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싸는 예술'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향신료 냄새가 감도는 골목을 지나면 작은 식당 앞에 줄이 늘어서 있어요. 유리 진열장 안에는 초록 포도 잎으로 싼 작은 원통형 요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보석 상자처럼 아름다운 그 모습이 바로 돌마(Dolma)예요.
돌마는 튀르키예어로 '채운 것'을 뜻해요. 포도 잎, 피망, 애호박, 가지 등 온갖 채소에 쌀과 향신료를 채워 졸이는 요리의 총칭이에요. 그중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는 것이 야프락 사르마(Yaprak Sarma), 즉 포도 잎으로 싼 돌마예요.
한입 크기의 시가 모양으로 싼 속은 올리브 오일에 볶은 쌀에 호두, 잣, 건조 커런트(작은 건포도), 민트, 딜을 섞은 거예요. 레몬즙을 듬뿍 넣고 차게 먹는 것이 튀르키예식이에요.
튀르키예어 'dolmak(채우다)'이 어원이에요. 채소에 쌀과 향신료를 채워 졸이는 중동·코카서스 지방 요리의 총칭이에요. 포도 잎으로 싸는 유형은 특히 '사르마(sarma, 말다)'라고 불러요. 튀르키예, 그리스, 레바논, 이란,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넓은 지역에서 먹으며, 2017년에는 아제르바이잔의 돌마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어요. 중동 요리 입문(일본어)도 참고하세요.
영어권에서는 'Dolma recipe'로 방대한 레시피를 찾을 수 있어요. 튀르키예계, 그리스계, 아르메니아계 푸드 블로거들이 앞다투어 본고장의 맛을 알리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튀르키예식 야프락 사르마(냉제 돌마)를 집에서 재현하는 법을 설명해요. 포도 잎 구하는 법부터 싸는 요령까지 차근차근 알려 드릴게요.
재료 (4인분・약 30개)

문화와 역사: 오스만 제국의 궁정 요리
'채우는' 문화의 기원
돌마의 역사는 오스만 제국(1299~1922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요. 제국 궁정의 요리사들은 온갖 재료에 '채우는' 기법을 갈고닦았어요. 포도 잎, 양배추, 가지, 피망, 애호박, 모과, 사과까지, 채우지 못할 것이 없다는 듯했어요.
당시의 돌마는 양고기와 향신료를 아낌없이 쓴 사치스러운 궁정 요리였어요. 궁정 연회에는 열 가지가 넘는 돌마가 놓였다고 해요.
서민의 지혜에서 메제의 왕으로
한편 일반 서민의 돌마는 훨씬 소박했어요. 고기 대신 쌀과 허브를 쓰고 올리브 오일에 졸였어요. 고기 없이도 맛있게 배부르게 먹는 지혜의 요리예요.
이 올리브 오일 졸임 채식 돌마가 이윽고 튀르키예 요리의 '메제(전채 모둠)'의 단골이 되었어요. 오늘날 이스탄불 어느 레스토랑에서든 메제 접시에는 돌마가 놓여 있어요.
튀르키예 가정에서 돌마는 특히 여름의 단골 요리예요. 올리브 오일로 졸여 차게 먹는 '제이틴야을르'는 더운 날 입맛을 돋우는 시원한 전채예요. 이스탄불 뒷골목의 로칸타(대중식당)에서는 유리 진열장에 수십 개의 돌마가 놓여 있고, 손님은 한 개 단위로 주문할 수 있어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2017년, 아제르바이잔의 돌마 만들기 전통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튀르키예, 그리스, 아르메니아에서도 '돌마는 우리나라 요리'라는 논쟁이 일었어요.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요리다운 '문화의 공유'와 '정체성 주장'이에요. 돌마는 그저 요리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자부심을 짊어지고 있어요.

지역별 변형
돌마는 중동, 코카서스, 발칸 반도의 넓은 지역에서 먹어요. '우리 돌마가 진짜'라고 각국이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사랑받는다는 증거예요. 지역마다 이름과 속이 조금씩 달라요.
튀르키예 (이 글의 레시피)
튀르키예에는 채식 냉제 돌마와 다진 고기가 든 온제 돌마, 두 계통이 있어요. 냉제는 '제이틴야을르(올리브 오일 졸임)'라고 부르며 전채로 먹어요. 온제는 '에틀리 돌마(고기 돌마)'로, 요구르트 소스를 끼얹어 주요리로 먹어요.
그리스 (돌마다키아)
그리스에서는 '돌마다키아'라고 불러요. 딜과 민트를 많이 쓰고 아브골레모노(달걀과 레몬 소스)를 끼얹어 먹는 것이 특징이에요. 무사카(일본어)와 나란히 그리스 요리의 대표예요.
아르메니아 (톨마)
아르메니아에서는 포도 잎뿐 아니라 양배추 잎이나 모과에도 채워요. 소고기나 양고기를 쓴 고기 버전이 주류예요. 요구르트 마늘 소스를 곁들여요.
이란 (돌메)
이란의 돌메에는 사프란과 바르베리(붉은 열매)가 들어가 노란빛이 도는 색이 특징이에요. 포도 잎 외에 토마토나 피망에 채우는 버전도 인기 있어요.
조지아
조지아 요리(일본어)에도 돌마의 전통이 있어요. 포도 잎에 소고기 간 것과 바질을 싼 '톨마'는 힝칼리(일본어)와 나란히 단골 전채예요.
엄밀히 말하면 '돌마'는 채소를 파내 채우는 것(피망, 가지 등), '사르마'는 잎으로 마는 것(포도 잎, 양배추)이에요.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포도 잎으로 마는 유형도 모두 '돌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영양가와 건강 포인트
채식 돌마는 중동 요리 중에서도 특히 건강한 한 접시예요.
1인분(약 8개)의 영양 성분
| 영양소 | 양 | 메모 |
|---|---|---|
| 열량 | 280 kcal | 올리브 오일 졸임인데도 절제되어 있어요 |
| 단백질 | 6 g | 잣과 견과류 유래예요 |
| 지방 | 10 g | 거의 올리브 오일 유래의 좋은 지방이에요 |
| 탄수화물 | 42 g | 쌀 유래예요 |
| 식이섬유 | 4 g | 포도 잎에 풍부해요 |
| 비타민 K | 110 μg | 포도 잎에 특히 많아요 |
포도 잎은 비타민 K, 비타민 A, 철분이 풍부한 식재료예요. 특히 비타민 K 함량이 단연 높아요. 뼈 건강 유지와 혈액 응고에 중요한 영양소예요.
올리브 오일의 불포화 지방산과 함께 먹으면 지중해식 식단의 이상형에 가까운 영양 균형이에요. 올리브 오일, 채소, 콩류, 곡물의 조합이 바로 돌마에 응축되어 있어요.
채식주의자나 비건에게도 돌마는 훌륭한 선택이에요. 동물성 식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질 좋은 지방과 탄수화물,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어요.
레시피의 올리브 오일 80 ml가 많게 느껴질 수 있지만, 튀르키예의 돌마에서 올리브 오일은 '조미료'예요. 너무 줄이면 풍미가 떨어져요.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쓰면 건강 면에서도 플러스예요.
포도 잎 대체
아무리 해도 구할 수 없다면 깻잎(차조기 잎)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어요. 풍미는 전혀 다르지만 싸서 졸이는 구조는 같아요. 약간 쌉쌀한 양배추 잎으로 싸면 동유럽의 '사르마'에 가까운 맛이 나요.
돌마와 곁들이면 좋은 반찬과 식단
대표적인 조합
| 반찬 | 설명 |
|---|---|
| 레몬 | 먹기 직전에 듬뿍 짜요. 필수예요 |
| 요구르트 | 플레인 요구르트를 곁들여요. 신맛의 상승효과가 있어요 |
| 후무스(일본어) | 메제의 대표 조합이에요 |
| 타불레 | 파슬리 샐러드예요. 산뜻함이 돌마와 잘 맞아요 |
식단 예시
메제 파티(튀르키예식 전채 모둠):
돌마 + 후무스(일본어) + 팔라펠(일본어) + 타불레 + 피타 빵 + 올리브. 튀르키예의 '라크'(아니스 술)나 화이트 와인과도 아주 잘 맞아요.
중동식 저녁:
전채로 돌마와 후무스(일본어). 주요리로 케밥이나 샤와르마. 곁들임으로 타불레. 디저트로 바클라바.
튀르키예에는 식사 전에 '메제'라고 부르는 전채를 여러 종류 늘어놓고 천천히 이야기하며 집어 먹는 문화가 있어요. 돌마는 메제의 꽃이에요. 퀴프테와 함께 내면 본격적인 튀르키예 메제 테이블이 완성돼요.
보관 방법과 다시 데우기
돌마는 만들어 두기에 으뜸인 요리예요. 오히려 다음 날 이후가 더 맛있다고 해요.
돌마는 졸임 국물째 보관하세요. 국물이 돌마가 마르는 것을 막아 주고 맛도 어우러져요.
냉장 보관
밀폐 용기에 국물째 담아 주세요. 냉장고에서 5~7일 보관할 수 있어요. 차게 먹는 것이 본고장 방식이니 다시 데울 필요가 없어요.
냉동 보관
국물째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서 2개월 보관할 수 있어요. 해동은 냉장고에서 하룻밤 해요. 자연 해동한 뒤 그대로 차게 드세요.
함께 만들어 보면 좋은 요리
- 케밥 만드는 법: 같은 나라의 식탁을 이어서 만들 수 있어요.
- 케밥 소스 만드는 법: 같은 나라의 식탁을 이어서 만들 수 있어요.
- 퀴프테 만드는 법: 같은 나라의 식탁을 이어서 만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돌마에 대해 많이 받는 질문을 모았어요. 만사프(일본어)와 샥슈카 글도 함께 보세요.
Q1. 생 포도 잎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신선한 포도 잎은 소금물에 5분 데친 뒤 쓰세요. 정원에 포도나무가 있다면 어리고 부드러운 잎을 고르세요. 오래된 잎은 질기고 말기 어려워요.
Q2. 만 돌마가 풀어져요. 원인이 뭔가요?
말기가 느슨하거나 속재료를 너무 많이 넣었어요. 속재료는 2작은술 정도로 줄이고 잎 가장자리를 단단히 접어 넣은 뒤 마세요. 냄비에 빈틈없이 늘어놓으면 서로 받쳐 주어 잘 풀어지지 않아요.
Q3. 고기를 넣어 만들고 싶으면요?
소고기 간 것 150 g을 속재료에 더하세요. 고기 돌마는 냉제가 아니라 따뜻하게 먹어요. 요구르트 소스(요구르트 200 g + 마늘 1쪽 + 소금)를 끼얹는 것이 기본이에요.
Q4. 잣 대신 무엇을 쓸 수 있나요?
호두가 가장 가까운 대체품이에요. 굵게 다져 쓰세요. 캐슈넛이나 아몬드도 되지만 풍미가 달라져요. 견과류 없이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Q5. 올리브 오일 양이 너무 많지 않나요?
튀르키예의 돌마에서 올리브 오일은 조미료예요. 이 양이 본고장의 풍미를 내요.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쓰면 건강 면에서도 오히려 플러스예요. 꼭 줄이고 싶다면 절반까지는 가능하지만 깊은 맛이 떨어져요.
응용 레시피
고기 돌마 (에틀리 돌마)
채식 속재료에 소고기 간 것 150 g을 더해요. 고기가 들어가면 따뜻하게 먹어요. 요구르트 소스(요구르트 200 g, 마늘 1쪽 간 것, 소금 약간)를 듬뿍 끼얹는 것이 기본이에요. 푸짐한 주요리가 돼요.
피망 돌마
포도 잎을 구할 수 없다면 피망이나 파프리카를 파내 속재료를 채우는 방법이 있어요. 마트에서 살 수 있는 피망으로 쉽게 만들 수 있어요. 꼭지를 자르고 씨를 빼고 속재료를 채워 냄비에 세워 졸여요. 토마토소스로 졸이면 색이 선명해요.
돌마 샐러드
차가운 돌마 4~5개를 썰어 토마토, 오이, 적양파 슬라이스와 섞어요.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드레싱을 뿌리면 돌마 샐러드가 완성돼요. 전채로도 점심으로도 좋은 한 접시예요.
돌마는 전날 만들어 둘 수 있어서 손님 접대용 전채로 제격이에요. 당일에는 냉장고에서 꺼내 접시에 늘어놓기만 하면 돼요. 레몬과 허브를 곁들이면 보기에도 화려하고 '요리 잘하는 사람' 인상을 줄 수 있어요.
정리: 한입에 싼 중동의 지혜
(1) 속재료는 식힌 뒤에 싼다. (2) 너무 꽉 조이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만다. (3) 냄비에 꽉 채워 늘어놓고 누름돌을 올린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실패하지 않아요.
돌마는 포도 잎 한 장 속에 중동 식문화의 지혜가 응축된 요리예요. 올리브 오일, 레몬, 허브, 향신료, 견과류, 지중해 세계의 은혜가 이 한입에 담겨 있어요.
포도 잎만 구하면 나머지 재료는 일반 마트에서 모두 살 수 있어요. 주말에 30개를 한꺼번에 만들어 냉장고에 두면 일주일 동안 전채나 안주 걱정이 없어요.
처음 만들 때는 싸는 법에 애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5개만 싸면 요령을 알게 돼요. 모양이 어설퍼도 맛은 변하지 않아요. 오히려 수제 느낌이 나는 들쭉날쭉한 돌마가 가정 요리다운 따뜻함이 있어요. 부담 없이 도전해 보세요.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돌마는 엄마의 맛이고 할머니의 맛이에요. 일본의 '주먹밥' 같은 존재일지도 몰라요. 간단한 재료를 정성껏 싸요. 그 수고에 먹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요. 돌마를 만드는 일은 중동 가정 요리의 마음에 닿는 일이기도 해요. 하나하나 정성껏 싸는 시간이 바쁜 일상 속 작은 위안이 될지도 몰라요. 완성된 돌마를 큰 접시에 늘어놓는 순간,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알게 될 거예요.

참고 자료
- Algar, Ayla Esen. Classical Turkish Cooking. Harper Collins, 1991.
- Roden, Claudia. The New Book of Middle Eastern Food. Knopf, 2000.
- Basan, Ghillie. The Food and Cooking of Turkey. Lorenz Books, 2007.
- UNESCO. "Dolma making and sharing tradition, a marker of cultural identity." 2017. UNESCO ICH
- Ozlem Warren. "Yaprak Sarma – Stuffed Vine Leaves with Rice." Ozlem's Turkish Table. Recipe
- Serious Eats. "Turkish-Style Stuffed Grape Leaves (Yaprak Sarma)." Serious Ea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