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3막 스튜 극장'
마드리드의 겨울. 돌길 골목을 가르는 찬바람을 피해 들어간 타베르나(선술집) 카운터에 먼저 따뜻한 수프가 나와요. 다음은 병아리콩과 채소 접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리소, 모르시야(피 소시지), 소고기, 닭고기가 줄지어 놓인 고기 큰 접시. 이 3막 구성이 바로 마드리드가 세계에 자랑하는 코시도 마드릴레뇨(Cocido Madrileño)의 정식 먹는 방법이에요.
코시도 마드릴레뇨는 마른 병아리콩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고기, 골수, 채소, 소시지를 큰 냄비 하나에서 천천히 끓여 3단계(트레스 부엘코스)로 나누어 차례로 먹는 마드리드의 국민 스튜예요. '부엘코(vuelco)'는 '뒤집다'라는 뜻으로, 냄비 속을 접시에 뒤집어 담는 동작에서 유래했어요.
코시도(Cocido)는 스페인어로 '끓인 것'이라는 뜻이고, 스페인 각지에 그 지역 나름의 코시도가 있다. 마드릴레뇨(마드리드풍)가 가장 유명하며, 그 기원은 중세 세파르디 유대인의 안식일 요리 '아다피나(adafina)'에 있다고 한다. 원래는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코셔 요리였지만, 레콩키스타(국토 회복 운동) 이후 돼지고기, 초리소, 모르시야가 더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스의 파솔라다가 흰강낭콩 채식 수프인 데 비해 코시도는 병아리콩과 고기의 푸짐한 잔치다.
영어권에서는 Culinary Backstreets가 마드리드 명점의 셰프 후안호 로페스(Juanjo López)의 '7막의 코시도'로 자세한 레시피를 공개했고, spain.info(스페인 관광청)도 공식 레시피를 싣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마드리드 식당에서 내는 전통 방식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집 부엌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대체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요.
재료(6인분)
스페인산 초리소는 스페인 식품 전문점이나 식재료가 잘 갖춰진 마트에서 구할 수 있어요. 멕시코 초리소(생소시지)와는 다른 것이니 주의하세요. 스페인산 초리소는 파프리카로 붉게 물들인 건조·반건조 소시지예요. 모르시야는 구하기 어렵지만 온라인에서 냉동품을 찾을 수 있을 때가 있어요. 없어도 충분히 맛있는 코시도를 만들 수 있어요. 골수와 하몽 뼈는 정육점이나 할랄 식재료점에서 주문할 수 있어요.

조리 요령
끓이는 도중 물이 줄었을 때 찬물을 넣으면 아수스타르(놀라게 하다)라는 현상으로 병아리콩 껍질이 단단해져요. 반드시 끓인 뜨거운 물을 보태세요. 작은 냄비에 늘 물을 끓여 두고 필요할 때 보태는 방법도 있어요.
소의 관골에서 나오는 골수는 코시도 풍미의 바탕이에요. 골수가 국물에 녹아 나오면 젤라틴 같은 고소함과 깊이가 더해져요. 골수를 넣고 안 넣고에 따라 국물의 질이 달라져요. 구하기 어렵다면 정육점에 주문하거나 온라인에서 소뼈를 살 수 있어요.
양배추를 바로 코시도 냄비에 넣으면 국물이 초록색으로 흐려지고 양배추 냄새가 고기와 병아리콩에 옮겨 가요. 다른 냄비에서 5분 데친 뒤 코시도 냄비에 넣으면 국물의 맑은 색을 지키면서 양배추도 부드럽고 달게 완성돼요.
그리스의 파솔라다와 마찬가지로 코시도도 다음 날이 더 맛있는 요리예요. 병아리콩이 국물의 감칠맛을 더 머금고 고기의 결이 풀려 부드러워져요.

응용과 변형
코시도 안달루스(안달루시아풍)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코시도는 강낭콩을 병아리콩과 함께 쓰고 호박을 넣는 것이 특징이에요. 또 고기보다 채소의 비율이 높고, 마무리로 커민과 파프리카를 살려요.
에스쿠델라 이 카른 돌라(카탈루냐 버전)
카탈루냐 지방의 '에스쿠델라 이 카른 돌라'는 코시도의 친척으로, 큰 고기 완자(필로타)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에요. 파스타 대신 갈레츠(카탈루냐식 큰 조개 모양 파스타)를 수프에 넣어요. 크리스마스 전통 요리이기도 해요.
압력솥으로 시간 단축 버전
불린 병아리콩과 모든 고기류, 통째 양파, 마늘을 압력솥에 넣고 물 2리터를 부은 뒤 고압으로 45분 가열해요. 자연 감압 뒤 뚜껑을 열어 채소와 소시지를 넣고 일반 냄비에서 20분 끓여요. 끓이는 시간이 1/3로 줄지만 국물의 맑은 색을 지키기는 조금 어려워져요.
로파 비에하풍 리메이크
다음 날 코시도에 남은 고기를 풀어 토마토 소스와 파프리카로 볶으면 로파 비에하(헌 옷)가 돼요. 쿠바의 로파 비에하는 이 스페인의 리메이크 요리가 대서양을 건너간 것이라고 해요. 남은 병아리콩은 샐러드에 섞어도 맛있어요.

이 요리의 배경
세파르디의 아다피나에서 코시도로
코시도의 역사는 중세 이베리아 반도의 세파르디 유대인 공동체로 거슬러 올라가요. 안식일(샤바트)에는 불을 쓰는 조리가 금지되어 있어서, 금요일 해 지기 전에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남은 불기운으로 하룻밤 천천히 끓이는 요리 '아다피나(adafina)'가 생겨났어요.
1492년 유대인 추방령 이후 개종한 유대인(콘베르소)들은 '기독교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아다피나에 돼지고기와 초리소를 넣게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돼지고기가 든 아다피나가 코시도로 변모해, 이윽고 스페인 전역의 국민 음식으로 올라섰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적 박해가 하나의 위대한 요리를 낳은 거예요.
트레스 부엘코스의 철학
3단계로 나누어 먹는 '트레스 부엘코스'는 단순한 예법이 아니라 하나의 냄비에서 세 가지 다른 요리를 끌어내는 합리성의 표현이에요. 수프로 몸을 데우고, 병아리콩과 채소로 배를 채우고, 고기로 만족감을 극대화해요. 이 구성은 식재료를 하나도 낭비하지 않는다는 중세의 '검약의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코시도는 유럽의 '큰 냄비 스튜' 문화의 정점 중 하나예요. 주변 나라의 스튜 요리도 꼭 해 보세요.
- 파솔라다(그리스) — 흰강낭콩 올리브유 수프
- 굴라시(헝가리) — 파프리카 스튜의 왕도
- 포리콜(노르웨이)(일본어) — 양고기와 양배추의 소박한 냄비
- 칼두 베르드(포르투갈)(일본어) — 케일과 감자 수프
대서양을 건넌 코시도의 후예도 함께 즐겨 보세요.
- 로파 비에하(쿠바) — 코시도의 리메이크가 대서양을 건넜어요
- 페이조아다(브라질) — 검은콩과 돼지고기 스튜
- 로크로(아르헨티나)(일본어) — 옥수수와 고기 스튜
함께 만들면 좋은 요리
- 가스파초 만드는 법 - 같은 나라의 식탁을 이어서 만들 수 있어요.
- 파에야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나라의 식탁을 이어서 만들 수 있어요.
- 토르티야 만드는 법 - 같은 나라의 식탁을 이어서 만들 수 있어요.
- 카르카무사스 만드는 법 - 마드리드의 큰 냄비와 달리 톨레도의 작은 접시 스튜로, 돼지고기와 토마토의 진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초리소나 모르시야를 구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초리소 대신 파프리카 가루를 주물러 넣은 굵게 간 소시지로 대신할 수 있어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2개에 파프리카 2작은술과 간 마늘 1쪽을 묻혀 30분 두면 간이 초리소풍이 돼요. 모르시야는 생략해도 문제없어요.
압력솥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불린 병아리콩과 모든 고기류를 압력솥에 넣고 고압으로 45분 가열하세요. 자연 감압 뒤 채소와 소시지를 넣고 뚜껑을 연 채로 20분 끓여요. 국물의 투명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맛은 손색없어요.
남은 코시도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수프, 병아리콩+채소, 고기를 나누어 보관 용기에 담으면 냉장으로 3일, 냉동으로 1개월 가요. 다음 날 점심에는 데우기만 해도 충분히 맛있고, 오히려 '이틀째 코시도'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요. 남은 고기를 풀어 크로켓 속으로 쓰는 '크로케타스 데 코시도'가 코시도의 대표적인 리메이크예요.
영양 성분(6인분 중 1회분)
코시도는 병아리콩의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에 더해 여러 고기의 동물성 단백질을 담은 영양 밀도 높은 식사예요. 레바논의 무자다라가 콩과 곡물로 단백질을 보완하는 데 비해, 코시도는 콩과 고기 양쪽으로 압도적인 단백질 양을 확보해요.
| 영양소 | 함량 |
|---|---|
| 에너지 | 680kcal |
| 단백질 | 42g |
| 지방 | 28g |
| 탄수화물 | 62g |
| 식이섬유 | 14g |
| 나트륨 | 720mg |
| 철분 | 6.8mg |
| 칼슘 | 120mg |
참고 자료
- López, J. (2023). "Cocido madrileño in seven acts." Culinary Backstreets, Madrid.
- Spain.info (2024). "Recipe: Madrid 'cocido'." Spanish Tourism Board.
- The Spanish Cuisine (2024). "Cocido Madrileño – Spanish Stew." The Spanish Cuisine. (스페인계 푸드 블로거의 레시피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