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어 낸 단면이 달걀의 노란색이 아니라 짙은 초록색입니다. 칼을 넣으면 다진 파슬리와 부추의 향이 훅 올라오고, 군데군데 붉은 바베리 알갱이가 반짝입니다. 쿠쿠 사브지(کوکو سبزی / kuku sabzi)는 듬뿍 넣은 허브를 적은 달걀로 묶어 구운 이란 가정의 달걀 요리입니다. 달걀 부침이라기보다 "달걀로 이은 허브 덩어리"라고 하는 편이 가까우며, 봄을 맞는 새해 노루즈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한 접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해 첫날 밤에, 초록빛 한 접시를

이란의 새해 노루즈는 춘분 무렵에 시작됩니다. 페르시아어로 "새로운 날"을 뜻하는 이름처럼 봄의 도래와 한 해의 시작을 함께 축하하는 행사입니다. 노루즈는 이란만의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중앙아시아 국가들, 튀르키예 등에서도 기념하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도 이란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공동 유산으로 올라 있습니다.
이 잔칫상에서 쿠쿠 사브지는 특별한 역할을 맡습니다. 이란 출신 셰프 마시드 밥자르타비는 호주 SBS Food의 취재에서, 새해 첫날 밤에는 이란의 거의 모든 가정이 곱게 다진 허브를 섞은 밥, 튀긴 생선, 그리고 쿠쿠 사브지를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기사는 달걀 요리인 "쿠쿠"가 자손과 풍요를, "사브지(허브)"가 재생을 나타내며 쿠쿠 사브지는 새로 시작하는 것의 상징이라고 소개합니다. 겨울을 넘어 싹트는 초록을 새해 맨 처음에 먹는 셈입니다.
"쿠쿠"는 하나의 요리 이름이 아니라 달걀로 재료를 묶어 굽는 페르시아 요리 한 갈래를 가리킵니다. 감자 쿠쿠, 가지 쿠쿠, 강낭콩 쿠쿠 등 재료는 다양하고, 그중 허브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 쿠쿠 사브지입니다. 달걀은 재료를 잇는 역할에 그치고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허브입니다. 이 비율이 서양의 오믈렛이나 프리타타와 크게 다른 점입니다.
노루즈로부터 13일째는 "시즈다 베다르"라고 부르며, 온 가족이 공원이나 교외로 나가 하루를 밖에서 보내는 날입니다. 이름은 "13을 쫓아내다"로 옮기는 경우가 많고 불운을 멀리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식어도 맛있고 들고 다니기 쉬운 쿠쿠 사브지는 이 소풍에 가져가는 요리로도 만들어집니다.
허브 다발을 안고 돌아오는 계절

노루즈가 가까워지면 이란 가정의 부엌은 허브를 씻고 써는 일로 바빠집니다. 파슬리, 고수, 딜, 쪽파, 차이브, 마늘의 어린잎. 어떤 허브를 얼마나 섞을지는 집마다 다르며, 밥자르타비의 배합에는 이 여섯 가지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상추나 바질을 더하는 집, 붉은 바베리나 부순 호두를 뿌리는 집도 있습니다.
바베리는 페르시아어로 "제레시크"라 부르는 작고 붉은 말린 열매입니다. 단맛보다 새콤한 산미가 강해 초록 일색의 반죽 속에서 맛의 포인트가 됩니다. 호두는 고소함과 씹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둘 다 넣지 않아도 쿠쿠 사브지로 성립하지만, 들어 있으면 한 조각마다 맛에 변화가 생깁니다.
굽는 법에도 집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약불로 굽다가 중간에 뒤집는 집도 있고, 오븐에 넣어 천천히 익히는 집도 있습니다. 밥자르타비는 타지 않도록 불을 약하게 유지하고 기름을 넉넉히 쓰는 것, 혹은 오븐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요령으로 꼽습니다.
동네 가게에서 갖추는 허브

이번 레시피는 이란계 요리와 문화를 전하는 미디어 "Ajam Media Collective"가 소개한 시즈다 베다르용 쿠쿠 사브지를 바탕으로 합니다. 허브가 파슬리, 시금치, 갈릭 차이브 세 가지로, 다른 배합보다 일반 가게에서 갖추기 쉬운 점이 반갑습니다.
갈릭 차이브는 우리가 흔히 먹는 부추(Chinese chives)입니다. 영어 레시피로 보면 드문 식재료처럼 보이지만 마트 채소 코너에 늘 놓여 있습니다. 파슬리는 잎이 곱슬곱슬한 일반 파슬리보다 잎이 납작한 이탈리안 파슬리가 향이 부드럽고 많이 써도 쓴맛이 잘 나지 않아 알맞습니다. 구하지 못하면 곱슬 파슬리로도 만들 수 있지만 단단한 줄기는 떼고 잎만 쓰세요.
부추가 없으면 쪽파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딜이나 고수를 구할 수 있다면 파슬리 일부를 바꿔 넣으면 이란 가정의 다채로운 배합에 가까워집니다. 어떤 허브를 쓰든 허브의 총량을 줄이지 않는 것이 진한 초록빛 완성으로 이어집니다.
바베리는 일반 마트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아 중동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찾아야 합니다. 없으면 말린 크랜베리를 잘게 다져 소량 쓰면 단맛은 강해지지만 붉은 알갱이의 모양과 산미의 방향이 가까워집니다. 향신료인 강황과 계피는 마트 향신료 코너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재료 (지름 25cm 프라이팬 1장 분량·6인분)

허브의 양은 달걀 6개에 대해 합계 약 275g. 볼 가득한 초록에 달걀이 조금 감기는 정도의 비율입니다. 달걀을 늘리면 보통 달걀 부침에 가까운 노란 완성이 됩니다. 허브와 달걀의 비율을 바꾸지 않는 것이 이 요리다운 모양과 향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허브는 씻은 뒤 채소 탈수기나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닦고 썰어야 반죽이 질척해지지 않고 구웠을 때 덜 부서집니다.
한 장을 통째로 뒤집기는 어려우니 먼저 자른 뒤 한 조각씩 뒤집는 것이 이 레시피의 비결입니다. 부서진 조각도 접시에 모아 담으면 겉모습은 거의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굽는 도중 바닥이 타는 냄새가 나면 불을 더 줄이고 팬 가장자리에서 기름을 1작은술쯤 보탭니다. 뚜껑 안쪽에 물방울이 많이 맺혔을 때는 닦아 낸 뒤 덮으면 표면이 질척해지지 않습니다.
달걀은 중심까지 확실히 익히세요. 단면을 살짝 벌려 묽은 날달걀물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호두를 넣을 경우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먹지 않는지 미리 확인하세요.
따뜻해도, 식어도

다 구워진 쿠쿠 사브지는 프라이팬에 큰 접시를 덮어 뒤집거나 한 조각씩 꺼내 초록색 면이 위로 오게 담습니다. 갓 구워 따뜻할 때 먹어도 좋고, 식으면 허브 향이 가라앉아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납작한 빵을 곁들이는 것이 정석이며 피타 빵, 난, 토르티야도 괜찮습니다.
빵을 손으로 찢어 쿠쿠 사브지를 올리고 플레인 요구르트나 생허브, 호두를 함께 끼워 먹으면 이란 가정의 식탁다운 한입이 됩니다. 시즈다 베다르의 소풍처럼 식은 것을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 해도 맛있고 도시락에도 알맞습니다.
같은 이란 요리라면 허브와 콩, 양고기를 끓이는 고르메 사브지(일본어)도 듬뿍 넣은 허브가 주인공인 한 접시입니다. 밥 바닥을 바삭하게 구운 타흐디그(일본어)와 함께 내면 페르시아의 식탁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달걀 요리를 비교한다면 토마토와 달걀을 끓이는 튀르키예의 메네멘(일본어)도 추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달걀의 양을 늘려도 되나요?
늘릴 수는 있지만 보통 오믈렛에 가까운 노란 완성이 되고 허브 향도 옅어집니다. 쿠쿠 사브지다움을 즐기려면 달걀 6개에 허브 약 275g의 비율을 지키기를 권합니다.
반죽이 프라이팬에 달라붙어요.
기름이 적거나 불이 센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름 2큰술을 프라이팬 전체에 퍼지게 한 뒤 반죽을 넣고, 굽는 동안 약불을 유지하세요. 코팅 프라이팬을 쓰면 훨씬 다루기 쉽습니다.
오븐에서 구울 수도 있나요?
이란에서도 오븐에서 굽는 가정이 있습니다. 내열 접시에 기름을 바르고 반죽을 부어 표면이 굳고 가장자리가 색이 날 때까지 구우세요. 굽는 시간은 그릇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달라지니 대꼬치를 꽂아 날달걀물이 묻어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맵게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이란의 쿠쿠 사브지는 매운 요리가 아닙니다. 매운맛을 원한다면 먹을 때 청양고추 피클이나 고춧가루를 곁들이면 원래 맛을 해치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보관은 얼마나 할 수 있나요?
한김 식으면 한 조각씩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일찍 드세요. 차가운 채 빵에 끼워 먹어도, 프라이팬에서 양면을 가볍게 데워 먹어도 맛있습니다.
바베리를 구할 수 없어요.
없어도 만들 수 있습니다. 산미 알갱이를 더하고 싶다면 말린 크랜베리를 잘게 다져 소량 넣으면 모양과 산미의 방향이 가까워집니다. 단맛이 바베리보다 강하니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참고 문헌
- Ajam Media Collective, “Kuku Sabzi Recipe for Sizdah Bedar,” 2017년 4월 2일 공개. 2026년 10월 22일 열람·확인. https://ajammc.com/2017/04/02/kuku-sabzi-recipe-sizdah-bedar/
- SBS Food, “A Persian New Year feast must have kuku sabzi.” 2026년 10월 22일 열람·확인. https://www.sbs.com.au/food/article/a-persian-new-year-feast-must-have-kuku-sabzi/c7uizbazs
-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Nowruz.” 2026년 10월 22일 열람·확인. https://ich.unesco.org/en/RL/nowruz-011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