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부엌에서 흰죽에 노란 육수를 붓다
아침에 쌀의 달큰한 김이 오르면 부엌 공기가 조금 부드러워져요. 여기에 강황, 레몬그라스, 생강의 향을 우려낸 닭 육수를 작은 냄비에서 부으면, 그냥 흰죽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아침에 가까운 향이 나요. 부부르 아얌은 아플 때 먹는 환자식이 아니라 노점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침밥이에요.
부부르 아얌(bubur ayam)은 걸쭉하게 쑨 쌀죽 위에 닭고기, 노란 닭 육수, 튀긴 양파, 쪽파, 셀러리 잎, 짜끄웨(cakwe, 중국식 꽈배기 튀김빵), 크루푹(kerupuk, 튀긴 과자), 삼발, 케찹 마니스를 겹겹이 올리는 요리예요. 인도네시아 곳곳에 저마다의 모양이 있고, 자카르타와 서부 자와에서는 아침 노점의 단골 메뉴로, 찌안주르(Cianjur)에서는 그 고장을 대표하는 아침밥으로 이야기돼요.
집에서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재료 가짓수보다 순서예요. 쌀로 죽을 쑤고, 작은 냄비로 닭 육수를 내고, 양념 페이스트를 볶고, 마지막에 고명을 올리는 것. 이 네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하면 바빠 보이지만, 순서를 나누면 집 가스레인지로도 차분하게 만들 수 있어요.
같은 인도네시아 아침밥으로는 코코넛밥 나시 우둑(일본어)이 있어요. 나시 우둑이 향을 밥에 지어 넣는 요리라면, 부부르 아얌은 흰죽에 노란 육수와 고명을 쌓아 가는 요리예요. 둘 다 아침 음식이지만 식감과 향을 만드는 방식은 꽤 달라요.
인도네시아어로 bubur는 죽, ayam은 닭이에요. 한국어로는 ‘부부르 아얌’, ‘인도네시아식 닭죽’ 등으로 쓰는데, 이 글에서는 현지 발음에 가까운 ‘부부르 아얌’으로 통일해요.
찌안주르식과 노점의 부부르 아얌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광 홍보 사이트 Indonesia Travel은 부부르 아얌 찌안주르(Bubur Ayam Cianjur)를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으로 알려진 아침밥으로 소개하면서, 잘게 찢은 닭고기, 짜끄웨, 튀긴 양파, 크루푹, 케찹 마니스, 삼발이 먹는 방식의 개성을 만든다고 설명해요. 찌안주르 주변에는 노란 닭 육수를 따로 끼얹는 가게도 있고, 죽 자체에 육수를 배게 하는 가게도 있어요.
영어판 위키백과는 부부르 아얌을 중국계 닭죽의 영향을 받으면서 현지 재료와 고명으로 인도네시아화된 요리로 정리하고 있어요. 바로 여기가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죽이라는 뼈대는 동아시아에도 동남아시아에도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부부르 아얌은 튀긴 양파, 달콤한 간장, 삼발, 크루푹으로 ‘아침부터 맛을 겹쳐 쌓는’ 요리가 돼요.
| 살펴볼 점 | 찌안주르 주변에서 눈에 띄는 형태 | 집에서 재현한다면 |
|---|---|---|
| 죽 | 매끄럽고 부드러운 흰죽 | 쌀을 물과 닭 육수로 약불에서 쑤기 |
| 육수 | 노란 닭 육수, 또는 죽에 밴 감칠맛 | 강황, 레몬그라스, 생강을 사용 |
| 고명 | 찢은 닭고기, 짜끄웨, 튀긴 양파, 크루푹 | 닭가슴살이나 닭다리살, 유타오 같은 튀김빵, 시판 새우칩 |
| 식탁에서 조절 | 케찹 마니스, 삼발, 후추 | 단맛과 매운맛은 따로 그릇에 담아 더하기 |
집 부엌에서는 찌안주르 유명 가게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는 편이 만들기 쉬워요. 지키고 싶은 건 쌀알이 조금 풀어진 죽, 너무 탁하지 않은 닭 육수, 노란 향신료의 향, 그리고 마지막에 튀김과 매운맛으로 식감을 만드는 것이에요. 고명을 화려하게 하기보다 이 네 가지를 갖추는 편이 현지 아침밥다움에 더 가까워져요.
먹는 방식에도 작은 갈림길이 있어요. 노점에서는 처음부터 죽과 고명을 잘 섞는 사람도 있고, 튀긴 양파나 크루푹을 끝까지 남겨 두는 사람도 있어요. 집에서 낼 때는 노란 육수를 전체에 둘러 붓고 삼발과 케찹 마니스만 가장자리에 두면, 처음 몇 숟가락은 죽과 닭 육수, 중간부터는 매운맛과 단맛, 마지막에는 눅눅해진 튀김의 식감 순으로 즐길 수 있어요.
재료 4인분

죽
| 재료 | 분량 | 대체·비고 |
|---|---|---|
| 쌀 | 1홉, 약 150g | 재스민 라이스든 단립종 쌀이든 괜찮아요. 홉(合)은 일본식 쌀 계량 단위예요 |
| 물 | 900ml | 중간에 더할 뜨거운 물 200ml를 따로 준비해요 |
| 닭 육수 | 300ml | 아래 과정에서 낸 육수를 사용해요 |
| 소금 | 1/2작은술 | 육수의 염도를 보고 조절해요 |
| 식용유 | 1작은술 | 끓어 넘치는 것을 조금 막아 줘요 |
노란 닭 육수와 닭고기
| 재료 | 분량 | 대체·비고 |
|---|---|---|
| 닭다리살 | 450g | 닭가슴살이면 400g. 껍질이 붙어 있어야 육수가 잘 우러나요 |
| 물 | 1.2L | 육수용 |
| 레몬그라스 | 1대 | 말린 것이면 2작은술 |
| 생강 | 20g | 얇게 썰기 |
| 월계수 잎 | 1장 | 원래는 다운 살람(daun salam). 있으면 그것을 2장 |
| 소금 | 1작은술 | 육수용 |
| 백후추 | 1/4작은술 | 흑후추도 괜찮아요 |
양념 페이스트
| 재료 | 분량 | 대체·비고 |
|---|---|---|
| 양파 | 80g | 원래는 샬롯(바왕 메라, bawang merah). 적양파도 괜찮아요 |
| 마늘 | 3쪽, 약 15g | 다져도 갈아도 괜찮아요 |
| 강황 가루 | 1작은술 | 생강황이면 15g |
| 고수씨 가루 | 1작은술 | 통고수씨면 마른 팬에 볶아 빻아요 |
| 마카다미아 | 20g | 원래는 캔들넛(크미리). 캐슈너트도 괜찮아요 |
| 식용유 | 1과 1/2큰술 | 양념 페이스트 볶는 용도 |
고명
| 재료 | 분량 | 대체·비고 |
|---|---|---|
| 튀긴 양파 | 5큰술 | 직접 만들거나 시판품 |
| 쪽파 | 3대, 약 30g | 송송 썰기 |
| 셀러리 잎 | 10g | 고수를 좋아하면 조금 섞어도 좋아요 |
| 짜끄웨 또는 유타오 | 1개, 약 80g | 없으면 유부를 구워 가늘게 썰어요 |
| 크루푹 또는 새우칩 | 12장 | 새우 알레르기가 있으면 피하세요 |
| 케찹 마니스 | 2큰술 | 간장 2작은술, 흑설탕 2작은술로 대체 가능 |
| 삼발 | 4작은술 | 매운맛을 나누기 위해 따로 그릇에 담아요 |
이 요리에는 닭고기, 대두가 들어간 조미료, 밀이 들어 있을 수 있는 짜끄웨, 새우가 들어 있을 수 있는 크루푹, 견과류가 들어 있을 수 있는 양념 페이스트가 들어가요. 알레르기가 있다면 고명과 시판 조미료의 원재료를 꼭 확인하세요.
닭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익혀요. 식품 안전 기준으로 가장 두꺼운 부분의 중심 온도가 74°C에 이르렀는지, 또는 꼬치로 찔렀을 때 맑은 육즙이 나오는지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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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르 아얌을 만들 때 온라인 쇼핑몰이나 수입 식재료점을 찾아볼 가치가 있는 건 닭고기나 쌀이 아니에요. 동네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달콤한 간장 케찹 마니스, 매운맛을 따로 낼 수 있는 삼발, 마무리 향을 단번에 만들어 주는 튀긴 양파예요. 짜끄웨나 크루푹은 구하면 즐겁지만, 처음에는 유부나 새우칩으로 대신해도 식탁은 충분히 완성돼요.
케찹 마니스는 죽에 직접 많이 넣는 조미료가 아니에요. 마지막에 몇 방울만 뿌리면 노란 닭 육수에 달콤하게 그을린 향이 더해지고, 남은 건 미고렝(일본어)이나 사테 아얌(일본어)에도 쓸 수 있어요.
삼발은 온 가족의 죽에 섞지 않는 편이 다루기 쉬운 조미료예요. 그릇 가장자리에 1작은술만 두면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이 같은 냄비의 죽을 함께 먹을 수 있어요.
튀긴 양파는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아침밥으로 만들 때는 시판품이 있기만 해도 훨씬 편해요. 죽에 올리기 직전까지 습기를 피해 두면 향이 살아 있어요.
만드는 법: 흰죽과 노란 육수를 따로 만들어 마무리하기
죽과 육수를 한 냄비에서 모두 끓이면 편하지만 향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져요. 처음에는 흰죽을 다른 냄비에서 쑤고, 노란 닭 육수를 나중에 붓는 방식으로 해 보세요. 쌀죽의 농도와 육수의 간을 따로따로 고칠 수 있어서 실패해도 되돌리기 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