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안에서 쌀알이 천천히 형태를 잃어 가요. 보글보글 거품을 내는 노란 죽에서 카르다몸과 쌀 전분의 달콤한 향이 피어올라 부엌 가득 퍼져 나가요. 다 끓으면 나무 주걱으로 힘껏 저어 으깨고 마지막에 녹인 기를 주르륵 돌려 끼얹어요. 마드루바(madrouba)는 닭고기와 쌀을 걸쭉하게 풀어질 때까지 끓인 오만의 향신료 죽이에요.
이름의 뜻은 '두드린 쌀'

마드루바는 한국어로 하면 '두드린 쌀'. 오만 요리책 『The Food of Oman』의 저자 펠리시아 캠벨(Felicia Campbell)은 이 요리를 쌀을 '두드려' 만드는 짭짤한 죽으로 소개해요. 쌀과 닭고기를 쌀이 풀어지고 닭고기가 찢어질 때까지 오래 끓이고, 마지막에 나무 주걱으로 기세 좋게 저어 으깨요. 이름 자체가 마무리 작업을 나타내는 셈이에요.
캠벨은 오만에서 쌀이 점심 식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라고 써요. 그 쌀을 알갱이가 사라질 때까지 끓여 풀어 죽으로 만드는 것이 마드루바예요. 끓이는 동안 온 집 안이 카르다몸과 쌀의 향에 휩싸인다고 캠벨은 써요. 긴 끓임의 시간도 이 요리의 즐거움 중 하나예요.
맛의 중심이 되는 것은 말린 라임. 라임을 통째로 말린 향미 재료로, 쌉쌀함과 마른 신맛이 있어요. 캠벨의 레시피에서는 말린 라임을 깨서 안의 과육만 꺼내 향신료와 함께 냄비에 넣어요. 강황, 커민, 고수, 생강, 계피, 후추, 카르다몸, 정향, 카이엔, 육두구로 향신료의 종류는 많지만 각각의 양은 아주 조금씩. 어느 하나가 튀지 않고 신맛과 향이 죽 전체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배합이에요.
캠벨은 마지막에 끼얹는 카르다몸 넣은 기를 결코 빼지 말라고 다짐을 주어요. 죽 자체에는 소금과 향신료의 맛이 확실히 배어 있으니, 향이 강한 기와 달콤하고 고소한 튀긴 양파를 올리면 한 접시의 맛이 모여요.
재료 (4인분)

재료는 『The Food of Oman』에 실린 캠벨의 레시피(6~8인분)를 절반으로 줄인 거예요. 컵 분량은 미국의 1컵(240ml)으로 계산했어요. 원서는 소금을 코셔 소금으로 재기 때문에 일반 식염으로 바꾼 분량은 가정용 기준이에요.
쌀은 한국의 단립종 쌀보다 찰기가 적은 장립종 쌀을 써요. 원서의 지정은 장립종 백미라서 바스마티 쌀이든 태국 쌀이든 구할 수 있는 장립종이면 돼요. 말린 라임은 중동 식재료점이나 수입 식재료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어요. 깨 보았을 때 말라서 속이 비었거나 곰팡이가 슬었다면 그 열매는 쓰지 말고 다른 것을 깨도록 캠벨은 써요.
향신료는 양이 적으니 계량스푼으로 재기 어려운 것은 '한 꼬집이 안 되는 양'이면 충분해요. 냄비에 넣기 전에 작은 접시에 전부 합쳐 두면 양파를 볶은 뒤 허둥대지 않아요.
마드루바 만드는 법
밑손질은 불리기를 포함해 약 45분, 끓임을 포함한 가열은 2시간 반~3시간 정도가 기준이에요. 쌀이 풀어질 때까지의 시간은 쌀 종류와 불 세기에 따라 달라요.
걸쭉해진 죽은 끓으면 표면에서 거품이 터지며 뜨거운 죽이 튈 수 있어요. 저을 때는 불을 줄이고 자루가 긴 나무 주걱을 쓰세요. 튀긴 양파의 기름은 소량이어도 고온이 되니 물기 있는 손이나 도구를 가까이 대지 말고, 다 쓴 기름은 식은 뒤에 치우세요.
냄비 바닥이 눌어붙으면 죽의 색과 향을 망쳐요. 두꺼운 냄비를 쓰고 약불에서 자주 냄비 바닥부터 젓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에요. 뚜껑을 덮은 채 오래 내버려 두지 마세요.
으깨는 공정은 쌀이 충분히 풀어졌다면 금세 모여요. 알갱이가 남아 저어도 죽이 되지 않을 때는 뜨거운 물을 조금 더하고 15분쯤 더 약불로 끓인 뒤 으깨세요.
카르다몸 기와 튀긴 양파로 마무리해요

완성된 마드루바는 뜨거울 때 깊은 그릇에 담아요. 노란 죽 위에 기의 금빛 줄기와 진한 갈색 튀긴 양파. 숟가락으로 뜨면 말린 라임의 쌉쌀한 신맛 뒤에 카르다몸의 달콤한 향이 따라와요. 튀긴 양파의 바삭한 식감이 매끄러운 죽에 좋은 포인트가 돼요.
같은 오만 요리라면 양고기를 향신료로 감싸 천천히 굽는 축제 요리 슈와에도 말린 라임이 쓰여요. 빻은 밀을 풀어 끓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리시(일본어)와 먹어 비교하면 걸프 죽 요리의 차이를 잘 알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말린 라임을 구할 수 없을 때는요?
이 레시피의 바탕이 된 책에는 말린 라임의 대체 재료가 나와 있지 않아요. 말린 라임이 없어도 죽은 만들 수 있지만 걸프다운 마른 신맛과 쓴맛은 없어져요. 가능하면 말린 라임을 준비하세요.
한국 쌀로 만들 수 있나요?
못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단립종 쌀은 찰기가 강해서 으깨면 끈기가 나와 묵직한 입맛이 되기 쉽다고 생각돼요. 찰기가 적은 장립종 쌀이 매끄럽고 산뜻한 죽으로 마무리돼요.
닭고기는 뼈 있는 것도 되나요?
이 레시피는 뼈 없는 닭고기를 쓰고, 끓인 뒤 냄비 안에서 으깨 죽과 하나로 만들어요. 뼈 있는 고기를 쓰면 으깨기 전에 뼈를 발라내는 수고가 늘고 잔뼈가 남을 우려가 있어요. 뼈 없는 고기를 쓰는 것이 안심이에요.
남은 마드루바는 어떻게 다시 데우나요?
식으면 단단해지니 작은 냄비에 옮겨 뜨거운 물을 조금씩 더하며 약불에서 저으며 데워요. 죽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기 쉬우니 다시 데울 때도 자주 저으세요. 남은 것은 한김 식힌 뒤 냉장하고 일찍 드세요.
참고 문헌
- Felicia Campbell, “Recipe: Madrouba,” Explore Parts Unknown, 2017년 6월 7일(『The Food of Oman』Andrews McMeel, 2015에서).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explorepartsunknown.com/oman/recipe-madroub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