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주걱이 점점 무거워지는, 흑설탕과 코코넛의 찹쌀 과자

나무주걱으로 냄비 바닥을 훑으면, 처음에는 반죽이 금세 다시 합쳐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닫혀요. 코코넛밀크의 달콤한 향에 흑설탕이 타기 직전의 냄새가 섞이고, 팔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칼라마이는 더 이상 그냥 액체가 아니에요. 집 부엌에서 만들어도 냄비 안만큼은 필리핀의 오후에 살짝 가까워져요.
칼라마이(Kalamay)는 필리핀 찹쌀 과자인 카카닌(kakanin)의 하나예요. 찹쌀가루, 코코넛밀크, 설탕을 저어 가며 익히고, 굳은 뒤에 라티크(latik)라는 코코넛을 졸여 만든 알갱이를 뿌려요. 쪄서 층을 내는 사핀사핀보다 색이 단순하고, 폭신하게 찌는 푸토보다 묵직해요. 씹으면 흑설탕과 코코넛의 기름진 맛이 한 박자 늦게 퍼지는 과자예요.
집에서 재현할 때 고비는 재료를 찾는 일보다 불 조절이에요. 센 불로 서두르면 바닥이 타고, 너무 약하면 언제까지고 반죽이 흘러요. 이 글에서는 20cm 정사각 틀 1개 분량을 찹쌀가루, 코코넛밀크 캔, 흑설탕으로 만들어요. 바나나 잎이 없으면 쿠킹 시트로 충분하지만, 찹쌀가루와 코코넛의 쫀득함은 그대로 지켜요.
Kalamay는 지역이나 가게에 따라 kalamay, calamay, kalamay hati로도 적어요. hati는 나눈다는 뜻으로 설명되곤 하고, 네모나게 잘라 나누는 가정식을 가리킬 때 보여요. 이 글에서는 한국어 표기를 "칼라마이", 현지 이름을 Kalamay로 써요.
문화와 현지 식탁, 카카닌의 오후

필리핀의 카카닌은 쌀을 달게 만들어 굳힌 과자라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아요. 아침 시장,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하교 후 메리엔다(merienda, 간식 시간), 가족이 모이는 날, 먼 길 다녀오며 사 오는 선물까지. 쌀과 코코넛이 가까운 지역에서는 달콤한 쌀 과자가 식탁에도, 이동하는 길에도 스며들어 있어요. 칼라마이도 그중 하나라서, 가게에서 사는 작은 포장이든 집에서 크게 저어 만드는 틀 하나든, 잘라서 나눠 먹는 것이 전제인 과자예요.
지역 차이도 있어요. 보홀 주변에서는 코코넛 껍질에 채운 calamay가 기념품으로 이야기돼요. 가정식 kalamay hati는 찹쌀가루와 코코넛밀크에 흑설탕이나 무스코바도 설탕을 넣고 저은 뒤 위에 라티크를 올리는 방식이 현지 계열 레시피에서 자주 보여요. 재료는 소박하지만 냄비 앞에 서 있는 시간은 짧지 않아요. 젓는 손이 멈추면 냄비 바닥에 탄 자국이 생겨요. 그래서 칼라마이는 재료표보다 만드는 사람의 자세가 요리다움을 만들어 줘요.
집에서 만든다면 재료 이름을 전부 현지식으로 맞출 필요는 없어요. 무스코바도 설탕은 흑설탕이나 사탕수수 원당으로 비슷하게 맞출 수 있어요. 바나나 잎은 향과 모양을 위한 것이라서 못 구하면 쿠킹 시트로 충분해요. 바꾸기 어려운 것은 찹쌀가루와 코코넛밀크예요. 멥쌀가루만 쓰면 잘 잘리지만 칼라마이 특유의 끈적한 씹는 맛에서 멀어져요. 우유로 바꾸면 흑설탕 떡으로는 먹을 수 있어도, 필리핀 카카닌다운 기름기와 향이 부족해요.
달콤한 요리라서 식탁에는 진한 커피나 무가당 홍차가 잘 어울려요. 짭짤한 요리 뒤에 조금만 내놓는다면 새콤한 시니강이나 간장과 식초 향이 남는 아도보(일본어) 뒤가 부담스럽지 않아요. 간식 쪽으로 넓히고 싶다면 같은 카카닌인 쿠친타와 비교해 보세요. 가루 배합과 익히는 방식의 차이가 보여요.
재료, 젓기 전에 전부 계량해 두기

20cm 정사각 틀 1개, 10조각 분량이에요. 식으면 단단해지므로 두께는 2.5cm에서 3cm 정도가 기준이에요. 깊은 틀에 두껍게 부으면 가운데가 잘 식지 않아서 자를 때 가라앉아요.
이 레시피는 코코넛을 써요. 뜨거운 찹쌀 반죽은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기 쉬우니, 젓는 도중에 맛보는 것은 피하세요. 보관은 완전히 식힌 뒤에 하고, 라티크는 눅눅해지기 쉬우니 따로 담아 두면 향이 남아요.
바꿔도 되는 것, 남기고 싶은 것
| 역할 | 남기고 싶은 재료 | 바꿀 수 있는 재료 | 달라지는 점 |
|---|---|---|---|
| 끈기 | 찹쌀가루 | 시라타마코 | 시라타마코는 알갱이를 부수는 수고가 늘어요 |
| 향과 유지방 | 코코넛밀크 | 코코넛밀크와 물 반반 | 가벼워지지만 식었을 때의 촉촉함이 약해져요 |
| 흑설탕 색 | 무스코바도 설탕, 흑설탕 | 사탕수수 원당 | 색과 향이 조금 옅어져요 |
| 향 입히기 | 바나나 잎 | 쿠킹 시트 | 식감은 같지만 향은 약해져요 |
장볼 때 헷갈리는 재료와 도구

흑설탕, 소금, 기름은 동네에서 사도 충분해요. 아시아 식재료점이나 온라인에서 살펴볼 만한 것은 찹쌀가루, 코코넛밀크, 바닥이 넓어서 젓기 편한 깊은 프라이팬이에요. 바나나 잎이 있으면 향이 나지만, 처음에는 무리해서 찾지 말고 불 조절과 다 저어졌는지 판단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 성공하기 쉬워요.
찹쌀가루는 식감의 토대예요. 보통 쌀가루나 멥쌀가루만으로 만들면 자르기는 쉬워지지만, 이에 천천히 남는 끈기가 약해져요.
코코넛밀크는 우유로 바꾸기보다 캔을 쓰는 쪽이 맛의 윤곽이 가까워요. 라티크용으로는 진한 부분이 필요하니, 캔을 열면 전체를 잘 섞은 다음 계량해요.
칼라마이는 젓는 동안 반죽이 점점 무거워져요. 작은 손잡이 냄비보다 바닥이 넓고 나무주걱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깊은 프라이팬이 눌음을 피하기 쉬워요.
만드는 법, 태우지 않고 저어서 식혀 자르기
칼라마이는 단계가 많은 요리는 아니에요. 다만 불에 올리고 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 틀, 주걱, 기름, 라티크를 받을 접시까지 먼저 준비해 둬요.
실패하기 쉬운 부분과 되살리는 법

칼라마이는 구운 색으로 판단하는 요리가 아니라서 냄비 바닥, 주걱의 무게, 식었을 때 잘리는 모양으로 봐요. 너무 무를 때는 설탕이 적어서라기보다 덜 저은 거예요. 틀에 부은 뒤라도 전체가 아직 걸쭉하게 가라앉으면 프라이팬에 도로 넣고 약불에서 5분씩 다시 저어요. 탄 냄새가 날 때는 탄 부분을 섞어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 문제 | 원인 | 해결 |
|---|---|---|
| 자르면 흐물거려요 | 덜 저음, 덜 식힘 | 약불에서 5분 다시 저어요. 자르기 전에 실온 30분, 냉장 15분 두세요 |
| 냄비 바닥이 새까맣게 타요 | 불이 세요, 바닥을 훑는 횟수가 적어요 | 약불을 유지하고 바닥 전체를 크게 움직여요. 탄 것은 섞지 마세요 |
| 가루 알갱이가 남아요 | 시라타마코 알갱이, 액체를 한꺼번에 넣었어요 | 알갱이를 부순 뒤 섞어요. 반죽을 체에 걸러서 불에 올려요 |
| 표면이 기름져요 | 코코넛밀크의 유지방이 분리됐어요 | 다 저은 뒤 기름을 조금 닦아 내고, 라티크는 먹기 직전에 올려요 |
| 딱딱해서 씹기 힘들어요 | 너무 저었어요, 너무 오래 냉장했어요 | 실온에 20분 두어요. 다음에는 주걱 선이 3초 남는 데서 멈춰요 |
흑설탕 향이 진해지는 것과 냄비 바닥이 타는 냄새는 달라요. 단 향 속에서 쓰고 연기 같은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바닥을 확인하세요. 탄 곳이 작을 때라면 위쪽 반죽만 다른 냄비로 옮겨 이어 갈 수 있어요.
보관과 먹는 법, 라티크는 따로

칼라마이는 만든 당일부터 다음 날까지가 먹기 좋아요. 상온에 오래 두기보다 완전히 식힌 뒤 한 조각씩 랩으로 싸서 보관 용기에 넣어요. 냉장으로 3일이 기준이에요. 라티크는 작은 용기에 따로 담아 먹기 직전에 올려요. 처음부터 전체에 뿌리면 표면의 습기 때문에 알갱이의 고소함이 약해져요.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 600W로 10초에서 15초예요. 오래 데우면 흐르기 쉬워지니 찬기만 가시면 멈춰요. 찜기로 되살린다면 중불에서 2분만 데우고, 뚜껑의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게 해요. 냉동은 2주까지 가능하지만 해동 후 표면이 조금 말라요. 냉동한다면 라티크 없이 싸서 냉장고에서 하룻밤 해동한 뒤 짧게 데워요.
식탁에는 진한 커피, 무가당 홍차, 따뜻한 보리차가 어울려요. 필리핀 요리의 날로 한다면 코코넛이라는 공통점으로 비콜 익스프레스(일본어)나 라잉(일본어)을 만든 뒤 칼라마이를 조금 달콤한 마무리로 내면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달콤한 카카닌을 나란히 놓는다면 층이 있는 사핀사핀, 흑설탕 색의 쿠친타, 그리고 작게 썬 칼라마이를 같이 먹어 보세요. 같은 쌀 과자인데도 식감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시라타마코만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어요. 시라타마코는 알갱이가 남기 쉬우니 볼 안에서 손가락으로 잘게 부순 뒤 써요. 알갱이가 큰 채로 불에 올리면 매끄러운 반죽 속에 하얀 덩어리가 남아요. 액체를 넣은 뒤 체에 거르면 실패가 줄어요.
Q. 흑설탕을 줄여도 되나요?
150g까지는 줄일 수 있어요. 다만 설탕은 단맛뿐 아니라 식었을 때의 촉촉함에도 관여해요. 120g 이하로 하면 찹쌀가루의 무게감이 앞서서 다음 날 딱딱하게 느끼기 쉬워요.
Q. 코코넛밀크를 우유로 대신해도 되나요?
먹을 수 있는 모양은 나오지만 칼라마이다운 맛은 약해져요. 우유로 만들 때는 우유 300ml, 물 220ml로 하고, 유지방을 보충하려고 쌀겨유를 1작은술 더해요. 현지의 향에 가깝게 하려면 코코넛밀크는 남기는 편이 좋아요.
Q. 바나나 잎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쿠킹 시트로 대신할 수 있어요. 바나나 잎은 향과 모양의 역할이 커서 식감의 성패와는 직접 관계가 없어요. 냉동 바나나 잎을 쓸 때는 해동해서 물기를 닦고 불이나 김에 살짝 쬐면 잘 찢어지지 않아요.
Q. 라티크 없이도 괜찮나요?
만들 수는 있지만 고소함이 부족해요. 라티크를 만들 시간이 없는 날에는 코코넛 파인 3큰술을 프라이팬에서 약불로 3분쯤 마른 상태로 볶아, 살짝 색이 든 것을 조금 뿌려요. 다른 것이긴 하지만 표면에 고소한 알갱이가 있으면 단조롭지 않아요.
Q. 전날 만들어도 괜찮나요?
전날 준비에 잘 맞아요. 칼라마이 본체는 냉장 보관하고, 라티크는 다른 용기에 나눠 둬요. 당일에는 먹기 20분 전에 실온에 꺼내 단면이 조금 부드러워진 뒤에 라티크를 올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