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바나나잎을 불 위에 대면 풋풋한 냄새가 훅 부드러워져요. 뻣뻣하던 잎이 낭창해지고, 표면에 기름을 얇게 바르면 손바닥 위에서 밥을 쌀 수 있을 만큼 순해져요. 거기에 코코넛 밀크를 머금은 밥과 달콤 짭짤하게 볶은 닭고기를 올리고, 잎으로 닫아 구워요. 프라이팬에 올린 순간 잎 가장자리가 살짝 그을리며, 밥도 고기도 아닌 향이 올라와요.
나시 바카르(Nasi bakar)는 인도네시아어로 '구운 밥'이라는 뜻의 바나나잎 구운 밥이에요. 노점이나 식당에서는 닭고기, 생선, 참치, 버섯, 템페 등을 소로 넣고, 잎째 숯불이나 철판에서 다시 구워 내요. 모양이 비슷한 아렘아렘(일본어)이나 렘퍼(일본어)보다 식사로 먹는 양념밥에 가깝고, 구운 잎의 향이 주인공이에요.
이 글에서는 집에서 구하기 쉬운 닭가슴살, 쌀, 코코넛 밀크를 쓰고, 향은 갈랑갈, 레몬그라스, 단 간장 케찹 마니스, 삼발로 현지에 가깝게 맞춰요. 바나나잎이 없을 때 싸는 법, 잎을 찢지 않고 데우는 법, 구운 자국 내는 법, 미리 만들어 둔 밥을 딱딱하지 않게 되살리는 법까지 다뤄요.
나시 바카르란
나시 바카르는 지은 밥이나 향미 쌀밥을 바나나잎으로 싸서 소와 함께 구워 완성하는 인도네시아 요리예요. Nasi bakar라는 이름 그대로 nasi는 밥, bakar는 굽는다는 뜻이에요. 인도네시아의 식탁에는 쌀을 잎으로 싸는 요리가 여럿 있고, 순다 요리의 나시 팀벨처럼 잎으로 싼 밥 자체에 향을 입혀 먹는 방식도 있어요.
다만 나시 바카르는 오래된 의례 요리라기보다, 가정과 식당, 노점에서 다루기 쉬운 형태로 발전한 비교적 새로운 밥 요리로 보는 편이 자연스러워요. 식은 밥을 그대로 볶는 나시고렝(일본어)과 달리, 나시 바카르는 감싸서 밥의 수분을 지키고 마지막에 구워 잎의 향을 더해요.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꾸러미를 먼저 만들어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철판이나 숯불에서 다시 데워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점심 도시락, 저녁의 가벼운 한 끼, 식구 수를 가늠하기 어려운 날의 미리 만들어 두는 음식으로도 좋아요.
집에서 만들 때 고민되는 건 바나나잎, 밥의 되기, 향신료 세 가지예요. 잎은 냉동품을 쓸 수 있지만 차가운 채로 접으면 갈라져요. 밥은 자포니카 쌀만 쓰면 너무 뭉치고, 장립미만 쓰면 싸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이 레시피에서는 보통 멥쌀로 물을 조금 적게 잡아 고슬하게 짓고, 소의 국물을 날린 뒤에 싸요. 현지 허브 kemangi(레몬 바질)는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워서, 시소 잎과 바질을 섞어 단 향과 푸른 향을 나눠서 보충해요.
유래와 지역 차이를 어떻게 볼까
나시 바카르의 유래는 어느 오래된 제례나 궁중 요리에 연결하기보다, 잎으로 쌀을 싸는 일상 기술의 연장으로 보는 편이 무리가 없어요. 바나나잎으로 밥을 싸면 들고 다니기 쉽고, 밥이 잘 마르지 않고, 먹기 직전까지 향을 가둬 둘 수 있어요. 여기에 식당이나 노점에서 내기 쉬운 '다시 굽기' 과정이 더해지면, 주문을 받은 뒤 따뜻한 한 끼로 낼 수 있어요.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침에 싸 두면 점심에는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돼요.
지역 차이는 밥보다 소와 향신료에서 나와요. 닭고기에 kemangi를 맞추는 것, 참치나 작은 생선을 맵게 볶는 것, 달콤한 케찹 마니스를 진하게 살리는 것, 삼발을 따로 곁들여 매운맛을 나중에 더하는 것이 있어요. 잎을 굽는 향은 같아도, 소는 그 지역의 생선, 닭, 템페, 허브를 따라가요. 집에서 만든다면 현지 재료를 전부 갖추기보다 잎의 향, 마른 소, 조금 된 밥이라는 뼈대를 지키는 편이 나시 바카르다움이 남아요.
재료

4개 분량이에요. 가벼운 점심이라면 1인 1개, 든든하게 먹으려면 수프나 닭구이를 곁들여 주세요.
이 레시피는 닭고기와 대두가 든 조미료를 써요. 시판 삼발이나 케찹 마니스는 새우, 밀, 견과류를 다루는 설비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매운맛은 소에 너무 많이 넣지 말고 식탁에서 더할 수 있게 나눠 두면 가족이 함께 먹기 편해요.
장보기에서 먼저 볼 재료
쌀과 닭고기는 동네 마트로 충분해요. 따로 찾아볼 가치가 있는 건 요리의 향을 결정하는 코코넛 밀크, 갈랑갈, 케찹 마니스, 삼발이에요. 전부 갖추지 않아도 만들 수 있지만, 코코넛 밀크와 케찹 마니스가 들어가면 평범한 닭고기 밥이 인도네시아 쪽 맛으로 바뀌어요.
코코넛 밀크는 음료용이 아니라 요리용 캔을 써요. 밥에 흡수시키는 거라서 묽은 것은 향이 남지 않아요.
갈랑갈은 생강보다 단단하고, 시트러스 껍질과 나무뿌리 사이 같은 향을 내요. 생략할 수 있지만 나시 바카르를 여러 번 만들 거라면 먼저 살 가치가 있어요.
케찹 마니스는 그냥 단 간장이 아니라, 걸쭉함과 캐러멜 같은 둥근 맛이 소에 남아요. 남은 건 사테 아얌이나 미고렝에도 쓸 수 있어요.
삼발은 매운맛을 조절하는 역할이에요. 소에 조금 넣고 나머지는 접시 옆에서 더하면, 잎의 향과 밥의 단맛을 방해하지 않아요.
만드는 법: 밥은 되게 짓고, 소는 말린 뒤에 싸요
나시 바카르는 싸기 전에 이미 80%는 성공한 거예요. 밥은 조금 되게, 소는 국물 없이, 잎은 접어도 갈라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이 세 가지를 지키면 구울 때 밥이 새지 않아요.
집에서 지킬 것, 바꿀 것
나시 바카르를 집에서 만들 때 모든 걸 현지 재료로 갖출 필요는 없어요. 지켜야 할 것은 잎으로 싼 향, 밥을 되게 짓는 것, 소의 국물을 날리는 것, 매운맛을 식탁에서 조절하는 것이에요.
바나나잎이 가장 좋지만 구할 수 없는 날도 있어요. 안쪽을 종이 포일로 싸고 바깥을 알루미늄 포일로 받치면 모양은 유지돼요. 다만 잎의 푸른 향과 구울 때 나는 그을린 향은 나지 않아요. 처음엔 대체품으로 밥의 되기를 익히고, 마음에 들면 냉동 바나나잎을 사는 순서로 충분해요.
멥쌀만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다만 부드럽게 지으면 잎을 열었을 때 주먹밥처럼 뭉쳐 있어요. 수분을 줄이고 소를 말려야 잎으로 싼 밥다운 가벼움이 나요. 재스민 쌀을 섞으면 향은 좋아지지만 쌀 때 흐트러지기 쉬우니, 멥쌀을 조금 남겨 두면 다루기 편해요.
kemangi는 인도네시아 요리에서 자주 쓰는 허브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시소 잎만 쓰면 일식 쪽으로, 바질만 쓰면 이탈리아 요리 쪽으로 기울어서, 반반 섞으면 단 향과 푸른 향이 나뉘어요. 허브를 좋아하지 않으면 쪽파와 시소 잎만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케찹 마니스가 없다면 간장 2작은술과 흑설탕 2작은술을 작은 냄비에서 30초쯤 졸여 녹여 써요. 설탕만 늘리면 걸쭉함이 부족해서 소의 국물이 밥에 배어들기 쉬워요.
잎으로 싼 밥이 식탁에 남는 이유

바나나잎은 인도네시아 요리에서 접시, 포장지, 향 내기를 겸하는 재료예요. 종이나 알루미늄 포일처럼 모양을 받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열이 들어가면 표면의 푸른 향이 부드러워지며 밥에 은은하게 옮겨 가요. 나시 바카르가 재미있는 건 밥을 볶는 것도, 다시 찌는 것도 아니고, 꾸러미 바깥을 구워서 속의 밥을 데운다는 점이에요. 잎이 조금 그을려도 속의 밥은 불에 직접 닿지 않아요. 그러니까 굽는 요리인데도 밥이 너무 마르지 않고, 식탁에서 연 순간 향이 한꺼번에 퍼져요.
이 구조는 들고 다니거나 미리 만들어 두기에도 좋아요. 꾸러미 안에 한 끼 분량의 밥과 소가 들어 있어서, 노점이나 식당에서는 다시 굽기만 하면 낼 수 있어요. 집에서도 아침에 싸 두고 점심에 프라이팬으로 데울 수 있어요. 도시락통과 달리 잎 자체가 향을 지니고 있어서, 여는 행위까지 요리의 일부가 돼요. 이걸 빼 버리면 맛은 비슷해도 나시 바카르다운 즐거움이 절반이 돼요.
그렇다고 해도 집에 잎을 늘 두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러니 처음에는 대체품이어도 괜찮아요. 다만 냉동 바나나잎을 샀다면, 잎을 불에 대어 낭창하게 만드는 과정만큼은 빼지 마세요. 잎이 갈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거기서부터 향이 시작돼요.
실패하기 쉬운 부분

| 곤란한 상태 | 주된 원인 | 고치는 법 |
|---|---|---|
| 꾸러미에서 국물이 나와요 | 소를 덜 볶음, 케찹 마니스를 너무 많이 넣음 | 소를 약한 중불에서 2분 더 볶아 팬 바닥에 국물이 남지 않게 해요 |
| 밥이 질척해요 | 밥을 너무 부드럽게 지음, 싸기 전에 너무 식힘 | 다음엔 물을 2큰술 줄여요. 이번엔 잎을 열어 비빔밥처럼 먹어요 |
| 잎이 찢어져요 | 차가운 잎을 접음, 두꺼운 잎맥을 그대로 씀 | 약불 5초나 김 30초로 낭창하게 하고, 굵은 잎맥은 조금 잘라요 |
| 구운 자국이 안 나요 | 프라이팬 예열 부족, 수분이 많음 | 중불에서 2분 예열하고 뚜껑 없이 구워요 |
| 잎만 타요 | 불이 너무 셈, 기름을 너무 많이 바름 | 중불로 낮추고 한 면에 5분을 넘기지 않아요 |
실패한 꾸러미도 맛까지 버릴 필요는 없어요. 흐트러진 건 잎에서 꺼내 삼발과 오이를 곁들여 작은 비빔밥처럼 먹으면 돼요. 나시 바카르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건, 잎 모양을 지키려고 밥이나 소를 질척한 채로 닫는 거예요. 모양보다 수분을 먼저 봐요.
먹는 법과 보관
갓 구웠을 때는 잎을 여는 순간 향이 가장 강하니, 먼저 아무것도 더하지 말고 한 입 먹어 보세요. 그다음 삼발을 1/2작은술쯤 더하면 코코넛 밥의 단맛이 또렷해져요. 국물 요리를 곁들인다면 같은 인도네시아의 소토 아얌이 잘 어울려요. 진한 고기 요리와 나란히 놓는다면 아얌 베투투보다 가볍고, 사테 파당(일본어)보다 밥이 주인공이 돼요.
보관은 잎째 랩으로 싸서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2일까지예요. 다시 데울 때는 프라이팬에 잎째 올려 약한 중불에서 한 면에 4분씩 구워요. 전자레인지만 쓰면 잎의 향이 잘 돌아오지 않으니, 600W에서 40초 데운 뒤 프라이팬에서 한 면에 2분씩 구우면 식감이 살아나요. 냉동한다면 잎째 랩으로 싸서 2주 안에 먹어요. 해동하면 밥이 조금 단단해지니 전자레인지로 데운 뒤 구워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바나나잎 없이도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안쪽을 종이 포일, 바깥을 알루미늄 포일로 싸면 모양은 유지돼요. 다만 잎의 향과 구울 때 나는 그을린 향은 나지 않아요. 처음엔 대체품으로 밥과 소의 수분을 익히고, 마음에 들면 냉동 바나나잎을 찾는 편이 낭비가 적어요.
닭고기 말고 다른 소로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어요. 참치 통조림, 구운 연어, 두부 튀김(아쓰아게), 템페를 쓸 수 있어요. 참치 통조림은 기름을 빼고, 두부 튀김은 깍둑 썰어 겉을 구운 뒤 써요. 어떤 소든 싸기 전에 국물을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해요.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도 되나요?
돼요. 쌀, 코코넛 밀크, 물, 소금, 설탕, 허브를 넣고 평소보다 물을 2큰술쯤 줄여요. 다 지어지면 바로 섞고, 한 김 식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온도가 되면 싸요. 부드럽게 지어졌다면 잎에 펼치기 전에 5분쯤 김을 빼 주세요.
삼발을 안 넣으면 심심하지 않나요?
매운맛이 부담스러우면 빼도 만들 수 있어요. 소의 맛은 케찹 마니스와 간장으로 정리되니, 삼발은 식탁에서 더하는 정도로 충분해요. 어른 몫만 맵게 하고 싶다면 다 구운 뒤 잎을 열고 삼발을 조금 올려 먹어요.
렘퍼나 아렘아렘과 무엇이 다른가요?
렘퍼는 찹쌀에 닭고기 소를 넣은 간식이고, 아렘아렘은 밥과 소를 잎으로 싸서 찌는, 시장에서 흔히 보는 밥 간식이에요. 나시 바카르는 식사로 먹는 양념밥을 싸서 마지막에 구워 잎의 향을 낸다는 점이 달라요. 셋 다 잎으로 싼 요리지만 쌀의 종류, 가열의 끝, 먹는 자리가 달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