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티아의 식탁에서 가장 격식 있는 한 접시
아드리아해에 면한 크로아티아의 달마티아 지방.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같은 아름다운 항구 도시가 점점이 놓인 이 지역에는 수백 년 동안 '이보다 나은 요리는 없다'고 불려 온 최고 격식의 고기 요리가 있어요. 바로 파슈티차다(Pašticada) 예요.
파슈티차다는 소고기 덩어리를 와인 식초와 향채소에 하룻밤 재우고 자두, 레드 와인, 베이컨과 함께 6시간 이상 천천히 끓인 깊은 적갈색 스튜예요. 소스는 단맛, 신맛, 감칠맛이 복잡하게 얽혀 포크로 부서질 만큼 부드러워진 소고기에 감겨요. 곁들임은 반드시 수제 뇨키(njoki) 예요. 이 뇨키가 소스를 남김없이 빨아들여 입안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이 파슈티차다의 진수예요.
달마티아에서는 결혼식, 크리스마스, 부활절, 세례식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식탁에 이 요리를 올려요.
'파슈티차다'는 이탈리아어 'pastizzada'(조림 요리)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베네치아 공화국이 달마티아를 400년 넘게 지배한 역사를 반영해요.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 시베니크 등 해안 도시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우리 집 파슈티차다가 최고'라는 가정 간의 자랑스러운 경쟁이 지금도 이어져요.
영어권에서는 이 요리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요리'로 소개되고 많은 요리 연구가와 푸드 라이터가 자세한 레시피와 문화적 배경을 다뤄요. 헝가리의 굴라시나 체코의 스비치코바처럼 동유럽 요리가 주목받는 기회는 늘고 있지만 파슈티차다는 아직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이 글에서는 현지의 조리법을 구하기 쉬운 재료로 충실히 재현하는 방법을 마리네이드 요령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요.
재료(6인분)
전통적으로 파슈티차다에 곁들이는 것은 뇨키예요. 뇨키가 고기 소스를 빨아들여 입안에서 녹는 식감이 완성형이에요. 시판 뇨키도 괜찮지만 직접 만들면 감동이 배가돼요. 폴란드의 피에로기(일본어)처럼 반죽을 직접 만드는 과정이 요리 전체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해요.

요리 요령
파슈티차다의 맛 중 상당 부분은 마리네이드로 정해져요. 전날 밤에 준비하고 다음 날 아침부터 끓이기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인 일정이에요.
가장 구하기 쉬운 것은 캘리포니아산 말린 자두로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에요. 달마티아의 전통에서는 아드리아해 연안에서 재배한 자두를 쓰지만 캘리포니아산으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어요. 자두를 늘리면 소스가 달아지고 줄이면 신맛이 두드러져요. 150g이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가장 좋은 분량이에요.
2시간: 고기가 아직 단단해요. 씹는 맛이 있어요. 4시간: 포크로 찢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요. 최소한의 완성 라인이에요. 6시간: 입안에서 녹아요. 이것이 이상적이에요. 8시간: 섬유가 완전히 풀어져 소스와 하나가 돼요. 전통적인 잔칫날용이에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이것은 브라질의 페이조아다나 알제리의 초르바 프리크 등 세계의 훌륭한 스튜에 공통된 철학이에요.
완성된 소스가 묽으면 뚜껑을 열고 중불에서 졸여요. 반대로 너무 진하면 레드 와인을 소량 더해 풀어 줘요. 이상적인 농도는 '숟가락 등을 타고 천천히 흐르는' 정도예요. 카레 루보다 조금 묽고 콩소메 수프보다는 훨씬 진한 느낌이에요.
응용·변형
슬로 쿠커 버전
바쁜 날에는 슬로 쿠커(크록팟)가 유용해요. 1〜3단계까지는 같고 그다음 모든 재료를 슬로 쿠커에 넣어 LOW로 8〜10시간. 아침에 맞춰 두면 저녁 식사에는 완성돼요. 우즈베키스탄의 플로프나 에티오피아의 도로 와트처럼 '저온에서 차분히'가 맛의 비결인 요리는 슬로 쿠커와 궁합이 아주 좋아요.
돼지고기 버전 파슈티차다
달마티아 북부 자다르 지방에서는 소고기 대신 돼지 목살 1.2kg으로 만드는 변형이 있어요.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부드러워지기 쉬우므로 끓이는 시간을 4시간으로 줄여요. 자두의 단맛과 돼지고기의 지방이 잘 어울리고 맥주와의 궁합이 아주 좋아요.
비건 버전(버섯 파슈티차다)
고기 대신 새송이버섯 400g과 만가닥버섯 200g을 크게 썰어 써요. 버섯 마리네이드는 4시간이면 충분하고 끓이는 건 2시간이면 완성돼요. 버섯의 감칠맛 성분(구아닐산)이 자두의 단맛과 레드 와인의 신맛과 어우러져 고기가 없다고는 믿기지 않는 깊은 맛이 나요. 몰도바의 마말리가와 함께 내는 것도 추천해요.
사슴고기 버전(전통적인 사냥꾼의 파슈티차다)
달마티아 산간 지역에서는 가을 사냥철에 사슴고기나 멧돼지고기로 파슈티차다를 만들어요. 야생 고기의 강한 풍미가 마리네이드의 산과 잘 맞고 정향과 육두구의 향신료 느낌이 더 두드러져요. 아제르바이잔의 피티처럼 고기의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조리법이에요.
초콜릿 넣기(두브로브니크 스타일)
두브로브니크의 레스토랑에서는 마무리로 다크 초콜릿 20g(카카오 70% 이상) 을 소스에 녹이는 변형이 있어요. 멕시코의 몰레 포블라노와 같은 발상으로 초콜릿의 쓴맛과 카카오 버터의 풍미가 소스에 깊이를 더해요. 자두의 단맛과 초콜릿의 쓴맛의 대비가 일품이에요.

이 요리의 배경
베네치아 공화국이 남긴 유산
파슈티차다의 기원은 베네치아 공화국이 달마티아 지방을 지배한 15세기〜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요. '파슈티차다'라는 이름 자체가 이탈리아어 'pastizzada'(조림 요리)에서 왔고 베네토 지방의 'pastissada de caval'(말고기 조림)과의 유사성이 지적돼요.
하지만 달마티아의 파슈티차다는 이탈리아의 원형에서 크게 진화했어요.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에서 자라는 자두와 로즈마리, 아드리아해 항구에 모이는 향신료(정향, 육두구), 그리고 발칸반도의 육식 문화가 융합해 이탈리아도 발칸도 아닌 유일무이한 요리가 태어났어요.
'우리 집 파슈티차다가 최고' — 가정 간의 자랑
달마티아에서는 파슈티차다 레시피가 어머니에서 딸로, 할머니에서 손녀로 구전으로 이어져요. 레시피를 적은 종이를 '가보'로 여겨 바깥에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 가정도 적지 않아요.
스플리트의 파슈티차다와 두브로브니크의 파슈티차다는 자두의 양, 와인의 종류, 향신료 배합이 미묘하게 달라요. 이 '어디 것이 최고냐' 논쟁은 나이지리아와 가나의 졸로프 라이스 논쟁에 견줄 만큼 뜨거워지기도 해요.
크리스마스와 파슈티차다
달마티아의 크리스마스는 파슈티차다 없이는 성립하지 않아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생선 요리(바칼라르 / bakalar)가 전통이지만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식탁의 주역은 반드시 파슈티차다예요.
아침부터 온 집 안에 감도는 조림 향은 달마티아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냄새' 그 자체예요.

파슈티차다에 곁들이는 음료
와인 페어링
파슈티차다에는 크로아티아 레드 와인 '플라바츠 말리(Plavac Mali)' 가 최고의 조합이에요. 플라바츠 말리는 달마티아 고유의 포도 품종으로 사실 캘리포니아의 '진판델'과 가까운 품종임이 DNA 분석으로 밝혀졌어요. 풀 바디에 과일 맛이 강하고 파슈티차다의 복잡한 소스에 지지 않는 힘이 있어요.
구하기 쉬운 와인이라면 다음이 잘 어울려요.
- 카베르네 소비뇽(칠레산 등): 타닌이 강하고 자두 소스와 조화를 이뤄요
- 메를로: 부드러운 과일 맛이 파슈티차다의 단맛과 어우러져요
- 시라 / 시라즈: 향신료 풍미가 정향이나 육두구와 어우러져요
화이트 와인파라면 달마티아의 '포시프(Pošip)'라는 청포도 품종이 의외로 잘 맞아요.
무알코올
석류 주스나 포도 주스(100% 과즙)가 레드 와인 대신 식사를 돋보이게 해 줘요. 달마티아에는 식후에 라키야(Rakija) 라는 과일 증류주를 마시는 습관이 있어요.

영양 정보(6인분 중 1인분 기준)
오래 끓이면 소고기의 여분의 지방이 녹아 나와 숟가락으로 걷어낼 수 있어서 겉모습의 진함과 달리 지방은 적은 편이에요. 자두의 식이섬유와 철분이 들어 있어 영양 균형이 좋은 한 접시예요.
| 영양소 | 함량 |
|---|---|
| 칼로리 | 580kcal |
| 단백질 | 42g |
| 지방 | 22g |
| 탄수화물 | 48g |
| 식이섬유 | 5g |
| 나트륨 | 720mg |
함께 만들면 좋은 요리
- 자고르스키 슈트루클리 만드는 법 - 같은 크로아티아지만 고기 잔치 요리와 대조적인 치즈 반죽 구이 요리예요. 가벼운 점심이나 곁들임으로 돌려 쓰기 좋아요.
- 카르보나드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워터조이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일본어).
- 스비치코바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아메이조아스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일본어).
자주 묻는 질문
처음 파슈티차다를 만드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어요. 끓이는 시간부터 보관 방법, 와인 고르기까지 설명해요.
Q1. 6시간이나 끓여야 하나요? 줄일 수 없나요?
최소 4시간은 필요해요. 4시간이면 포크로 찢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지지만 6시간 끓이면 입안에서 녹는 식감이 돼요. 압력솥을 쓰면 약 1.5〜2시간으로 줄일 수 있지만 오래 끓인 것과는 식감이 달라요. 시간 여유가 있는 날 천천히 끓이는 것을 추천해요.
Q2. 레드 와인 상표에 신경 써야 하나요?
비싼 와인은 필요 없어요. 오히려 '요리에 써도 아깝지 않은' 수준의 드라이 레드 와인이 가장 좋아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가 단골이에요. 크로아티아에서는 현지의 '플라바츠 말리' 품종 와인을 쓰지만 구하기 어려우니 중간 가격대의 풀 바디 레드 와인이면 충분해요. 단 와인은 피하세요(자두의 단맛과 합쳐 너무 달아져요).
Q3. 다음 날 먹어도 맛있나요?
다음 날이 더 맛있어요. 끓인 뒤 냄비째 냉장고에 넣어 다음 날 다시 데우면 고기에 소스가 완전히 배어 맛이 더 깊어져요. 냉장으로 3일, 냉동으로 1개월 보관할 수 있어요.
Q4. 뇨키 대신 파스타도 되나요?
엄밀히는 전통에서 벗어나지만 물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푸실리나 펜네처럼 홈이 있는 쇼트 파스타가 소스와 잘 어우러져요. 폴렌타(옥수수죽)를 곁들이는 지역도 일부 있어요.
Q5. 아이에게도 먹일 수 있나요?
레드 와인의 알코올은 6시간 끓이면 대부분 날아가지만 완전히 0이 되지는 않아요. 아이에게 먹일 때는 레드 와인 대신 100% 포도 주스 200ml+발사믹 식초 2큰술로 대체할 수 있어요. 자두의 단맛이 있어서 아이도 먹기 쉬운 맛이 돼요.
참고 자료
레시피·조리법
- McGee, H. (2004). On Food and Cooking: The Science and Lore of the Kitchen. Scribner. https://www.hmcgee.com/ — 마리네이드의 원리와 마이야르 반응에 관한 식품 과학의 기본 문헌
문화·역사
- "Croatia's Pašticada: A Dish Worth Six Hours of Your Time." (2024). Culinary Backstreets. https://culinarybackstreets.com/croatia/split/pasticada/ — 스플리트의 식문화 리포트와 현지 레스토랑의 파슈티차다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