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투표로 뽑힌 노르웨이의 영혼 요리
노르웨이에서는 국민 요리를 정하는 투표가 열린 적이 있어요. 1972년 노르웨이의 한 신문사가 독자 투표를 실시했어요. 압도적인 표 차로 1위를 차지한 것이 포리칼(Fårikål) 이에요. '양고기와 양배추'라는 뜻이에요. 노르웨이어로 får(양)와 kål(양배추)을 합친 말이에요.
재료는 세 가지뿐이에요. 양고기, 양배추, 검은 후추. 여기에 물과 소금을 더해 끓여요. 2시간 반. 그게 다예요. 요리 기술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냄비에 재료를 겹쳐 불에 올릴 뿐이에요. 그런데도 완성된 스튜는 깊은 감칠맛으로 가득해요. 양고기의 기름이 양배추에 스며들고, 검은 후추가 모든 것을 조여 줘요.
노르웨이어로 'Fårikål'이라고도 써요. får = 양, i = ~안에, kål = 양배추. 1972년 한 신문사의 독자 투표에서 노르웨이의 국민 요리로 뽑혔어요. 매년 9월 마지막 목요일은 '포리칼의 날(Fårikålens dag)'로 정해져 있어요. 노르웨이 전역에 가을의 도래를 알리는 요리예요.
헝가리의 굴라시가 중부 유럽 스튜의 대표라면, 포리칼은 북유럽 스튜의 진수예요. 그리고 놀랄 만큼 단순해요. 굴라시가 파프리카와 향신료의 복잡한 겹이라면, 포리칼은 양고기와 양배추와 검은 후추뿐이에요. 이 깔끔함이 노르웨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재료(6인분)
주재료
마트에 따라 양고기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정육점, 할랄 식품점, 대형 도매 매장에서는 대개 뼈 있는 양 어깨살이 있으니 찾아보고, 온라인으로 냉동 양고기를 주문할 수도 있어요. 구이용으로 얇게 썬 양고기는 끓이면 녹아 버리니 두껍게 썬 것이나 덩어리 고기를 고르세요. 정말 양고기를 구할 수 없다면 돼지 어깨살 덩어리로 대신할 수 있지만 풍미는 크게 달라져요.
양고기를 사용해요. 밀가루를 걸쭉함에 쓰므로 밀도 들어 있어요. 글루텐 프리로 하려면 밀가루를 감자 전분이나 옥수수 전분 2큰술로 바꾸세요. 돼지고기로 대신하는 경우 종교상의 식사 제한에 주의하세요.

조리 요령
포리칼 풍미의 핵심은 통후추예요. 간 후추는 절대 쓰지 마세요. 통알갱이 그대로 끓이면 2시간 반에 걸쳐 천천히 풍미가 녹아 나와요. 간 후추는 처음 10분 만에 매운맛이 다 빠지고 이후에는 쓴맛만 남아요. 알갱이가 클수록 풍미 방출이 느려서 완성의 깊이가 달라요.
포리칼 감칠맛의 절반 이상은 양고기의 지방에서 나와요. 지방을 제거하면 물 같고 밍밍한 스튜가 돼요. '양고기 누린내'를 신경 쓰는 사람도 있지만, 2시간 반 끓이는 동안 양배추가 냄새를 흡수해 중화해요. 그래도 신경 쓰인다면 완성된 표면에 뜬 기름을 숟가락으로 가볍게 걷어 내세요.
노르웨이 가정에서는 '포리칼은 다음 날이 가장 맛있다'고 해요. 냉장고에서 하룻밤 재운 뒤 다음 날 데우면 맛이 한결 깊어져요. 이것은 스튜 요리 전반에 공통된 현상으로, 식는 동안 고기 섬유가 국물을 빨아들이고 젤라틴질이 국물에 걸쭉함을 주기 때문이에요. 넉넉히 만들어 다음 날부터 먹는 것이 가장 좋아요.
두꺼운 주철 냄비(르크루제, 스타우브 등)가 가장 좋아요. 주철 냄비는 축열성이 높아 약불에서도 냄비 전체가 고르게 따뜻해져요. 얇은 스테인리스 냄비로는 바닥만 뜨거워져 눌어붙을 위험이 높아져요. 뚝배기로도 만들 수 있지만 주철 냄비에 비해 열의 균일성에서 떨어져요. 주철 냄비가 없으면 스테인리스 냄비 바닥에 내열 접시를 한 장 깔면 눌어붙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응용·변형
유자 후추 페이스트 판(일본풍 응용)
마무리에 유즈코쇼(유자 고추 양념) 2작은술을 풀어 넣어요. 검은 후추의 매운맛에 유즈코쇼의 감귤 향이 더해져 일본풍의 깊이가 생겨요. 유즈코쇼는 불을 끈 뒤에 넣으세요. 가열하면 향이 날아가요. 의외의 조합이지만 양배추의 단맛이 두 가지 매운맛을 이어 줘요. 튀니지의 샥슈카처럼 '기존 요리에 매운 포인트를 더하는' 방법이에요.
맥주 스튜 판
물 300ml 대신 페일 에일(또는 라거 맥주) 300ml를 써요. 맥주 홉의 쓴맛이 양고기의 기름을 조여 더 깔끔한 맛이 돼요. 벨기에의 카르보나드도 맥주 스튜의 명작으로, 벨기에 맥주와의 궁합이 입증돼 있어요. 맥주의 알코올은 끓이는 동안 완전히 증발하니 아이가 먹어도 문제없어요.
카레 풍미 판
각 층에 카레 가루 1/2작은술을 뿌려요. 합계 3작은술 정도. 검은 후추와 궁합이 좋아 매콤하고 이국적인 맛이 나요.
돼지 어깨살 판(구하기 쉬운 재료로 간단히)
양고기 대신 돼지 어깨살 덩어리 1.5kg을 써요. 양고기 특유의 풍미는 사라지지만 돼지고기 지방의 단맛이 양배추와 잘 어울려요. 거의 어느 마트에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입문 판이에요. 각 층에 커민 씨 1작은술을 더하면 양고기에 가까운 '이국적인 느낌'이 나요.
화이트 와인 스튜 판
물 대신 드라이 화이트 와인 300ml를 써요. 와인의 신맛이 양고기의 기름을 깔끔하게 하여 품위 있는 완성이 돼요. 소비뇽 블랑 같은 신맛이 강한 타입이 어울려요.
이 요리의 배경

바이킹 시대부터 이어진 양고기 문화
노르웨이의 양 사육 역사는 바이킹 시대(793–10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조지아의 힌칼리나 그리스의 무사카와 마찬가지로 포리칼도 목축 문화가 낳은 요리예요. 노르웨이의 가파른 피오르 연안의 땅은 농사에 맞지 않지만, 험한 바위산 비탈에서도 양은 풀을 뜯어요. 소를 키울 수 없는 곳에서도 양은 자라요. 그래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양에 의지해 왔어요.
지금도 노르웨이에는 약 200만 마리의 양이 있어요. 인구 약 550만 명의 나라에 200만 마리. 여름이 되면 양은 산의 방목지(seter)로 보내졌다가 9월에 돌아와요. 이 '양이 산에서 돌아오는 날'이 가을 포리칼 시즌의 시작이에요.
'포리칼의 날'
매년 9월 마지막 목요일은 포리칼의 날(Fårikålens dag) 이에요. 이날 노르웨이 전역의 가정, 레스토랑, 학교 식당에서 포리칼이 차려져요.
단 세 가지 재료로 국민 요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포리칼의 위대함은 '빼기의 미학'에 있어요. 허브도 향신료(후추 제외)도 와인도 쓰지 않아요. 마늘도 양파도 넣지 않아요. 토마토도 없어요. 그저 양고기와 양배추와 검은 후추. 어떻게 이렇게 적은 재료로 깊은 맛이 나는 걸까요. 답은 '시간'이에요. 2시간 반의 약불 끓이기가 양고기의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고, 지방을 양배추에 스며들게 하고, 검은 후추의 매운 성분(피페린)을 국물 전체에 퍼지게 해요. 시간이 최고의 조미료가 되는 요리예요.
포르투갈의 칼두 베르드(일본어)도 감자·케일·초리소 세 가지 요소만으로 국민 요리의 지위를 얻었어요. 세계의 위대한 국민 요리에는 '빼기'의 사상이 공통돼 있어요.
노르웨이의 가을과 포리칼
노르웨이에서는 9월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고 일조 시간도 짧아져요. 길고 어두운 겨울이 시작된다는 신호예요. 이 계절이 바뀌는 때에 가족이 부엌에 모여 큰 냄비에 포리칼을 준비해요. 2시간 반 동안 온 집 안에 양고기와 양배추의 냄새가 감돌고, 창밖에서는 바람이 차가워져 가요. 포리칼은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계절의 기억과 이어진 요리예요.
영양 정보(6인분 중 1인분)
포리칼 1인분 약 420kcal. 뼈 있는 양고기에서 녹아 나오는 콜라겐과 젤라틴, 양배추의 비타민 C와 K가 풍부해요. 감자를 곁들이면 탄수화물도 보충되는 균형 잡힌 메인 요리예요.
| 영양소 | 함량 |
|---|---|
| 열량 | 420kcal |
| 단백질 | 32g |
| 지방 | 22g |
| 탄수화물 | 18g |
| 식이섬유 | 4g |
| 나트륨 | 650mg |
곁들이는 삶은 감자
포리칼에는 삶은 감자가 빠질 수 없어요.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감자 없는 포리칼은 와사비 없는 초밥만큼 어색해요.
점질 감자를 껍질째 통으로 삶아요. 찬물에서부터 중불에 올려 끓은 뒤 20분. 대나무 꼬치가 쑥 들어가면 돼요. 껍질은 벗기지 않고 그대로 식탁에 내요. 포리칼의 국물을 끼얹어 가며 먹는 것이 노르웨이식이에요.
모양이 잘 무너지지 않는 점질 품종을 고르세요. 분질 감자는 잘 뭉개져서 알맞지 않아요. 끈기 있는 식감에 견과 같은 풍미가 있는 감자가 포리칼의 국물과 아주 잘 어울려요.
함께 만들고 싶은 요리
- 카르보나드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워터주이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파스티차다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포리칼을 처음 만드는 분들의 질문을 정리했어요.
Q1. 양고기 누린내가 걱정돼요. 없애는 방법이 있나요?
2시간 반 끓이는 동안 양배추가 냄새의 대부분을 흡수해 중화해요. 그래도 신경 쓰인다면 끓이는 물 300ml에 식초 1큰술을 더하세요. 뉴질랜드산이나 호주산의 어린 양(생후 12개월 미만)은 냄새가 적으니, 처음이라면 이쪽을 고르세요.
Q2. 압력솥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나요?
가능해요. 압력솥이라면 고압으로 40분에 완성돼요. 다만 노르웨이의 요리가들은 '포리칼의 본질은 2시간 반의 느긋한 끓임에 있다. 압력솥으로는 맛이 어우러질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아요. 시간이 없을 때는 압력솥으로 만들고, 불을 끈 뒤 30분 이상 뜸을 들이세요. 맛의 완성도는 보통 끓임의 80% 정도까지 가까워져요. 급하지 않은 날에는 꼭 2시간 반의 전통적인 끓임을 시도해 보세요.
Q3. 남은 포리칼의 보관 방법은?
냉장으로 4일, 냉동으로 1개월 보관할 수 있어요. 냉동할 때는 뼈를 제거한 뒤 지퍼백에 넣으세요. 데우기는 약불에서 천천히. 전자레인지는 양고기가 단단해지니 권하지 않아요. 앞서 말한 대로 노르웨이에서는 다음 날의 포리칼이 가장 맛있다고 해요. 모로코의 타진이나 이집트의 코샤리와 마찬가지로 스튜 요리는 다음 날 진가를 발휘해요. 넉넉히 만들어 다음 날을 위해 남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에요.
Q4. 양배추 대신 배추를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지만 식감이 크게 달라져요. 배추는 양배추보다 수분량이 많아(95% 대 92%) 끓이면 녹기 쉬워요. 배추를 쓸 때는 끓이는 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줄이고 큼직하게 썰어요. 맛은 충분히 맛있게 완성되지만 노르웨이 사람은 그것을 '포리칼'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Q5. 포리칼에 어울리는 술은 무엇인가요?
노르웨이에서는 아쿠아비트(Aquavit) 가 정석이에요. 캐러웨이 씨와 딜로 풍미를 낸 증류주로, 양고기의 기름을 씻어 내는 효과가 있어요. 와인이라면 탄닌이 탄탄한 피노 누아나 시라가 궁합이 좋아요. 맥주라면 브라운 에일이나 앰버 에일을 추천해요. 맥아의 단맛이 양고기의 진함과 조화를 이뤄요.
참고 자료
- Hahnemann, Trina. The Nordic Cookbook. Phaidon Press, 2015. https://www.phaidon.com/store/food/the-nordic-cookbook-9780714868721/ — 북유럽 요리를 망라한 레시피집. 포리칼의 지역별 변형을 소개
- Notaker, Henry. Food Culture in Scandinavia. Greenwood Press, 2009. https://www.bloomsbury.com/us/food-culture-in-scandinavia-9780313349225/ — 북유럽 식문화사
- McGee, Harold. On Food and Cooking: The Science and Lore of the Kitchen. Scribner, 2004. — 식품 과학의 명저. 스튜 조리 중 콜라겐과 젤라틴에 관한 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