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간장 향이 나다: '치파(Chifa)'라는 기적
리마 구시가지에 늘어선 '치파(Chifa)'라 불리는 식당들. 중식당처럼 보이지만 메뉴에는 스페인어가 줄지어 있고, 고추는 아히 아마리요(ají amarillo), 양념에는 간장(페루에서는 실라요 sillao)이 쓰여요. 이 치파야말로 19세기에 중국계 이민자가 페루에 가져온 음식 문화가 남미 식재료와 100년 넘게 섞여 이룬 결정체예요.
그 대표가 로모 살타도(Lomo Saltado)예요. 소고기 등심, 토마토, 적양파를 센불의 웍에서 단숨에 볶고, 간장과 식초로 간을 해서 감자튀김, 흰밥과 함께 먹는 페루의 국민 음식이에요. 남미·중미 요리(일본어) 중에서도 아시아 조리법과의 융합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존재예요.
로모 살타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볶음(중식의 웍 질), 프렌치프라이, 밥이 한 접시에 함께 담긴다는 구성이에요. 세계적으로도 드문 조합이에요. 볶음은 중국에서, 감자튀김은 유럽에서 왔고, 그것을 한 접시에 담는 것은 페루만의 발상이에요. 이 '문화의 혼합'이 페루 요리의 진수이고, 로모 살타도는 그 상징이에요.
로모 살타도(Lomo Saltado)는 페루의 대표적인 가정 요리예요. '로모'는 소고기 등심, '살타도'는 스페인어로 '볶은'이라는 뜻이에요. 19세기 이후 중국계 이민자가 페루에 가져온 중식 조리법과 현지 식재료가 만난 '치파' 요리로 태어나, 지금은 가정에서도 식당에서도 널리 먹어요.
재료(4인분)
아히 아마리요(Ají Amarillo)는 페루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향신료로, 독특한 과일 향의 매운맛과 선명한 노란색이 특징이에요.
- 온라인: "ají amarillo paste"로 검색하면 병에 든 페이스트를 찾을 수 있어요
- 수입 식료품점: 중남미 식재료를 다루는 가게에서 페이스트나 냉동품을 구할 수 있을 때가 있어요
구할 수 없으면 한국산 고추장 1큰술 + 강황 1/2작은술 + 카이엔 페퍼 1/4작은술로 색과 매운맛을 비슷하게 낼 수 있지만, 풍미는 진짜와 달라요.
진짜 페이스트가 도착하기 전에 만든다면, 노란 파프리카를 바탕으로 고추를 조금 넣고 식초를 더한 대용 소스가 고추장보다 페루 요리의 노란 과일 맛에 가까워요.

만드는 법
밑준비
소고기는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으로 되돌려 둬요(찬 고기를 팬에 넣으면 온도가 떨어져 볶음이 아니라 '삶는' 상태가 돼요). 간장, 레드와인 식초, 아히 아마리요 페이스트는 미리 계량해 작은 접시에 모아 두면 조리 중에 허둥대지 않아요. 중식과 마찬가지로 로모 살타도는 모든 준비를 끝낸 뒤에 불을 켜는 것이 철칙이에요.
로모 살타도는 '웍 질'의 요리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센불로, 재료를 넣을 때마다 팬 온도가 떨어지니 손이 빨라야 해요. 재료를 한꺼번에 넣지 말고 소고기 → 꺼내기 → 양파 → 토마토 → 소고기 되돌리기 순서를 지키고, 각 단계를 30초~1분 안에 끝내세요. 프라이팬을 쓴다면 재료를 두 번에 나눠 볶아야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이 요리의 역사: 중국인 쿨리가 남미에서 낳은 퓨전

로모 살타도의 역사는 19세기 페루의 중국인 노동자(쿨리) 이민사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어요.
1849년, 페루는 사탕수수 농장과 구아노(새똥) 채굴장의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중국 남부, 주로 광둥성에서 계약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1874년까지 약 10만 명의 중국인이 페루로 건너와 가혹한 노동 조건 아래 긴 계약에 묶였어요.
계약 기간이 끝난 중국인 중 많은 수가 리마로 옮겨 작은 식당과 잡화점을 열었어요. 이들이 고향의 조리 기술, 특히 웍에서의 센불 볶음을 살려 페루의 식재료(토마토, 아히 아마리요, 감자)와 중국의 양념(간장)을 조합한 요리를 내놓은 것이 치파 요리의 시작이에요.
'치파(Chifa)'라는 말은 광둥어 '食飯(밥을 먹다)'이나 중국어 '吃飯(츠판)'에서 왔다는 설이 있어요. 2007년 시점에 리마에서만 6,000곳이 넘는 치파가 있었다고 하며, 페루 사람들에게 '치파에 간다'는 일상적인 외식의 하나예요.
로모 살타도는 이 치파 문화 속에서 가장 성공한 요리예요. 중식의 '웍 질' 기법, 페루의 '아히 아마리요', 유럽의 '감자튀김'. 세 대륙의 음식 문화가 한 접시에 응축된 이 요리는 페루 다문화주의(메스티사헤)의 음식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있어요.
세비체(일본어)가 '바다의 페루'를 대표한다면, 로모 살타도는 '땅의 페루'를 대표하는 요리라고 할 수 있어요. 둘 다 페루 사람들의 정체성에 깊이 뿌리내린 국민 음식이며, 가정에서도 식당에서도 사랑받는 단골 메뉴예요.
요리 요령: 완벽한 로모 살타도를 만드는 5가지 기술

1. '웍 헤이'를 내라
중식의 '웍 헤이(鍋氣)', 즉 고온의 팬에서 재료가 눌어 향이 나는 순간에 생기는 고소한 풍미는 로모 살타도 맛의 핵심이에요. 가정용 화구에서도 이 풍미를 내는 요령은 다음과 같아요.
- 재료를 소량씩(반씩) 볶는다
- 팬에 재료를 넣기 전에 기름이 연기를 낼 때까지 가열한다
- 간장은 팬 가장자리에 직접 닿게 해 '치익' 하고 눌린다
2. 토마토는 '생에 가까운 상태'에서 멈춰라
로모 살타도의 토마토는 반쯤 익힌 상태가 이상적이에요. 모양이 단단히 남아 있고, 씹으면 즙이 많은 신맛이 터지는 상태예요. 너무 가열하면 소스처럼 되어 볶음이 아니라 조림 같은 결과가 돼요. 토마토를 팬에 넣었다면 30초 안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철칙이에요.
3. 간장은 보통 일본 간장으로 충분하다
페루에서는 간장을 '실라요(sillao)'라고 불러요. 19세기에 중국계 이민자와 함께 퍼진 양념으로, 일본의 진간장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어요. 나시고렝(일본어)의 케찹 마니스처럼 단 간장이 아니라 보통 간장을 쓰세요.
4. 감자튀김은 '굵게' 썰어라
로모 살타도의 감자튀김은 가는 프렌치프라이보다 1 cm 굵기 정도의 굵은 막대 모양이 다루기 쉬워요. 굵게 썰면 볶음 재료와 섞어도 부서지지 않고 속의 포슬포슬함이 남아요. 파스텔 데 초클로(일본어)와 마찬가지로 남미 요리에서 감자는 중요한 조연이에요.
5. 담음새의 '삼층 구조'를 지켜라
로모 살타도는 밥과 감자튀김을 곁들여 한 접시에 담는 것이 정석이에요. 먹을 때 섞으면 밥에 소스가 배고 감자가 소스를 머금어 일체감이 나요. 밥과 감자를 다른 접시에 담는 가게도 있지만, 집에서는 한 접시에 담는 편이 설거지도 편해요.
로모 살타도 팬 바닥에 남은 간장과 토마토 소스는 그냥 버리기 아까울 만큼 맛있어요. 이 소스에 삶은 스파게티를 버무리면 페루식 '타야린 살타도(Tallarín Saltado)'로 변신해요. 페루의 식당과 가정에서 자주 만드는 파스타 요리예요.
응용·변형: 로모 살타도 활용하기

포요 살타도(닭고기 버전)
소고기 대신 닭다리살 500g을 쓰는 버전이에요. 닭고기는 한입 크기로 썰어 같은 방식으로 고온에서 볶아요. 소고기보다 저렴하고 맛도 담백해요. 닭고기는 익기 쉬우니 굽는 시간은 한 면에 20초면 충분해요.
마리스코스 살타도(해산물 버전)
소고기 대신 새우 200g + 오징어 200g을 쓰는 해산물 버전이에요. 해산물은 익기 쉬우니 처음 굽는 단계는 생략하고, 양파 다음에 새우와 오징어를 넣어 1분만 볶으면 완성이에요.
타야린 살타도(파스타 버전)
감자튀김과 밥 대신 스파게티 200g을 쓰는 응용이에요. 삶은 파스타를 볶음의 마지막에 넣어 소스를 버무려요. 페루의 치파에서는 로모 살타도와 나란히 정석 메뉴예요. 팟타이(일본어)처럼 아시아의 면 문화가 남미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좋은 예예요.
자주 묻는 질문
아히 아마리요가 없으면 만들 수 없나요?
아히 아마리요 없이도 '소고기와 채소의 간장 볶음'으로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페루 요리로서의 정체성은 크게 줄어들어요. 대체로는 한국산 고추장 + 강황으로 색과 매운맛을 보충할 수 있어요(풍미는 달라요).
소고기는 어느 부위가 가장 좋나요?
설로인 또는 어깨 등심이 가장 좋아요. 살코기가 적당히 있어 짧은 시간의 센불 조리에도 부드럽게 완성돼요. 뒷다리살은 질겨지기 쉬워 맞지 않아요. 스테이크용 고기를 길쭉하게 써는 것이 가장 간편해요.
감자튀김은 냉동이어도 되나요?
냉동 감자튀김(굵게 썬 타입)으로 대신할 수 있어요. 다만 감자로 직접 만든 쪽이 볶음 소스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 맛의 일체감이 훨씬 달라요. 시간이 없으면 냉동도 충분하지만, 한 번은 직접 만들어 보세요.
레드와인 식초 대신 쓸 수 있는 것은?
화이트와인 식초, 사과 식초, 쌀 식초 모두 대신할 수 있어요. 페루의 가정에 따라서는 라임즙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도 상큼하게 완성돼요. 식초의 신맛이 토마토의 신맛과 합쳐져 느끼함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하니 신맛은 생략하지 마세요.
영양 정보(4인분 중 1끼)
| 영양소 | 함유량 |
|---|---|
| 열량 | 약 650kcal |
| 단백질 | 35g |
| 지방 | 28g |
| 탄수화물 | 62g |
| 식이섬유 | 5g |
| 나트륨 | 950mg |
로모 살타도는 소고기의 양질 단백질, 토마토의 리코펜과 비타민 C, 감자의 칼륨과 식이섬유를 담은 영양 균형이 좋은 한 접시예요. 탄수화물이 밥과 감자튀김 두 가지에서 나오는 점은 열량이 높은 편이에요. 열량을 줄이고 싶다면 감자튀김을 절반으로 하고 밥도 적게 담으세요.
참고 자료
- Lomo saltado - Wikipedia (2026-10-22 확인)
- Chifa - Wikipedia (2026-10-22 확인)
- Lomo Saltado - Peru Delights (2026-10-22 확인)
- From 'authentic Chinese' to 'authentic Peruvian Chinese': the changing face of Chinese cuisine in Peru - Melbourne Asia Review (2026-10-22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