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진주가 자랑하는 "두 번 조리"의 마법
카리브해에 떠 있는 이스파니올라섬의 서쪽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 아이티. 세계 최초의 흑인 공화국으로 1804년에 독립을 이룬 이 나라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식문화와 아프리카의 조리 기술, 카리브해 원주민 타이노족의 식재료가 융합된 독자적인 크레올 요리의 보고예요. 그 아이티 요리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그리오(Griot)예요.
그리오(Griot / Griyo)는 남미, 중미 요리 중 카리브해권을 대표하는 고기 요리로, 감귤즙과 향신료 페이스트 "에피스(epis)"에 듬뿍 재운 돼지 어깨살을 먼저 삶고 나서 튀기듯 굽는 "두 번 조리"의 튀긴 돼지고기 요리예요. 첫 입에 바깥쪽의 바삭하게 구워진 표면의 고소함에 놀라고, 이어 안에서 향신료가 살아 있는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져요. 표면은 짙은 갈색으로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육즙이 풍부한, 모순된 두 식감이 한 덩어리의 고기에 함께 있는 기적. 이것이 아이티의 국민 음식이에요.
아이티 크레올어로 "튀긴 돼지고기"를 뜻해요. 프랑스어 "grillot(구운 고기 조각)"에서 왔다고 하지만 정확한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어요. 도미니카공화국의 "치차론 데 세르도"나 쿠바의 "마사스 데 푸에르코"와 비슷하지만, 아이티식은 감귤 양념과 "에피스"에 의한 깊은 향신료 풍미, 그리고 삶고 나서 튀기는 두 단계 조리가 가장 큰 특징이에요. 트리니다드의 더블스(일본어)나 자메이카의 저크 치킨과 나란히 카리브해 요리의 대표격이에요.
영어권에서는 "Griot recipe"나 "Haitian fried pork"로 무수한 레시피가 공개되어 있고, 아이티계 미국인 푸드 블로거들이 앞다투어 "엄마의 맛"을 재현해요. 자메이카의 저크 치킨이 널리 알려진 가운데, 같은 카리브해이면서도 아이티 요리는 아직 미지의 영역인 사람이 많아요. 이 글에서는 마이애미와 몬트리올의 아이티계 커뮤니티에서 전해 내려온 본격적인 그리오 조리법을, 일반적인 식재료로 집에서 완전히 재현하는 방법을 설명해요.
재료(4인분)
비터 오렌지(Seville orange / naranja agria)는 아이티 요리의 열쇠가 되는 감귤류로, 보통 오렌지와 라임의 중간 같은 신맛과 쓴맛이 있어요. 구하지 못하면 스위트 오렌지즙과 라임즙을 1:1로 섞는 것으로 충분히 재현할 수 있어요. 자몽즙을 조금 더하면 비터 오렌지 특유의 쓴맛도 재현돼요.
아이티 크레올어로 "향신료"를 뜻해요. 아이티 요리의 만능 양념 페이스트로, 말하자면 아이티판 소프리토예요. 파슬리, 쪽파, 마늘, 타임, 스카치 보닛을 중심으로 집마다 레시피가 달라요. 넉넉히 만들어 냉장(1주일) 또는 냉동(3개월) 보관하고 매일의 요리에 돌려 쓰는 것이 아이티 가정의 지혜예요. 저크 치킨의 저크 시즈닝과 비교하면 허브의 비율이 높아 더 섬세하고 복잡한 풍미예요.
조리 요령
그리오 풍미의 깊이는 감귤즙의 양과 곧바로 이어져요. 아이티 가정에서는 돼지고기가 완전히 잠길 만큼 감귤즙을 써요. 레시피의 120ml는 최소량이고, 고기 표면이 즙 밖으로 나와 있다면 추가하세요. 감귤의 산이 돼지고기 단백질을 변성시켜 부드럽게 하고, 동시에 잡내를 없애 줘요.
3단계의 국물은 에피스와 감귤의 감칠맛이 응축된 "액체 보석"이에요. 마무리에 끼얹는 데 그치지 않고 디리 콜레(라이스 앤 빈스)의 밥물에 쓰면 놀랄 만큼 풍미가 깊어져요. 남은 국물은 냉동 보관해 다음 그리오나 스튜의 밑바탕으로 활용하세요.
스카치 보닛은 하바네로에 맞먹는 매운맛(100,000~350,000 SHU)을 지닌 고추예요. 씨와 흰 줄기(태좌)에 매운 성분이 집중되어 있으니, 맵기를 줄이고 싶다면 이 부분을 꼼꼼히 제거하세요. 자를 때는 고무장갑 착용을 강하게 권해요. 눈이나 점막에 닿으면 극심한 통증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한 번 튀긴 플랜테인을 눌러 으깨는 공정을 생략하면 그냥 두꺼운 바나나튀김이 돼요. 눌러 으깨면 표면적이 늘어 두 번째 튀김에서 바삭함이 확연히 올라가요. 누르는 힘은 "바나나가 갈라지지 않는 선에서 과감하게". 바닥이 평평한 접시나 머그컵 바닥을 쓰면 고르게 눌려요.
변형 버전
닭고기 버전 그리오(Griot Poulet)
돼지고기 대신 뼈 있는 닭 다리살 800g을 써요. 에피스와 감귤 재움은 같고 삶는 시간은 30분으로 줄여요. 튀기듯 굽는 시간은 껍질 쪽을 5분 더 길게, 반대쪽 3분. 닭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져 돼지고기 그리오와는 또 다른 가벼움을 즐길 수 있어요. 아이티에서는 그리오 풀레라고 부르며,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의 변형으로 친숙해요.
염소고기 버전 그리오(Tassot Cabrit)
염소고기 600g을 그리오와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 것이 "타소 카브리". 아이티에서는 돼지고기 그리오와 쌍벽을 이루는 인기 메뉴예요. 염소고기는 돼지고기보다 삶는 시간을 60분으로 늘려 충분히 부드럽게 한 뒤 튀기듯 구워요. 염소고기 특유의 냄새가 감귤과 에피스로 훌륭히 승화되어 깊은 감칠맛이 남아요. 염소고기는 할랄 식재료점에서 구할 수 있어요.
에어프라이어 버전
튀기듯 굽는 대신 에어프라이어에서 200도, 12~15분 가열해요.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세요. 기름의 양이 크게 줄지만, 삶는 공정에서 돼지고기 자체에 지방이 들어 있어서 표면은 충분히 바삭해져요. 인도네시아의 렌당(일본어)이나 튀르키예의 쾨프테처럼 조림 계열 고기 요리는 에어프라이어와 궁합이 좋아요.
라임 앤 허니 버전
재움에 꿀 큰술 2를 추가해요. 감귤의 신맛에 꿀의 단맛이 더해져 튀기듯 구울 때 카라멜화되어 아름다운 윤기가 나요. 아이티 북부 카파이시앵 지방에서 즐기는 변형으로, 아이용 간으로도 인기가 있어요.

이 요리의 배경
아이티 요리의 세 뿌리
아이티 요리는 세 문화의 음식이 융합된 크레올 요리예요. 첫째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조리 기술(소스 문화, 허브 쓰는 법). 둘째는 서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사람들의 식재료와 조리법(오크라, 플랜테인, 한 냄비 조리). 셋째는 카리브해 원주민 타이노족의 식문화(카사바, 고추, 훈연 기법).
함께 읽어 보세요
그리오는 카리브해 크레올 요리 문화를 대표하는 한 접시예요. 이웃 나라들의 향신료 요리도 꼭 시도해 보세요.
- 저크 치킨(자메이카) — 자메이카의 향신료 구이 치킨
- 더블스(트리니다드, 일본어) — 카리브해의 카레 튀김빵
- 모퐁고(푸에르토리코) — 플랜테인으로 만든 마늘 풍미 매시
- 몰레 포블라노(멕시코) — 초콜릿과 향신료의 복잡한 소스
- 페이조아다(브라질) — 돼지고기와 검은콩 스튜
함께 만들고 싶은 요리
- 치미추리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 엠파나다 만드는 법 - 같은 지역의 식재료와 향을 돌려 쓸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그리오와 카르니타스는 무엇이 다른가요?
멕시코의 카르니타스는 돼지고기를 라드(돼지기름)에 천천히 콩피로 익히고 마무리에 높은 온도로 표면을 굽는 요리예요. 그리오는 감귤과 향신료로 재운 뒤 수분으로 삶고 나서 튀기듯 굽는 요리예요. 카르니타스는 기름의 진한 맛이 주인공이지만, 그리오는 감귤의 신맛과 에피스의 복잡한 향신료감이 주인공이에요.
에피스는 다른 요리에도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어요. 에피스는 아이티 요리의 만능 조미료로, 닭고기, 생선, 쇠고기, 채소볶음, 수프 등 무엇에든 쓸 수 있어요. 넉넉히 만들어 냉동해 두면 매일의 요리에 한 숟갈 더하는 것만으로 아이티의 풍미를 즐길 수 있어요. 닭튀김의 밑간에 에피스를 쓰면 평소와 전혀 다른 맛이 나요.
돼지 어깨 등심 대신 삼겹살을 써도 되나요?
쓸 수 있어요. 삼겹살은 지방이 많아 튀기듯 구울 때 한층 더 바삭해져요. 다만 전체 열량이 올라가니 그만큼 피클리를 넉넉히 곁들여 균형을 맞추세요. 아이티의 노점에서는 삼겹살을 쓰는 것도 흔해요.
영양 성분(4인분 중 1회분)
| 영양소 | 함량 |
|---|---|
| 에너지 | 520kcal |
| 단백질 | 38g |
| 지방 | 28g |
| 탄수화물 | 32g |
| 식이섬유 | 4g |
| 나트륨 | 680mg |
| 비타민 C | 42mg |
| 철분 | 2.8mg |













