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냄비 뚜껑을 열면 코코넛 밀크의 달콤한 김에 타임 향이 섞여 피어올라요. 하얀 국물 속에 잠긴 것은 굵게 썬 카사바와 고구마, 껍질째 삶은 노란 플랜테인, 토막 낸 옥수수. 그 위에 폭신하게 부푼 밀가루 경단과 오크라가 올라가 있어요. 접시 한쪽에는 바삭하게 튀긴 생선 한 토막. 가이아나 부엌에서 익숙한 뿌리채소를 코코넛 밀크로 끓이는 한 냄비, 메템기(metemgee)예요. 짧게 '메템'이라고도 불러요.
집에서 만들 때 어려운 점은 두 가지예요. 카사바와 플랜테인을 어떻게 구하느냐, 그리고 마지막에 올리는 경단을 부서뜨리지 않고 쪄서 익힐 수 있느냐. 냉동 카사바와 수입 식재료점의 플랜테인이 있으면, 나머지는 캔 코코넛 밀크와 평소 쓰는 채소로 한 냄비가 완성돼요.
가이아나의 '프로비전'을 한 냄비에

가이아나에서는 카사바, 고구마, 에도(토란 종류), 얌 같은 뿌리채소류를 통틀어 '프로비전(provisions)'이라고 불러요. 매일의 식사를 떠받치는 주식으로, 메템기는 그 프로비전을 코코넛 밀크로 부드럽게 끓이는 요리예요. 영어판 위키피디아는 메템기를 프로비전, 코코넛 밀크, 그리고 '더프(duff)'라고 부르는 큰 경단으로 만드는 진한 수프의 일종이라고 하며, 튀긴 생선이나 닭고기와 함께 먹는다고 설명해요.
뉴욕의 카리브계 신문 카리비안 투데이는 메템을 '가이아나 크리올식 수프 같은 것'이라고 소개해요. 내용물은 경단, 카사바, 얌, 플랜테인, 오크라이고, 고추가 들어간 코코넛 밀크 소스로 끓이는 것이 기본이에요. 거기에 염장 소고기나 훈제 고기, 껍데기째 삶은 달걀을 더하고 튀긴 생선을 접시 옆에 곁들이는 것이 흔한 방식이라고 해요.
요리 이름은 'metemgee', 'metem' 외에 'mettagee'로 적기도 해요. 이름의 어원에는 아프리카 말에서 왔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여기서는 다루지 않아요.
고기를 넣을지는 집마다 달라요. 미국의 요리 자료 사이트 클로브 가든(Clove Garden)은 고기를 쓰지 않는 버전을 '놀랄 만큼 맛이 깊은 채식 한 접시'로 소개하며, 그래도 카리브해에서는 튀긴 염장 생선이나 고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여요.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뿌리채소와 코코넛 밀크이고, 단백질은 곁들이는 것으로 자유롭게 고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가이아나 요리라면 카사리프로 고기를 검게 끓이는 페퍼팟이나, 콩과 쌀을 코코넛 밀크로 짓는 쿡업 라이스도 유명해요. 메템기는 그 어느 쪽과도 달리 쌀을 쓰지 않고 포슬한 뿌리채소와 경단으로 배를 채우는 요리예요. 같은 코코넛 밀크를 써도 먹었을 때의 인상은 꽤 달라요.
재료(4인분)

카리비안 투데이의 레시피를 토대로, 구하기 쉬운 재료와 분량으로 바꾼 가정용 배합이에요.
플랜테인은 겉모습이 바나나와 비슷하지만, 생으로는 단단해서 먹을 수 없는 조리용 품종이에요. 메템기에는 껍질에 검은 반점이 퍼진 완숙한 것을 쓰면 국물에 단맛이 녹아 나와요. 수입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푸른 것밖에 없다면, 실온에서 며칠 두어 추숙시키세요.
카사바는 껍질을 벗기고 속까지 충분히 익힌 뒤에 먹는 식재료예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식품기준청(FSANZ)도 카사바에는 유해 물질의 바탕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어, 껍질을 벗기고 완전히 가열한 뒤 먹도록 요구해요. 날것이나 덜 익힌 채로 먹지 마세요.
메템기 만드는 법
밑준비와 경단 만들기에 약 40분, 뿌리채소를 끓여 마무리하기까지 약 60분이 기준이에요. 플랜테인 밑삶기는 뿌리채소를 끓이는 옆 냄비에서 동시에 진행해요.
스코치 보닛은 아주 매운 고추예요. 끓이는 중에 터지면 국물 전체가 강하게 매워져요. 꺼낼 때는 국자로 뜨고, 맨손으로 만졌다면 눈이나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바로 손을 씻으세요.
생선을 지져 튀기는 기름은 물기가 남아 있으면 튀어요. 생선의 물기를 닦고 넣으며, 프라이팬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경단이 부서지지 않게 끓이는 요령

카리비안 투데이의 레시피도 경단과 오크라는 뿌리채소 위에 살며시 놓고 냄비를 너무 젓지 않도록 당부해요. 경단은 국물에 가라앉혀 삶는 게 아니라, 뿌리채소 위에서 김에 쐬어 익힌다는 이미지예요. 뿌리채소 층이 받침이 되어 주니, 여기서 국물을 너무 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클로브 가든은 경단이 크게 부푼다고 주의를 줘요. 냄비에 늘어놓을 때는 이웃끼리 1~2cm 간격을 두세요. 붙으면 닿은 면이 덜 익기 쉬워요.
냄비가 작아 다 올릴 수 없다면, 경단만 다른 냄비의 소금물에 15분쯤 삶아 두었다가 마무리 5분에 조림 위에 올려 데우는 방법도 있어요. 클로브 가든도 경단을 따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요.
국물은 걸쭉하게 뿌리채소에 감기는 정도가 기준이에요. 카사바와 고구마에서 녹아 나온 전분으로 코코넛 밀크에 자연스러운 농도가 생겨요. 농도가 모자라다고 느껴져도 가루를 더하지 말고, 뚜껑을 열고 약불에서 5분쯤 졸이면 충분해요.
채식 버전과 고기를 더하는 버전

고기를 쓰지 않고 뿌리채소, 플랜테인, 경단, 오크라만으로 만드는 채식 버전은 코코넛 밀크의 단맛이 가장 잘 전해지는 방식이에요. 카리비안 투데이도 비건으로 하려면 고기, 달걀, 생선을 생략하면 된다고 써요. 그 경우 경단의 버터를 식물성 마가린으로 바꾸고, 우유가 아니라 물로 반죽하세요.
베이컨 대신 염장 돼지고기나 훈제 칠면조를 쓰면 현지 레시피에 가까운 훈연 향이 나요. 구하기 쉬운 것이라면 뼈 있는 훈제 햄이나 스페어립을 밑삶아 써도 돼요. 생선은 튀기는 것뿐 아니라 염장 대구를 찢어 토마토와 양파로 볶아 조린 것을 곁들여도, 짠맛이 뿌리채소의 단맛을 돋보이게 해요.
먹는 방법

깊은 접시에 뿌리채소, 플랜테인, 경단, 오크라를 함께 담고 국물을 넉넉히 끼얹어요. 카리비안 투데이에 따르면 튀긴 생선은 접시 옆에 곁들이고, 달걀은 껍데기째 내는 것이 방식이에요. 먹는 사람이 각자 껍데기를 벗기고 노른자를 국물에 풀어 가며 먹어요.
코코넛 밀크로 지은 가이아나 요리를 하나 더 만든다면 콩과 닭고기를 쌀과 함께 짓는 쿡업 라이스를 추천해요. 카사리프로 고기를 검게 끓이는 페퍼팟(일본어)과 나란히 놓으면 같은 나라 요리의 폭이 잘 보여요. 뿌리채소와 경단을 코코넛 밀크로 끓이는 요리는 그레나다의 오일 다운(일본어)과도 통해요.
자주 묻는 질문

카사바를 구할 수 없을 때는?
고구마를 늘리고 감자나 토란을 더해 만들 수 있어요. 카사바의 쫀득한 식감은 나지 않지만, 코코넛 밀크로 뿌리채소를 끓이는 요리로는 충분히 성립해요. 토란은 가이아나의 에도와 가까운 종류예요.
플랜테인 대신 바나나를 써도 되나요?
생식용 바나나는 끓이면 잘 녹고 단맛도 강하게 나와요. 쓴다면 풋기가 약간 남은 단단한 것을 고르고, 밑삶지 않고 마지막 10분에 넣으세요. 플랜테인과는 다른 결과물이 돼요.
맵기를 줄이려면?
스코치 보닛을 넣지 않고 끓이고, 식탁에서 취향대로 매운 소스를 더하세요. 통째로 넣었더라도 터지지 않으면 매운맛은 약해요. 매운맛이 너무 강하게 나면 일찍 꺼내세요.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조림은 식으면 뿌리채소가 국물을 먹어 굳고 경단도 단단해져요. 냉장해서 다음 날 먹는다면 물을 조금 더해 약불로 속까지 다시 데우세요. 보관 일수의 분명한 기준은 제시할 수 없으니 일찍 드세요. 튀긴 생선은 따로 보관하세요.
알레르기에서 주의할 재료는?
경단과 생선 튀김옷에 밀, 재료에 달걀, 경단에 유제품(버터·우유)을 써요. 밀을 피한다면 경단을 생략하고 뿌리채소를 늘리고, 달걀과 유제품도 생략해도 만들 수 있어요.
참고 자료
- Caribbean Today, “Enjoy This Recipe For Guyanese Metemgee,” 2025년 12월 1일 공개. 참조일·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caribbeantoday.com/sections/food/enjoy-this-recipe-for-guyanese-metemgee
- Clove Garden, “Metemgee Stew – Guyana.” 참조일·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clovegarden.com/recipes/rmv_metem1.html
- Wikipedia, “Guyanese cuisine.” 참조일·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en.wikipedia.org/wiki/Guyanese_cuisine
- Food Standards Australia New Zealand, “Cassava and bamboo shoots.” 참조일·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foodstandards.gov.au/consumer/prevention-of-foodborne-illness/cassav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