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속 쇠고기가 실이 되는 순간
쇠고기를 끓이는 냄비 뚜껑을 살짝 열면 월계수 잎과 양파의 김이 부엌에 퍼져요. 아직 요리 이름을 몰라도, 포크로 고기를 눌렀을 때 섬유가 풀리는 순간은 꽤 기분이 좋아요. 거기에 붉은 토마토 소스를 부어 감자가 모서리를 남긴 채 걸쭉한 소스를 머금을 때까지 끓여요. 과테말라의 가정 요리 힐라차스는 이 '찢어지는 고기'와 '붉은 레카도'가 주인공인 스튜예요.
힐라차스(hilachas)는 스페인어로 '실밥', '찢은 천 조각' 같은 뜻의 말이에요. 요리 이름으로는 쇠고기를 가늘게 찢어, 토마토·밀토마테·고추·향미 채소·빵이나 토르티야로 만든 레카도 소스에 되돌리고 감자, 당근과 함께 끓인 한 접시를 가리켜요. 겉모습은 쿠바의 로파 비에하나 베네수엘라의 파베욘 크리오요의 고기 부분과 비슷하지만, 맛의 중심은 과테말라의 레카도 문화에 있어요.
집에서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쇠고기 부위와 소스의 농도예요. 얇게 썬 쇠고기를 볶아 토마토 통조림으로 끓이기만 해서는 힐라차스의 '실'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현지의 칠레 구아케나 밀토마테를 전부 갖추기도 어렵지요. 이 글에서는 쇠사태나 어깨살, 토마토, 초록 토마토 또는 토마티요 통조림, 붉은 파프리카, 소량의 마른 고추를 써서 집 부엌에서 무리 없이 현지 맛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요.

스페인어 hilachas는 복수형이고, 현지에서는 '일라차스'에 가깝게 들릴 때가 있어요. 한국어에는 아직 표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 글에서는 찾기 쉽도록 '힐라차스'로 통일해요.
이 요리의 배경: 레카도가 집집마다의 맛을 만든다

과테말라 요리를 따라가다 보면 몇 번이고 나오는 말이 레카도(recado)예요. 토마토, 밀토마테, 고추, 씨앗, 향미 채소를 굽고 갈아 스튜의 소스로 만드는 방식이고, 페피안에도 같은 바탕이 있어요. 힐라차스는 페피안만큼 씨앗을 진하게 쓰는 요리는 아니지만, 구운 채소와 두툼한 붉은 소스를 쇠고기에 두르는 점에서 과테말라다운 맛이 분명히 나요.
현지 레시피에서는 칠레 구아케, 칠레 파사, 밀토마테, 붉은 피망, 토마토, 양파, 마늘, 빵이나 토르티야가 자주 쓰여요. Cultura Guate와 Goya Puerto Rico의 레시피도, 쇠고기를 삶아 찢고 채소와 고추를 구워 소스로 만든 뒤 감자와 함께 끓이는 흐름은 같아요. 집집마다 당근을 넣거나, 껍질콩을 넣거나, 매운맛을 거의 내지 않거나, 밥과 함께 내는 등의 차이가 있어요.
집에서 지키고 싶은 것은 세 가지예요. 고기는 결을 따라 찢어지는 부위를 쓸 것. 소스는 구운 채소의 고소한 향과 걸쭉함을 가질 것. 감자는 완전히 뭉개지지 않고 접시 위에서 모양을 남길 것. 이 세 가지만 지키면 특별한 재료를 다 갖추지 못해도 힐라차스다운 접시가 돼요.
과테말라의 밀토마테는 작은 초록 토마토이고, 영어권에서는 tomatillo라고 설명하기도 해요. 생 토마티요는 구하기 어려우니 통조림 토마티요, 초록 토마토, 또는 잘 익은 토마토에 레몬즙 2작은술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깝게 맞춰요. 신맛을 조금 남기면 붉은 소스가 무겁지 않아요.
재료: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갖추기
기본 재료(4인분)
이 레시피에는 쇠고기, 밀(빵), 깨가 들어가요. 빵을 피하려면 옥수수 토르티야로 걸쭉함을 내세요. 쇠고기는 중심까지 충분히 익히고, 만든 스튜를 실온에 오래 두지 말고 한김 식으면 바로 냉장해요.
대체 재료 판단표
| 현지에 가까운 재료 | 현실적인 선택 | 지키는 것 |
|---|---|---|
| 플랭크, 스커트 계열의 쇠고기 | 쇠사태, 어깨살, 우둔 덩어리 | 길게 찢어지는 섬유. 얇게 썬 고기로는 다른 요리가 돼요 |
| 밀토마테 | 토마티요 통조림, 초록 토마토, 토마토+레몬 | 붉은 소스 속에 남는 가벼운 신맛 |
| 칠레 구아케 | 과히요, 안초, 붉은 파프리카 | 매운맛보다 마른 고추의 달콤한 향 |
| 코말(철판) | 무쇠 프라이팬, 생선구이 그릴, 오븐 | 채소 표면의 가벼운 탄 자국과 고소함 |
힐라차스는 쇠고기와 소스의 요리라서, 장보기의 우선순위는 고기, 토마토, 감자, 그리고 고소함을 더하는 씨앗과 빵이에요. 고추는 맵게 하려고가 아니라 붉은 향을 더하려고 써요. 처음에는 마른 고추를 적게 넣고 식탁에서 칠리 소스를 더하는 쪽이 실패하기 어려워요.
만드는 법: 고기를 찢어 레카도에 되돌리기
힐라차스는 처음에 쇠고기를 부드럽게 익혀 두면 후반은 느긋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소스를 만드는 동안에도 고기 삶은 국물을 버리지 말고, 레카도를 묽히는 육수로 써요.
쇠고기 삶기는 압력솥이라면 가압 25분, 자연 방치 10분이 기준이에요. 완전히 부드러워지기 전에 열면 찢기 어려우니, 포크로 풀리는지 확인하고 단단하면 5분 더 가압해요. 후반의 레카도 끓이기는 일반 냄비로 하면 감자가 뭉개지는 것을 피하기 쉬워요.
실패하기 쉬운 부분: 고기, 소스, 감자 순서로 보기

쇠고기가 실처럼 되지 않을 때
부위나 가열 시간 중 하나가 원인이에요. 얇게 썬 고기나 구이용 고기는 짧게 잘려서 이름 그대로의 실 모양이 되지 않아요. 덩어리 고기를 썼는데도 찢어지지 않는다면 덜 끓인 거예요. 국물을 더하고 약불에서 20–30분 더 끓여요.
소스가 묽을 때
빵이나 토르티야가 적거나, 국물을 너무 많이 넣었거나, 졸임이 부족한 경우 중 하나예요. 주걱으로 냄비 바닥을 훑었을 때 바로 물처럼 되돌아온다면 아직 묽은 상태예요. 뚜껑을 열고 약한 중불에서 3–6분씩 졸이고, 눌어붙을 것 같으면 불을 줄여요.
쓴맛이 날 때
마른 고추나 씨앗을 너무 태웠을 가능성이 있어요. 고추는 향을 내기만 하면 되니 한 면에 10초면 충분해요. 새까맣게 탄 고추는 쓰지 말고 바꿔요. 호박씨와 깨도 색이 들기 시작하면 바로 꺼내요.
감자가 녹을 때
센 불에서 부글부글 끓이면 감자 모서리가 금방 무너져요. 채소를 넣은 뒤에는 중약불에서 약불로 낮추고 젓는 횟수를 줄여요. 잘 뭉개지지 않는 점질 감자를 쓰면 모양을 남기기 쉬워요.
먹는 법과 상차림: 밥으로 받칠까, 토르티야로 떠먹을까
힐라차스는 밥에도 토르티야에도 어울리는 스튜예요. 평일 저녁이라면 흰밥과 샐러드만으로 충분해요. 주말에 더 현지 느낌을 내고 싶다면 검은콩, 아보카도, 라임, 따뜻한 옥수수 토르티야를 늘어놓으면 중미다운 식탁이 돼요.
같은 과테말라 요리로 짜려면 씨앗 소스의 진하기를 견줄 수 있는 페피안이 좋은 짝이에요. 중미의 옥수숫가루 요리로 넓히려면 엘살바도르의 뿌뿌사, 온두라스의 발레아다와 나란히 놓으면 옥수수, 콩, 쇠고기, 신맛을 쓰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 보여요.
다음 날에는 힐라차스를 조금 더 졸여 토르티야에 올려 먹는 것을 추천해요. 소스가 묽은 채로는 흘리기 쉬우니, 약불에서 5분쯤 다시 데워 고기 섬유가 한데 모이는 농도로 만들어요. 상추, 양파, 아보카도를 더하면 묵직한 스튜가 점심에 어울리는 한 끼가 돼요.
보관과 데우기
한김 식으면 보관 용기에 담아 냉장으로 3일 안에 먹는 것이 기준이에요. 감자는 냉동하면 식감이 무너지기 쉬우니, 냉동한다면 고기와 소스만 따로 덜어 두는 쪽이 깔끔해요. 냉동은 2–3주가 기준이고, 해동한 뒤에는 냄비에 옮겨 물을 2–3큰술 더하고 약불에서 10분 데워요.
데울 때 잘 눌어붙는 곳은 냄비 바닥이에요. 전자레인지로만 단번에 데우면 고기가 마르고 소스 가장자리만 굳어요. 냄비로 데울 때는 약불로, 전자레인지라면 600W로 2분씩 중간에 저으며 데워요. 붉은 소스가 무거워졌다면 마지막에 레몬즙 1작은술을 더하면 향이 돌아와요.
자주 묻는 질문
Q1. 얇게 썬 쇠고기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는 있지만 힐라차스다운 실 같은 식감은 나지 않아요. 급한 날에는 얇게 썬 고기로 붉은 쇠고기 토마토 스튜로 즐기고, 처음 본격적으로 만든다면 쇠사태나 어깨살 덩어리로 만드는 것을 추천해요.
Q2. 토마티요가 없어요.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토마토를 1개 늘리고 레몬즙 2작은술을 넣는 것이 현실적이에요. 신맛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소스의 무거움을 덜어 주는 역할은 할 수 있어요. 초록 토마토를 구할 수 있다면 2개를 쓰세요.
Q3. 맵게 하지 않으면 현지 맛에서 멀어지나요?
힐라차스는 아주 매운 요리가 아니에요. 마른 고추는 매운맛보다 향과 색을 위해 써요. 아이나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고추를 빼고, 붉은 파프리카와 파프리카 가루로 색을 내도 괜찮아요.
Q4. 빵을 넣지 않으면 안 되나요?
빵이나 토르티야는 소스를 걸쭉하게 하는 역할이에요. 밀을 피하려면 옥수수 토르티야 1장을 구워 쓰면 비슷해요. 완전히 생략한다면 마지막에 조금 더 오래 졸여 농도를 내세요.
Q5. 어떤 곁들임이 어울리나요?
흰밥, 검은콩, 아보카도, 라임, 토르티야가 맞추기 쉬워요. 산뜻하게 먹고 싶은 날에는 양파와 토마토로 만든 간단한 샐러드를 곁들이세요. 무거운 붉은 스튜에 신맛과 풋풋한 향이 들어가면 끝까지 먹기 편해요.
참고 자료
- Cultura Guate. "Hilachas." (2026년 5월 열람) https://culturaguate.com/hilachas/
- Goya Puerto Rico. "Hilachas Guatemaltecas." (2026년 5월 열람) https://www.goyapr.com/recetas/hilachas-guatemaltecas
- Guatemala.com. "Receta para hacer hilachas guatemaltecas." (2026년 5월 열람) https://aprende.guatemala.com/cultura-guatemalteca/cocina/receta-hilachas-guatemaltecas/
- M.A. Kitchen Blog. "Hilachas." (2026년 5월 열람) https://www.maricruzavalos.com/hilach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