리콜(일본어)과 나란히, 북유럽의 소박한 가정 요리예요.
재료(4인분)
이 요리에는 어패류(대구), 유제품(우유·버터), 밀이 들어 있어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다면 귀리 우유와 올리브유로 대신할 수 있지만 버터의 고소한 맛은 사라져요. 밀가루를 감자 전분으로 바꾸면 글루텐 프리에 가까워지지만 질감이 조금 달라져요.

조리 요령
플로크피스퀴르 맛의 뼈대는 버터가 맡고 있어요. 재현한다면 풍미 좋은 가염 버터나 발효 버터를 골라 주세요. 마무리로 버터 한 조각을 올리거나, 곁들이는 호밀빵에 버터를 듬뿍 바르면 아이슬란드의 식탁에 가까워져요.
완전히 매시하면 이유식처럼 돼요. 반대로 덩어리를 너무 많이 남기면 일체감이 없어요. 이상적인 건 전체의 70%가 으깨지고 30%가 덩어리로 남는 상태예요. 포크 등으로 대강 누르는 정도면 충분해요. 거친 질감이 남아야 생선과 감자 각각의 식감을 즐길 수 있어요.
살짝 절인 대구는 그대로 쓸 수 있어 편하지만, 이미 소금기가 있으니 양념의 소금을 절반으로 줄여 주세요. 간은 꼭 마지막에 보고, 모자라면 조금씩 더해요. 처음부터 소금을 너무 넣으면 되돌릴 수 없어요. 몰도바의 마멀리거(일본어)처럼, 단순한 요리일수록 소금 간이 모든 것을 좌우해요.
응용·변주
그라탱풍(오븐구이)
플로크피스퀴르를 내열 그릇에 옮기고 위에 치즈(그뤼에르 또는 고다)를 듬뿍 올려 200℃ 오븐에서 15분. 표면에 노릇한 구운 색이 날 때까지 구워요. 아이슬란드에서도 치즈나 베샤멜소스를 끼얹어 굽는 응용을 볼 수 있어, 주말 저녁에 딱이에요.
연어 버전
대구 대신 생연어 400g을 써요. 연어의 기름이 소스에 감칠맛을 더해 더 풍성하게 완성돼요. 아이슬란드에서는 대구 말고도 해덕을 자주 쓰고, 연어로 만드는 사람도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일본어)처럼 해산물의 감칠맛을 살린 요리는 세계 곳곳에 있어요.
일본풍 응용(미소 플로크피스퀴르)
우유 200ml 중 절반(100ml)을 다시 국물로 바꾸고, 마무리에 흰 미소(일본식 된장) 1큰술을 넣어요. 버터는 무염으로 바꿔요. 미소의 깊은 맛과 대구는 잘 어울려요. 빵 대신 밥을 곁들이면 동아시아식 상차림에도 잘 맞아요. 둘 다 생선을 즐겨 먹는 섬나라다운 조합이에요.
크림치즈 버전
우유를 100ml로 줄이고 대신 크림치즈 100g을 넣어요. 진하고 풍성하게 완성돼요. 빵에 올려 딥처럼 먹는 것도 추천해요.

이 요리의 배경
말린 대구의 섬에 감자가 찾아왔어요
아이슬란드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려면 이 섬의 혹독한 환경을 알아야 해요. 북위 63~66도에 자리해, 한겨울 레이캬비크의 일조 시간은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곡물 재배에 맞는 땅이 적어 사람들은 바다의 생선과 양에 기대어 왔어요.
9세기에 노르웨이 등지에서 사람들이 이주해 온 뒤로 대구는 섬의 삶을 떠받쳐 왔어요. 다만 중세 아이슬란드에서 주인공은 소금 대구가 아니라, 차가운 바람에 말린 말린 대구(skreið)였어요. 중세에는 말린 대구가 섬의 대표적인 수출품이 되었어요. 소금을 쳐서 말린 소금 대구(saltfiskur)가 최대 수출품이 된 것은 갑판이 있는 범선 어업이 퍼진 19세기의 일이에요. 대구가 세계 역사에 끼친 영향은 마크 쿨란스키의 논픽션 Cod: A Biography of the Fish that Changed the World(1997년)에도 자세히 그려져 있어요.

감자 재배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기록은 1758년, 지금의 대통령 관저가 있는 베사스타디르(Bessastaðir)에서의 것이에요. 18세기 말 대분화(라키 화산 분화)로 인한 기근 뒤에 채소 재배와 함께 감자도 조금씩 퍼져, 지금은 거의 모든 식사에 곁들일 만큼 친숙한 식재료가 되었어요. 대구와 감자, 양파, 우유. 가까운 재료만으로 일하는 사람의 배를 채우는 플로크피스퀴르는 그런 섬의 식재료가 갖춰졌기에 태어난 소박한 가정 요리예요.
대구 전쟁과 어업의 나라
아이슬란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이 '대구 전쟁(Cod Wars)'이에요. 1958년, 197273년, 197576년의 세 차례에 걸쳐 아이슬란드는 어업 수역을 12해리, 50해리, 200해리로 넓히며 영국과 격렬하게 대립했어요. 1881년부터 1976년까지 수출의 80~90%를 수산물이 차지하던 나라에게 어장은 삶 그 자체였어요.
1976년 아이슬란드는 영국과 국교를 끊고, 나토의 케플라비크 기지 폐쇄도 시사했어요. 결국 영국은 200해리 수역에서 아이슬란드의 어업권을 인정했고, 대립은 끝났어요. 대구는 이 나라에게 식탁의 생선이자 나라의 발자취와 이어진 생선이기도 해요. 레바논의 후무스(일본어)가 레바논 사람들의 자부심과 이어져 있듯, 매일의 요리에는 나라의 이야기가 겹쳐 있어요.
지열 빵과 플로크피스퀴르
플로크피스퀴르에 곁들이는 기본은 단맛이 도는 검은 호밀빵 루그브라우드(rúgbrauð)예요. 아이슬란드어로 brauð는 '빵', rúg는 '호밀'이라는 뜻이에요. 결이 촘촘한 반죽으로, 케이크처럼 느껴질 만큼 달콤한 빵이에요.
온천지 라우가르바튼(Laugarvatn) 등에서는 반죽을 금속 용기에 넣어 온천 근처의 뜨거운 땅에 묻고, 약 24시간 동안 지열로 굽는 전통 방식을 지금도 볼 수 있어요. 같은 빵을 구하기는 어려우니, 펌퍼니켈이나 결이 촘촘한 호밀빵으로 대신하고, 데운 뒤 버터를 발라 곁들이면 아이슬란드의 식탁에 가까워져요.
한겨울 축제 소라블로트
해마다 1월 하순부터 2월에 걸쳐 아이슬란드에서는 소라블로트(Þorrablót)라는 한겨울 축제가 열려요. 소리(Þorri)는 옛 달력에서 한겨울에 해당하는 달의 이름으로, 겨울을 의인화한 존재로도 여겨져요. 기독교화 이후 사라졌던 축제는 19세기 민족 운동 속에서 되살아났어요.
식탁에는 하우카르틀(발효 상어), 스비드(양 머리), 간 소시지와 피 소시지, 그리고 하르드피스퀴르(harðfiskur, 말린 생선)가 올라요. 버터를 발라 먹는 말린 생선은 말린 대구의 섬다운 음식이에요. 플로크피스퀴르는 이런 잔치 요리가 아니라 평범한 날의 가정 요리예요. 지금은 레이캬비크의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도 먹을 수 있어요.
오늘날의 아이슬란드와 플로크피스퀴르
기본은 대구나 해덕, 감자, 양파, 우유예요. 최근에는 카레 가루나 치즈를 넣거나, 베샤멜소스를 끼얹어 굽는 응용도 볼 수 있어요. 생선 종류는 집집마다 의견이 갈려, 해덕파도 대구파도 있어요. 2016~2024년에 대통령을 지낸 그뷔드니 요하네손(Guðni Jóhannesson)이 플로크피스퀴르를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은 것도 현지 영자 신문에 소개되었어요. 집집마다 '우리 집 맛'이 있다는 것이 이 요리의 재미예요.
영양 정보(4인분 중 1인분)
플로크피스퀴르는 1인분 380kcal로, 대구에서 오는 양질의 단백질이 28g이에요. 지방은 14g으로 적은 편이고, 대부분은 버터에서 오는 유지방이에요. 감자의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이 되어 든든해요. 대구에는 비타민 B12와 셀레늄 같은 미네랄도 들어 있어요.
| 영양소 | 함량 |
|---|---|
| 열량 | 380kcal |
| 단백질 | 28g |
| 지방 | 14g |
| 탄수화물 | 36g |
| 식이섬유 | 3g |
| 나트륨 | 620mg |
대구는 '바다의 단백질원'으로 북유럽에서 예부터 중요하게 여겨 온 식재료예요. 100g당 단백질은 20g 안팎이고 지방은 1g도 되지 않아요. 여기에 감자의 탄수화물과 버터의 지방이 더해지니, 호밀빵을 곁들이면 한 접시로 든든한 식사가 돼요.
함께 만들고 싶은 요리
- 스뫼레브뢰 만드는 법 - 호밀빵에 버터를 바르는, 같은 북유럽 식탁의 한 접시예요.
- 포리콜 만드는 법(일본어) - 양고기와 양배추를 끓이는 노르웨이의 소박한 조림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플로크피스퀴르를 처음 만드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어요.
Q1. 소금 대구, 살짝 절인 대구, 생대구 중 무엇을 써야 하나요?
집에서는 살짝 절인 대구가 가장 간편해서 추천해요. 소금기를 뺄 필요가 없고 감칠맛도 있어요. 소금 대구(바칼랴우용 수입품 등)를 쓴다면 24시간쯤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뒤 써요. 생대구는 맛이 깔끔하니 간을 확실히 맞춰 주세요.
Q2. 감자는 어떤 품종이 가장 좋나요?
분질 감자가 잘 맞아요. 잘 풀어지고 소스와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에요. 점질 감자는 잘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남아서, 큼직한 식감을 남기고 싶을 때 좋아요. 포르투갈의 칼두 베르드(일본어)도 감자가 부서지는 정도가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리예요.
Q3.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네. 냉장으로 3일 보관할 수 있어요. 다음 날이 맛이 어우러져 더 맛있어요. 다시 데울 때 우유를 2~3큰술 넣으면 농도가 살아나요. 냉동은 1개월 가능하지만 감자 식감이 조금 달라져요. 해동 뒤 우유를 더해 다시 데워 주세요.
Q4. 호밀빵이 없다면 무엇을 곁들이면 좋을까요?
통밀빵이나 토스트면 충분해요. 바게트 토스트도 잘 어울려요. 아이슬란드에서는 달콤한 검은 호밀빵 루그브라우드(rúgbrauð)가 기본이지만 구하기 어려우니, 펌퍼니켈처럼 결이 촘촘한 호밀빵으로 대신할 수 있어요. 밥과 함께 먹어도 의외로 맛있어요.
Q5.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도 먹을 수 있나요?
플로크피스퀴르는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딱 맞는 요리예요. 대구는 비린내가 적고, 감자와 버터에 감싸여 생선 맛이 순해져요. 치즈를 올려 그라탱풍으로 만들면 더 먹기 쉬워질 거예요.
관련된 유럽 요리
플로크피스퀴르에 관심이 생겼다면, 마찬가지로 재료 맛을 살린 유럽의 가정 요리에도 꼭 도전해 보세요. 혹한의 북유럽부터 지중해까지, 단순하기에 더 깊은 요리가 가득해요(모두 일본어).
- 칼두 베르드 --- 포르투갈의 초록 수프. 감자를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국민 수프
- 포리콜 --- 노르웨이의 양고기 양배추 조림. 같은 북유럽의 소박한 가정 요리
- 체펠리나이 --- 리투아니아의 감자 경단. 감자를 주인공으로 한 동유럽의 걸작
- 카레리안피락카 --- 핀란드의 쌀 파이. 북유럽의 국민 음식이라는 점이 같아요
지중해 쪽 유럽 요리에도 관심이 있다면 아래도 추천해요.
- 무사카 --- 그리스의 가지와 다진 고기 그라탱. 플로크피스퀴르의 그라탱풍 응용과 통하는 발상
- 파슈티차다 --- 크로아티아의 소고기 조림. 아드리아해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가정 요리
참고 자료
레시피·조리법
- The Reykjavík Grapevine (2019). "Food Of Iceland: Plokkfiskur." 2026년 10월 22일 확인 --- 재료(대구 또는 해덕, 감자, 양파, 우유), 호밀빵을 곁들이는 법, 현대의 응용
- Arctic Adventures. "Icelandic Food Recipes: Plokkfiskur." 2026년 10월 22일 확인 --- 대구나 해덕을 쓰는 전통 조리법, 달콤한 호밀빵과의 조합
문화·역사
- EBSCO Research Starters. "Cod Wars." 2026년 10월 22일 확인 --- 대구 전쟁의 연대, 수출에서 수산물이 차지한 비율, 200해리 수역
- Matarauður Íslands. "Potatoes." 2026년 10월 22일 확인 --- 아이슬란드 감자 재배의 역사
- Guide to Iceland. "Þorrablót: Celebrating Iceland's Midwinter Feast." 2026년 10월 22일 확인 --- 소라블로트의 시기·음식·19세기 부활
- Salisbury, V. (2017). "What, Exactly, Is Volcano Bread?" AFAR. 2026년 10월 22일 확인 --- 라우가르바튼에서 지열로 24시간 굽는 호밀빵
- Neðstikaupstaður (Westfjords Heritage Museum). "Saltfish in the Bottom." 2026년 10월 22일 확인 --- 말리고 소금을 친 대구가 최대 수출품이 된 역사
- Kurlansky, M. (1997). Cod: A Biography of the Fish that Changed the World. Walker & Company. --- 대구와 북대서양의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