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 산맥이 키운 '치즈 배'
빵을 가르면 뜨거운 치즈가 주르르 흘러나옵니다. 달걀노른자를 풀어 버터와 섞고, 빵 가장자리를 뜯어 치즈에 찍어 먹습니다. 조지아(Georgia)의 하차푸리(ხაჭაპური / khachapuri) 는 조지아 요리(일본어)를 대표하는 한 접시로, 한 번 먹어 보면 잊기 어려운 음식입니다.
'하차푸리'는 조지아어로 '치즈 빵'이라는 뜻입니다. 'ხაჭო(하초) = 코티지치즈'와 'პური(푸리) = 빵'을 합친 말입니다. 그 역사는 적어도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코카서스 지방의 목축민이 치즈를 보존하고 운반하기 위해 빵 반죽으로 감싼 것이 기원이라고 전해집니다.
조지아에는 지방마다 모양이 다른 하차푸리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흑해 연안 아자리아 지방에서 내려오는 아자룰리 하차푸리(배 모양) 로, 열린 배 안에 치즈와 달걀, 버터를 담습니다. 이메레티 지방에서는 이메룰리 하차푸리(둥근 모양) 가 주류이며, 치즈를 반죽으로 완전히 감쌉니다.
'하차푸리 지수(Khachapuri Index)'라는 비공식 지표가 있습니다. 하차푸리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료 가격의 변동을 추적해 물가 변화를 서민의 체감과 연결하는 지표로, '빅맥 지수의 조지아 버전'에 비유되곤 합니다(ISET Policy Institute). 국민 음식이 경제 지표가 될 만큼, 하차푸리는 조지아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요리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어권의 조지아 요리 전문 사이트와 현지 셰프의 레시피를 참고해, 집 부엌에서도 만들 수 있는 하차푸리 레시피를 정리했습니다. 아자리 스타일(배 모양)을 중심으로, 이메레티 스타일(둥근 모양) 만드는 법도 함께 적었습니다. 보르시와 함께 내면 동유럽·코카서스의 식탁을 집에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재료(4인분·2개)
영양 정보(4인분 중 1인분 기준)
위 프런트매터의 영양 정보는 4인분 중 1인분(하차푸리 1/2개)의 대략적인 값입니다. 모차렐라와 페타를 함께 쓰므로 칼슘을 약 400mg(성인 하루 권장량의 약 50%)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28g은 달걀과 치즈에서, 탄수화물 68g은 주로 강력분 반죽에서 나옵니다.
페타 치즈는 대형 마트의 치즈 코너, 지중해·중동 식료품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구하지 못하면 코티지치즈 150g에 소금 1작은술을 섞으면 짠맛과 산미를 비슷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리코타 살라타도 좋은 대체품입니다.
이 요리에는 밀, 유제품, 달걀 이 들어 있습니다. 페타 치즈는 양젖이나 염소젖으로 만든 것도 있으니,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원재료 표시를 확인하세요. 글루텐프리로 만들려면 쌀가루 기반 반죽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식감은 많이 달라집니다.
요리 요령
반죽을 치댄 뒤 랩으로 밀봉해 냉장고에 넣으면 다음 날까지 저온 발효시킬 수 있습니다. 전날 밤에 만들어 두면 당일에는 치즈를 채워 굽기만 하면 됩니다. 저온 발효한 반죽은 글루텐이 충분히 발달해 탄력 있고 다루기 쉬워집니다. 냉장고에서 꺼내 30분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성형하세요.
모차렐라 : 페타 = 5 : 3이 기본 비율입니다. 페타를 늘리면 짠맛과 산미가 강해져 조지아의 전통적인 맛에 가까워지고, 모차렐라를 늘리면 순한 맛이 됩니다. 취향에 맞게 조절하세요.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약불중약불로 한 면당 78분씩 굽습니다. 이 경우 이메레티 스타일(둥근 모양)이 더 만들기 쉽습니다. 프라이팬 바닥에 올리브유를 얇게 바르고 뚜껑을 덮어 찌듯이 구우면 치즈가 부드럽게 녹습니다. 뒤집을 때는 큰 접시를 이용하면 실패하기 어렵습니다.
굽기 전 상태(반죽에 치즈를 채운 단계)에서 냉동할 수 있습니다. 오븐 팬째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넣고, 얼면 지퍼백으로 옮겨 보관하세요. 먹을 때는 얼린 채로 200℃ 오븐에 25~30분 굽습니다. 구운 뒤에 냉동하면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 치즈가 분리되기 쉬우니, 굽기 전 냉동을 추천합니다.

응용·변형
하차푸리는 조지아 지방마다 다양한 변형이 있습니다. 기본인 아자리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다른 스타일에도 도전해 보세요.
메그룰리 하차푸리(Megruli)
서부 조지아 사메그렐로 지방의 스타일로, 둥근 이메레티 스타일 하차푸리 윗면에도 치즈를 올려 굽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치즈가 안에도 겉에도 있는 '더블 치즈' 하차푸리입니다. 마무리로 슈레드 모차렐라를 50g쯤 윗면에 뿌리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오븐에서 2분 더 굽습니다. 피자 같은 모양이라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한 접시입니다.
페노바니 하차푸리(퍼프 페이스트리 버전)
시간이 없을 때 편한 것이 페노바니 스타일입니다. 시판 냉동 파이 시트를 정사각형으로 펴고, 가운데에 치즈 필링을 올려 네 모서리를 접기만 하면 됩니다. 200℃ 오븐에서 20분 구우면 완성입니다. 원래는 조지아 전통의 층층이 쌓인 반죽을 쓰지만, 냉동 파이 시트도 훌륭한 대체품입니다. 평일 저녁 식사에도 쉽게 넣을 수 있는 간편함이 매력입니다.
비건 버전
치즈 대신 물기를 뺀 단단한 두부 300g에 흰 된장 2큰술, 뉴트리셔널 이스트 3큰술, 레몬즙 1큰술, 소금 1/2작은술, 강황 약간을 섞은 필링을 씁니다. 달걀노른자 대신 강황으로 색을 낸 두유 크림을 올립니다. 완전한 비건이면서도 치즈 같은 고소함과 산미를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 요리의 배경 ― 조지아의 연회 '수프라'와 하차푸리
조지아에서 하차푸리는 일상의 식사에만 오르지 않습니다. 수프라(სუფრა / supra) 라고 부르는 조지아의 전통 연회에서는 하차푸리가 반드시 식탁 한가운데에 놓입니다. 수프라는 단순한 식사 모임이 아니라, 타마다(연회의 사회자) 의 진행에 따라 건배를 거듭하는 의례적인 잔치입니다.
조지아는 와인의 발상지 중 하나로 여겨지며, 8,000년 전 와인 양조의 흔적이 발굴되었습니다(University of Pennsylvania Museum, 2017). 이 와인 문화와 수프라의 전통, 그리고 하차푸리는 삼위일체를 이루어 조지아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방별 하차푸리 문화
조지아의 각 지방에는 저마다의 하차푸리가 있어서, "우리 동네 하차푸리가 제일 맛있다"는 고향 사랑 가득한 논쟁이 일상적으로 오갑니다.
아자리 스타일이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반면, 현지 사람들은 이메레티 스타일을 '매일 먹는 하차푸리'로 좋아합니다. 흑해 연안의 구리아 지방에서는 삶은 달걀을 통째로 넣은 구룰리 하차푸리 를 명절 음식으로 만듭니다.
"치즈의 품질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조지아의 음식 철학에서 거듭 이야기되는 것은 재료의 질에 대한 고집입니다. 조지아 국내에서는 술루구니 치즈를 각지의 소규모 농가가 손으로 만들며, 산지에 따라 짠맛과 탄력이 다릅니다.
집에서 재현할 때도 가능한 한 품질 좋은 치즈를 고르는 것이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마트의 저렴한 피자용 치즈만으로 만들면 맛이 흐릿해지기 쉬우니, 페타 치즈를 더하면 맛에 윤곽이 생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하차푸리는 식어도 맛있나요?
갓 구운 것이 압도적으로 맛있지만, 식어도 먹을 수 있습니다. 식으면 치즈가 굳으니 전자레인지에 30초~1분 데우거나 토스터에서 표면이 바삭해질 때까지 다시 구우면 갓 구운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다만 아자리 스타일 노른자의 반숙 느낌은 다시 구워서는 재현할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갓 구운 것을 드시기를 강하게 권합니다.
Q2. 발효 없이 만들 수 있나요?
이스트를 쓰지 않는 레시피도 있습니다. 베이킹파우더 2작은술로 대체하면 발효 시간을 0으로 만들 수 있지만, 빵의 폭신한 식감은 사라지고 다소 묵직하게 완성됩니다. "시간은 없지만 꼭 먹고 싶다"는 때의 비상 수단으로 기억해 두세요.
Q3. 아이에게 먹여도 괜찮나요?
반죽과 치즈의 조합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습니다. 다만 아자리 스타일의 반숙 노른자는 어린아이에게는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메레티 스타일(둥근 모양)로 만들고 치즈 필링을 완전히 익힌 버전이라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염분이 신경 쓰이면 페타 치즈의 양을 줄이고 모차렐라의 비율을 높이세요.
Q4. 하차푸리에 어울리는 음료는 무엇인가요?
조지아에서는 화이트 와인(특히 앰버 와인)과 함께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조지아 와인으로는 사페라비(레드)와 르카치텔리(화이트)가 있습니다. 무알코올로는 요거트 음료(타안이나 라시)가 치즈의 진한 맛을 중화해 줍니다. 탄산수도 잘 어울립니다.
Q5. 남은 치즈 필링은 어떻게 쓰나요?
춘권 피에 싸서 튀기면 즉석 치즈스틱이 됩니다. 식빵에 발라 토스터에 구워도 맛있습니다. 피자 토핑으로도 쓸 수 있고, 삶은 파스타에 버무리면 조지아풍 치즈 파스타가 됩니다. 2일 안에 다 쓰세요.
참고 자료
- ISET Policy Institute "Khachapuri Index" (https://iset-pi.ge/en/khachapuri-index) (2026년 참조)
- Tasting Table "How to Make Khachapuri" (https://www.tastingtable.com/khachapuri-recipe) (2024년 참조)
- University of Pennsylvania Museum "Earliest Known Winemaking" (https://www.penn.museum/sites/wine/) (2017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