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와 치즈로 오후의 부엌이 달콤해져요
필리핀 빵집을 떠올리면, 김이 오르는 쌀 요리와는 다른 달콤한 밀 향이 먼저 나요. 종이 상자 안에서 살짝 눌린 동그란 빵, 표면의 하얀 설탕, 폭신하게 갈아 올린 치즈, 손가락에 묻는 버터. 엔사이마다(ensaymada)는 반듯한 케이크라기보다, 오후 merienda(간식 시간)에 손으로 뜯어 먹는 단과자빵이에요.

이름의 출발점은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ensaimada지만, 필리핀에서 먹는 ensaymada는 모습이 꽤 달라졌어요. 라드로 향을 내는 마요르카식과 달리, 필리핀식은 버터, 설탕, 치즈가 앞에 나와요. 가게에 따라서는 버터크림, 소금에 절인 달걀, 케소 데 볼라(queso de bola, 에담 계열의 둥근 치즈)를 올리기도 하고, 팜팡가나 불라칸의 진한 엔사이마다는 선물용으로도 자주 이야기돼요.
집에서 만들 때 어려운 점은 귀한 재료 찾기가 아니에요. 반죽이 부드럽고 설탕과 버터가 많아서, 조급하게 가루를 더하면 딱딱한 빵이 돼요. 반대로 발효를 너무 오래 기다리면 구울 때 옆으로 퍼져서, 폭신하지 않고 구멍이 많은 빵이 돼요. 이 글에서는 가정용 오븐에서 만들기 쉬운 10개 분량으로, 미지근한 우유 온도, 반죽 완성 상태, 1차 발효, 성형, 구운 뒤 중심 온도까지 손으로 확인할 수 있게 정리했어요.
필리핀의 달콤한 간식을 이어서 만든다면, 찐 쌀 과자 푸토, 흑설탕 떡 쿠친타, 층층이 쌓은 찹쌀 과자 사핀사핀(일본어)도 좋은 입구예요. 엔사이마다는 쌀 과자가 아니라 빵이지만, 단맛과 짠맛을 함께 먹는 감각은 같은 식탁으로 이어져요.
현지에서의 위치와 집에서 지킬 점

엔사이마다를 '달콤한 치즈빵'으로만 보면 평범한 단과자빵으로 끝나요. 지키고 싶은 건 부드러운 반죽, 얇은 소용돌이, 표면의 버터, 설탕, 고운 치즈라는 순서예요. 치즈를 반죽에 섞어 넣기보다 마지막에 갈아 올리는 편이 필리핀식 모양에 가까워요.
| 볼 점 | 현지의 방향 | 집 부엌에서의 타협점 |
|---|---|---|
| 반죽 | 촉촉하고 리치한 발효 반죽 | 강력분 중심으로 하고, 많이 치대기보다 온도 관리를 우선해요 |
| 유지 | 버터, 쇼트닝, 가게마다 배합이 달라요 | 집에서는 무염버터 중심. 가볍게 하고 싶을 때만 일부를 쇼트닝으로 |
| 치즈 | 케소 데 볼라, 체다 계열, 가게마다의 가루 치즈 | 에담, 숙성 고다, 가늘게 간 체다로 대체해요 |
| 먹는 자리 | merienda, 아침, 선물, 크리스마스 시기 | 오후의 커피, 핫초콜릿, 가벼운 아침에 맞춰요 |
| 지역차 | 불라칸, 팜팡가, 마닐라권에서 진한 정도와 토핑이 달라요 | 처음엔 버터, 설탕, 치즈의 기본형으로 |
엔사이마다의 원형은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소용돌이 빵 '엔사이마다(ensaïmada)'로, 이름은 라드를 뜻하는 말에서 왔다고 해요. 스페인 통치 시대에 필리핀으로 전해졌고, 라드 대신 버터를 쓰고 치즈를 올리는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어요.
영어권과 타갈로그어권에서는 ensaymada로 쓰는 경우가 많고, 스페인 마요르카식은 ensaimada 또는 ensaïmada로 표기해요. 이 글에서는 필리핀식 단과자빵으로서 '엔사이마다'라고 표기해요.
소금 달걀을 올리는 버전도 있지만 처음에는 넣지 않아요. 소금 달걀까지 준비하면 장보기가 갑자기 무거워져요. 대신 마무리 치즈를 살짝 짭짤한 것으로 골라 단맛과 짠맛의 윤곽을 만들어요.
재료 (10개 분량)

박력분을 너무 늘리면 폭신하기보다 입에서 빨리 녹는 단과자빵이 돼요. 반대로 전부 강력분으로 하면 모양은 안정되지만 다음 날 조금 딱딱해져요. 처음엔 이 배합으로 반죽의 부드러움을 익히고, 그다음에 가루를 조절하면 실패가 적어요.
갖춰 두면 좋은 것: 치즈보다 도구를 먼저

가루, 우유, 달걀, 버터, 치즈는 동네 마트에서 갖출 수 있어요. 따로 갖춰 둘 만한 건 현지 느낌의 귀한 재료보다 발효와 성형을 안정시키는 도구예요. 달콤한 발효 반죽은 온도의 영향을 받기 쉽고, 말아 넣는 두께가 고르지 않으면 구울 때 한쪽만 부풀어요.
우유를 35~38℃로 맞출 때, 구운 뒤 중심이 93℃ 이상인지 볼 때 가는 온도계가 있으면 처음의 불안이 꽤 줄어요. 고기 요리에도 쓸 수 있어서 엔사이마다 전용 장보기가 되지 않아요.
반죽을 얇게 미는 과정은 짧지만, 여기서 두께가 흐트러지면 소용돌이 사이에 버터가 한쪽으로 몰려요. 30cm 안팎의 밀대가 있으면 10개를 같은 폭으로 밀기 쉬워져요. 아르헨티나 엠파나다나 동유럽의 밀가루 요리에도 돌려 쓸 수 있어요.
무스링은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다만 처음에는 옆으로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으면 발효 판단에 집중할 수 있어요. 틀 없이 구울 때는 오븐 팬 위에서 10cm 이상 간격을 띄워 주세요.
만드는 법
엔사이마다는 순서만 보면 빵 반죽을 치대서 마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달콤한 반죽은 이스트의 움직임이 느리고, 버터를 넣은 뒤에도 끈적여요. 여기서 가루를 늘리는 게 아니라 온도와 시간으로 반죽을 다듬는 게 고비예요.
반죽은 많이 치대는 것보다 온도 관리가 중요해요. 발효는 시간이 아니라 반죽이 한 둘레 커졌는지로 판단하고, 마무리용 버터, 설탕, 치즈는 구운 뒤 한 김 식힌 다음에 올려요.
실패 원인: 딱딱하다, 옆으로 퍼진다, 향이 무겁다

반죽이 딱딱해요
치대기 시작할 때 끈적인다고 가루를 너무 많이 더한 거예요. 덧가루는 전체 15g 이내로 하고, 손에 붙은 건 스크레이퍼로 모아 되돌려요. 구운 빵이 딱딱하다면 다음엔 우유를 10ml 늘리고 굽는 시간을 2분 줄여요. 다음 날만 딱딱하다면 보관 중 건조가 원인이에요.
옆으로 퍼져서 높이가 안 나와요
2차 발효가 너무 길었거나 성형할 때 너무 느슨하게 만 거예요. 반죽이 1.5배가 되고 누른 자국이 천천히 돌아올 때 구워요. 무스링이나 머핀 틀을 쓰면 처음엔 옆으로 퍼지는 걸 막기 쉬워요. 틀 없이 굽는다면 끈을 감을 때 가운데를 조금 높게 놓고 끝을 아래로 단단히 넣어요.
가운데만 묵직해요
덜 구웠거나 1차 발효가 부족한 거예요. 표면 색만 보고 멈추지 말고 중심 93℃ 이상을 확인해요. 오븐 버릇 때문에 위만 색이 난다면 170℃에서 18분으로 하고 마지막 2분만 180℃로 올리면 속까지 잘 익어요.
치즈 향이 너무 강해요
케소 데 볼라나 숙성 치즈를 많이 쓰면 짠맛과 향이 앞으로 나와요. 처음엔 1개당 12g까지로 하고, 절반은 체다, 절반은 에담으로 하면 순해요. 가루 치즈로만 마무리하면 향이 건조한 쪽으로 치우치니, 가늘게 갈 수 있는 치즈를 섞어 주세요.
먹는 법: merienda의 빵으로 차리기

엔사이마다는 식후 디저트라기보다 오후 간식에 어울려요. 단맛, 버터, 치즈가 있어서 1인 1개로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음료는 무가당 커피, 진한 핫초콜릿, 홍차가 잘 맞아요.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시기에는 tablea(카카오 덩어리) 초콜릿과 함께 먹는다는 이야기도 자주 보이는데, 집에서는 단맛을 줄인 코코아로도 분위기가 나요.
| 곁들이기 | 식탁의 방향 | 양의 기준 |
|---|---|---|
| 커피 | 버터와 치즈를 깔끔하게 씻어 내요 | 엔사이마다 1개에 무가당 1잔 |
| 핫초콜릿 | 달콤한 오후 간식 쪽으로 | 설탕을 줄인 것으로 작은 잔 1잔 |
| 소금 달걀 | 단짠을 강하게 해요 | 1개에 얇게 썬 것 1장만 |
| 푸토, 쿠친타 | 필리핀 과자를 늘어놓아요 | 각 1조각씩. 전부 많이 하지 않아요 |
| 아로스 칼도 | 아침 쪽으로 | 죽은 작은 그릇, 엔사이마다는 반 개 |
하루의 흐름을 만든다면 아침엔 생강 죽 아로스 칼도를 조금, 점심엔 면 요리 판싯 칸톤, 오후에 엔사이마다를 두는 순서가 자연스러워요. 고기 요리 뒤에 낸다면 레촌이나 카레카레 바로 뒤는 무거우니, 신맛 있는 과일이나 무가당 음료를 곁에 두세요.
보관과 데우기

마무리 전의 빵은 완전히 식힌 뒤 하나씩 종이로 싸서 보관 용기에 넣어요. 상온은 당일, 냉장은 2일, 냉동은 2주가 기준이에요. 마무리 버터와 치즈를 올린 뒤에는 냉장으로 다음 날까지예요. 치즈를 올린 채 냉동하면 해동할 때 물기가 나와 표면이 흐릿해져요.
데울 때는 마무리 전이라면 토스터가 좋아요. 알루미늄 포일을 덮고 160℃ 정도로 45분 데운 뒤, 마지막에 포일을 벗기고 1분만 표면을 되살려요. 전자레인지라면 600W에서 1520초예요. 오래 돌리면 버터가 빠진 듯한 식감이 되니, 속까지 뜨겁게 하지 않는 편이 먹기 좋아요.
마무리한 것을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 600W에서 10초만 돌려요. 치즈와 버터가 살짝 부드러워지면 충분해요. 너무 데우면 크림이 흘러내리고 빵 바닥이 기름져요.
자주 묻는 질문
1차 발효를 냉장고에서 하룻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요. 이스트를 5g으로 줄이고, 치댄 반죽을 바로 냉장고에 넣어요. 8~12시간 둔 뒤 다음 날 30분 실온에 두었다가 분할해요. 냉장 발효는 향이 차분해지지만 과발효되면 신맛이 나니, 다음 날 아침까지 다 쓰는 것을 전제로 해 주세요.
케소 데 볼라가 없어요.
에담, 숙성 고다, 체다로 대체할 수 있어요. 구하기 쉬운 가공치즈로도 만들 수 있지만 가늘게 갈기 어렵고 표면에서 무거워지기 쉬워요. 슬라이서나 고운 강판으로 얇게 갈 수 있는 치즈를 고르면 적은 양으로도 모양과 짠맛이 나요.
쇼트닝을 쓰지 않으면 가볍지 않나요?
버터만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빵집 같은 가벼움에 가깝게 하려면 반죽용 버터 90g 중 30g을 쇼트닝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어요. 다만 집에서 처음 만든다면 버터만 쓰는 편이 향이 또렷하고 재료도 덜 남아요.
틀 없이 구울 수 있어요?
구울 수 있어요. 오븐 팬에 늘어놓을 때 10cm 이상 간격을 띄우고 2차 발효를 1.5배에서 멈춰요. 틀 없이 구우면 옆으로 퍼지지만, 소용돌이 끝을 아래로 넣고 성형 후 바로 오븐 시트로 옮기면 가정의 단과자빵으로 충분히 모양이 잡혀요.
너무 달 때는 어디를 줄여요?
반죽의 설탕은 이스트의 움직임과 구운 색에도 관여하니, 먼저 마무리 슈거파우더를 45g에서 30g으로 줄여요. 다음으로 그래뉴당 20g을 생략해요. 치즈를 줄이면 단맛만 남으니, 단맛을 줄일 때일수록 치즈는 조금 남기는 편이 먹기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