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속에서 콩 향이 부풀어 오르는, 금식일의 주인공
양파를 천천히 볶은 냄비에 베르베레를 떨어뜨려요. 붉은 기름이 스르르 퍼지고 마늘과 생강 향이 올라올 때, 병아리콩 가루를 물에 푼 하얀 반죽을 가늘게 부어요. 처음에는 묽은 수프 같지만, 몇 분 저어 주다 보면 냄비 바닥부터 묵직하게 걸쭉해지고 나무 주걱 자국이 잠깐 남아요. 여기까지 오면 에티오피아의 콩 스튜, 시로 왓을 먹을 때예요.
시로 왓(Shiro Wot / Shiro Wat / ሽሮ ወጥ)은 에티오피아 요리(일본어)와 에리트레아 요리에서 사랑받는 콩가루 조림이에요. 왓은 조림 요리 전반을 가리키는 말로, 닭고기로 만드는 도로 왓이 잔칫날의 붉은 주인공이라면, 시로 왓은 평일 식탁을 받쳐 주는 진한 콩 수프예요.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금식일에는 고기, 달걀, 유제품을 피하기 때문에 식물성 기름으로 만드는 시로 왓이 식탁에 자주 올라요.

현지 부엌에서는 볶은 병아리콩, 잠두, 완두콩 등을 갈아 향신료를 섞은 시로 가루를 써요. 시로 가루는 구하기 어려우니, 이 글에서는 병아리콩 가루, 즉 인도 식재료점에서 찾을 수 있는 베산 가루를 써요. 지키고 싶은 것은 콩가루의 매끄러운 걸쭉함, 베르베레의 붉은 향, 인제라로 훑을 수 있는 농도예요. 바꿔도 되는 것은 콩가루의 종류, 기름의 종류, 매운 정도예요.
인제라를 직접 만든다면 인제라 만드는 법을 먼저 읽어 두면 준비가 수월해요. 발효 빵까지 만들 여유가 없는 날에는 신맛이 있는 호밀빵, 얇은 크레페, 흰밥이어도 괜찮아요. 다만 첫 한입만큼은 꼭 빵으로 냄비 가장자리의 시로를 훑는 기분으로 먹어 보세요. 숟가락으로 먹을 때보다 콩 향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4인분, 조리 45분. 병아리콩 가루를 물에 먼저 풀어 냄비에 가늘게 붓는 방법이에요. 가루를 냄비에 바로 넣지 않으니 처음 만들어도 덩어리가 잘 생기지 않고, 인제라에도 밥에도 어울리는 묵직한 농도로 완성돼요.
재료와 장보기
시로 왓의 재료는 적어 보이지만, 장을 볼 때 헷갈리기 쉬운 것은 콩가루와 베르베레예요. 병아리콩 가루는 인도 요리의 베산 가루로 대신할 수 있어요. 베르베레는 제품마다 매운 정도가 크게 다르니, 처음에는 1.5큰술부터 시작하고 마무리에서 더하는 편이 실패가 적어요.

병아리콩 가루는 콩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아요. 시판 베르베레나 시로 가루에는 밀, 견과류, 참깨, 유성분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표시를 확인해 주세요.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금식일 방식으로 만든다면 니테르 키베나 버터를 쓰지 않고 식물성 기름만으로 만들어요.
갖춰 둘 만한 재료
시로 왓은 병아리콩 가루뿐 아니라 베르베레의 품질에 따라서도 인상이 크게 달라져요. 매운맛뿐인 고춧가루로 때우기보다 먼저 베르베레를 준비하고, 부족한 향은 파프리카나 호로파(페누그릭)로 보충하면 다른 에티오피아 요리에도 쓸 수 있어요.
만드는 법 — 가루를 푼 다음 냄비에 넣기
시로 왓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가루를 냄비에 바로 넣어 덩어리지게 하는 거예요. 여기서는 가루를 물에 먼저 풀어 냄비의 붉은 베이스에 가늘게 부어요. 불은 약불과 중불 사이로 안정시키고, 바닥을 긁으면서 끓이면 매끄러운 콩 스튜가 돼요.
먹는 법, 지역 차이, 실패하기 쉬운 부분
시로 왓은 인제라 위에 펼쳐 먹으면 잘 알 수 있어요. 인제라의 신맛이 콩의 묵직함을 끊어 주고 베르베레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요. 접시에 인제라를 깔고 가운데에 시로 왓을 동그랗게 붓고, 옆에 데친 채소나 미시르 왓(붉은 렌틸콩 스튜) 같은 콩 요리를 놓으면 가정의 금식일 플레이트에 가까운 먹는 법이 돼요.

지역이나 집에 따라 시로 왓은 농도가 꽤 달라요. 묽은 버전은 시로 페세스(shiro fesses)라고 부르기도 하며, 인제라에 스며들게 해서 먹는 데 잘 맞아요. 작은 뚝배기에서 졸여 바닥을 살짝 고소하게 하는 진한 버전은 테가미노(tegamino)에 가까워요. 집에서 처음 만들 때는 중간 정도의 묵직한 농도로 해 두면 빵에도 밥에도 맞추기 쉬워요.
| 헷갈리는 점 | 현지다움을 지키는 생각 | 집에서의 타협점 |
|---|---|---|
| 콩가루 | 시로 가루는 콩가루와 향신료를 합친 것 | 베산 가루 120g에 베르베레와 향채소를 겹쳐요 |
| 기름 | 금식일 버전은 식물성 기름, 진한 버전은 니테르 키베 | 처음에는 식물성 기름. 익숙해지면 마무리에 니테르 키베 2작은술 |
| 매운 정도 | 베르베레는 향의 핵심이지만 제품 차이가 커요 | 1.5큰술부터 시작하고 식탁에서 미트미타나 고추를 더해요 |
| 걸쭉함 | 인제라로 뜰 수 있는 점도가 먹기 좋아요 | 식으면 되직해지니 불을 끄기 직전에는 조금 묽게 |
| 신맛 | 인제라의 신맛을 전제로 해요 | 밥과 먹는 날에는 레몬즙을 살짝 더 살려요 |
병아리콩 가루는 냄비에 바로 뿌려 넣지 말고, 꼭 물에 먼저 푼 다음 가늘게 부어요. 약불에서 냄비 바닥을 긁으면서 끓이면 덩어리와 눌어붙음을 모두 막을 수 있어요.
덩어리가 생겼다면 서둘러 센 불로 올리지 마세요. 불을 끄고 물 50~100ml를 넣어 거품기로 1분 저어요. 그래도 남는 큰 덩어리는 체에 눌러 걸러 냄비에 다시 넣어요. 완전히 같은 매끄러움으로 돌아가지는 않지만, 먹을 때 신경 쓰이는 알갱이는 꽤 줄일 수 있어요.
묽을 때는 센 불로 단숨에 졸이기보다 약한 중불에서 5분 끓여요. 콩가루는 바닥에서 타기 쉽고, 탄 쓴맛이 냄비 전체로 퍼져요. 반대로 너무 될 때는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어요. 찬물을 넣으면 온도가 내려가 날가루 냄새가 돌아오기 쉬우니, 다시 데울 때도 뜨거운 물로 푸는 편이 안정적이에요.
베르베레 만드는 법을 읽고 직접 배합하면 매운맛은 줄이고 향만 남길 수 있어요. 고기 요리도 함께 내고 싶은 날에는 티브스(일본어)나 도로 왓을, 맵고 붉은 조림과 비교하려면 에리트레아의 지그니(일본어)도 잘 어울려요. 콩 요리를 다른 방향으로 즐기고 싶다면 인도의 차나 마살라(일본어)와 비교해 먹어 보면, 같은 병아리콩이라도 가루로 만드는 문화와 알갱이째 끓이는 문화의 차이가 보여요.
자주 묻는 질문
Q1. 병아리콩 가루가 없으면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가장 가까운 것은 베산 가루예요. 인도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병아리콩을 곱게 간 가루로 팔아요. 볶은 콩가루(인절미 콩고물)는 향이 달콤한 디저트 쪽으로 너무 기울어서 대용으로는 추천하지 않아요. 말린 병아리콩을 가정용 분쇄기로 갈면 거친 알갱이가 남기 쉬우니, 체에 치고 거친 알갱이는 다른 요리에 써 주세요.
Q2. 시로 가루와 병아리콩 가루는 같은 건가요?
같지 않아요. 시로 가루는 볶은 콩가루에 향신료와 향채소 가루를 섞은 제품으로, 병아리콩, 잠두, 완두콩 등 배합에 폭이 있어요. 병아리콩 가루만으로 만든다면 베르베레, 마늘, 생강, 토마토 페이스트로 향을 보충해야 해요. 시판 시로 가루를 쓴다면 이 글의 병아리콩 가루 120g을 같은 양으로 바꾸고, 베르베레는 절반부터 상태를 보며 넣어 주세요.
Q3. 덩어리진 시로 왓은 되살릴 수 있나요?
가벼운 덩어리라면 되살릴 수 있어요. 불을 끄고 뜨거운 물 50ml를 넣어 거품기로 1분쯤 저어요. 그래도 큰 덩어리가 남으면 체에 눌러 걸러 냄비에 다시 넣어 주세요. 예방하려면 가루를 꼭 물에 먼저 풀고, 냄비에 가늘게 붓고, 붓고 나서 5분 동안은 냄비 바닥을 쉬지 않고 저어요.
Q4. 베르베레가 너무 매울 때는 어떻게 하나요?
다음에는 베르베레를 1큰술로 줄이고 파프리카 가루 2작은술과 호로파 조금으로 향을 보충해요. 이미 매워진 냄비는 병아리콩 가루 1큰술을 물 80ml에 풀어 넣고 약불에서 5분 끓이면 매운맛이 조금 둥글어져요. 설탕으로 달게 하기보다 콩가루와 기름으로 받아 주는 편이 시로 왓다움을 지킬 수 있어요.
Q5. 인제라 없이도 먹을 수 있나요?
먹을 수 있어요. 흰밥, 바게트, 얇은 메밀 크레페, 호밀빵이 현실적이에요. 다만 인제라의 신맛이 없으면 콩의 묵직함이 앞에 나오니, 마무리 레몬즙을 1작은술로 하고 데친 채소나 토마토 샐러드를 곁들이면 덜 질려요.
Q6. 보관과 다시 데우기는 어떻게 하나요?
한 김 식힌 뒤 얕은 보관 용기에 담아 냉장 2일이 기준이에요. 다시 데울 때는 작은 냄비에 옮기고 뜨거운 물 24큰술을 넣어 약불에서 35분 데워요. 전자레인지라면 600W에서 1분씩 데우고 그때마다 잘 저어요. 냉동은 2주 정도 가능하지만 해동 후 조금 가루 느낌이 나기 쉬우니, 뜨거운 물과 기름 1작은술을 더해 매끄러움을 되살려요.
Q7. 금식 요리로 만들 때 피해야 할 것이 있나요?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금식일 방식에 맞춘다면 버터, 니테르 키베, 고기 육수, 유제품을 쓰지 않고 식물성 기름과 물로 만들어요. 집안, 교파, 지역에 따라 실천이 다르니, 종교상 엄격한 식사 제한이 있는 사람에게 낼 때는 쓸 수 있는 기름과 조미료를 본인에게 확인해 주세요.
참고 자료
- 196 Flavors, “Shiro Wot”, https://www.196flavors.com/shiro-wot/ . 시로 왓의 기본 재료, 금식일에서의 위치, 시로 가루의 종류를 확인했어요.
- Ethiopian Roots, “Shiro Wot Recipe”, https://ethiopianroots.com/shiro-wot-recipe/ . 베산 가루 대용, 베르베레, 보관과 다시 데우기에 대한 생각을 확인했어요.
- Amaarech Spices, “Easy & Creamy Shiro Wot”, https://amaarech.com/blogs/recipes/shiro-wot . 시로 가루에 쓰는 콩의 폭과 비건 버전 만드는 법을 확인했어요.
- 世界ごはん紀行「インジェラの作り方」(일본어), 베르베레 만드는 법. 대체 재료와 사이트 내 링크의 정합성을 확인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