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위에서 가지 껍질이 탁탁 소리를 내며 까맣게 오그라들어요. 옆에서는 토마토 껍질이 터지고, 껍질째 올린 마늘이 노릇하게 색이 올라와요. 구운 채소의 연기 어린 향이 부엌에 가득하면 껍질을 벗겨 다지고, 냄비에서 볶아 합친 뒤 마지막에 달걀을 깨 넣어요. 미르자 가세미(میرزا قاسمی / mirza ghasemi)는 이란 북부, 카스피해에 면한 길란주의 향토 요리예요. 구운 가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향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챌 거예요.
카스피해 가의 길란, 구운 가지

길란주는 건조한 고원의 나라라는 이란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땅이에요. 카스피해와 산맥 사이에 낀 녹음이 많은 지역이에요. 길란 사람들의 요리는 '길라키 요리'라고 불리고, 미르자 가세미는 그 대표적인 한 접시예요.
재료는 놀랄 만큼 적어서 가지, 토마토, 달걀, 마늘의 4가지가 기본이에요. 여기에 기름과 소금, 후추가 더해질 뿐이에요. 그런데도 맛이 단조롭지 않은 것은 채소를 껍질째 구워 연기 향을 옮기기 때문이에요. 미르자 가세미의 맛은 이 구운 향이 결정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예요.
My Caldron의 필자도 쓰듯이, 지금은 길란주뿐 아니라 이란 전역과 그 바깥에서도 사랑받고 있어요. 고기를 쓰지 않는 요리라서 채식 한 접시로도 환영받아요.
라슈트 총독이 생각해 냈다고 전해지는 한 접시

미르자 가세미라는 이름은 사람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해요. 19세기 카자르 왕조 시대, 길란주의 주도 라슈트의 총독이었던 인물이 이 요리를 고안했다는 이야기예요.
호주 SBS Food의 기사는 라슈트 총독 모하마드 가셈 칸이 생각해 냈다고 소개해요. 영어판 위키백과도 같은 인물의 이름을 들지만, 이쪽은 출처 확인이 요구되는 서술이에요. 총독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이야기는 널리 회자되지만, 확실한 기록으로 뒷받침된 유래라기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어요.
SBS Food의 취재에 응한 브리즈번의 이란 음식점 셰프 알리 모하마디는 미르자 가세미를 '바꿀 수 없는 요리'라고 표현해요. 재료가 적은 만큼 굽는 법과 볶는 법의 정성이 그대로 맛에 나오는 요리예요. 모하마디에 따르면 가지는 중간 크기를 장작 숯불에 굽고, 전체 면에 불이 닿도록 굴리며 굽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해요.
모하마디는 미르자 가세미가 매일 먹는 요리가 아니라 파티나 결혼식을 위해 만드는 요리라고 말해요. 가족 모임이나 축하 자리에서 전채로 내는 일이 많다고 해요. 소박한 재료의 요리가 경사스러운 날의 진수성찬으로 대접받는 것은 의외예요.
중간 길이 가지가 미르자 가세미에 잘 맞아요

흔히 보는 중간 길이 가지는 이 요리에 쓰기 딱 좋은 크기예요. 작은 가지 4〜5개를 쓰면 4인분이 돼요.
굽는 법은 구운 가지와 거의 같아요. 가스레인지에 석쇠를 올려 직화로 구우면 가장 미르자 가세미다운 연기 향이 나요. 직화를 쓸 수 없으면 생선 그릴로도 구울 수 있어요. 오븐이나 토스터로도 익지만 껍질이 타는 향은 약해져요.
토마토는 가지와 함께 통째로 구우면 생토마토를 쓸 때보다 단맛과 고소함이 더해져요. 마늘을 껍질째 가볍게 굽는 것은 My Caldron의 필자가 친구에게 배웠다는 요령으로, 자극이 누그러지고 구운 향이 어우러져요. 강황을 조금 더하는 방법도 있어서 색과 향에 깊이가 생겨요.
재료 (4인분)

재료는 모두 어느 마트에서나 구할 수 있어요. 가지는 껍질에 탄력과 윤기가 있고 꼭지의 가시가 날카로운 것이 신선해요. 토마토는 신맛보다 단맛이 강한 잘 익은 것을 고르면 구웠을 때 단 향이 올라와요.
가지는 굽기 전에 꼬치나 포크로 껍질 여러 군데에 구멍을 내 둬요. 속의 수분이 부풀어 껍질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직화로 채소를 구울 때는 석쇠 주위에 불붙기 쉬운 것을 두지 마세요. 탄 가지 껍질이 석쇠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 가스레인지 받침을 자주 확인하세요. 구워진 채소는 속이 매우 뜨거우니 충분히 식힌 뒤 껍질을 벗기세요.
구운 가지는 볼에 넣고 랩을 씌워 5분쯤 뜸 들이면 껍질이 매끈하게 벗겨져요. 탄 껍질의 작은 조각이 조금 남아도 고소함의 일부가 되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달걀을 넣으면 불을 세게 하고 재빨리 섞는 것이 포인트예요. 약불 그대로면 달걀이 수분을 머금어 질척해지고 가지와 토마토의 고소함이 흐려져요.
밥과 납작한 빵과 함께

이란에서는 미르자 가세미를 '카테'라고 부르는 단순한 방식으로 지은 밥과 함께 먹는 것이 옛날부터의 조합이에요. 다른 곳에서 만든다면 평소의 흰밥으로 충분해요. 밥에 올려 먹으면 구운 가지의 고소함과 토마토의 단맛이 쌀에 스며요.
납작한 빵으로 떠먹어도 맛있고, 생허브나 피클을 곁들이면 이란 가정의 식탁다워져요. 전채로 작은 접시에 담아 다른 요리와 함께 늘어놓는 것도 추천해요.
같은 이란의 가지 요리라면 가지와 유청을 합친 카슈크 바데만잔과 먹어 비교해 보면 구운 가지 사용법의 차이를 알 수 있어요. 허브가 듬뿍 든 달걀 요리 쿠쿠 사브지나 바닥을 바삭하게 구운 타흐디그와 조합하면 페르시아의 식탁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직화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생선 그릴로 굽는 것이 가장 간편해요. 가끔 방향을 바꿔 가며 가지 껍질이 전체적으로 타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구우세요. 오븐으로도 구울 수 있지만 껍질이 탄 향은 약해져요.
달걀을 넣지 않고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달걀 없이 구운 가지, 토마토, 마늘만으로 마무리하면 페이스트 같은 전채가 돼요. 다만 달걀이 들어가면 부드러움과 깊은 맛이 나므로 기본 형태는 달걀이 든 거예요.
맵게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기본 미르자 가세미는 매운 요리가 아니에요. 매운맛이 필요하면 먹을 때 고춧가루나 청고추 피클을 곁들이면 원래 맛을 해치지 않고 즐길 수 있어요.
만들어 둘 수 있나요?
한 김 식으면 보관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빨리 먹으세요. 다시 데울 때는 프라이팬에서 속까지 데워요. 달걀이 들어 있으니 실온에 오래 두지 마세요.
가지 껍질이 너무 타서 쓰지 않나요?
타는 것은 껍질뿐이고, 벗기면 속 과육은 쓰지 않아요. 껍질을 벗길 때 검은 조각이 너무 많이 남으면 쓴맛이 나니 큰 조각만은 떼어 내세요.
참고 자료
- SBS Food, “Honouring age-old Persian dishes, one charred eggplant at a time.” (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https://www.sbs.com.au/food/article/honouring-age-old-persian-dishes-one-charred-eggplant-at-a-time/9ff5fm2vu
- My Caldron, “Mirza Ghasemi (Persian Smoked eggplants casserole),” 2014년 7월 15일 공개. (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https://mycaldron.com/2014/07/15/mirza-ghasemi-persian-smoked-eggplants-casserole/
- Wikipedia, “Mirza ghassemi.” (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https://en.wikipedia.org/wiki/Mirza_ghasse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