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파이 반죽을 가르면 보석 같은 필라프가 나타나요
코카서스 산맥의 동쪽 끝에 자리한 아제르바이잔. 카스피해에 면한 이 나라는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동서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이 세계에 자랑하는 축제 요리가 바로 샤 플로프(Shah Plov / Şah plov)예요.
샤 플로프는 사프란으로 물들인 얇은 반죽(카즈마크 / qazmaq)으로 냄비 안쪽을 덮고, 그 안에 필라프와 말린 과일을 겹겹이 쌓아 쪄 굽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쌀 요리예요. '샤'는 페르시아어로 '왕'을 뜻하고, 말 그대로 왕실의 연회에 어울리는 요리로 수백 년간 이어져 왔어요.
다 만든 샤 플로프를 냄비에서 뒤집으면 황금빛으로 바삭한 파이 반죽이 돔 모양으로 나타나요. 그 파이를 가르면 사프란 향을 두른 쌀, 호박색 말린 살구, 진홍색 크랜베리, 보석 같은 자두가 모습을 드러내요. 이 '개봉 의식'이야말로 샤 플로프의 진수이고, 아제르바이잔의 결혼식과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연출이에요.
아제르바이잔어로 '샤(Şah)'는 왕, '플로프(plov)'는 필라프예요. 직역하면 '왕의 필라프'. 아제르바이잔에는 200종이 넘는 플로프가 있다고도 하며, 샤 플로프는 축하 자리를 장식하는 대표 요리 가운데 하나예요.
일본어로 '샤 플로프'를 검색해도 여행기에 한마디 언급된 정도이거나, 아주 간략하게 줄인 레시피가 몇 건 나올 뿐이에요. 영어권 레시피 사이트에서는 'Shah Plov'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만드는 법을 찾을 수 있어요. 조지아의 힌칼리(일본어)나 우즈베키스탄의 플로프(일본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코카서스·중앙아시아의 명물이지만, 일본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이 글에서는 파이 반죽 만드는 법부터 말린 과일 배합, 사프란 물 준비까지 집 부엌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방법을 설명해요.
재료(6인분)
이 요리에는 밀가루(파이 반죽), 달걀, 유제품(버터), 견과류(밤)가 쓰여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밤을 빼세요. 글루텐 프리로 만들 때는 카즈마크를 생략하고 일반적인 아제르바이잔식 플로프로 조리할 수도 있어요.

조리 요령
샤 플로프의 성공은 카즈마크의 온전함에 달려 있어요. 반죽을 냄비에 깔 때 찢어지면 틈으로 쌀과 버터가 새어 타는 원인이 돼요. 대책은 세 가지예요. (1) 반죽을 고르게 3mm 두께로 밀어요. (2) 냄비에 버터를 듬뿍 발라 반죽이 달라붙지 않게 해요. (3) 서둘러 밀지 말고, 찢어질 것 같으면 덧가루를 더해요.
질 좋은 사프란을 구하기 어렵다면 강황 1작은술에 사프란 가루를 조금 더해 색을 보충할 수 있어요. 다만 향은 사프란을 대신할 수 없어서 샤 플로프 본연의 풍미는 손상돼요.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이란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좋은 사프란을 사는 것을 강력히 추천해요. 바레인의 마치부스처럼 사프란이 핵심인 요리에서는 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 좋아요.
쪄 굽는 60분 동안 냄비 바닥에서 가벼운 '치직' 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것은 정상이에요. 카즈마크가 적당히 구워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반대로 '지글지글' 하고 센 소리가 나면 불이 너무 센 거예요. 바로 최약불로 낮추세요. 고소한 냄새는 괜찮고, 탄내가 나면 안 돼요. 이 소리와 냄새의 판단이 카즈마크의 바삭함을 좌우해요.
샤 플로프를 큰 접시에 뒤집는 순간은 초보자에게 가장 긴장되는 공정이에요. 요령은 망설이지 말고 단숨에 하는 거예요. 천천히 하면 쌀과 과일이 한쪽으로 쏠려요. 냄비를 단단히 쥐고 큰 접시를 밀착시켜 기세 좋게 뒤집으세요.
응용·변형
양고기를 넣은 샤 플로프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변형에서는 양 어깨살 300g을 한입 크기로 썰어 향신료로 볶은 뒤 필라프 층에 넣어요. 향신료는 큐민 1작은술, 고수 씨앗 1/2작은술, 후추예요. 말린 과일의 단맛과 양고기의 힘찬 풍미가 절묘한 대비를 이뤄요. 축제용 풀 버전은 이 양고기를 넣은 것이 정식이에요.
닭고기를 넣은 샤 플로프
양고기가 부담스럽다면 닭 넓적다리살 300g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소금·후추·강황으로 간한 닭고기를 프라이팬에서 양면 노릇하게 구운 뒤 쌀과 말린 과일 사이에 끼워요. 양고기 버전보다 순해서 받아들이기 쉬운 변형이에요.
스프링롤 피로 만드는 간단 카즈마크
카즈마크 반죽을 만들 시간이 없다면 스프링롤 피 3~4장을 겹쳐 쓰는 방법이 있어요. 녹인 버터를 스프링롤 피 사이사이에 바르고 냄비에 깔아요. 손반죽만큼의 두께와 탄력은 없지만 바삭함은 충분히 재현돼요.
필로 반죽으로 본격 느낌 내기
그리스·튀르키예 요리에 쓰는 필로 반죽(시판품)을 쓰면 손반죽에 가까운 섬세함을 얻을 수 있어요. 필로 4~5장을 녹인 버터로 겹쳐 냄비에 깔아요. 구우면 겹겹이 바삭한 식감이 되어 손반죽 카즈마크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맛있어요. 튀르키예의 바클라바(일본어)와 통하는 다층 구조의 식감이에요.
말린 과일 맞춤 배합
아제르바이잔은 집집마다 말린 과일 배합이 달라요. 아래 조합도 전통적이에요.
- 페르시아풍: 말린 체리 + 바베리(제레슈크) + 아몬드
- 카스피해 연안풍: 말린 무화과 + 대추야자 + 피스타치오
- 가을 수확제풍: 곶감 + 호두 + 말린 사과
구하기 쉬운 재료로는 곶감과 호두의 조합이 풍미 면에서도 잘 맞아요.
이 요리의 배경
아제르바이잔: 필라프 문화의 집대성
아제르바이잔은 '필라프의 나라'라 불릴 만큼 쌀 요리의 다양성으로 알려져 있어요. 아제르바이잔에는 200종이 넘는 플로프(필라프)가 있다고도 하며, 재료와 짓는 법의 차이로 이름이 달라져요.
이 다양성의 배경에는 아제르바이잔의 지리적 특수성이 있어요. 카스피해 연안의 온화한 저지대에서 코카서스 산맥의 고지대까지 다양한 기후대가 좁은 국토에 공존하며, 지역마다 다른 식재료와 플로프 전통이 발달했어요. 게다가 페르시아, 오스만 제국, 러시아의 문화적 영향이 층층이 겹쳐 필라프 문화를 풍성하게 해 왔어요.
참고로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필라프는 우즈베키스탄의 '팔로프 문화와 전통'과 타지키스탄의 '오시 팔라프'이고, 아제르바이잔의 플로프는 아니에요. 같은 2016년에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튀르키예와 공동으로 얇은 빵(라바시 등)를 만들고 나누는 문화를 등재했어요. 샤 플로프의 반죽에 라바시를 쓰는 가정이 있는 것도 이 얇은 빵 문화와 이어져 있어요.
카즈마크: 냄비 바닥의 '누룽지'에서 왕실 요리로
샤 플로프의 핵심인 카즈마크(qazmaq)의 기원은 필라프 냄비 바닥에 생기는 '누룽지'에 있어요. 이란에서는 이 냄비 바닥 누룽지를 타흐디그(tahdig)라 부르며 필라프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으로 귀하게 여겨요.
아제르바이잔은 이 누룽지의 개념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켰어요. 단순한 냄비 바닥 누룽지에서 일부러 빵 반죽이나 라바시(얇은 빵)를 냄비 바닥에 깔아 바삭한 층을 만드는 기법이 생겼고, 마침내 샤 플로프처럼 냄비 전체를 반죽으로 덮는 고도의 조리법으로까지 끌어올려졌어요.
이란의 타흐디그는 '냄비 바닥의 누룽지'를 뜻하며 필라프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으로 귀하게 여겨져요. 아제르바이잔의 카즈마크도 냄비 바닥에 바삭한 층을 만든다는 점에서 같고, 둘은 같은 페르시아 요리 문화권의 쌀 요리로 나란히 거론돼요. 샤 플로프는 그 층을 냄비 전체로 넓힌 요리로 볼 수 있어요.
실크로드와 말린 과일의 교차점
샤 플로프에 쓰이는 말린 과일은 아제르바이잔이 실크로드 교역로 위에 있었음을 보여 주는 음식 문화의 증거이기도 해요. 말린 살구, 프룬, 건포도, 밤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재료는 건조 지대의 교역로를 오가던 식재료이기도 해요.
이 말린 과일들이 한 냄비 안에 공존하는 샤 플로프는 말 그대로 실크로드의 교차점을 한 접시에 응축한 요리예요. 샤 플로프 또한 여러 음식 문화가 만나는 땅에서 자란 요리라 할 수 있어요.
노루즈와 샤 플로프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은 노루즈(Novruz), 페르시아력의 새해로 춘분(3월 20~21일)에 기념해요. 아제르바이잔 노루즈 상에는 싹 틔운 밀(사마니)과 셰케르부라, 파흘라바 같은 과자가 오르고, 축하 요리로 플로프를 만드는 일도 많아요. 참고로 '하프트 신(페르시아어 알파벳 S로 시작하는 7가지)'은 이란 노루즈의 장식이며, 아제르바이잔 식탁의 규칙은 아니에요.
결혼식 같은 축하 자리에서도 반죽으로 감싼 샤 플로프는 가르는 순간 분위기를 띄우는 한 접시예요.
지금의 바쿠와 샤 플로프
지금은 바쿠의 레스토랑에서도 샤 플로프를 간판 요리로 내는 가게가 있어요. 가정의 축하 요리인 동시에, 여행자가 아제르바이잔 요리로 만나는 한 접시이기도 해요.
영양 정보(6인분 중 1인분)
쌀과 말린 과일의 탄수화물, 버터의 지방이 중심인 한 접시예요. 단백질은 적은 편이라 양고기나 닭고기 요리, 요거트 등을 곁들이면 식탁의 균형을 잡기 쉬워요.
| 영양소 | 함량 |
|---|---|
| 열량 | 580kcal |
| 단백질 | 14g |
| 지방 | 22g |
| 탄수화물 | 82g |
| 식이섬유 | 4g |
| 나트륨 | 420mg |
말린 과일은 당질이 많은 한편 칼륨 같은 미네랄도 들어 있어요. 버터와 쌀의 양이 많은 요리이니, 축하 자리의 진수성찬으로 양을 조절하며 즐기세요.
함께 만들면 좋은 요리
- 조지아 요리 입문(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페르게세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피티 만드는 법(일본어)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샤 플로프를 처음 만드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았어요. 반죽 다루는 법부터 냄비 고르기, 보관법까지 설명해요.
Q1. 카즈마크가 냄비에 붙어 버렸어요. 어떻게 떼나요?
냄비를 뒤집어도 카즈마크가 나오지 않으면 냄비 바닥을 젖은 행주 위에 10초간 올려 두세요. 급격한 온도 변화로 버터 기름이 풀려 반죽이 잘 떨어져요. 그래도 안 떨어지면 냄비를 아주 약한 불에 5초 올려 데운 뒤 다시 시도하세요. 다음을 위해서는 냄비에 버터를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을 만큼 듬뿍 바르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에요.
Q2. 바스마티 쌀을 구할 수 없어요. 일본 쌀로 대체할 수 있나요?
일본 쌀(자포니카종)로도 만들 수 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요. 찰기가 강해서 포슬포슬한 필라프가 아니라 쫀득한 솥밥 같은 식감이 돼요. 장립종 자스민 쌀이 바스마티에 더 가까운 결과가 나오니, 바스마티를 구할 수 없다면 자스민 쌀을 추천해요. 어떤 쌀을 쓰든 데칠 때 심을 남기는 7분 익힘은 바꾸지 마세요.
Q3. 사프란이 너무 비싸요. 없어도 만들 수 있나요?
색만 낸다면 강황 1작은술로 노란 필라프는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샤 플로프의 본질은 사프란의 '향'에 있어서, 강황으로는 다른 요리가 돼요. 절충안으로 사프란 가루(실 형태보다 저렴)를 1/4작은술 쓰면 최소한의 향과 색을 확보할 수 있어요. 사프란 0.5g이면 6인분이니, 1인당 부담은 크지 않아요.
Q4. 쪄 굽는 도중 탄내가 나요.
바로 불을 최약불로 낮추세요. 냄비와 오븐 받침 사이에 알루미늄 호일을 한 장 끼우는 '열 분산' 요령도 효과적이에요. 카즈마크 일부가 탔더라도 뒤집은 뒤 탄 부분을 칼로 잘라 내면 나머지는 문제없이 먹을 수 있어요. 다음에는 처음 10분만 중불, 그 뒤로는 약불을 철저히 지키세요.
Q5. 남은 샤 플로프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카즈마크와 필라프를 나눠서 보관하세요. 필라프는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3일, 냉동 1개월. 카즈마크는 한 번 습기를 먹으면 바삭함이 돌아오지 않아서 다 먹는 것이 이상적이에요. 데울 때는 필라프를 전자레인지로 가열하고, 카즈마크는 토스터 오븐에서 2분 구우면 어느 정도 바삭함이 되살아나요.
관련 코카서스·중앙아시아 쌀 요리
샤 플로프에 관심이 생겼다면 실크로드 연변의 다양한 필라프 문화도 꼭 접해 보세요. 같은 '필라프'라도 나라마다 전혀 다른 철학이 있어요.
- 힌칼리(일본어) — 조지아의 손으로 빚는 국물 만두. 코카서스 손맛 문화를 공유하는 형제 요리
- 피티(일본어) — 같은 아제르바이잔의 항아리 구이 수프. 샤 플로프와 나란히 꼽는 축제 요리
- 라그만 — 키르기스스탄의 손으로 늘린 면. 실크로드 음식 문화의 동쪽 끝
- 쿠루토브(일본어) — 타지키스탄의 국민 음식. 중앙아시아의 소박한 음식 문화
- 마치부스 — 바레인의 향신료 라이스. 사프란을 공유하는 중동의 필라프
참고 문헌
레시피·조리법
- Ansari, Anna. "Shah Plov: Azeri King Crown Rice Recipe." Sous Chef. https://www.souschef.co.uk/blogs/the-bureau-of-taste/shah-plov-azeri-king-crown-rice-recipe — 밤·말린 살구·프룬·사프란을 쓰는 샤 플로프(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 Azerbaijan Tourism Board. "Azerbaijani plov." https://azerbaijan.travel/azerbaijani-plov — 아제르바이잔식 플로프 만드는 법(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문화·역사
- National Geographic. "What is plov? Meet the rice dish at the heart of Nowruz celebrations."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travel/article/everything-you-need-to-know-about-plov — 아제르바이잔 플로프의 다양한 종류, 샤 플로프, 노루즈와 플로프(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Flatbread making and sharing culture: Lavash, Katyrma, Jupka, Yufka" (2016). https://ich.unesco.org/en/RL/01181 —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이 공동 등재한 얇은 빵 문화(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Palov culture and tradition" (Uzbekistan, 2016). https://ich.unesco.org/en/RL/01166 — 2016년에 등재된 우즈베키스탄의 팔로프(2026년 10월 22일 참조·확인)
- Marton, Renee. Rice: A Global History. Reaktion Books, 2014. — 세계 쌀 요리의 역사
- Zubaida, S. & Tapper, R. (eds.). A Taste of Thyme: Culinary Cultures of the Middle East. I.B. Tauris. — 중동·코카서스 음식 문화 연구의 기본 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