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이 새까맣게 될 때까지 익힌 플랜틴을 기름에 지져 튀기면 표면은 캐러멜처럼 색이 들고 속은 끈적하게 달아져요. 그것을 내열 접시에 깔고 올리브와 케이퍼가 든 소고기 다짐육, 녹는 치즈, 다시 플랜틴. 풀어 놓은 달걀을 붓고 오븐에 구우면 단맛과 짠맛이 층을 이룬 겹겹이 구이가 완성돼요. 푸에르토리코 가정에서 가족 수만큼 레시피가 있다고들 하는 한 접시, 파스텔론(pastelón)이에요. 플랜틴 대신 파스타를 쓰면 거의 라자냐 같은 요리예요.
푸에르토리코 집집마다의 '커다란 파이'

파스텔론이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커다란 파이'를 뜻해요. 미국 요리 잡지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에서 이 레시피를 소개한 데이비드 파스미뇨는 할머니가 튀긴 잘 익은 플랜틴과 피카디요(다짐육 조림)를 겹쳐 굽던 집의 맛을 출발점으로 삼아요. 기사는 푸에르토리코의 가족은 저마다 자기 파스텔론을 가지고 있다고 써요.
플랜틴은 아시아에서 태어나 아프리카를 거쳐 1500년대에 남북 아메리카로 건너간 작물이에요. 파스미뇨의 기사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사람들이 이 작물을 카리브의 섬들에 퍼뜨렸다고 전해요. 지금은 푸에르토리코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로, 푸른 동안에는 튀겨 토스토네스로, 익으면 달게 구워 마두로스로 먹어요. 파스텔론은 그 익은 쪽의 단맛을 주인공으로 삼은 요리예요.
푸에르토리코에는 파스텔론과 꼭 닮은 '피뇬(piñón)'이라는 요리도 있어요. 푸에르토리코 요리의 역사를 조사하는 호세 에르난데스는 피뇬은 익은 플랜틴을 얇게 썬 채로 겹치고, 파스텔론은 으깬 플랜틴을 쓰는 것이 주된 차이라고 설명해요. 다만 얇게 썬 플랜틴으로 만든 것도 파스텔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 이름의 구분은 가정이나 시대에 따라 흔들려요.
요리책에 남은 파스텔론과 달걀의 층

에르난데스는 1948년의 영어 요리책 『Puerto Rican Cookbook』에 파스텔론 레시피가 'baked pie(구운 파이)'로 실려 있다고 소개해요. 적어도 20세기 중반에는 이미 푸에르토리코의 가정 요리로 알려져 있었다는 뜻이에요. 같은 글은 피뇬 레시피가 1954년의 『Cocina criolla』 등 섬의 대표적인 요리책에 거듭 등장한다는 점도 들어요.
많은 레시피에 공통되는 것이 풀어 놓은 달걀을 부어 층을 굳히는 순서예요. 달걀이 플랜틴과 고기 사이로 스며들고, 구우면 전체가 하나로 뭉쳐 잘라도 잘 부서지지 않아요. 한편 달걀을 쓰지 않는 레시피도 있어서, 달걀을 얼마나 넣을지도 집마다의 차이 중 하나예요.
집에서 만들 때 가장 큰 문제는 잘 익은 플랜틴이에요. 수입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푸른 플랜틴을 구해 실온에서 껍질이 검어질 때까지 후숙한 뒤 써요. 생식용 바나나는 부드럽고 너무 달아서 튀기면 부서지므로 대신할 수 없어요.
재료 (8인분·20cm 정사각 내열 접시 1개 분량)

미국 슈퍼마켓 메트로폴리탄 마켓이 공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미터법과 흔히 쓰는 계량으로 바꾼 배합이에요.
파스텔론에 쓰는 플랜틴은 껍질의 노란 부분이 거의 남지 않을 만큼 검게 익은 것이 이상적이에요.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의 기사도 완전히 익은 플랜틴이어야 한다고 해요. 노란 것은 종이봉투에 넣어 실온에 두면 빨리 익어요.
잘 익은 플랜틴은 당분이 많아 튀김 기름이 튀기 쉽고 타기 쉬워요. 기름 온도를 너무 올리지 말고, 뒤집을 때는 집게를 쓰세요. 달걀과 유제품을 쓰므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낼 때는 주의하세요.
파스텔론 만드는 법
밑준비에 약 30분, 플랜틴을 지져 튀기고 피카디요를 만들어 겹쳐 굽기까지 약 55분이 기준이에요. 오븐은 겹치기 전에 180℃로 예열해 두세요.
구운 내열 접시는 매우 뜨거워요. 오븐 장갑을 끼고 꺼내, 자르기 전에 10분쯤 쉬게 하세요. 달걀이 완전히 굳지 않았다면 5분씩 더 구우세요.
단맛과 짠맛을 맞추는 요령

파스텔론의 맛은 잘 익은 플랜틴의 단맛과 올리브·케이퍼의 짠맛이 번갈아 오는 데 있어요. 플랜틴이 덜 익으면 단맛이 나지 않아 그저 감자류 겹겹이 구이처럼 돼요. 완전히 익은 플랜틴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빠른 길이에요.
플랜틴을 튀겼다면 뜨거울 때 소금을 뿌려 두면 단맛이 돋보여요. 소금을 잊으면 구워진 맛이 흐릿해요.
피카디요는 조금 진하게 간을 하는 것이 요령이에요. 단 플랜틴과 치즈 사이에 끼면 단독으로 먹을 때보다 싱겁게 느껴져요. 올리브와 케이퍼는 크게 썰어 존재감을 남기면 먹을 때 짠맛의 포인트가 돼요.
피카디요는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둘 수 있어요. 메트로폴리탄 마켓의 레시피에서는 냉장으로 2일 전까지 미리 만들 수 있고, 그 경우 굽는 시간을 10분쯤 늘려 속까지 데우도록 권해요.
으깨서 만들까, 얇게 썰어 만들까: 변형 방법

튀기지 않고 만들고 싶다면 익은 플랜틴을 껍질째 20분쯤 삶거나 껍질을 벗겨 찐 뒤 푸드프로세서로 곱게 으깨는 방법도 있어요. 으깬 플랜틴을 절반씩 깔고 사이에 피카디요를 끼운 뒤 치즈를 올려 구우면 촉촉한 퓌레 층의 파스텔론이 돼요. 에르난데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쪽이 더 파스텔론다운 형태예요.
다짐육은 소고기 외에 돼지고기나 닭고기 다짐육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쿠바의 피카디요 아 라 아바네라(일본어)처럼 건포도를 더하면 단맛이 한층 겹친 맛이 돼요.
자주 묻는 질문

푸른 플랜틴으로 만들 수 있나요?
푸른 플랜틴은 단맛이 없고 전분질이라 단단해서 파스텔론에는 맞지 않아요. 실온에서 껍질이 거의 검어질 때까지 후숙한 뒤 쓰세요. 계절과 실온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이 걸리니 미리 준비해 두세요.
냉동한 익은 플랜틴을 쓸 수 있나요?
냉동으로 파는 익은 플랜틴을 쓰는 레시피도 있어요. 해동한 뒤 똑같이 지져 튀기거나 푸드프로세서로 으깨서 쓰세요.
오븐이 없을 때는?
프라이팬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달걀과 치즈에 충분히 열이 통하도록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천천히 가열해야 해요. 완성된 고소함은 오븐에서 굽는 쪽이 더 살아나요.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나요?
구운 파스텔론은 식은 뒤 잘라 냉장하고, 전자레인지나 오븐으로 속까지 뜨거워지도록 다시 데우세요. 보관 일수의 확실한 기준은 제시할 수 없으므로 빨리 드세요.
참고 문헌
- Metropolitan Market, “Pastelón (Puerto Rican Beef and Plantain Casserole).”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metropolitan-market.com/recipes/pastelon-(puerto-rican-beef-and-plantain-casserole)
- David Pazmiño, “Plush, Meaty Pastelón,” America's Test Kitchen, 2021년 8월 3일 공개.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www.americastestkitchen.com/articles/3514-plush-meaty-pastelon
- José Hernández, “El piñón que no es pastelón,” Gastronomía puertorriqueña, 2025년 1월 22일 공개. 참조·확인일: 2026년 10월 22일. https://jhr7139.substack.com/p/el-pinon-que-no-es-pastel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