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즙을 빵에 먹이는 니스의 점심
동그란 빵을 반으로 갈라 잘 익은 토마토를 눌러 주면, 하얀 속살에 붉은 즙이 스르르 스며들어요. 거기에 올리브유, 참치, 달걀, 블랙 올리브, 바질을 겹쳐 올려요. 아직 자르지도 않았는데 주방 도마 위만 바닷가 시장에 조금 가까워져요.
팡 바냐는 프랑스어로 Pan bagnat, 니스어 계열 표기로는 Pan banhat이라고도 쓰는 니스의 샌드위치예요. 직역에 가까운 느낌은 '젖은 빵'이에요. 하지만 편의점 샌드위치처럼 눅눅하고 힘없는 빵을 노리는 요리는 아니에요. 토마토 즙, 소량의 식초, 올리브유를 단단한 동그란 빵이 받아 내게 하는 요리예요.
이 글에서는 니스의 뼈대인 동그란 빵, 토마토, 삶은 달걀, 참치 또는 안초비, 블랙 올리브, 바질, 올리브유를 축으로 삼아 집 주방에서 만들기 쉬운 분량으로 맞췄어요. 포인트는 재료를 화려하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물기 많은 채소를 그대로 밀어 넣지 않는 것, 빵 속을 조금 파서 기름과 즙이 갈 곳을 만들어 주는 것, 싸서 쉬게 하는 것이에요.
팡 바냐는 마요네즈로 버무리는 참치 샌드위치가 아니에요. 빵을 적시는 것은 토마토 즙, 올리브유, 소량의 와인 식초예요. 양상추나 햄, 치즈를 더하기보다 토마토의 수분을 소금으로 정리하고 빵을 싸서 눌러 주는 쪽이 니스다운 식감에 가까워요.
배경|가난한 빵의 지혜에서 시장의 휴대 음식으로
팡 바냐라는 이름에는 딱딱해진 빵을 버리지 않는 부엌의 감각이 남아 있어요. 오래된 빵을 물이나 토마토 즙으로 부드럽게 해서 니스풍 샐러드의 채소, 소금에 절인 생선과 함께 먹었어요. 거기서 빵 자체가 그릇이 되어, 들고 다닐 수 있는 샌드위치로 바뀌어 갔어요. 지금은 니스 주변의 빵집과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간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출발점은 화려한 명물이라기보다 아침부터 일하는 사람이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점심이었어요.
니스 요리는 바다 생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토마토, 피망, 어린 양파, 래디시, 바질, 올리브, 달걀, 소금에 절인 생선. 산 쪽과 바다 쪽의 재료가 섞이고 이웃한 리구리아와 프로방스의 그림자도 들어와요. 같은 니스의 빵 요리라면 양파를 굽는 피살라디에르(일본어)가 있어요. 팡 바냐는 불로 단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날채소의 즙과 기름을 빵에 옮기는 쪽의 요리예요.
지역에 따른 차이도 있어요. 오래된 방식에서는 참치와 안초비를 동시에 넣지 않는다는 설명이 나와요. 안초비는 서민적인 짠맛, 참치는 조금 풍족한 날의 재료였기 때문이에요. 현대의 시장이나 영어권 레시피에서는 둘 다 조금씩 겹치는 형태도 자주 보여요. 이 글에서는 집에서 맛이 모이기 쉽도록 참치를 주역으로 하고, 안초비는 가느다란 짠맛으로 소량만 써요. 생선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식탁이라면 안초비를 빼고 블랙 올리브와 케이퍼로 짠맛을 보충하는 갈래도 준비했어요.
집에서 재현할 때 어려운 것은 빵이에요. 현지의 pan bagnat용 동그란 빵은 겉이 단단하고 속이 즙을 빨아들일 수 있는 구조예요. 부드러운 버터 롤이나 브리오슈로는 눌렀을 때 달콤한 빵이 뭉개져 재료의 수분을 지탱하지 못해요. 구하기 쉬운 범위에서는 하드 계열의 동그란 빵, 작은 깜빠뉴, 치아바타, 굵은 바게트가 알맞아요. 중요한 것은 빵 속을 조금 파내어 토마토 즙과 기름을 받을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현지 생활의 맥락에서 보면 팡 바냐는 접시에 예쁘게 쌓는 요리가 아니에요. 포장지 안에서 조금 눌리고, 자르면 즙이 배어 나오고, 손으로 들면 재료가 조금 흘러요. 그 서툰 모양이 먹기 편함으로 이어져요. 집 주방에서는 모양을 정리하려고 바로 자르기보다 싸서 30분 두는 쪽이 잘돼요. 재료의 수분이 가라앉고 빵 바닥에 기름의 윤곽이 생기면, 그저 그런 참치 샌드위치가 아니라 '젖은 빵'의 요리가 돼요.
재료|4인분

4인분, 동그란 빵 4개로 만들어요. 큰 깜빠뉴 한 덩이로 만들어 잘라 나눠도 되지만, 처음에는 1인분씩 싸는 편이 수분 조절이 쉬워요.
이 레시피는 밀, 달걀, 생선을 사용해요. 안초비, 참치, 올리브, 케이퍼는 염분이 높으니 염분을 제한 중인 분은 의사나 영양사의 지시를 따르세요. 아이용으로 만든다면 안초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케이퍼를 빼면 먹기 편해요.
장보기|빵과 채소는 가까운 곳에서, 기름과 짠맛만 고르기

빵, 토마토, 달걀, 참치, 래디시, 피망은 가까운 마트에서 사는 편이 신선해요. 따로 골라 볼 가치가 있는 것은 빵에 직접 들어가는 올리브유, 소량으로 신맛을 정하는 화이트 와인 식초, 짠맛의 점을 만드는 케이퍼예요. 안초비와 블랙 올리브도 수입 식품점에서 살 수 있지만, 처음에는 작은 캔이나 병이면 충분해요. 너무 짠 상표를 많이 사면 다 쓰기 전에 맛이 무거워져요.
빵은 손으로 눌렀을 때 약간 되돌아오는 단단함을 골라요. 폭신한 동그란 빵은 먹기 편해 보이지만, 싸서 누르면 수분을 안지 못하고 바닥이 달콤한 반죽 덩어리가 돼요. 깜빠뉴를 쓴다면 1인분으로 자른 뒤 속을 조금 파요. 바게트라면 굵은 것을 고르고, 가는 것은 재료를 너무 채우지 않도록 해요.
토마토는 향이 있는 것을 골라요. 단맛보다 잘랐을 때 즙이 나오는 것이 중요해요. 단단한 토마토밖에 없는 날은 썰어서 소금을 뿌리고 10분 두었다가, 나온 즙을 빵에 써요. 참치는 기름에 담근 것이 알맞지만, 물에 담근 것을 쓴다면 풀어 놓은 뒤 올리브유 10ml와 검은 후추를 섞고 나서 올려요.
올리브유는 빵 안에 직접 들어가므로 쓴맛만 강한 것보다 풋풋함과 둥근 맛이 있는 것이 쓰기 좋아요. 양이 많아 보이지만 빵 4개로 나누면 1인분 15ml예요.
화이트 와인 식초는 10ml뿐이지만 빵의 느끼함을 살짝 끊는 역할이에요. 많이 쓰면 니스의 샐러드가 아니라 시큼한 참치 샌드위치가 되므로 처음에는 조금만 써요.
케이퍼는 주인공이 아니에요. 블랙 올리브나 안초비의 짠맛이 약한 날 몇 알만 넣으면 맛이 흐려지지 않아요. 남은 것은 생선 요리, 감자 샐러드, 닭고기 크림 조림에도 쓸 수 있어요.
만드는 법|적시고, 쌓고, 눌러서 쉬게 하기
팡 바냐는 불을 거의 쓰지 않아요. 그만큼 달걀 삶는 시간, 채소 써는 두께, 빵에 넣는 수분, 싸서 누르는 시간을 대충 하지 않는 편이 안정적이에요.
집 주방에서 본고장에 가깝게 하는 갈림길 표
팡 바냐는 현지 재료를 전부 갖추지 않아도 만들 수 있어요. 다만 바꿔도 되는 곳과, 바꾸면 다른 음식에 가까워지는 곳이 있어요. 먼저 지킬 것은 빵을 적시는 구조, 토마토 즙, 기름, 생선이나 올리브의 짠맛이에요.
| 고민되는 곳 | 현지에 가깝게 | 집에서의 현실적인 답 | 지킬 것 |
|---|---|---|---|
| 빵 | 둥글고 단단한 pan bagnat용 빵 | 작은 깜빠뉴, 치아바타, 굵은 바게트 | 단 빵, 식빵, 얇은 롤을 피해요 |
| 생선 | 안초비, 또는 참치 | 기름에 담근 참치를 주역으로 안초비 소량 | 마요네즈로 버무리지 않아요 |
| 채소 | 토마토, 어린 양파, 피망, 래디시, 제철 콩과 아티초크 | 토마토, 실파, 풋고추, 래디시로 충분해요 | 물기 많은 채소를 두껍게 넣지 않아요 |
| 올리브 | 니스산 작은 블랙 올리브 | 씨 뺀 블랙 올리브, 칼라마타 소량 | 물기를 닦고 짠맛을 남겨요 |
| 신맛 | 소량의 와인 식초 | 화이트 와인 식초, 소량의 쌀식초 | 식초를 주역으로 삼지 않아요 |
| 쉬게 하는 법 | 싸서 들고 다니는 동안 맛이 배요 | 30분 눌러서 쉬게 해요 | 만들자마자 자르지 않아요 |
안초비를 뺀 날은 참치를 조금 늘리기보다 블랙 올리브와 케이퍼를 잘게 다져 점처럼 뿌리는 편이 맛이 조여져요. 참치를 너무 늘리면 평범한 참치 샌드위치의 인상이 강해져요. 반대로 안초비만으로 만들면 꽤 어른스러운 짠맛이 돼요. 처음에는 참치 160g, 안초비 8장의 중간이 먹기 좋아요.
양상추를 넣으면 겉모양은 샌드위치답지만, 팡 바냐에서는 수분과 식감이 엇나가기 쉬워요. 꼭 넣고 싶다면 굵은 심을 떼고 물기를 잘 닦은 작은 잎 한 장만. 양으로 부피를 늘리기보다 토마토와 기름을 빵에 넣는 쪽이 이 요리의 핵심에 가까워요.
실패 원인|수분, 짠맛, 빵을 나누어 고치기
| 상태 | 주된 원인 | 고치는 법 |
|---|---|---|
| 바닥이 흠뻑 젖는다 | 토마토 수분을 전부 넣었다, 빵이 부드럽다 | 다음에는 토마토 씨를 조금 빼고, 소금 쳐서 나온 수분은 절반만 쓴다 |
| 재료가 흘러내린다 | 채소가 두껍다, 빵 속을 파지 않았다 | 래디시 2mm, 풋고추 3mm, 달걀 5mm를 기준으로 썬다 |
| 너무 짜다 | 안초비, 올리브, 케이퍼가 겹쳤다 | 케이퍼를 빼고 안초비를 한 개에 1장으로 줄인다 |
| 맛이 흐리다 | 물에 담근 참치를 그대로 썼다, 기름이 적다 | 참치에 올리브유 10ml와 검은 후추를 섞고 나서 올린다 |
| 빵이 달게 느껴진다 | 브리오슈나 버터 롤 계열을 썼다 | 하드 계열 동그란 빵, 치아바타, 깜빠뉴로 바꾼다 |
| 달걀이 부서진다 | 삶는 시간이 짧다, 자르기 전에 식히지 않았다 | 중불에서 9분 삶고 얼음물에 5분 식힌 뒤 자른다 |
완성 후 물기가 많다고 느껴도 토스터에 다시 굽는 요리는 아니에요. 팡 바냐는 차가운 샌드위치이므로 다음 번 수분 조절로 고쳐요. 이번에는 포장지를 열어 남는 즙을 가볍게 닦고 먹는 것이 현실적이에요. 반대로 빵이 말라 있다면 자른 단면에 올리브유를 작은술 1 정도 떨어뜨리면 돌아와요.
먹는 법, 보관, 다음 요리로 잇기
팡 바냐는 접시에 올려 나이프와 포크로 먹기보다 종이에 싼 채 손으로 들고 먹는 쪽이 어울려요. 점심이라면 찬물, 가벼운 수프, 과일이면 충분해요. 전채로 작게 잘라 낸다면 같은 니스의 피살라디에르(일본어)나 지중해의 빵 요리 판자넬라(일본어), 토마토와 기름을 다루는 방식이 비슷한 다코스로 이어 가면 빵에 즙을 먹이는 요리의 차이가 보여요.
보관은 만든 당일이 기본이에요. 싼 채 냉장한다면 8시간 이내에 먹어요. 다음 날까지 두면 빵이 더 촉촉해지지만 달걀과 생선을 쓰므로 집에서는 오래 끌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들고 가는 경우에는 하나씩 싸서 보냉제와 함께 두세요. 자른 뒤에 보관하면 단면이 마르므로 먹기 직전에 잘라요.
남은 재료는 다음 요리에 돌릴 수 있어요. 토마토와 빵이 남으면 판자넬라, 블랙 올리브와 케이퍼가 남으면 카탈루냐의 에스케이사다(일본어), 올리브유와 화이트 와인 식초가 남으면 브라질의 비나그레치에도 쓸 수 있어요. 팡 바냐만을 위해 큰 병을 사기보다, 빵에 즙을 먹이는 요리를 이어서 만들면 다 쓰기 쉬워요.
FAQ
참치와 안초비를 둘 다 넣어도 되나요?
현지의 오래된 설명에는 참치와 안초비를 동시에 넣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어요. 가정용으로는 참치를 주역으로 하고 안초비를 소량 쓰면 맛이 모이기 쉬워요. 현지에 가깝게 하고 싶은 날은 둘 중 하나로 좁혀 보세요.
마요네즈를 넣어도 되나요?
넣지 않는 편이 팡 바냐다워요. 유분은 올리브유로, 신맛은 식초와 토마토 즙으로 만들어요. 마요네즈를 넣으면 먹기는 편해지지만 평범한 참치 샌드위치에 가까워져요.
바게트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굵은 바게트를 4등분해 가로로 열고 속을 조금 파내요. 가는 바게트는 재료가 들어가기 어렵고 누를 때 갈라지기 쉬우므로 재료를 2할쯤 줄여요.
전날 만들어 둘 수 있나요?
냉장고에서 하룻밤 두는 방식도 있지만, 집에서는 달걀과 생선을 쓰므로 당일 안에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해요. 꼭 전날 준비해야 한다면 채소를 써는 데까지만 하고, 조립과 누르는 공정은 먹는 날 아침에 해요.
케이퍼는 꼭 필요한가요?
필수는 아니에요. 블랙 올리브와 안초비의 짠맛이 충분하면 빼도 돼요. 구한 블랙 올리브의 맛이 약한 날에만 12g을 전체에 뿌리면 맛이 조여져요.
참고 자료
팡 바냐의 이름, 현지의 재료관, 눌러서 쉬게 하는 방식, 가정용 분량 조정을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참고했어요. 본문에서는 집 주방에서 재현하기 쉽도록 분량과 공정을 조정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