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옥수수가 감싼 칠레의 집밥
남미 칠레에는 여름이 오면 식탁에 오르는 요리가 있어요. 파스텔 데 초클로(Pastel de Choclo). 향신료가 잘 밴 고기 소(피노) 위에 갈아 낸 생옥수수 반죽을 듬뿍 덮어 오븐에 굽는, 칠레식 옥수수 파이예요.
'초클로(choclo)'는 케추아어로 옥수수, '파스텔(pastel)'은 스페인어로 파이나 케이크를 뜻해요. 구우면 표면이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눌어요. 안에는 고기의 감칠맛, 올리브의 짠맛, 건포도의 단맛, 삶은 달걀의 부드러움이 층을 이뤄요. 숟가락으로 허물며 먹으면 달콤한 옥수수와 감칠맛 강한 고기 소가 입안에서 섞여, 칠레 사람들이 '여름의 맛'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게 돼요.
칠레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로, 원주민 마푸체족의 옥수수 요리와 스페인 식민자의 고기 요리가 융합해 태어났어요. 칠레의 여름(12월~3월) 옥수수를 수확하는 시기에 만드는 제철 요리였지만, 지금은 냉동 옥수수가 널리 퍼져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영어권에서는 'Chile's national comfort food'로 널리 소개돼요. 브라질의 페이조아다나 페루의 세비체(일본어)와 나란히 남미의 대표 요리이면서도 알려진 곳은 의외로 많지 않아요. 아르헨티나의 엠파나다에도 쓰는 '피노'라는 고기 소가 바탕이에요. 이 글에서는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칠레의 집밥 맛을 재현해요.
재료(4인분)
칠레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아히 데 콜로르'는 말린 붉은 고추를 라드에 녹인 조미료예요. 구하기 어렵지만, 파프리카 가루 1작은술+카옌페퍼 약간+식용유 1작은술로 가까운 풍미를 낼 수 있어요. 수입 식료품점에서 '피멘톤(pimentón)'이라는 이름으로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유제품(버터, 우유), 달걀, 밀(옥수수 자체는 글루텐 프리지만 옥수수 전분에 소량의 밀이 섞이는 경우가 있음)을 포함해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버터를 코코넛 오일로, 우유를 오트밀크로 대체하세요.

조리 순서
피노(고기 소) 만들기
옥수수 반죽 만들기
담아서 굽기
표면에 좀처럼 구운 색이 나지 않으면 마지막 5분만 오븐의 위쪽 열(그릴 기능)로 바꾸세요. 온도가 급격히 오르니 너무 타지 않게 조심하세요. 황금빛 구운 색이 파스텔 데 초클로의 겉모습을 결정해요.
조리 요령
파스텔 데 초클로의 맛의 근간은 옥수수의 단맛이에요. 칠레에서는 여름의 초클로(신선한 흰 옥수수)를 쓰지만, 집에서는 스위트콘이 단맛이 가장 가까워요. 제철 옥수수가 최고지만, 겨울에는 냉동 옥수수 600g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어요. 냉동 옥수수라면 가열할 때 버터와 우유를 조금 많이 넣어 풍미를 보충하세요.
칠레에서는 옥수수 반죽에 바질(알바아카)을 넣는 것이 전통이에요. 이걸 생략하면 그저 단 옥수수 반죽이 돼요. 바질의 청량감이 옥수수의 단맛과 피노의 감칠맛을 이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생바질을 구하기 어렵다면 말린 바질 1작은술로 대신할 수 있어요.
피노에 수분이 너무 남아 있으면 굽는 동안 옥수수 뚜껑이 무너져 가라앉아요. 프라이팬에서 수분을 제대로 날려, 퍽퍽하지도 않고 물기도 없는 상태로 마무리하세요.
변형
칠레의 변형
파스텔 데 파파(Pastel de Papa): 옥수수 대신 매시트포테이토로 뚜껑을 덮는 버전. 가을·겨울 옥수수를 구하기 어려운 계절에 만들어요. 셰퍼드 파이에 가까운 완성이에요. 감자 600g, 버터 30g, 우유 100ml로 매시트포테이토를 만들어 같은 순서로 조립해요.
본격적으로 파고든다면 고기의 종류를 바꾸는 것도 좋아요.
해산물 버전: 피노 대신 새우, 가리비, 흰살생선을 화이트 와인으로 찜 조림한 소를 써요. 칠레 해안 지역에서 인기 있는 변형이에요. 페루의 세비체(일본어)와 이어지는 해산물 문화가 배경에 있어요.
일본 식재료 변형
일본풍 파스텔 데 초클로: 피노 대신 일본식 소고기 감자조림(니쿠자가)의 건더기를 써요. 달콤짭짤한 일본식 양념과 옥수수의 단맛이 놀랄 만큼 어울려요. 간장의 감칠맛이 커민 대신 깊이를 더해 줘요.
옥수수 반죽을 바꾸면 또 다른 표정이 돼요.
크림 옥수수 통조림 활용 버전: 시간이 없을 때는 크림 옥수수 통조림 2캔(400g×2)에 버터 15g, 달걀 1개, 소금 약간을 섞어 가열하기만 하면 간이 옥수수 반죽을 만들 수 있어요. 본격 버전만큼 알갱이 느낌은 안 나지만 15분 단축돼요. 멕시코의 몰레 포블라노와 마찬가지로 중남미 요리는 집에서도 변형이 잘 돼요.
이 요리의 배경: 원주민과 스페인의 융합

마푸체족의 옥수수 문화
파스텔 데 초클로의 기원은 칠레 원주민 마푸체족의 음식 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칠레의 음식 문화 연구자 소니아 몬테시노(Sonia Montecino, 칠레 대학교 교수)의 저서 La Olla Deleitosa에 따르면, 마푸체족은 스페인 사람이 오기 전부터 옥수수를 갈아 잎으로 싸서 찌는 '우미타(humita)'라는 요리를 만들었어요.
16세기에 스페인 사람들이 칠레를 식민지로 삼았어요. 그러자 유럽의 고기 요리 기법과 마푸체족의 옥수수 요리가 융합했어요. 스페인 엠파나다의 고기 소라는 개념이 마푸체의 옥수수 반죽을 만나 파스텔 데 초클로가 탄생했어요.
칠레의 '컴포트 푸드'
칠레에서 파스텔 데 초클로는 '여름 할머니의 맛'으로 국민적 향수의 대상이에요.
집마다 올리브의 양, 건포도를 넣는지, 닭고기의 유무, 설탕의 양이 달라요. 이 '정답이 없다'는 점이 칠레 가정 요리의 풍요로움이고, 자메이카의 저크 치킨의 집집마다 비전의 향신료 블렌드와 통하는 문화예요. 남미 요리 입문(일본어)에서도 소개했듯이, 남미의 음식 문화는 계절과 축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요.
영양 정보(4인분 중 1인분)
| 영양소 | 함량 |
|---|---|
| 에너지 | 580kcal |
| 단백질 | 32g |
| 지방 | 22g |
| 탄수화물 | 68g |
| 식이섬유 | 6g |
| 나트륨 | 620mg |
전체 열량이 다소 높으니 한 끼 양에 주의하세요.
함께 만들고 싶은 요리
- 남미 요리 입문(일본어):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치미추리 만드는 법: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엠파나다 만드는 법: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자메이카 페스티벌 만드는 법: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1. 생옥수수가 없어도 만들 수 있나요?
네, 냉동 옥수수 600g으로 문제없이 만들 수 있어요. 요즘 칠레 가정에서도 냉동 옥수수를 쓰는 사람이 많아요. 푸드 프로세서에 갈기 전에 실온으로 되돌리고, 우유를 조금 더 많이(120ml) 넣으면 풍미가 보충돼요. 통조림 옥수수도 가능하지만 물에 담근 타입은 물기를 빼고 쓰세요.
Q2. 도기 그릇이 없으면요?
그라탱 접시, 라메킨, 내열 유리 그릇으로 대신할 수 있어요. 칠레에서는 전통적으로 '파일라(paila)'라는 도기를 쓰지만 재질은 무엇이든 괜찮아요. 오븐에 쓸 수 있으면 문제없어요. 큰 내열 접시 하나로 만들어 덜어 먹는 방식도 괜찮아요.
Q3. 삶은 달걀이나 올리브는 생략할 수 있나요?
생략할 수 있지만 각각 중요한 역할을 해요. 삶은 달걀은 부드러움을, 올리브는 짠맛의 포인트를 맡아요. 생략하면 맛이 단조로워지기 쉬우니 둘 중 하나라도 넣기를 추천해요.
Q4. 다음 날 먹어도 맛있나요?
네, 다음 날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180℃ 오븐에서 10분 다시 데우세요. 옥수수 뚜껑이 바삭하게 다시 구워져 갓 구운 것에 가까운 식감을 즐길 수 있어요. 냉장으로 3일 보관할 수 있어요.
참고 문헌
- Montecino, Sonia. La Olla Deleitosa: Cocinas Mestizas de Chile. Catalonia, 2015. (마푸체족의 음식 문화와 스페인 식민지 요리의 융합사를 상세히 다룸)
- Pilcher, Jeffrey M. Planet Taco: A Global History of Mexican Food.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중남미 옥수수 문화의 비교 연구)
- Chile Travel. "Chilean Gastronomy." 2025. Chile Travel (칠레 관광청의 음식 문화 소개)
- The Latin Kitchen. "Pastel de Choclo: Chile's Beloved Corn Pie." 2024. The Latin Kitchen (영어권의 칠레 요리 전문 매체)
정리
파스텔 데 초클로는 원주민 마푸체족의 옥수수 문화와 스페인 식민자의 고기 요리가 만나 태어난, 칠레 음식의 정체성 그 자체예요. 달콤한 옥수수 뚜껑 아래에 커민이 밴 고기 소, 올리브의 짠맛, 건포도의 단맛, 삶은 달걀의 부드러움이 숨어 있는 한 접시는 숟가락을 넣을 때마다 새로운 맛의 조합을 만나게 해요.
제철의 단 옥수수로 만들면 가장 좋지만 냉동 옥수수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어요. 그라탱 접시와 오븐이 있으면 지금 바로 도전할 수 있어요. 브라질의 페이조아다, 페루의 세비체(일본어), 아르헨티나의 엠파나다와 함께 남미 음식의 풍요로움을 경험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